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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늘, 거실에서 만나

Where We Can Be Connected

우리 오늘, 거실에서 만나

Editor.Jayeon Lee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33세, 31세, 30세, 31세, 32세 / 김덕수, 양다솜, 황지만, 정재훈, 정병우

개발자, 대학원생, IT 모빌리티, 자동차 엔지니어, 개발자


Conditions

지역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구조 다세대주택 투룸
면적  49㎡(15평)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60만 원

 

Room History

31세, 29세, 28세, 29세, 30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먹자골목 반지하(보증금 1000만 원, 월세 60만 원)

 

 

 

거실이나 응접실을 뜻하는 단어 ‘Parlor’는 ‘말하다’는 뜻의 프랑스어 ‘Parler’에서 파생했다고 한다. 말하는 행위는 결국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 오랜 시간 동안 거실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가늠하게 한다. 정자동 동네 친구 3명은 어느 날 공동의 거실을 꿈꿨다. 작은 원룸 생활은 공간적 여유를 찾기 힘들고, 일과 집만 반복하는 삶도 퍽퍽하게 느낀 탓이다. 친구들과 여념 없이 놀고 새로운 사람을 초대할 수 있는 곳, 아지트가 필요했다. 세 친구는 힘을 합해 멤버를 더 모집했고, 그렇게 총 8명의 친구가 모였다. 첫 아지트인 반지하방에서 2년간의 시즌 1을 마무리하고 지금은 넓은 창이 반기는 빌라에서 시즌 2를 이어가고 있다. 처음엔 인터뷰에 3명이 답해주기로 했는데 아뿔싸! 어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5명의 친구가 같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사람들을 불러 이야기를 나누는 언더살롱 거실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동네 친구들이 함께 공동의 공간을 꾸렸어요. 이곳을 아지트로 정한 기준은 무엇인가요?
(지만) 경제적 여건 다음으로 공간 접근성이 높은 곳으로 가자는 의견이 가장 많이 나왔어요. 퇴근하고 집으로 향하는 길목처럼 일상적인 이동 반경에 있으면 자주 올 테지만, 꼭 마음을 먹어야 오는 위치에 있으면 점점 부담스러워지니까요.
(다솜) 저희는 첫 아지트를 시즌 1이라고 불러요. 시즌 1 땐 반지하였는데, 상업 목적의 공간이라 원룸 형태로 따로 분리된 공간이 없었어요. 여름이면 습기도 많이 차고 관리할 게 많더라고요. 그래서 당시 언더살롱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공간 구획이 뚜렷한 곳으로 가자고 했어요.


모두의 거실이라 그런지 사람이 바글바글하네요. 살롱을 처음 만들 때 이 북적거림을 바라면서 시작한 거겠죠?
(다솜) 지금은 놀이터 문화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저희가 어릴 적에는 아파트 단지마다 친구들과 얼음땡이나 술래잡기를 하던 놀이터가 있었어요. 하지만 중·고등학교를 바쁘게 보내고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는 회사와 집만 오가는 일상이 반복되더라고요. 인간관계도 어느 수준 이상으로 더 깊어지지 않고 새로운 교류도 없이 고착된다는 생각이 들었죠. 가족, 직장 동료, 친구가 전부인 거예요. 그래서 다양한 사람과 교류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살롱을 계획한 거죠. 다시 놀이터 문화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자취하기 위해 집을 찾다 보면 거실이 얼마나 얻기 힘든 공간인지 알게 돼요. 거실 없는 생활이 아쉬워서 차라리 다 함께 나누자며 이곳을 찾았다고 들었어요.
(덕수) 저는 지방에서 올라와 원룸살이를 하는데, 작은 공간에서 혼자 밥 먹고 생활하는 게 한정적인 것 같았어요. 그런데 이곳에는 저희 집에 없는 넓은 거실이 있고 놀 거리가 많잖아요. 그래서 대신 만족감을 채울 수 있어요.
(병우) 저는 거실과 자는 공간, 일하는 공간을 구분했는데 거실이 있다 하더라도 집에서는 혼자잖아요. 그게 너무 외로웠어요. 하지만 언더살롱에 오면 누군가 있을 확률이 높고, 가볍게 이것저것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아요. 동네에 아는 사람이 늘어가는 느낌도 좋고요.



