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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집은 과정 중에 있다

We Are in the Process

우리의 집은 과정 중에 있다

Editor.Hyuna Lee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28세 / 백성현

예비 목수


Conditions

지역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구조 상가건물 옥탑방
면적 20㎡ (6평)
보증금 200만 원
월세 25만 원

 

Room History

 

백성현은 스물여섯에 처음으로 독립했다. 그는 반지하가 지겨웠다고 말했다. 그 말을 느리게 꺼낼 때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집에서 나온 그는 마음껏 고칠 수 있는 작은 옥탑방을 구해 페인트를 칠하고, 가구를 만들고, 보이지 않는 곳까지 쓸고 닦았다. 마치 누군가에게 새 옷을 입히듯이. 잘 꾸민 카페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의 옥탑방을 둘러보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썼다던 오래된 스탠드가 눈에 들어왔다. 스탠드를 받치는 것 역시 그 시절의 유화 가방이었다. 그때 문득 그가 자신이 지나온 공간들과 화해하는 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백성현은 앞으로 어떤 공간에서 살까? 모르긴 몰라도 인생에서 거치게 될 수많은 집 중 이 옥탑방이 중요한 지점이 될 것은 분명했다.



입주할 당시에는 학생이라고 들었는데, 지금은 어떤 일을 하나요?
대학교 4학년이던 2017년에 이 방을 구했어요. 그 후에는 취업을 해서 건축설계 사무소에서 1년 일하다가 성향에 잘 맞지 않아서 퇴사했고요. 지금은 목공을 배우면서 개인 사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풀타임으로 일하지 않아서 직업을 어떻게 적어야 할지 모르겠네요.(웃음)

목공을 배우게 된 이유가 궁금하네요. 이 집을 구해서 직접 인테리어한 일이 영향을 미쳤나요?
아무래도 건축을 공부했으니 목공이 멀게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집을 꾸미고, 가구를 만들면서 조금 더 관심이 생겼죠. 브랜딩한 가구를 만들고, 가구를 만들면서 공간 디렉팅 일도 하고 싶어요. 제 손으로 직접 한 일이라 성취감을 많이 느낀 것 같아요.

옥탑방에 로망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옥상, 그러니까 나만의 마당이 있다는 게 제게는 매력적이었어요. 또 높은 곳에서 살면 전망도 좋을 것 같고, 친구들끼리 모여서 파티를 하고 싶기도 했고요.

실제로 살아보니 마냥 로망만 펼쳐지지는 않았을 텐데, 가장 큰 장단점은 무엇이었나요?
옥상이 생겨서 좋긴 한데 지나치게 넓어요!(웃음) 제가 생각한 건 아기자기하게 꾸밀 수 있는 작은 마당이었거든요. 또 제가 사는 구월동 근처에는 모두 상가와 아파트뿐이라 해방촌처럼 낭만적인 뷰가 펼쳐지진 않아요. 그래도 저는 만족하는 편이라, 이사를 가더라도 다시 옥탑방에서 살 마음도 있어요. 그때는 조망을 조금 더 고려해보려고요.



이 드넓은 마당 공간은 주로 어떻게 사용해요?
빨래 널기가 너무 좋아요. 정말 다용도로 활용하는데, 밖에서 가구나 필요한 소품을 만들 때도 있고, 테이블에서 친구들이랑 밥을 먹기도 하고, 그냥 이유 없이 설렁설렁 돌아다니기도 하고요. 지금 크기의 방만 있으면 좁고 답답했을 텐데, 옥상이 있어서 공간이 넓게 느껴져 답답하지 않아요. 그래서 항상 방문을 열어둬요.

냉난방은 괜찮나요?
당연히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지만, 단열이 잘된 편이라 냉난방 비용이 엄청 많이 나오진 않아요. 한겨울에 따뜻하게 지내려고 보일러를 많이 틀 때는 7만~8만 원 정도 나와요.

씨 없는수박 김대중이란 가수의 ‘300/30’이란 노래에 이런 가사가 있어요. “삼백에 삼십으로 신월동에 가보니/ 동네 옥상으로 온종일 끌려다니네/ 이것은 연탄 창고 아닌가/ 비행기 바퀴가 잡힐 것만 같아요.” 한정된 예산으로 옥탑방을 구하려면 다양한 방을 봤을 텐데, 어떤 기준으로 지금 사는 집을 골랐나요?
제가 집을 찾을 때 매물이 많지는 않아서 많은 방을 보진 못했어요. 다만 신축 건물은 왠지 정이 안 가더라고요. 오래된 건물은 낡은 맛이 있으니, 그 분위기를 살려서 잘 정돈하고 싶었거든요. 가격 대비 크기도 고려했고요. 가장 중요했던 건 제가 마음껏 고칠 수 있는 집이었어요. 이 옥탑방의 주인은 흔쾌히 고쳐도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월세방을 내놓고 마음껏 고쳐도 괜찮다는 집주인은 흔치 않을 것 같아요. 보통은 그대로 두길 바라잖아요. 때로는 당연히 해줘야 하는 수리도 부탁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요.
이전에 살던 세입자가 옥상도 잘 가꾸고, 집도 보수하면서 예쁘게 살아서 그분에게 좋은 인상을 받으셨나 봐요. 또 멀리 사셔서 직접 관리하기 어려우니, 막 쓰는 사람보다는 잘 가꾸면서 살 사람을 찾는 것 같았어요. 처음에 왔을 때 장마철이 막 지난 후라 천장이 살짝 내려앉은 상황이었는데, 그걸 보고 지붕 수리도 해주셨고요.

