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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더 다양한 출근 루틴이 필요합니다

We need more diverse commuting routines

우리에겐 더 다양한 출근 루틴이 필요합니다

Editor.Jayeon Lee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서소령 / 33세

루트임팩트 디자이너


Conditions

지역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구조 오피스텔 투룸
면적  36m²(10평)
보증금 2억원 대(전세)

 

Room History

 

서소령을 처음 만난 건 우리가 함께 머무는 공유 오피스에서였다. 그는 항상 보더콜리와 함께 출근했는데, 이 둘이 지나다닐 때마다 사람들의 앓는 소리가 발자국처럼 새겨졌다. 나도 그중 한 명으로 이 콤비를 보고 있자니 문득 동반 출근을 가능케 한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미뤄 짐작해보자면 아마도 펫 프렌들리를 지향하는 사내 문화 덕분이 아닐까 싶었다. 어떤 의식은 개인의 의지 이전에 제도와 정책으로 더욱 자유롭게 시도된다. 그저 상상에 불과했던 일이 펫 프렌들리 문화를 만나면서 현실이 된 것이다. 소령과 콜리가 늘 환영받는 이 공간에선 출근길이 언제나 맑음이다.

     

      

      


콜리라는 이름이 신기해요. 견종이 ‘보더콜리’라서 지은 이름인가요?
이름에 관한 사연이 있어요. 콜리는 아버지가 가족들과 상의 없이 무작정 데려온 친구였거든요. 독단적 결정이었죠. 아직도 그날 아침이 생생히 기억나요. 눈을 떴더니 인형 같은 애가 굴러다니는 거예요. 일단 강아지가 우리 집에 왔다는 사실에 첫 번째 충격을 받았고요, 보더콜리라는 종은 운동량이 어마어마한데 이게 충족 안 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에 두 번째 충격을 받았어요. 저희는 개를 키울 준비가 안 돼 있었거든요. 그래서 한동안 콜리에게 누구도 이름을 지어주지 못했어요. 이름을 지어주면 정말 같이 살게 될까 봐서요. 그래서 보더콜리의 마지막 두 자를 따서 “콜리야, 콜리야” 하고 부르던 게 이름으로 자리 잡은 거죠.


지금은 어때요?
가족 모두 완전히 빠져들었죠. 콜며들었어요.(웃음) 모든 것을 기꺼이 감내할 정도로요. 비록 콜리를 처음 맞이할 때 아버지가 우리 세대만큼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크진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콜리에게 시간을 들이고 내 삶을 거기에 맞춰 바꿔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11평 정도의 자취집에서 콜리가 답답해하진 않나요? 무려 양치기 개잖아요.
온종일 있으면 답답할 순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콜리에게도 집은 그냥 쉬는 곳이에요. 함께 출근하다 보니 이제 공간 분리가 됐죠. 매일 두 시간 정도 나가서 뛰고 오거든요.


반려동물이 함께하기 때문에 집 안의 풍경도 달라졌을 것 같아요.
개린이 시절은 다 끝나서 이제 괜찮은데, 어렸을 적 본가에선 그랬어요. 다 물어 뜯고 박살내니까.(웃음) 원래는 상 펴놓고 밥을 먹었거든요. 나중엔 철제 다리로 된 식탁을 샀죠. 서랍장과 수납장은 귀신같이 알고 다 헤집어놔서 고리도 걸어놨었어요. 나이 먹고 많이 점잖아진 거예요.


이사 올 때 어려움은 없었나요? 반려동물을 키울 때 중요한 화두이기도 하잖아요.
계약 전에 집주인에게 말했더니 쿨하게 받아주셨어요. 전 세입자 분은 새를 키우던 부부였어요. 집을 보러 갔더니 그분 어깨에 새 한 마리가 앉아 있는 거예요. 안방에는 침대만 한 새장이 있고요. 너무 새롭고 충격적인 풍경이었는데, 그때 ‘여기 괜찮은 곳이구나’ 했죠. 성수동이 지리적으로 서울숲, 중랑천, 한강이 모두 가까워서 강아지를 키우는 분들이 많아요. 그게 동네 문화에 기여를 한 것 같아요. 이웃들이 적당히 무심한 덕에 어려움은 없는 편이죠.

       


매일 콜리와 함께 출근하고 있어요. 다른 직장인과 비교하면 출근 풍경이 어떤가요?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아요. 굳이 꼽아보자면 아침에 콜리한테 목줄을 달아주는 정도? 외출 배변에 필요한 용품은 전부 목줄에 달려 있어서 챙길 게 그리 많지는 않아요. 아침에 착착착 준비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했거든요. 제가 워낙 잘 까먹다 보니, 전에는 물건을 두고 나와서 다시 돌아가느라 체력적•감정적 소모가 컸어요. 그 뒤론 아무 생각 없이도 바로 나갈 수 있도록 환경을 잘 조성해뒀죠. 아, 비 오면 우비를 입히는 것도 좀 다르겠네요.


