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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숭'으로 오세요

Welcome to ‘Housoong’

'하우숭'으로 오세요

Editor.Shohyun Park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이승희

32세 / 배달의민족 마케터


Conditions

지역 서울시 송파구 문정동
구조 오피스텔
면적 약 26.8㎡(8평)
보증금 1억7000만 원(전세)

Room History

20세 대전시 갈마동 3층 원룸, 10평, 보증금 500만 원, 월세 48만 원
23세 대전시 갈마동 2층 원룸, 10평, 보증금 300만 원, 월세 40만 원
27세 서울시 송파구 송파동 5층 원룸, 5평, 보증금 200만 원, 월세 40만 원
31세 서울시 송파구 문정동 오피스텔 8평, 전세 보증금 1억7000만 원

따스한 햇살이 가득 내리쬐는 통창 아래 블루투스 스피커에서는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직접 만든 나무 의자와 친구들의 손 편지, 열심히 모은 빈티지 유리컵, 아기자기한 일러스트 메뉴판,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화면들. 어느 날은 카페가 되고, 어느 날은 책방이 되고, 또 어느 날은 심야 식당으로 변신하는 작은 실험실 같은 집으로 초대받았다. ‘다섯 글자로 말해요, 방명록’까지 적고 작은 원룸을 나서면서 인생을 한없이 재미있게 사는 그녀가 부러울 지경이었다.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배달의민족’ 마케터 이승희(a.k.a 숭)입니다. 빠른 변화를 주도하고 항상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IT 분야에서 일하지만, 새로운 것보다 그 자리에서 묵묵히 시간을 견뎌온 오래된 것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승희 씨의 취향은 3개의 인스타그램 계정(@lovebrander, @ins.note, @___usedproject) 조합으로 엿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각각 어떤 관점으로 나누어 관리하나요?
게시물을 가장 자주 올리는 ‘@lovebrander’ 계정은 개인적 일상을 오롯이 담아내요. 제 삶을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죠. 두 번째 ‘@ins.note’ 계정은 일상에서 순간순간 수집한 영감들을 놓치지 않고 기록하기 위해 만들었어요. 이를테면 기발한 디자인 제품이나 인상적인 메뉴판이나 영수증, 예쁜 명함 같은 거 말이에요. 기록하지 않으면 금방 잊거든요. 마지막으로 ‘@___usedproject’ 계정은 오래된 것에 대해 이야기해요. 사실 처음에는 쓰던 중고품을 팔아보려고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팔 게 없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지금은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 손때 묵은 오래된 것을 소개하는 계정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계정의 교집합으로 승희 씨를 추측했더니, 이토록 열정적인 사람의 집은 어떨까 궁금했어요.
이전 집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집에 있는 시간보다 밖에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았어요. 그래서 이 집은 ‘내가 머물고 싶은 공간을 만들자’를 목표로 꾸미고자 했어요. 자주 가는 독립 책방이나 식당, 카페처럼요. 그렇게 집을 매개 삼아 해보고 싶은 것을 마음껏 펼쳐보고 있어요. 별명이 ‘숭’이다 보니 지인들이 ‘하우숭’이란 이름까지 지어주었는데요, 집에 관한 이야기는 ‘#하우숭’이라는 해시태그로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어요.

하우숭 태그 사진을 보니 많은 친구가 집에 모여 있던데, 승희 씨에게 집은 사랑방 같은 존재인가요?
지금은 그런 셈이죠.(웃음) 늘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곤 했는데, 공간을 꾸민 후부터는 주로 약속 장소를 하우숭으로 잡아요.

타인을 집에 초대하는 일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많아요. 집도 완벽하게 깨끗해야 하고, 멋져야 할 것 같고요. 이렇게 개인 공간을 ‘활동 공간’으로 만들면 어떤 점이 좋고, 또 어떤 점을 감수해야 할까요?
감수해야 할 건 아무래도 자금이죠. 밖에서 만나는 것보다 돈이 더 들어요. 장을 봐서 음식을 만들거나, 배달 음식을 주문해도 비용이 발생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점이 더 많아요. 청소를 게을리하는 사람인데, 손님을 맞이하려면 집을 치워야 하니까 부지런히 움직이게 되고요. 집이라는 공간의 속성과 낮은 조도에서 깊은 대화가 나온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물론 제게 부담스러운 타인은 초대하지 않아요.