거실 없던 원룸 생활에서 벗어나 이제는 거실을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됐어요. 여느 공간과 다른, 거실만의 가치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다솜) 거실이라는 공간은 방에 흩어져 있던 가족이 모여서 이야기하고 음식을 나눠 먹는 곳이잖아요. 여기서도 동네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뭉치게 돼요. 모르는 사람들한테도 열려 있고요.
(지만) 거실이라는 공간을 저희가 만들었지만 딱 한 명의 주인이 있는 건 아니에요. 다 똑같은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주인이거든요. 서로 해보고 싶던 것을 하거나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도록 지지해줄 뿐이지, 거실에서 무조건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래서 우리의 거실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따로 또 같이’인 것 같아요. 무목적이어도 좋고, 다목적이어도 좋은 거죠.


일반 빌라는 거실, 침실, 부엌 정도로 구조가 나뉘어 있잖아요. 일관된 도면이 우리의 행동을 미리 정해놓는 느낌이에요. 언더살롱은 그에 비해 자유로운 공간 활용을 하고 있는데, 이 경험이 앞으로 ‘내가 살 집’을 구할 때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나요?
(다솜)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나한테 맞춰서 직접 선택하고 꾸려나가면 된다는 걸 경험한 것 같아요. 사실 집에 관한 일이라고 하면 전문가의 손을 빌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잖아요. 그런데 직접 집을 고르고, 공간을 구성하고, 시공도 그에 맞춰 해보면서 최소한 두려움은 없어졌어요. 해보니까 앞으로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거예요. 조금 덜 갖춰지고 부족한 집이더라도 ‘그럼 내가 하면 되지!’ 하는 태도를 지니게 됐어요.


지금 공간은 미디어 방, 거실, 작업실로 이루어져 있어요. 이 세 공간은 어떻게 꾸리게 되었나요?
(지만) 친구들 모두가 공간을 활용해서 무언가를 관람하는 걸 좋아해요. 넷플릭스나 유튜브, 영화 등 영상물을 보기 위해 미디어 방을 자연스럽게 만들게 됐죠. 그리고 IT 직군이 대부분이다 보니 컴퓨터로 이것저것 할 수 있는 작업실을 만들었어요.


특히 미디어 방이 가장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아요. 초고화질 영상과 입체적 음향으로 무비데이, 음감회, 철권 토너먼트 등을 진행한다고 했는데, 미디어 방의 기능을 가장 완벽하게 활용한 것은 언제라고 생각해요?
(덕수) 게임 타이틀이 나왔을 때, 저 방에서 안 나온 적이 있어요. 최장 52시간 정도.(웃음) 밤새워 빨리 끝내버리고 생업으로 돌아가야 하니까요. 화질이랑 음향이 정말 뛰어나서 게임을 하면 진짜 좋아요. 그때 게임 다 끝내고 유유히 리뷰도 올렸어요. 영화 좋아하는 친구들은 무비데이 때 평소 잘 안 보는 장르도 다 같이 감상하곤 해요.



회사가 근처에 있는 분은 언더살롱에서 숙식을 해결하기도 한다고요?
(병우) 저는 주말을 제외한 평일에는 모두 여기서 지내고 있어요. 소파나 카펫이 지저분해질까 봐 침낭을 쓰죠.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쓰는 공간이다 보니 집에서는 마음대로 방치하는 것을 여기서는 굉장히 신경 써서 치우게 돼요. 모든 멤버가 그래요. 다들 주인 의식이 있어서 유지가 잘되죠. 친구를 데리고 올 때에는 미리 말하고요. 어울려 지내지만 집과는 다르게 약간의 긴장감이 있어요. 그래서 집에서보다 설거지도 더 뽀득뽀득하게 하죠.


