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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키운 해시태그, 무럭무럭 잘한다

Well-grown hashtags do very well!

잘 키운 해시태그, 무럭무럭 잘한다

Editor.Seohyung Jo Article / skill

‘#’를 활용해 자신의 공간을 야무지게 브랜딩하는 해시태그 재배자를 <디렉토리> 역대 인터뷰이 중 찾아보았다. 그들이 해시태그를 키우는 원리는 다음과 같다. 공간에 이름을 붙이고, 이름을 해시태그로 묶는다. 게시물이 쌓이고 영향력이 자란다.







#찬빈네집


@dripcopyrider

인터뷰 참여 호: 1호 ‘어느 세입자의 그린라이트’ 박찬빈


박찬빈이 말하는 찬빈네집의 대표 컬러는 옥상과 같은 초록, 정체성은 ‘1970년대에 지은 1980년대 음악을 듣는 1990년대생이 사는 집’이다. 해시태그 #찬빈네집의 아이덴티티는 그가 이사한 집을 익숙한 물건으로 공간을 채우면서, 손님이 올 때마다 방 청소를 하면서, 《찬빈네집》이라는 책을 쓰면서, 집에 새로 들인 아이템에 관한 이야기를 글로 옮기면서 단단해져왔다.

<디렉토리> 매거진 인터뷰 당시 위워크의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하던 그는 지금 공유 주거 플랫폼 ‘맹그로브’의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하며, ‘밑미’에서 나다운 공간을 찾는 온라인 리추얼을 진행한다. 해시태그를 내세워 활동했기에 지금은 #찬빈의집 피드에 집 관련 게시물과 함께 책 인증, 리추얼 후기가 섞여 있다. 






Tip
‘#찬빈이네’가 아니다. ‘#찬빈이집’도 아니다. 한 번 비틀어 ‘#찬빈네집’이다. 해시태그 검색을 했을 때, 피드에 다른 집이 먼저 둥지를 틀고 있다면 박찬빈처럼 글자를 조금 바꿔보는 것이 좋다. 내 것이라는 이름표를 붙이면 브랜딩이 한결 수월해진다.

Editor’s Advice
박찬빈은 ‘#찬빈네집’을 제외한 나머지 해시태그를 주로 댓글 아래에 숨겨둔다. 해시태그는 게시물에 바로 달거나 댓글에 달거나 같은 효용성이 있다. 박찬빈이 선택한 방법은 댓글에 이모티콘 하나를 남기고, 그 아래에 ‘#드립커피’, ‘#빈티지가구’, ‘#길냥이’처럼 자잘한 해시태그를 달아놓는 식. 너저분하게 해시태그가 늘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일을 방지하고, 잘 관리하는 계정처럼 보이게 한다. 단, 댓글은 수정할 수 없다.






#예진_자취방



@yejinmoon_
인터뷰 참여 호: 8호 ‘기록으로 만난 두 번째 오늘’ 문예진


‘#예진자취방’에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지만, 문예진이 느껴진다. 방금까지 외투를 벗어 의자에 걸고, 귤을 까 먹고, 일기를 끄적이고,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을 그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예진자취방’의 사진들은 양초를 밝히거나 자연광을 활용해 은은한 분위기를 낸다. 푸릇푸릇한 나무 잎사귀와 자연을 프린트한 패브릭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도 특징이다.


최근 예진은 ‘Oth,’라는 브랜드를 론칭해 ‘#예진_자취방’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반짝이는 한강의 윤슬이나 스위스의 눈 덮인 산처럼 평소 그의 방에 걸려 있던 이미지를 포스터와 인센스 스틱으로 만들었는데, 금세 모든 상품이 매진되었다. 해시태그를 타고 찾아온 사람들이 예진이 연출한 방처럼 공간 디렉팅이나 사진 작업을 요청해오기도 한다.



Tip
남에게 어떤 이미지로 보이고 싶은가? 나의 해시태그는 곧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각인하는 수단이 된다. 문예진은 정해둔 몇 개의 해시태그를 통해 좋아하는 자연 풍경을 꾸준히 노출했다. ‘#예진여행’에서 푸른 바다와 우거진 숲을 찍어 올렸다면, ‘#예진자취방’에서는 자연이 담긴 이미지를 액자와 침구, 포스터로 보여주는 식이다. 그가 활용한 밑줄 문자, 언더바는 한결같은 취향을 드러내기에 좋다. 방, 여행, 사무실을 넘어 읽은 책, 만난 사람, 먹은 음식, 방문한 공간까지 모두 엮을 수 있는 확장성을 지니고 있다.





#융지트


@alohayoon
인터뷰 참여 호: 8호 ‘성실하고 느슨한 반복’ 정혜윤


정혜윤 역시 이름의 한 글자를 딴 별명인 ‘융’을 활용해 해시태그를 만들었다. 그에게 집은 주거 공간인 동시에 피아노를 치고, 글을 쓰고, 칵테일을 만들며 각종 취미 활동을 하는 아지트이기도 하기에 찰떡같이 ‘#융지트’란 이름이 붙었다.

