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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잘 살면 안 돼?

Why Can’t We Live Well

왜 잘 살면 안 돼?

Editor.Hyein Lee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27세, 25세 / 박영준, 심민

패션 포토그래퍼·유튜버 / 모델·유튜버


Conditions

지역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구조 다세대빌라 반지하 스리룸
면적 42.9㎡ (13평)
보증금  1억 원(전세)

 

Room History

영준

25세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다세대빌라 3층 스리룸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55만 원)

 

내게 좋은 인터뷰이는 지레짐작한 답변을 뒤집으며 오만한 질문을 슬쩍 지우게 만드는 이다. 그런 관점에서 ‘민감커플’은 좋은 인터뷰이다. 나는 그들을 만나기 전, 반지하에 스며 있는 그늘을 부각시키며 청년의 주거 문제를 제시하려고 했다. 분명 반지하에 산다면 장점보다 단점이 많을 테니까. 그런데 이들은 그런 나의 어설픈 계획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듯 그저 해맑았다. 집 뒤편에서 꽤 괜찮은 나무를 발견했다며 (커튼 봉으로 쓴다고) 돌연 어깨에 메지를 않나, 인터뷰 도중 눈을 감으라고 하더니 자신들의 조명을 자랑했다. 치아바타나 케이크를 내주는 사람은 있었는데, 오예스와 감귤파이를 쥐여주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나의 의도는 틀어졌지만, 이토록 잘 살고 있는 이들을 보니 이내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그들처럼이라면 어느 곳에 살든 잘 살지 못할 것도 없었다.



유튜브에서 각각 ‘할미니’와 ‘박영감’이라고 불리고 있잖아요. 어떻게 지은 별명이에요?
(영준) 3년 전, 크리에이터라는 이름으로 일할 때 닉네임을 정해야 했는데, 그때 생긴 별명이에요. 본명은 박영준이고요.
(민) 저는 오빠를 만나기 전부터 별명이 할미니였어요. 지금은 많이 나아졌는데, 몇 년 전만 해도 체력이 정말 약해서 친구들이 ‘할머니’, ‘개복치’ 같은 별명만 지어줬거든요. 제 이름이 ‘심민’이다 보니까 ‘민이’ 혹은 ‘민이야’라고 불렀는데, 여기에 별명이 합쳐진 거죠.

그럼 ‘민감커플’은 미니와 영감의 줄임말이겠군요.
(민) 맞아요. 오빠가 영감이고 저도 할미니이다 보니까 처음에 유튜브 부제를 ‘재주 많은 노인의 이야기’라고 할까 고민하기도 했어요. 민감커플은 별명의 줄임말이기도 하지만 ‘센서티브’라는 뜻에서 감각적이고 노련한 영상을 만들겠다는 의미도 있어요.

영준 님은 포토그래퍼라고 했는데, 어떤 계기로 사진을 찍게 됐나요?
(영준) 아, 저는 고등학교에서 전자과를 공부해 얼떨결에 방위산업체에서 근무했어요. 그게 공고 나온 사람들이 방위 관련 물자를 생산하는 업체에서 2년 10개월 동안 일하는 건데, 그 덕에 돈을 모으긴 했지만 막상 제대하고 나니 고민이 되는 거예요. 그때 제게는 세 가지 갈림길이 있었거든요. 아는 누나의 아버지가 선장님이셨는데 함께 배를 탈지, 친구를 따라 워킹홀리데이를 갈지, 가장 관심 있는 패션 쪽에서 일을 할지…. 이 중 제일 먼저 제게 제안이 온 건 패션 쪽이었어요. 아는 동생의 권유로 편집숍에서 일하다가 패션 위크의 로망을 이루기 위해 시즌에 맞춰 일을 관뒀어요. 그런데 현장에 있던 어떤 분이 저와 제 친구를 좋게 보셨는지 함께 일하자고 하시는 거예요. 알고 보니 동대문시장에서 가방 도매업을 하는 분이었어요. 저는 그렇게 가죽 가방을 팔기 시작했죠.