단순히 동네 친구뿐만 아니라, 언더살롱에 관심 있는 외부 사람도 편안하게 이곳을 찾을 수 있다고 들었어요. 어쩐지 ‘동네 친구’라는 선명한 관계 때문에 완전히 섞이기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요.
(재훈) 그건 누구든지 어떤 모임에 들어갈 때 맨 처음에 느끼는 감정일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는 새로운 분이 들어올 때마다 다 같이 밥과 술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해요. 다들 취미도, 관심사도 달라서 누구 한 명과는 꼭 겹치거든요. 교집합을 찾는 건 늘 재미있어요. 최근에 들어온 분도 저희와 공통된 관심사가 많아서 앞으로 더 친해질 것 같아요. 섞이기 어렵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그냥 물처럼 들어오시면 돼요.
(덕수) 크··· 마지막 말은 ‘술처럼’으로 바꿔도 좋을 것 같아요.


언더살롱에서 벌어지는 일이 꽤나 괴짜스러워요.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의 위스키 이론을 검증하고, 산티아고 순롓길을 다녀온 친구의 경험 공유회를 열고, 커피에 대해 잘 아는 친구의 커피학 개론 클래스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다솜) 위스키 파티는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이 12년산 위스키에 조미료를 살짝 가미하면 25~30년산 맛이 난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듣고서 ‘정말 그런지 증명해볼까?’ 하고 시작한 거였어요.
(병우) 아주 미묘하게 그런 맛이 나긴 했어요. 25~30년산보다는 약간 짰지만요.(웃음) 위스키에 미원을 조금 넣어요. 한 알갱이 정도. 그랬더니 맛이 바로 변하더라고요. 그때 마침 지만이가 해외에 있었는데 “그럼 내가 30년산을 사갈 테니 비교해보자!”고 했어요. 각자 회사에 소문을 내서 동료를 와글와글 데려왔죠. 그렇게 20명 정도가 모였어요. 아예 PPT 발표를 만들어서 위스키 설명회 시간도 갖고요. 1시간 만에 다들 정신이 나갔죠. 취해서.



이런 기획은 어떻게 짜는지 궁금해요. 서로 오래 알아왔기 때문에 가능한 걸까요?
(지만) 기획이라는 게 무색할 만큼 술 마시다가 “이거 하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그럼 해봐!” 하면서 대부분 시작해요. 가장 큰 촉매 요인이라면 직접 실행할 공간이 있고, 함께할 사람이 있다는 것일 거예요. 가장 많은 노력이 들어갔던 건 재즈 공연이었어요. 악기를 옮기고, 섭외를 하고, 음향 기기도 설치해야 했거든요. 가장 힘이 많이 들어간 이벤트였죠. 이런 것 외에도 “육회를 직접 썰어 먹어볼까?” 하면 즉시 진행하고요, “참치를 사서 직접 해동시켜 먹으면 맛있대!” 하면 또 주문하는 식이에요.


심지어 ‘코드로 시 써보기’라는 백일장 대회를 열기도 했어요. 코드를 언어로 받아들이는 태도라니! 신선한 아이디어를 주고받을 때 서로 지키려는 원칙이 있나요?
(지만) 마인드 세팅 자체가 누가 뭘 하고 싶다고 할 때 ‘그걸 왜 해?’라는 이야기를 안 해요. 처음에는 즐거운 일을 계획하면서 한 달에 한 번 같은 기한을 정해두었어요. 그런데 모두의 체력이 다 똑같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피로한 사람들한테는 의무감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그럼 더 이상 재미있지가 않은 거죠. 그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타인을 만족시키는 행사를 하기보다는 우리가 즐거운 것을 하자고 결론 내렸어요.


예술에 관해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고 했어요. 그런데 이곳의 적지 않은 친구들이 엔지니어와 개발자로 일하고 있더라고요. ‘공대생’과 ‘미술’, 보편적으로 친하지 않다는 오해를 가장 많이 받는 단어이기도 해요.
(재훈) 예전에 어떤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기술만 있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고, 기술과 사람 그리고 예술이 있어야 비로소 쓸모 있는 것이 된다고요.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를 떠올리면, 사람을 생각하는 훌륭한 기술을 예술적으로 표현했잖아요. 자신의 언어로 세상에 표현을 하는 게 예술인 거죠. 저희는 공대 언어를 배웠고 그것을 활용해 이야기하려다 보니 공대생과 미술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것 같아요.