관심 가는 일도, 좋아하는 일도 여러 갈래인 혜윤이 모든 일을 하기 위해 선택한 것은 루틴이다. 흩어진 관심사를 돌아가면서 반복하고, 그런 삶을 하나의 해시태그 ‘#융지트’가 아우르고 있다.




Tip
나의 게시물을 좋아할 것 같은 타깃에게 ‘#융지트’가 가닿을 수 있도록 정혜윤은 종종 해시태그를 추가한다. #원룸인테리어, #인디펜던트워커, #박쥐란, #랩걸 같은 해시태그는 인테리어를 고민 중이거나, 프리랜서로 일하거나, 어떤 식물을 키우거나, 같은 책을 읽은 사람을 끌어 모은다. 간단하게 3개 정도의 해시태그부터 사진 속 식물 이름을 10개까지 나열하기도 한다.


Editor’s Advice
해시태그가 많을수록 사람들이 날 찾을 수 있는 문이 늘어나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복잡한 알고리즘에 따르면 해시태그를 3개만 쓰더라도 내게 맞는 걸 쓰는 게 효율적이다. 내게 맞는 해시태그는 두 가지 스텝을 거쳐 찾아볼 수 있다. 하나는 게시물에 맞는 카테고리를 이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규모에 맞추는 것이다. 정혜윤의 경우 ‘#집스타그램’보다는 ‘#플랜테리어’를, 그보다는 ‘#박쥐란’을 선택해 사용하는 것을 보면 이해하기 쉽다.






#하우숭


@2tnnd
인터뷰 참여 호: 1호 ‘하우숭으로 오세요’ 이승희


관점에 따라 여러 개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는 이승희는 해시태그도 넉넉하게 가졌다. 승희라는 이름의 가운데 글자를 따 만든 별명 ‘숭’에 단어를 붙여 만든 각종 해시태그는 다음과 같다. 집 이야기는 #하우숭, 수집하는 빈티지 컵에는 #숭컵, 책을 새로 들여 책장의 라인업이 바뀔 때면 #숭책방, 친구가 차를 마시러 왔을 땐 #숭다방, 음식을 먹을 땐 #숭식당 같은 식이다.


이승희는 주인의 취향이 느껴지는 공간을 좋아한다. ‘하우숭’을 방문한 사람들 역시 숭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길 바라며 집을 꾸몄다. 그런 공간에 친구들이 방문해 “와, 집이 숭 같아!”라고 말해주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초대받은 손님이 사용할 컵과 먹을 메뉴를 고르고, 책장을 구경하고, 방명록을 작성하는 과정은 위의 해시태그들을 통해 볼 수 있다.




Tip
‘하우숭’은 해시태그에 이어 위치 태그로도 찾아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매장이나 공공 기관 같은 곳에 달리는 해시태그를 집에 달아둔 것이다. 위치 태그로 방문자 기록을 모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한강 근처의 ‘하우숭’ 위치도 파악할 수 있다. 친구 집이 지도상에 정식 등록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재미있다. 위치 태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별도의 등록 과정을 거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검색창에 ‘위치태그 등록하는 법’을 검색해보자.





#움직이는방의이야기



@movingroom
인터뷰 참여 호: 6호 ‘수진이의 움직이는 방’ 김수진


방 청소와 정리를 좋아하는 김수진은 자기 방의 구석구석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다. 또한 향수 위치부터 가구의 각도까지 방 안의 구조를 자주 바꿔가며 산다. 세심하게 방의 변화를 주도하는 수진만이 찍을 수 있는, 철저하게 계산된 분위기의 사진들이 ‘#움직이는방의이야기’에 업로드된다.


평소에 브랜딩에 관심이 많은 김수진은 이름이 주는 힘을 알고 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친구가 만들어준 별명 ‘움직이는 방’을 놓치지 않았다. 관심사인 공간을 말하기에도, 구조가 바뀔 때마다 이야기를 풀기에도 ‘movingroom’이란 아이디와 ‘#움직이는방의이야기’라는 해시태그의 조합은 아주 좋다. 이젠 오프라인에서도 수진 대신 ‘무빙룸’이라 부르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Tip
나만 알 수 있는 알파벳 조합보다 남들이 읽고 이해하기 쉬운 아이디가 좋다. 초등학교 때부터 써서 손에 익었다는 이유로 기괴한 아이디를 그대로 쓰고 있다면 지금 당장 버리는 게 좋다. 브랜드 이름 하나 짓는다고 생각하고 신중히 아이디를 만들어보자. 그런 다음엔 아이디와 연결되는 해시태그를 고민해보자. 이것이야말로 뉴 노멀 시대 브랜딩의 일거양득이다.


Editor’s Advice
콘텐츠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은 게시물이 훌륭하다고 판단한다. 콘텐츠 참여도는 댓글, 좋아요, 저장, 공유, 그리고 머문 시간 등으로 판단하는데, 김수진은 종종 인상깊었던 책의 구절을 옮겨 적는 것으로 참여도를 이끌어낸다. 방 안 제품에 브랜드를 태그한다거나 읽을거리가 있는 정보성 콘텐츠는 저장이나 공유로 이어지기도 쉽다.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은 콘텐츠는 곧 더 멀리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