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dmark wordmark

logo logo

하루종일 폰만 보고 뭐 하냐고요?

What Are You Doing All Day Looking at Your Phone?

하루종일 폰만 보고 뭐 하냐고요?

Writer. Seunghee Lee / Illustrator.Subin Yang Article / essay


얼마 전 많은 사람이 모니터 앞으로 모여들었다.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유튜브 라이브 공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무관객 생중계로 진행됐는데,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묵묵히 시청할 거란 예상과 달리 온라인의 반응은 활기찼다. 관중은 박수를 치는 대신 댓글로 교감하며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달랬다. 각자의 방 안에서 하나의 공연으로 연결되었다는 이유 때문인지 공연장에 있을 때보다 더욱 풍성한 기분이 들었다. 이번 라이브 공연이 보여주듯, 때로는 기술이 감성을 더 북돋을 때가 있다. 아니, 우리는 기술로 감성과 취향을 만들어내는 시대에 살고 있다.


여행을 떠나서도 기술을 통해 다각도의 감상법을 터득할 수 있다. 여행지에서 ‘자전거 타기’를 필수로 꼽는 나에게 3년 전 상하이 여행은 여전히 특별하게 남아 있다. (지금은 사라진) ‘OFO’는 QR 코드를 찍어 자전거를 마음껏 타는 자전거 공유 서비스다. 당시 상하이 곳곳을 이 ‘OFO’ 앱 하나로 누비고 다니니 마치 게임 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친구들과 목적지를 정하면 앱으로 자전거를 찾아 타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지금은 한국에도 공유 자전거와 전동 킥보드가 보편화됐지만 당시에는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자전거를 이용하는 서비스가 우리에겐 낯설고 신기하기만 했다. 이방인으로서 도시를 이렇게 깊숙이 경험할 수 있다니. 핸드폰은 자전거 열쇠가 되었고, 도시 전체는 앱에 연동됐다. 우리 여행에는 어떤 경계도 없어 보였고, 그렇게 여행의 방식이 조금씩 확장되었다.


이 확장을 이해하는 방식은 미디어 속 장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 번은 증강현실(AR) 게임을 소재로 한 드라마 <알함브라의 궁전>을 본 적이 있는데, 이 드라마가 무척 흥미로웠던 지점은 주인공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무기를 장착할 때마다 레벨 업이 된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마주한 현실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아이패드 프로가 처음 나왔을 때 고민의 수렁에 빠진 적이 있었다. 갖고 싶은 마음과 별개로 그림을 그리지 않는 내게 이게 진짜 필요한 이유가 딱히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친구가 말했다. “이 아이패드를 새로운 무기라고 생각해. 너라는 사람을 레벨 업시켜줄 거야.”


그래, 아이패드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이 기술을 경험해본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 나뉠 뿐이다. 새로운 경험은 낯섦만큼의 시야를 넓혀준다. 과거의 감각과 현재의 감각이 있을 때, 나는 과거의 감각에만 머물러 있고 싶지 않다. 새로운 기술을 빌려 미래의 감각을 만들어나가는 경험을 쌓고 싶기 때문이다. 내 안에 기술로써 살아 있는 감각을 가지고 골라 써먹을 수 있다니, 이토록 멋진 일이 있을까. ‘그림을 그리지 않는 내가 아이패드를 사도 될까?’라고 나 자신에게 건넨 질문은 곧 ‘나의 능력치를 상승시켜줄 무기가 될 거야’라는 대답으로 이어졌다. 나에게 새로운 기술은 곧 든든한 나의 무기다.




