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dmark wordmark

logo logo

먹방 왜 해요?

What Is The Purpose of a Mukbang?

먹방 왜 해요?

Editor.Hyemin Lee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33세 / 박지혜

디자이너, 유튜브 ‘Tasty Vegan Life’ 운영자


Conditions

지역 서울시 성북구 안암동
구조 아파트 투룸
면적  49.5㎡(약 15평)
매매가 1억 원 중반대

 

Room History

28세 충북 청주시 1.5룸(전세 보증금 3500만 원)
29세 충북 청주시 아파트 25평(보증금 1000만 원, 월세 60만 원)
31세 서울시 성북구 아파트 15평(매매 1억 원 중반대)

 

 

박지혜와 나는 동갑이다. 인터뷰를 위해 사전 조사를 하다가, 그녀가 예전에 그렸다는 일상 웹툰을 보고 깜짝 놀랐다. 먹는 걸 무척 좋아하며, 불규칙한 식습관으로 뱃살과 장염이 생겼고, 밤늦게까지 깨어 있으며,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고, 하고 싶은 걸 성실히 해나가는 편이지만 가끔 자신 없어 하는 모습까지··· 나와 너무도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과거의 박지혜였다. 비건 요리와 먹방 영상을 찍는 유튜버 ‘초식마녀’가 된 박지혜는 내가 보기에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자신을 위해 요리할 줄 알며, 여전히 잘 먹지만 채식을 하고, 심지어 그걸 즐길 줄 아는 사람. 수줍게 꺼내는 말과 눈빛에서는 어딘지 모를 건강함과 여유도 느낄 수 있었다. 웹툰을 그린 지 1년 정도 지났을 뿐인데, 마치 이휘재의 <인생극장>에서 어느 날 갑자기 결정적 선택을 한 사람처럼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바꿔놓은 걸까? 변화를 가능케 한 선택이 문득 궁금해졌다.



비건이 된 건 언제부터예요? 머리로 알고 마음이 있어도 스스로에게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시작하기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비건을 결심한 건 2019년 2월 중순이에요. 결정적 한 방은 다큐멘터리였지만, 그게 유일한 계기는 아니에요. 언젠가 개 식용 이슈로 인터넷이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어요. 흔한 레퍼토리죠. 소, 돼지, 닭은 먹으면서 왜 개만 안 되냐···. 저도 반려동물을 키우니까 개 식용 반대를 외치면서도 왜 다른 동물은 먹어도 되는지에 대해선 스스로도 납득할 만한 이유를 못 찾겠더라고요. 다 똑같은 동물인데. 언젠간 채식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러다 어느 주말 <카우스피라시>와 <자본의 밥상>이라는 두 편의 다큐를 연달아 보고 갑자기 눈물이 났어요. 그때 더는 미룰 수 없겠다는 결심이 섰어요.

채식 이전에는 주로 어떤 식생활을 했나요?
먹는 걸 워낙 좋아하거든요. ‘어른 돼서 짱 좋아. 먹고 싶은 거 맘껏 먹을 수 있잖아’ 같은 생각을 할 정도로 가리지 않고 잘 먹었어요. 매운 거나 기름진 거 좋아하고, 야식은 매일같이, 인스턴트도 달고 살고. 고기도 살코기는 물론 내장이나 닭발 같은 것도 잘 먹었어요.

그렇게 먹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었는데, 비건을 시작하고 힘들지 않았나요? 먹지 못하는 음식이 많아지는 거잖아요.
그게 생각보다 문제가 되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오히려 저는 비건 하고 나서 먹는 즐거움이 훨씬 더 커졌어요. 예전에는 먹을 때 그 순간은 즐거운데 먹고 나면 꼭 기분이 좋지 않았거든요. 속이 더부룩하고 괜히 먹었다며 후회하고. 그게 단순히 제 식습관이 좋지 않아서라고 생각했는데, 비건을 하고 나니까 밤늦게 실컷 먹어도 속이나 마음이 편안한 거죠. 오히려 식사의 만족도가 높아진 거예요. 먹을 때는 맛있어서 즐겁고, 먹고 나서도 기분이 계속 좋으니까. 지금이야말로 저만의 ‘미식 끝판왕’을 찾았다는 느낌이에요.