아, 잠시만요. 민 님 지금 하품하는 거예요?
(민) 죄송해요. 열 번째 듣고 있어서.(웃음)
(영준) 이 스토리를 정리해서 파일로 만들어야 하나…. 아무튼 그렇게 5개월 정도 일하다가 한 회사의 MD분께서 패션 크리에이터 팀을 만드는데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제가 편집숍에 있을 때 취미로 직원들의 데일리 룩을 찍어줬는데, 그게 계기가 되어 팀의 포토그래퍼로 일하게 됐어요.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나름 독학하면서 콘텐츠 사진을 찍고, SNS 마케팅도 담당하게 됐죠.

그럼 민 님은 어떤 일을 하세요?
(민) 저는 하는 일이 많아요. 스타일리스트, 모델, 비주얼 디렉터 등 이것저것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구체적인 신분은 예대 학생이에요. ‘융합예술과’라고 쉽게 말해 현대 예술을 배우고 있어요.



이 집이 30년이나 되었다고요? 반지하 셀프 인테리어 영상에서 어머니 반응이 가장 재밌었어요. 그 심란한 표정!(웃음)
(영준) 영상 속 반응 그대로였어요. 니코틴으로 누렇게 바랜 벽지 보시면서 이걸 어떡하냐, 뭐 이런 데를 계약했냐, 청소는 업체에 맡겨라, 너희 청소할 시간도 없고 힘들어서 안 된다 등등 걱정이 많으셨죠.

벽이 누렇게 바랠 정도면 담배 냄새가 심했을 것 같은데요?
(영준) 엄청 심했어요. 저 베란다 쪽을 창고로 쓰고 있는데 아직도 냄새가 배어 있어요. 처음 왔을 땐 그런 냄새가 집 전체에서 진동했죠.
(민) 할머니와 아들이 살았는데, 아들이 지금 옷방으로 사용하고 있는 작은 방에서 담배를 많이 피웠나 봐요. 그 방에서 특히 냄새가 심했어요.

그런데도 이 집의 어떤 면을 보고 계약한 거예요?
(영준) 일단 저희와 친한 커플이 이 근처에 살고요, 동네가 조용하면서도 조금만 걸으면 번화가가 나오니까 좋더라고요. 산책하기에도 좋고요. 그리고 집을 구할 때 가장 우선시하는 기준이 돈일 수밖에 없잖아요. 1억 원 정도 ‘중소기업 청년 대출’을 받은 게 있어서 딱 그 금액에 맞는 집을 찾아야만 했어요. 부동산 돌아다니면서 “합정동 전세 1억짜리 집을 구합니다. 그런데 10평 이상이면 좋겠어요!”라고 하니까 다들 그런 집은 찾기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민) 저도 함께 보러 다녔는데, 정말 거짓말 안 하고 열 곳 넘는 부동산을 찾아다녔어요. 오빠가 말한 것처럼 저희 조건에 맞는 집을 찾으면 연락 달라고 했는데, 아무한테도 연락이 안 왔죠. 그러다가 운 좋게 긍정적인 부동산 사장님을 만났어요. 저희 얘기를 들어보더니 “아유, 뭐 뒤지면 없겠어? 한번 뒤져보자고~ 근데 집이 낙후할 수 있으니 그런 건 고려해~”라고 하시면서 저희 조건에 맞는 집을 네 곳 정도 보여주셨어요. 그런데 저는 부모님이랑 같이 살아서 자취방을 구해본 적이 없고, 오빠도 독립적으로 자취방을 구하는 게 처음이어서 둘 다 생짜 초보였던 거죠. 보여주는 집마다 좋아 보이는 거예요. 이 집은 이래서 좋고, 저 집은 저래서 좋고….(웃음)
(영준) 저는 이전에 아는 형이랑 살아본 적이 있어서 기본적으로 무엇을 봐야 하는지 알고 있었는데 디테일한 점은 보지 못했어요. 그런데 민이가 처음에 이 집을 싫어했어요. 반지하라고요.
(민) 제가 이곳에서 상주하는 건 아니지만, 따지자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반지하에서 생활하는 것은 처음이거든요. 제가 기억하는 반지하는 너무 습하고, 좁고 그랬던 거예요. 그래서 처음부터 반대를 했죠.

그런데 여기 되게 넓잖아요. 몇 평이죠?
(영준) 13평이라고 하는데 더 넓은 것 같아요. 그리고 여기가 다른 반지하보다 좀 높은 편이에요. 옆집만 해도 상당히 내려가 있거든요.
(민) 그리고 살면서 알게 된 건데, 이 집이 블록 끝에 위치해서 나름대로 빛이 좀 들어와요. 다른 곳은 건물이 막아서 어두운 편이거든요.