 누군가 치열하게 고민해서 진보한 기술을 내놓는다면, 나는 그 기술을 빠르게 취득해 나의 무기로 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것이 비로소 나만의 취향을 완성해줄 테니 말이다. 이건 기술과 기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기기 안에 담긴 세계관과 신념, 가치관이 나의 것과 합쳐지면서 새로운 생각을 만들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페이스북’을 켜서 시사와 이슈를 확인하고, 블로그에 나의 일상을 기록한다. ‘인스타그램’으로는 주변 사람들의 일상을 마주하는데, 이제 내 이웃사촌은 실제로 내 옆집에 사는 사람들이 아닌 ‘인스타그램’ 속에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SNS 친구들에게 안부를 건네고, 건강을 챙기기 위해 ‘배달의민족’으로 샐러드를 주문한다. 저녁으로 간단하게 먹을 것은 ‘배달의민족 B마트’로 장을 보고 ‘청소연구소’에 집 청소를 맡긴 뒤, ‘카카오 택시’를 타고 친구를 만나러 간다. 가끔씩 택시를 많이 탔다고 ‘뱅크샐러드’한테 혼나기도 하지만, 공부에는 돈을 아끼지 말자는 마음으로 ‘클래스101’의 재테크 강연도 듣는다. 자기 전엔 ‘리디셀렉트’로 책을 읽으면서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한다.


내 일상에 자리 잡은 기술은 나라는 사람을 다양한 축으로 넓히고 있다. 생활 루틴에서부터 문화적 경험, 취향까지 돌이켜보면 참 많이도 바뀌었다. 덕후로서 삶은 또 어떻고.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로서 경험한 ‘방방콘’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방방콘’은 집에서 만나는 방탄소년단 콘서트로 코로나19 때문에 오프라인 공연을 할 수 없던 방탄소년단이 집에서 보고 즐기는 라이프 콘서트를 개최한 것이다. 전 세계에서 라이브로 방영한 공연은 무려 75만 명이 동시 접속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일반 라이브 방송 정도로만 기대했는데, 실제 콘서트처럼 다각도에서 볼 수 있는 멀티뷰 스트리밍 시스템은 물론 콘서트 현장처럼 실시간으로 무대와 연동한 응원봉의 색깔이 계속해서 변하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의 도래에서 비롯한 문제와 결핍은 또 다른 기술의 진보를 만들었고, 인간은 그 안에서 또 다른 문화를 형성했다. 콘텐츠는 그릇을 가리지 않는다. 다양한 기술과 기기로 새로운 삶의 형태를 다시 완성하면 될 뿐이다.



스마트폰을 많이 보는 사람에게 ‘팽팽 논다’고 표현하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왜 이렇게 폰만 봐?”,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건 위험한 거야”라는 의문을 제기한다면 이제는 “당연한 거 아니야?”라고 답해보자. 우리는 이미 실제 현실과 기기 속 현실을 자유롭게 왕래하고 유영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나는 마케터로서 스마트폰 하나로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지 더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영감 노트’ 계정에 무수한 영감의 순간을 기록하고, ‘두낫띵클럽’ 프로젝트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말하는 동안에도 스마트폰을 통해 사람들과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친밀해진 이들이 오프라인의 출판물과 모임과 전시로 서로를 반길 때, 비로소 기술로써 많은 사람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느꼈다.


나는 어디선가 들었던 말을 노트 한쪽에 적어놓았다. “창의성이란, 관계 없어 보이는 것을 연결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일상의 다양한 새로운 기술을 경험하는 것으로 우리는 서로에게 연결될 수 있고, 이 연결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확장으로 이어질 때 결국 저마다의 크리에이티브가 완성되는 것이다. 기술로 잇는 크리에이티브의 생활화. 이건 특별한 누군가에게만 주어진 역량이 아닌, 내 하루의 기본이고 오늘날 내게 주어진 일이기도 하다.








이승희

일로 표현할 땐 ‘마케터’로, 행동으로 말하고 싶을 땐 ‘기록하는 사람’으로,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을 땐 ‘인스타그래머, 블로거, 유튜버’로 소개한다. 지금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백수 듀오 ‘두낫띵클럽(donothingclub)’의 클럽장이다. <인스타하러 도쿄 온 건 아닙니다만>, <여행의 물건들>,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와 <기록의 쓸모>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