거실에는 커다란 LP판과 플레이어가 크게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요. 그런데 공간은 물리적 한계가 있잖아요. 만약 내 취향에 맞지 않는 무언가를 다른 친구가 들여오면 어떻게 되나요?
(덕수) 저기 있는 나무 화분을 들여왔을 때 그랬어요. “못 키워!”, “벌레 생긴다!” 이런 말만 있었는데, 그럴 땐 그냥 무시해요.(웃음) 사실 모두에게 경제적 지분이 있다 보니까 자기가 조금씩 더 신경 쓰는 구역이 있거든요. 그래서 크게 뭐라고 하진 않아요.
(지만) 2명씩 구역 할당을 두었어요. 큰 반대가 없을 경우엔 그대로 진행하는 편이고요. 사실 의사 결정에서 모두가 동등한 한 표를 갖고 있다 보니까 의견이 갈릴 때 하나의 답을 내기가 쉽지 않아요. 공간 할당을 둔 것도 원만한 해결을 위한 거죠.


이러한 취미와 취향이 결합하면서 관심사가 확장될 때, 개인적 삶에는 어떤 영향을 주나요?
(다솜) 저는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자동차 부품 관련 일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언더살롱에서 여러 개발자 친구를 만나고, 그들의 다양한 일과 취미를 접하면서 개발 관련 분야 대학원에 갔어요. 언더살롱의 다양한 활동과 교류가 아니었으면 쉽게 도전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제 삶에 큰 변화가 생긴 거죠.
(병우) 코딩에 관심 있는 개발자들이랑 비트코인을 묶어서 해커톤(Hackathon)처럼 밤새 ‘자동 거래 비트코인봇 만들기 대회’를 연 적이 있어요. 서로 완전히 다른 분야인데 이렇게 섞여 새로운 것이 나오는 것을 보면 다양한 사람과 교류한다는 것 자체가 창작의 시작이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직장 생활을 하는 지금이 제일 안정적인 것 같아요. 입시부터 취업 준비, 신입 사원 시기까지 굉장히 바쁘게 흘러갔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여러분이 재미있게 노는 걸 보니 학창 시절에 놀지 못한 한을 푸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다솜) 누구에게나 제3의 공간이 필요해요. 집이 제1의 공간, 직장이 제2의 공간이라면 놀이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이곳이 제3의 공간인 셈이죠. 외국에는 꼬마 아이들에게 트리 하우스나 다락방 같은 아지트가 많이 있는데, 소년 같은 저희한테도 여전히 그런 습성이 남아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욕망을 공간으로 현실화한 거죠.
(병우) 저도 좀 그런 것 같아요. 고등학교, 대학교, 취업까지 쉬지 않고 달려오기만 했거든요.
(덕수) 네가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거실을 갖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그러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조언해줄 수 있나요?
(지만) 여기로 오세요. 저희가 상 다 깔아놨어요.(웃음)
(다솜) 언더살롱에 놀러 오면 “저도 이런 공간을 해보고 싶어서 와봤는데, 정말 해볼 만할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요. 실제로 하는 사람도 있고요. 보통 3명 이상이 모이면 바로 추진하는 것 같더라고요. 월 10만~15만 원 선에서 맞출 수 있는 공간을 찾고, 같은 뜻을 지닌 실행력 빠른 친구들을 모으면 할 수 있어요.


언더살롱의 이야기를 언더살롱 위키, 유튜브, 블로그 등으로 아카이빙하고 있어요. 이렇게 기록을 남기는 이유가 궁금해요.
(다솜) 기록하지 않으면 언젠가 까먹고 말 테니까요. 오늘의 순간들을 남겨놓으면 우리 모두의 유산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젊은 시절, 이곳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놀고 머물렀는지 그대로 간직할 수 있어요. 기억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있었는지도 모르고 지나갈 즐거움이 사실 일상에는 많잖아요. 이 맥락을 이어가기 위해 누군가는 반드시 기록을 해야 해요.
(지만) 그래서 여기에 방명록도 있어요. 꼭 써주세요.



Conditions

지역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구조 다세대주택 투룸
면적  49㎡(15평)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60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