집에서 회사까지 걸어서 15분이면 되는 거리를 조금 더 둘러서 30분 정도 산책을 한다고 들었어요. 회사에 오기 전 미리 콜리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걸까요?
그렇죠. 회사 앞에 운동장이 하나 있거든요. 초기엔 거기서 만날 30분씩 뛰고 왔어요. 그런데 30분으로 힘이 빠질 친구가 아니어서 오히려 텐션이 오르더라고요. 나중에 숲길로 경로를 바꾼 건 너무 장난감을 쫓아가는 놀이에만 빠지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어요. 실제로 강아지는 걷고, 냄새 맡고, 바람 쐬고, 물에 들어가는 것처럼 오감을 쓰는 것으로도 에너지가 풀린대요. 체력을 쓰는 것만 자꾸 하면 거기에 너무 매몰돼서 소소한 즐거움을 못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보더콜리는 쉽게 흥분해서 더 주의해야 한대요.


24시간을 붙어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반려동물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 것 같아요.
콜리를 처음 키울 땐 온 세상이 저에게 벽을 세운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아무 데도 들어갈 수 없었거든요. 산책할 땐 눈치에 내몰려 구석이나 작은 공간에서 뛰어놀게 했어요. 이미 목줄을 맸는데 “목줄 매세요!” 하고 가버리는 사람도 있었어요. “개랑 걸을 거면 저 안 보이는 쪽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분도 있었고요. 서운하더라고요. 비단 강아지만의 이야기는 아니에요. 도시는 아이, 장애인, 노인에게도 프렌들리하지 않아요. 표준 중심 사회에선 표준 인간만 편한 거죠.

      

     


정말 중요한 관점이에요. 그렇다면 나 홀로 출근과 비교할 때 동반 출근길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주변을 더 둘러보게 됐어요. 출근길도 매번 똑같은 모습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계절 내내 달라요. 콜리가 아니었다면 절대 인지할 수 없던 풍경이죠. 그걸 마주하는 순간 느끼는 여유도 좋아요. 본가에서는 한 번도 이사를 가지 않고 한자리에서 30년 넘게 살았거든요. 그런데 거기서 보낸 30년보다 콜리와 살게 된 2년 동안 그 주변을 더 잘 돌아본 것 같아요.


사실 반려동물 동반 출근이 단순히 하고 싶다고 모두가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회사에서 허용해야 가능한 거잖아요. 소령 님도 콜리와 출근하기 위해 근무지를 바꾸었다고 들었어요.
2017년부터 헤이그라운드 성수 시작점에서 근무했어요. 거기는 반려동물이 출입할 수 없었죠. 그런데 콜리를 막 키우기 시작할 때 서울숲점을 오픈했어요. 높은 확률로 펫 프렌들리 공간이 될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근무지를 바꿔달라고 요청했죠. 콜리와 함께 출근할 수 있는 게 펫 프렌들리 제도 덕분이라면, 15분 거리를 30분으로 늘려서 여유롭게 출근할 수 있는 건 자율출근제 덕분이에요. 회사가 어떤 규율을 정하느냐에 따라 저의 출근 루틴이나 출근 풍경이 완전히 달라진 거죠.


콜리의 입사라니, 그 과정이 수월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콜리가 사무실이라는 공간을 힘들어했어요. 적응하는 데 꽤 걸렸죠. 3개월 정도? 평소 낯을 안 가리는 편이거든요. 그런데도 새로운 공간과 사람들한테 익숙해지는 게 어려웠던 것 같아요. 제가 조금이라도 안 보이면 낑낑거리면서 요구성 짖음을 반복하거나, 가만히 있다가도 돌진하고 그랬거든요. 지금은 굉장히 좋아졌어요. 차분해졌죠.


그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어요?
시간이 필요해요. 적응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거죠. 콜리도 그랬지만 회사 사람들도 힘들어했어요. 콜리가 익숙해져야 하는 만큼 직원들도 콜리한테 익숙해져야 하니까요. 직접 부대껴보니 불편함이 생각보다 훨씬 많더라고요. 저는 사무실 안쪽 자리인데 문 앞에서 계속 짖으니까 문 쪽 직원들은 얼마나 불편했겠어요. 가장 큰 문제는 해결 방법이 딱히 없었다는 거예요. 그렇다 보니 직원들도 저한테 무언가를 요구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서로 눈치만 보는 상황이 이어졌죠. 그래도 계속해서 반려동물을 데려오는 걸 모든 직원이 동의해주었어요.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회사 구성원 모두가 어느 정도 어려움을 감내해준 거죠. 감사해요.