그간 승희 씨가 거쳐간 집들이 궁금해지네요.
대학생이 되면서 독립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풀 옵션, 베란다가 있는 신축빌라 원룸에서 살았어요. 그러다 회사에 취직하면서 회사 근처 송파구 시세를 알아봤는데 너무나 비싼 거예요! 집을 구하는 동안 아는 언니 집에서 신세 지면서 2호선 ‘지옥철’을 경험하고 났더니, 어떻게든 걸어서 출퇴근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싶었죠. 그렇게 예산에 맞춰 구한 고시텔 5층 원룸은 도배는 말끔하게 되어 있었지만, 옆에서 샤워하는 소리부터 대화, 알람까지 공유할 만큼 소음과 안전에 취약했어요. 요즘 고시텔이 아니라, 옛날 고시원 분위기라 전혀 관리가 안 됐거든요. 웃통 벗고 다니는 아저씨들이 실내에서 피우는 담배 연기에 불이 날까 무서웠을 정도로요. 4년을 그곳에서 살다가 이곳으로 이사했어요.

우리는 살 집을 여러 곳 비교해보고 고르잖아요. 집은 일생일대의 쇼핑이기도 하니까요. 이 집을 택할 때 어떤 점을 가장 고민했고, 또 가장 끌린 점은 무엇이었나요?
여행할 때 주로 에어비앤비를 이용하곤 해요. 선택할 땐 ‘빛이 잘 들어오는 큰 창문이 있는가?’가 제일 중요했어요. 날씨에 영향을 잘 받는 사람이라 빛이 무엇보다도 중요했거든요. 그래서 빛이 잘 들어오는 큰 창문이 있는 집을 우선순위로 알아봤고, ‘예산상 가장 넓은 평수인가?’를 살폈어요. 워낙 잡다하게 모으는 걸 좋아해서 짐이 많았거든요. 전에 살던 집에서 느낀 보안 문제도 중요했고요.

가장 어려웠던 난관은 무엇이었나요? 제 경우는 부동산 중개인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예상치 못하게 깨달았거든요.
큰돈이 오가는 일이잖아요. 서류를 꼼꼼하게 살피고 싶어서 등기부등본을 요청했는데, 중개인 말로는 신축 건물의 입주자라 그런 서류는 없다고 하더라고요. 여기저기 알아봐도 긴가민가 찜찜했고요. 이렇게 좋은 매물은 빨리 빠지니까 얼른 결정하라는 말도 떨떠름한 기분을 가중시켰지요. 도장을 찍으면서도 불안했죠.

주택 시장에서 2030 세대는 을의 입장에 서게 되잖아요. 한국은 청년 주거난 문제가 꽤 심각한 나라예요. 관련 뉴스를 볼 때 어떤 생각이 드나요? ‘와, 이건 진짜 아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 뉴스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서울의 첫 집이 결코 안전하거나 포근한 느낌이 아니었으니까 분명히 그런 문제를 피부로 느꼈지만, 정작 그러한 시사 뉴스나 정책에선 한발 물러나 있었던 것 같아요. 갑자기 참담한 기분이 드네요.

한번 눈뜨면 또 새로운 세상이 보이는 법이니까요.(웃음) 집을 마련할 땐 금전적 부분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자금은 어떻게 준비했는지도 궁금해요.
모아놓은 돈이 있긴 했지만, 원하는 집을 얻기 위해선 보증금과 관리비가 어마어마하더라고요. 나머지는 전세 대출과 신용 대출을 섞어 ‘은행’님에게 빌렸어요. 다행히 주거래 은행과 신용을 잘 쌓은 회사를 열심히 다녀서 보탬이 되었어요. 이 기회를 빌려 회사에 감사 인사를 드려야겠네요!