그 즐거움이 영상에서 느껴져요. 정말 맛있게, 은근히 많이 드시더라고요.(웃음) 비건이라고 하면 뭔가 절제하는 이미지였는데, 보면서 그게 좀 깨졌어요. 비건도 이렇게 맛있게 해 먹을 수 있고, 즐겁게 할 수 있구나 싶어서요.
맞아요. 저는 채식보다 소식이 어렵더라고요. (웃음) 비건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그런 비건 스테레오타입을 깨고 싶다는 생각도 한 것 같아요. 금욕적이고 엄격하며 극단적인 게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은 거죠. 이게 비건식이라서가 아니라, 이 요리 자체가 맛있어 보여서 누군가가 동물성 재료 없이 한 끼라도 해 먹어볼 수 있다면 너무 좋겠어요.

근데 영상에서도 본인이 좀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종종 말하잖아요. 문득 유튜브는 어떻게 하게 된 건지도 궁금하네요.
주변 사람들이 제가 만화로 레시피 올리는 걸 보고 유튜브를 해보라고 그러더라고요. 사실 예전 같았으면 유튜브 같은 건 절대 했을 리가 없는 사람이었거든요. 굳이 나서지 않는 성격이었고, 남들이 하겠지 하며 미루는 타입이었는데, 이것도 비건을 하면서 좀 달라진 것 같아요. 움직이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아서 그런가? 뭐든 미루지 않고 자발적으로 하게 돼요. 유튜브도 그래서 미루지 않고 바로 시작했고요.



내가 먹는 장면을 생중계할 때는 어떤 기분이에요?
요즘 먹방을 찍으면서 이게 ‘사회적인 혼밥’ 같다는 생각을 해요. 저는 10여 년 전부터 혼밥을 해서 특별히 외롭다고 느껴본 적은 없거든요. 오히려 다른 사람들과 식사하기 위해 스케줄, 메뉴, 먹는 속도 등을 맞추는 게 은근히 스트레스이던 사람이라서요. 근데 채널을 시작하고 먹방을 찍다 보니 처음엔 휴대폰 카메라를 쳐다보고 말하는 게 정말 어색했는데, 신기하게도 먹을 때만큼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먹는 행위에 집중하더라고요. 편안하게 혼밥을 하면서도 댓글로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사회적인 식사 모임이 생긴 거죠.

혹시 다른 사람의 먹방을 보기도 하나요?
사실 제가 유튜브 자체를 거의 본 적이 없는 상태로 유튜브를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기존의 먹방 채널에 대해서는 잘 몰랐어요. 대신 새로운 음식에 대한 정보나 요리사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주로 봤어요. 저는 접하지 못하던 미식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느낌이 좋아서 본 것 같아요.

사실 기존의 먹방 콘텐츠들은 지혜 님의 먹방과는 상반된 분위기가 많죠. 지혜 님의 먹방은 사람들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다른 먹방 채널을 많이 본 적은 없어서 잘 모르지만, 많이 먹는 것을 찬미하는 듯한 대식가 먹방은 비건이 되기 전에도 시청하지 않는 쪽이었어요. 한 사람의 식탁 위에 너무 많은 희생이 전시된 것은 보기 힘들더라고요. 반대로 최근에 박막례 할머니가 과일과 국수를 드시는 영상을 봤거든요. 누군가를 상처 주지 않는 방식으로 재미를 주면서도 맛있게 드시는 모습이 편안해서 보기 좋더라고요. 제 먹방도 그런 느낌을 줄 수 있다면 좋겠어요.