솔직히 이렇게 잘 가꿔놓으면 이사 갈 때 억울한 마음이 들 것 같아요. 문제가 많던 집을 잘 수리하고 산 세입자에게 보상을 해주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나요?
사실 방을 구할 당시에는 구직 중이었고, 다니게 된 회사가 논현동에 있어서 이곳에 오래 살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어요.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살고 싶은 공간을 만들자고 마음먹었죠. ‘나는 어떤 공간에서 살고 싶은가?’ ‘나는 나중에 이런 공간에서 이렇게 살 거야!’ 저는 어릴 때부터 계속 이런 상상을 해왔거든요. 그러다 상상을 실현할 기회가 와서 최선을 다해본 거고요. 나중에 다른 집으로 옮기더라도 아깝지는 않을 것 같아요. 여기서 좋은 시간을 보냈으니까요.

성현 씨는 공간에 대한 관심 많은 편인데, 이 관심의 출처를 생각해본 적 있나요?
제가 건축가 안도 다다오를 좋아하는데, 그의 건축을 통해 빛을 이용해서 공간을 풍성하게 만들 수도, 또 숙연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걸 알았어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거죠. 그런 부분에 감동도 받고, 영감도 얻었어요.



집을 구할 당시 학생이었다면 아르바이트로 월세와 생활비를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었을 텐데, 독립을 감행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가족과 살 때는 반지하에 살았어요. 어릴 때부터 제 공간이라는 걸 가져본 적이 없었죠. 방도 늘 같이 썼으니까요. 그런데 자기만의 공간을 갖는다는 건 엄청 중요한 거더라고요. 스트레스가 알게 모르게 많았나 봐요. 집에서 너무 나오고 싶어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돈을 모았어요. 이 동네 집값이 많이 비싸지는 않아서 다행히 공간을 구할 수 있었고요.

반지하에서 옥탑으로 거주지가 바뀌었을 때 무엇이 가장 크게 변했나요?
반지하, 음··· 제가 살았을 때 빛이 일단 많이 들지 않았어요. 물론 옥탑방도 아주 잘 드는 편은 아니지만 제가 원하면 편한 옷차림으로, 때로는 웃통 벗고 나가서 빛을 만끽할 수 있죠. 반지하에 살 때는 그럴 수도 없었고, 나가려면 항상 옷을 챙겨 입어야 했으니까요. 그리고 집에 있으면 항상 답답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괜히 밖에 나가서 동네를 걷기도 했고요. 집에 있는 시간을 줄이려고 했죠. 빛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은 언제든 원할 때 빛을 볼 수 있는, 몇 걸음으로 얻을 수 있는 자유가 생긴 거네요.
네,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질 때 빛이 변하는 특유의 느낌이 있는데, 반지하에 살 때는 그게 너무 싫었어요. 그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것도 앞 건물밖에 없는데, 그마저도 조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환기를 위한 거잖아요.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창이 아니었던 거죠.

그럼 옥탑에서는 어떤 시간대의 어떤 풍경을 좋아해요?
옥상에서 풍경을 바라볼 때 한쪽은 아파트 단지이지만 반대편은 주택가라 시야가 탁 트여 있어요. 그 방향을 멀리 바라보는 걸 좋아해요. 덤으로 해가 지는 시간에는 하늘이 시시각각 변하는 순간을 즐길 수 있어요. 옥상에 살다 보니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 늘었네요.

이 집을 꾸밀 때 어떤 것에 가장 많이 영감을 받았나요?
요즘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의 카페가 많잖아요. 그런 곳을 다니면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 같아요. 침대를 지지해주는 팔레트나 신발장에 활용한 콘크리트 벽돌도 꼭 써보고 싶은 아이템이었어요.