왠지 두 분에겐 처음부터 집을 잘 꾸밀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을 것 같아요.
(민) 네, 저는 좋아하는 이미지를 수집하는 취미가 있어요. 틈날 때마다 이미지를 찾는 편이죠. 예를 들면, 친구와 약속이 있는데 그 친구가 좀 늦게 온다고 하면 핀터레스트에서 헤어스타일, 인테리어, 수납 등의 이미지를 찾아 카테고리에 맞게 정리해요. 그러다 오빠가 어느 부분에서 “아, 이런 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라고 하면 제가 딱 정리한 것을 보여주면서 해결합니다. 머릿속에 다 준비가 되어 있죠.
(영준) 그런데 이쪽은 자금을 생각하지 않는 편이어서 제가 타협을 하죠.(웃음) 완전 창과 방패예요. 저 신발장도 가성비에 타협해서 샀는데 사고 나니까 민이가 좋아하더라고요. 저희는 웬만하면 리퍼브 제품 refurbished product을 구매하고, 길 가다가 괜찮은 가구가 있으면 주워와요. 이 의자도 주웠고 침대 헤드도 주운 거예요.

타일 붙이기, 창문 닦기, 전구 교체 등 여러 과정이 있었을 텐데 그중에 가장 잊지 못할 작업은 뭐였어요?
(민) 재밌는 일은 가구를 채워놓는 과정이에요. 가구를 놓으면 분위기가 확확 바뀌어서 보는 재미가 있거든요. 제일 힘든 건 청소죠. 청소가 눈에 보이는 걸 쓸고 닦는 게 아니라, 숨어 있는 찌든 때까지 벗겨내야 하니까 정말 힘들더라고요.
(영준) 한번은 MBC에서 촬영한다고 해서 조명을 급하게 구입해 설치하려는데 도저히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철물점으로 달려가서 “아저씨, 저 좀 도와주세요. 얼마 드리면 되나요?”라고 하면서 모셔왔죠. 제가 했으면 12시간 걸릴 일을 30분 만에 해주셨어요. 역시 전문가시더라고요.

저 부엌 타일은 일부러 저렇게 한 거예요? 꼭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 같네요.
(영준) 사실 시트지를 떼려고 했는데 타일이 같이 후드득 떨어져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저렇게 됐어요. 친구들이 앤트러사이트 카페 같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이곳에서 지낸 지 이제 한 달이 좀 넘었는데, 살아보니 어떻던가요? 반지하의 장단점을 알려주세요.
(영준) 처음 여기 들어왔을 때 제습기가 없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돈을 많이 아끼는 스타일이지만 최신 제습기를 샀어요. 한 번 틀 때마다 물이 가득 차서 비우기 번거롭긴 하지만, 습기가 어느 정도 잡히니까 반지하의 치명적 단점도 사라지더라고요. 저는 지금도 수면 잠옷을 입고 자요. 반지하가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거든요. 하지만 이 집에서 풍경까지는 굳이 보지 않아요. 왜냐하면 밖에 나가서 보면 되니까.(웃음) 사람들이 들여다볼 수도 있어서 창문은 늘 닫아놓는 편이에요.

영화 <기생충>이 개봉하면서 반지하에 대한 언급이 많아요. 두 분, 영화 보셨나요?
(민) 네, 같이 봤어요. 저는 영화를 본 후에 서로가 서로에게 기생충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돈이 많든, 반지하에 살든, 특정 계층이 아닌 모두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몇몇 이들이 불편함을 느낀 게 아닐까 싶고요. 다들 내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보지만 사실 저 주인공이 나 자신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아이고, 말 잘하시네요. 저는 두 분이 체감하는 시선에 관한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왜냐하면 고시원이나 반지하에 산다고 하면 먼저 동정의 눈빛을 보내기도 하잖아요.
(민) 오빠는 그런 시선을 오히려 즐겨요. 사람들이 집에 놀러 오면 확연히 다른 반응을 보이거든요. 그 반전 매력!
(영준) 저보다 작은 평수에서 많은 월세를 내고 사는 친구가 많거든요. 그런데 집에 놀러 와서 “아, 반지하도 괜찮네?”, “나도 차라리 이런 데 구해볼걸” 하는 얘기를 하면 기분이 엄청 좋아요.