         


계속 책임감을 안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네요.
그랬죠. 불편함이 구체화되고, 모르는 사람에게도 걸핏하면 사과를 하게 되면서 이런 게 책임이구나 싶더라고요. 그 상황에서 비롯한 부자유가 약간은 무거웠던 것 같아요. 그때 하루는 아이를 키우는 직원이 “산후 우울증이랑 너무 똑같은데?” 하는 거예요. 제가 콜리 문제에 얽매여서 이도 저도 못 했거든요. 그렇다고 동반 출근을 포기할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회사도 그 문제를 같이 인지했나요? 나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네, 많이 챙겨주셨어요. 인사팀에서 면담도 여러 차례 하고요. 회사 차원에서 펫 프렌들리를 지향하는 만큼 제도적으로 보완할 점은 없는지 많이 물어봐주더라고요. 콜리가 첫 번째 사례거든요. 직원들이 차마 말하지 못하고 있을 때 자칫하면 속으로만 곪고 건강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잖아요. 그때 다 같이 조율하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도와주셨어요.


동료들의 태도도 굉장히 중요하네요.
맞아요. 콜리한테 점점 애정이 생기면서 혼자 공부하는 분들도 있어요. 유튜브로 강형욱 씨 동영상을 보셨다는 분도 있어요. 지식 백과에서 보더콜리에 대한 자료를 읽었다는 분도 계시고요.


저는 처음에 매번 다른 사람이 데리고 다녀서 콜리 주인이 누군지 몰랐어요.
너무 감사한 일이죠. 콜리도 돌아다니며도 콧바람을 쐴 수 있어서 좋아해요. 저도 잠시 혼자 있을 수 있고요.(웃음)

       


펫 프렌들리 기업이 늘고 있다지만 그렇지 않은 환경이 더 많아요. 회사에서 반려동물을 홈캠으로 그저 지켜봐야만 하는 반려인에게 조언할 말씀이 있다면요?
사실 반려동물을 홀로 너무 오래두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애초에 들이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런 상황이 부득이하게 벌어진다면 최선을 다해서 혼자 있지 않도록 해야겠죠. 가족, 친구, 회사 구성원이나 관련 서비스까지 도움을 요청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하루에 한 번 이상 함께 산책하면 더 좋고요. 둘만의 일상적인 의식을 만드는 거죠.


수평적인 기업 문화를 반대하는 사람도 많아요. 일의 효율성이 우선인데 늦게 출근하고, 사무실 밖에서 일하고, 강아지도 데려온다면서요.
아, 일 안 하고 노는 것처럼 비춰지고요? 자칫하면 그럴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자유롭게 일할 수 있음’이 하나의 규율이 되니까 그 자체에서 책임감을 갖게 돼요. 나 스스로 더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찾게 되거든요. 틀이 있어 거기에 맞추는 것과 틀이 없는데 맞추는 건 완전히 달라요. 더 자유롭게 근무하되 최선의 결과물을 보일 수 있는 방법을 알아서 고민해야 하거든요.


그럼 소령 님도 스스로의 방법을 만들었겠네요.
콜리와 출근하는 게 업무의 비효율로 이어지지 않게 하려고 저만의 루틴을 만들었죠. 일어나서 출근 준비하고 9시 반쯤 집을 나서는데, 30분 정도 콜리랑 쭉 산책을 해요. 그리고 10시부터 7시까지 근무를 해요. 퇴근길에는 못 다한 산책을 마저 하고요. 집에 돌아가선 콜리랑 같이 밥 먹고 양치하고 털도 빗겨주죠.


펫 프렌들리 공간에서 콜리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어디예요?
옥상 아닐까요? 헤이그라운드는 코워킹 스페이스거든요. 다른 입주사의 직원들이 데려온 반려동물도 많이 만날 수 있어요. 일명 개판이죠.(웃음) 점심시간이 되면 강아지 데리고 식사하러 오시는 분도 많아요. 나름의 규칙도 있고요. 아, 그리고 모두의 화장실요. 젠더리스 화장실이면서 반려동물까지 입장 가능한 곳이에요. 모든 인간 그리고 동물까지도 환영하는 곳이라 그 상징성이 크죠.


마지막으로 콜리의 일상을 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계정을 알려주세요.
@Colleymolly를 검색해주세요!




Conditions

지역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구조 오피스텔 투룸
면적  36m²(10평)
보증금 2억원 대(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