부엌을 제외하면 4평 정도의 공간인데, 정리가 잘되어 있어서 그런지 쾌적한 느낌이에요. 좁은 공간을 활용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뭐였나요?
일단 방문을 떼고 커튼을 달았어요. 문이 답답해 보이기도 하지만, 문 열 때의 앞뒤 공간을 못 쓰게 되니까요. 또 현관문을 열면 바로 주방이 이어졌는데, 바닥재를 활용해서 현관과 주방을 구분했어요. 주방 바닥에는 별도의 시공이 필요 없는 조립 마루를 깔았어요. 장판 위에 해도 되고, 그냥 끼우기만 하면 되거든요. 제 나름대로 현관 공간까지만 신발을 신겠다고 정한 거죠. 침대 옆에는 약간의 공간을 두고 화장실 문이 있어서 파티션을 세워서 분리했고요. 주방은 가스를 끊고, 가스레인지를 버린 게 가장 큰 변화였어요. 후드가 없어서 환기하기도 어려웠거든요. 대신 필요할 때만 쓸 수 있는 버너를 뒀어요. 제가 냄새에 민감해서 고기는 일부러 밖에 나가서 구워요.

가스레인지는 필수라고 생각할 법도 한데, 과감히 버린 게 인상적이었어요. 성현 씨의 생활 방식에 맞게 고친 부분이 또 있나요?
세탁기도 없어요. 옷은 죄다 손빨래하고, 이불은 코인 세탁소에서 빨아요. 가족과 살 때도 제 옷은 직접 빨았기 때문에 힘들거나 불편하지는 않아요.

어, 옷 좋아하죠? 가지런히 정리된 행어 보고 눈치챘어요. 옷 좋아하는 분들은 세탁소도, 세탁기도 신뢰하지 않더라고요.(웃음)
네, 맞아요. 옷이 늘어나거나 상하는 게 싫어서 입을 때도 최대한 깨끗하게 입으려고 해요.



좁은 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무래도 수납이 아닐까 싶어요. 처음 들어올 때 옵션이 전혀 없었다고 했는데, 수납은 어떻게 해결했나요?
신의 한 수는 옥탑에 창고가 있는 거죠. 창고에는 부피가 큰 물건이나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 캠핑 장비 등을 넣어둬요. 집 안에서는 내부가 보이지 않는 박스를 활용하고요. 바지도 처음에는 말아서 보관했는데 조금씩 늘어나다 보니 수납이 어려워져 바지 걸이를 따로 샀어요. 숨기지 못할 바에는 예쁘게 전시하는 게 더 나으니까요.

성현 씨는 내 집 마련에 대한 상상을 해봤나요? 만약 나중에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진다면 기성세대가 그렇게 했듯 부동산에 자산을 투자하고 싶은지 궁금해요.
사실 집보다는 작업실에 대한 상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창고형 작업실에서 나무로 무언가를 만들고, 복잡하지 않은 교외에서 지내는 상상. 투기 목적으로 하는 부동산은 잘 모르겠지만, 온전히 제 마음대로 뜯어고칠 수 있는 공간을 갖고 싶기는 해요.

자가 개념이 흐릿해질수록 지금 머무는 공간이 중요한 것 같아요. 세입자로서 보장되었으면 하는 것이 있나요?
모두가 자기 스타일에 맞게 살 수 있도록 공간을 고칠 수 있는 자유가 있으면 좋겠어요. 독일은 세입자 보호법이 강하잖아요. 집을 구입하지 않아도 사는 데 불편함이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투기 목적으로 부동산을 늘리는 문화도 없고요. 세입자라고 하더라도 살고 있는 사람이 곧 주인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되어 스스로 집을 꾸미고 보수하고 잘 돌보고 가꾸며 사는 것 같아요.

저는 집에 선반을 설치하려고 드릴로 벽을 뚫었을 때, 앞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 거창하긴 하지만요. 성현 씨도 나를 위한 공간을 구하고, 직접 가꾼 후에 삶을 대하는 태도가 변했는지 궁금해요.
쉬워 보였지만 엄청 어려웠던 일이 있고, 어려워 보였지만 막상 해보니까 할 만했던 일도 있었어요. 그런 건 직접 해봐야 알 수 있는 거잖아요. 전구 가는 것도 안 해보면 평생 모르고 살 수도 있는 거고요. 집을 수리하며 하나씩 하나씩 무언가를 배워가다 보니 다른 일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이것도 할 수 있겠는데, 저것도 할 수 있겠는데··· 생각이 드는 거죠.

성현 씨는 좁은 집에 살지만, 운신의 폭은 넓은 사람 같아요. 캠핑, 서핑, 여행을 즐기잖아요. 마치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사람처럼 보이는데, 그런 사람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편이지만, 독립한 후로는 거의 집돌이로 지내요. 사람을 많이 만나는 날엔 빨리 집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요. 지금 저에게 집은 쉼터라는 의미가 가장 커요.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는 곳이죠.





Conditions

지역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구조 상가건물 옥탑방
면적 20㎡ (6평)
보증금 200만 원
월세 25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