일반 요리 유튜버처럼 번듯하게 잘 갖춘 주방에서 하는 요리가 아니라, 소박하고 작은 ‘현실 주방’에서 뚝딱뚝딱 만들어 먹는다는 것도 관심이 가는 포인트였어요. 실제로 보니까 요리를 자주 하는 것치곤 정말 간소한 주방이네요.
별거 없죠. 사실 요리라는 게 자주 하면 오히려 거창한 게 필요 없는 거 같아요. 그리고 채식을 하니까 요리 과정이 더 간단해지더라고요. 동물성 재료가 없다 보니 냉장고를 관리하기도 더 쉽고, 고기나 생선을 썬 도마나 칼은 따로 관리하거나 잘 씻어줘야 하는데 그런 과정도 없어졌으니까요.

집에서 요리하면서 냉장고 풍경도 달라졌을 것 같아요. 제 냉장고에는 부모님에게서 얻어온 반찬이 20%, 반조리 식품이 70%,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재료들이 10% 정도인데요, 지혜 님은 어떤가요?
맞아요. 제 냉장고도 예전엔 그랬는데, 듣고 보니 요리를 하면서 크게 바뀐 점이 냉장고에 뭐가 있는지 구석구석 알게 된 거네요. 그래야 낭비 없이 요리하게 되니까요. 어떤 식재료가 어디에 있고 언제까지 써야 하는지를 파악하게 됐지요. 채식하면서 동물성 재료가 없다 보니 관리하기 쉬워진 것도 있고요.

요즘엔 집에서 거의 취사 자체를 안 하는 사람도 많잖아요. 지혜 님도 예전에는 요리를 자주 하지 않다가, ‘요리하는 공간’으로서 집을 활용하면서 어떤 점이 달라졌을지 궁금해요.
이 집이 50년 된 낡은 아파트이긴 하지만, 아침엔 부엌 쪽으로 빛이 들고 오후엔 거실 쪽으로 노을이 져서 예쁘고, 전망도 좋은 편이에요.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인데, 요리를 하고 나서 집이 더 집다워진 거 같아요. 채식을 하다 보니 비린내 같은 건 날 일이 없고, 볶거나 굽는 냄새 정도잖아요. 그런 음식 냄새가 풍기는 게 썩 나쁘지 않더라고요. 음식 냄새가 집에 온기를 더하는 느낌이에요.

유튜브에 공유하는 요리들이 쉽고 또 창의적인 것 같아요. 레시피에 대한 힌트는 어디서 얻는 편이에요?
저는 <냉장고를 부탁해>처럼 그날 있는 재료를 보고 영감을 얻어요. 배추 하나 샀는데 어제는 전을 해 먹었다면, 오늘은 또 뭔가 다른 걸 해 먹고 싶잖아요. 그러다 보니 창의적으로 먹는 방법을 생각해내게 된 거고요. 그래서 자주 하는 게 ‘자투리 채소국’이라고 남은 채소 다 넣고 끓이는 맑은국인데, 채소만 들어가도 국물이 시원하고 맛있다는 걸 알게 해준 레시피예요.

회사에도 도시락을 싸서 다니잖아요. 저처럼 일반식으로 밥 한 끼 해 먹는 것조차 힘든 사람에겐 도시락까지 싸서 다닌다는 게 정말 쉽지 않거든요. 또 점심시간에 혼자 도시락을 먹는 게 외로울 것 같기도 하고요.
도시락 메뉴는 주로 평소 먹는 것처럼 밥과 반찬을 싸니까 괜찮아요. 면을 좋아해서 파스타도 싸는 경우도 있는데 생각보다 잘 안 붇더라고요. 샌드위치나 랩 종류를 싸 가기도 하고요. 사실 식사 시간을 사람들과 같이 못 보내는 게 약간 외롭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시기가 저도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공장식 축사 안에 있는 동물들을 떠올렸어요. 그런 걸 생각하면 저의 이런 답답함은 되게 사소하게 느껴져 그냥 극복되는 것 같아요.