두 분의 긍정적 에너지가 집을 가꾸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민) 확실히 집을 구할 때 그 장점이 발휘됐어요. 이곳을 소개해준 부동산 사장님과 엄청 친해졌거든요. 저희가 살갑게 대하기도 하고 사장님이 재밌는 분이시거든요. 처음에 제가 더 깎아달라고 집주인한테 넌지시 말해주면 안 되냐고 물어보니까, 그런 거는 막 하면 안 되고 계획을 짜야 한다면서, 집주인을 만나기 30분 전에 저희와 만나 작전 아닌 작전까지 짰어요.
(영감) 이 집을 처음 봤을 때 싱크대든, 변기든 바꿔야 할 게 너무 많았어요. 그런데 주인이 집의 상태를 보고 진짜 아닌 것만 바꾸겠다는 식이어서 사장님과 힘을 합친 거죠. 그때 사장님이 “내가 봐도 그건 좀 아니구먼.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거잖아요~”라고 얘기해주셔서 원만히 해결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두 분, 주택청약저축에 가입했나요? 만약 가입하지 않았다면, 불안한 마음은 없는지 궁금해요. 요즘 제가 그렇거든요.
(민) 둘 다 안 들었어요. 집세가 너무 아까우니까 한번 해봐야 하나 싶기도 한데,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남들 다 해서 내 순서가 저~만큼 밀려나 있을 게 뻔한데 지금 하는 게 과연 의미가 있나? 차라리 그 돈 모아서 다른 거 하지!(웃음)



그냥 살 수도 있는데 힘들게 고치고 가꿨잖아요. 영준 님에게 이 집은 어떤 가치가 있나요?
(영준) 처음에 아는 형과 함께 살 때는 집이란 그냥 씻고 자는 정도의 가치였기 때문에 거의 밖에서 생활했어요. 회사에서도 몇 달 지내본 적도 있고요. 그런데 이번에 독립하면서부터 더러워도 내 집, 깨끗하게 유지해도 내 집, 그러니까 무얼 해도 온전히 내 집이라는 생각에 더욱 애착이 가더라고요. 제 물건을 놓고 싶은 위치에 둘 수 있다는 게 가장 즐겁고요. 그리고 보통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하는데 카페가 아닌 집에서도 깨끗한 환경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 확실히 집의 가치는 그곳에 사는 사람의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집 이외에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자산’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물질이 아니어도 좋고요.
(영준) 저는 긍정 에너지라고 생각해요. 사실 제가 미래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여서 지금까지 온 건 아니거든요. 방위산업체도 친구 어머니께서 권유했고, 편집숍, 동대문시장, 콘텐츠 팀에서도 누군가 제안해줬기 때문에 시작한 일이었죠. 저는 8월에 퇴사할 예정인데, 어떻게 보면 그게 제가 스스로 첫 번째로 선택한 결정이에요.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지금껏 사람들이 먼저 저를 찾아주고, 또 함께 즐겁게 일했으니 계속해서 긍정적인 마음을 지니고 좋아하는 일을 잘 해내려고 해요.

한 번쯤 ‘왜 나는 이런 환경의 집만 봐야 하지?’라는 생각을 해본 적 없어요? 해외의 청년 세입자들도 이러나 싶은 울적한 생각이 들 때요.
(민) 저희 자체가 있는 것에 만족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솔직히 이 나이에 아파트에 들어가서 살고 싶은 생각이 없을뿐더러 처음이니까 이런 집도 괜찮지 않나 싶어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거죠.
(영준) 제가 나라에서 대출받은 게 이율이 1.2%거든요. 그래서 개꿀이네 하면서 엄청 좋아했죠. 예전에 살던 집은 월세가 55만 원인데 이 집은 10만 원이니까요. 그런데 제가 퇴사를 하고 나면 중소기업 청년 대출에서 버팀목 대출로 변환되면서 이율이 2.4%가 돼요. 그래도 20만 원밖에 되지 않아요. 저처럼 우리나라에서 지원해주는 제도를 잘 찾아보고 혜택받을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 나라에 만족하는 편이에요.




Condi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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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다세대빌라 반지하 스리룸
면적 42.9㎡ (13평)
보증금  1억 원(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