‘보증금’이란 단어를 들을 때 가장 먼저 연상되는 말을 꼽아본다면요?
나에게 보증금은 ‘빚’이다. 빚으로 통창이 주는 빛을 산 셈이죠.(웃음)

은혜로운 빛이지만 빚에 대한 부담감이 없을 순 없죠.
맞아요. 일이 재미있을 땐 별생각 없지만, 쉽게 휴직이나 이직을 생각 할 순 없어요. 꼬박꼬박 내야 할 이자의 압박이 장난 아니니까요. 돌이켜보니 예상치 못한 일도 겪었어요. 대출을 받았더니 갑자기 예고도 없이 신용카드의 한도가 낮아졌거든요. 전세 대출 관련 서류를 카드사에 보내준 다음에야 한도가 복구되더라고요. 처음에는 잘 몰라서 당황한 기억이 나네요.

고민해서 고른 이 집에서 살아보니 어때요?
통창을 찾아서 이곳에 왔는데,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던 터라 손댈 수 없는 신축이란 점은 좀 아쉬웠어요. 대신 보안이 탄탄해요. 신축 건물 특유의 깨끗하게 갖춘 내부도 너무나 좋고, 해가 지면 야경도 멋지고요. 주변은 영화관부터 대형 프랜차이즈 편의 시설을 갖춘 복합 주거 지역이라 살기 편해요. 그런데 차가운 백색 도시처럼 삭막한 감은 있어요. 조깅을 좋아해서 집 근처를 뛰다 보면 미로에 갇힌 기분이 들거든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라면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어요. 자연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지요. 나중엔 나무가 많은 자연 속에서 살고 싶어요.


책장의 책들이 색깔별로 꽂혀 있는 걸 보고 재미있다고 느꼈어요. 냉장고를 열면 주스들이 일렬종대로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이처럼 내 공간은 이래야 한다는 개인의 철학이 있나요?
친한 동생이 휴대폰의 앱 정리를 색깔별로 한 것을 보고 ‘재밌다’라고 생각했는데, 그때의 기억이 무의식 중에 남아 있었나 봐요. 평소 서점에 가면 ‘왜 책은 늘 분야별로 나뉘어 있는가?’ 생각했거든요. 책장을 본 손님들이 즐거워하는 반응을 보고 더 놀랐어요. 사실 집을 어떻게 꾸밀지에 대한 고민은 집을 구하는 과정보다 더 어려웠어요. 집을 꾸미는 것도 결국 자기소개를 하는 것과 같아서 내 생각이 곧게 서 있지 않으면 이상한 집이 만들어지거든요.

승희 씨의 취향이 듬뿍 담긴 공간은 어디인가요?
나름 가장 최신식 디지털 제품이 놓인 책장 위요.(웃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턴테이블과 스피커, 영화를 볼 수 있는 빔 프로젝터가 있는 곳이거든요. 음악과 영화를 한 번에 누리게 해주는 고마운 공간이죠.

공간을 채우는 물건 중 애정을 갖는 베스트 3를 꼽아본다면요?
첫째는 커다란 원형 테이블이에요. 이전에는 제대로 된 식탁이 없이 침대에서 식사하곤 했어요. 배달의민족에서 일하면 셰프를 만나고 레시피를 다룰 기회가 많아서 자연히 요리에 눈을 뜨게 돼요. 요리를 해서 대접하는 과정도 좋잖아요. 중심이 되는 이 테이블이 소중하죠. 그다음으로 회사 이사님께서 공간에서 조명등과 스피커가 정말 중요하니 예산과 타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전해 듣고, 큰마음 먹고 제네바 블루투스 스피커를 샀어요. 소리에 예민하지 않은 ‘막귀’지만, 하루의 시작과 끝을 풍요롭게 매만져준다는 기분이 들어 정이 깊게 들었어요. 이것저것 버리지 않고 모으길 좋아하는데, 그중 하나가 카페 할 거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수집하는 빈티지 유리컵이에요. 빨간색 플라스틱 컵 케이스와 컵들은 일본 플리마켓에서 반해서 기내에 조심조심 공들여 싣고 왔죠.



플랫폼 배달의민족은 남다른 캐릭터를 지닌 브랜드라 생각해요. 영감을 얻기 위해 집에서 무얼 하는지도 궁금해요.
영감을 얻기 위해 특별히 집에서 하는 일은 없어요. 매일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차분한 마음으로 정리하는 정도죠. 밤에 조명등 하나 켜놓고 의자에 앉아서 다이어리를 정리하거나, 글을 쓸 때 가장 행복해요.