영상에선 남편분이 거의 보이지 않지만, 결혼도 했잖아요. 남편분도 비건인지 궁금했어요. 저도 얼마 전부터 일주일 중 하루만 채식데이를 해보고 있는데, 같이 사는 동거인이 영 협조적이지 않네요.(웃음)
남편이 직업 특성상 늦게 귀가하다 보니 식사를 자주 함께 하진 못하지만, 남편도 채식을 지향하고 있어요. 원래 저보다 더 동물 애호가라서 비건을 하고 싶어 하지만, 조직 생활을 하다 보니 완전히 실천하긴 어려운가 봐요. 아직 같이 하지 못하는 것에 미안해하고 응원해주는 쪽이라 고맙죠.

저는 커피를 안 마시거든요. 일로 누군가를 만날 때 일반적으로 커피를 많이 마시는데 저만 다른 걸 시켜달라고 해야 할 때 유별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비건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느낌일까요?
맞아요. 저도 채식 전에 제일 망설인 게 그런 거였던 것 같아요. 내가 유별난 사람, 튀는 사람이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뭐가 대수라고 망설였을까 싶어요. 제가 원래 뒤를 잘 돌아보지 않는 스타일이라서 후회를 잘 안 하는데요, 비건을 늦게 시작한 건 인생에 유일하게 후회스러운 일이에요.

뻔한 질문이긴 하지만, 비건식으로 바꾸고 나서 어떤 게 좋아졌나요? 채식만 하면 오히려 건강에 안 좋고 힘이 없다는 얘기도 있잖아요.
몰랐는데 제가 만성 변비였더라고요. 3일에 한 번 화장실에 갔는데, 채식하고 나선 매일 화장실에 가고 그렇게 쾌변을 해요.(웃음) 또 피부 고민이 많았는데 예전보다 피부도 머릿결도 좋아지고, 아까도 얘기했지만 잠을 조금만 자도 그다지 피곤하지 않고 전반적으로 에너지가 많아졌어요. 아, 제일 신기한 건 생리 색도 맑아지고 생리통도 사라진 거?



요가와 주짓수도 한다면서요. 주짓수는 강도가 센 운동 같은데 채식과 함께 하기에 어떤가요?
시너지가 엄청나죠. 운동은 사실 30대가 넘어가면서 살려고 하는 거였는데.(웃음) 1년 넘게 꾸준히 했는데도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근데 채식을 하고 나서 눈에 띄게 좋아진 부분이 생기더라고요. 요가 같은 경우는 예전보다 몸이 부드러워졌다는 얘길 듣고요. 주짓수는 예전에 대회 나가려고 식단 관리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살이 정말 안 빠졌거든요. 원래 잘 안 빠지는 체질이겠거니 했는데, 채식하고 나니까 일부러 빼려는 게 아닌데도 몸이 슬림해지는 거예요. 몸의 셰이프가 정리되는 느낌이랄까요? 제 몸의 변화를 스스로 보는 것도 너무 재밌어요.

이 정도면 거의 만병통치약인데요?(웃음) 듣다 보니 비건으로 산다는 것이 단순히 식생활의 변화가 아니라, 삶을 좀 더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구성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건 저도 기대하지 않은 변화인데, 비건을 하고 확실히 제가 제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전에는 뭘 먹어도, 뭘 입거나 써도 상관이 없었어요. 제 취향이나 주관이 확고한 게 없으니까 친구들과 외식 약속을 잡을 때도 “난 상관없으니 너희 먹고 싶은 거 먹자”고 항상 선택권을 넘겼거든요. 지금은 제가 적극적으로 제안해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생긴 것 같아요. 무기력하게 부유하듯 떠다니던 삶이, 비건을 선택하면서 비로소 뿌리를 내린 느낌이랄까요? 몸도 마음도 지금만큼 좋았던 적이 없어요.



Conditions

지역 서울시 성북구 안암동
구조 아파트 투룸
면적  49.5㎡(약 15평)
매매가 1억 원 중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