마케터의 영감을 뾰족하게 벼르는 승희 씨만의 방법이 있나요?
평소 기록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영감 노트’라 부르는 저만의 노트에 자잘자잘한 기록을 많이 남겨요. 그리고 필요한 순간마다 노트를 들춰보며 기록들을 써먹어요. 예를 들어 어떤 전시회에서 티켓을 나눠주는 사람의 행동이 인상 깊었다면 나중에 배달의민족 행사에서 우리만의 방식으로 적용해보는 거죠. 그렇게 받은 영감을 저만의 시선 또는 브랜드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면서 영감을 가다듬으려 노력해요.

책꽂이에 꽂혀 있는 ‘영감 노트’ 수가 꽤 되는걸요?
프라이탁 커버에 작은 노트들을 끼워 다니면서 쓴 지 꽤 됐어요. 인스타그램 @ins.note도 계정도 비슷한 의미예요. 전 이렇게 영감을 수집하고 기록하는 게 참 재밌더라고요. 이게 더 모이면 책으로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블로그에 올린 프로젝트 ‘목요일의 글쓰기’도 재미있어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유병욱 작가의 책 «생각의 기쁨»에서, 긴 글을 잘 써야 짧은 글도 임팩트 있게 쓸 수 있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어요. SNS의 짧은 글에만 익숙하던 요즘이었거든요. 이 취지에 함께하는 친구 3명이 카페에 모여 시작했어요. 주제는 없고 각자 두 문단 이상의 글을 쓰고 ‘#목요일의글쓰기’ 해시태그를 달아 블로그나 브런치 게시판에 공유하는 거예요. 오프라인에선 지인을 통해 알음알음 모인 21명이 시간이 가능한 목요일에 모여요. 온라인으로만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서로 비평은 하지 않고 아카이브하듯 모아놓는데, 1년 반이 넘어가니까 벌써 700여 건이나 모였어요. 1주년 때는 모여서 티셔츠도 만들어 입고, 저마다 쓴 우수한 문장들을 뽑기도 했죠. 결과물이 모이니까 뿌듯해요.

목공예 취미도 인상 깊었는데요, 이 의자도 직접 만든 건가요?
맞아요! 몰두할 취미를 찾다가 자연스레 나무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한창 집을 꾸밀 때라 의자에 대한 관심도 커서 스툴에서 시작해 영감 노트 책꽂이, 커피 드립 스탠드를 만들었지요.


반짝이는 승희 씨의 눈을 보니 열정도 전염되는 기분이에요. 지치지 않나요? 파워풀한 실행력을 지닌 사람은 집에서도 늘어져 있지 않을 것 같아요.
지치지 않느냐는 소리 많이 들어요.(웃음) 그때그때 재미있는 것을 하길 좋아해요.

하우숭에서 벌어질 다음 계획도 기대되네요!
현실에 충실하자는 타입이라 먼 미래를 가늠해두진 않지만요, 조금 더 많은 작업을 펼칠 제대로 된 작업실로 만들고 싶어요. 뭐든지 시작할 땐 장비가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새로운 컴퓨터를 들이고 싶네요.(웃음)

‘기승전 구매’ 공식은 익숙해요.(웃음) 승희 씨 이후 만날 다음 <디렉토리> 매거진 인터뷰이에게 궁금한 질문이 있을까요? 그 질문을 승희 씨에게 대입해 찾아본다면요?
“본인의 공간에서 가장 사진을 찍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요?”를 묻고 싶어요. 제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서 이 질문을 해봤어요. 저는 빛이 들어오는 큰 창과 테이블이 제일 좋거든요.

마지막으로 집은 승희 씨에게 어떤 의미이고, 또 어떤 공간이 되길 바라는지로 끝맺을게요.
나의 또 다른 자아예요. 제가 매일 살고 있는 이 집이 저를 똑 닮은 공간이길 바라요. 이 공간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와, 숭 같아!”라는 말을 해주곤 하는데, 전 그 말이 제일 듣기 좋더라고요.


Conditions

지역 서울시 송파구 문정동
구조 오피스텔
면적 약 26.8㎡(8평)
보증금 1억7000만 원(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