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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내 공간을 책임지는 어떤 방식

Ways to Take Responsibility for Myself

나와 내 공간을 책임지는 어떤 방식

Editor.Hamin Kim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32세 / 홍영구

바리스타, 유튜버


Conditions

지역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
구조 오피스텔
면적 32.3㎡ (9.8평)
보증금  500만 원
월세 50만 원

 

Room History

 


일을 시작하면서 부모님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꿈꿨다. 알량한 자존심에 보증금 없는 고시원에서 홀로서기를 시작했고, 옆방 코 고는 소리에 잠 못 이루며 3개월을 보냈다. 매일 밤 자유와 책임 사이 좁혀지지 않는 간극을 실감했다. 독립은 의지가 아닌 현실임을 직면하던 중, 내게 첫 인터뷰가 배당됐다. 나와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 한 남자의 이야기였다. 그는 꿈을 위해 안락한 서울 집을 떠났다.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곳에 둥지를 틀었다. 고군분투한 그의 홀로서기 이야기를 들으며 스스로 어른이길 자처하던 내 모습을 돌아봤다. 적어도 그는 자기 테두리에 속한 것을 책임질 줄 아는 어른이었고, 꿈을 타협하지 않는 청년이었다. 



자기소개를 짧게 부탁드려요.
저는 스타벅스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퇴근 후 유튜브에 커버곡을 올리는 두 반려동물의 아빠 홍영구입니다.

오는 길에 카페가 많던데, 혹시 이 근처에서 일하나요?
네, 맞아요. 집은 1번 출구에 있고, 제가 일하는 매장은 2번 출구에 있어요. 걸어서 5분 거리죠. 보통 하루 5시간 근무하고 연장 근무하면 하루 7시간 일해요.

유튜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대학교 때 뮤지컬을 전공했고, 졸업하고는 실용음악을 공부했어요. 가수가 꿈이어서 싱글 앨범도 냈는데, 저는 그렇게 앨범을 내면 기획사에서 데려갈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어떻게 계속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고민했지요. 계속 오디션을 보면서 기회를 잡을 수도 있고, 혹은 버스킹을 할 수도 있었죠. 하지만 오디션 보는 건 스트레스받는 일이고, 버스킹은 여건이 너무 열악해서 내키지 않았어요. 편한 내 공간에서 연습하듯 노래해야겠다 싶어서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유튜브를 시작하고 나서 전보다 확실히 노래 연습을 더 많이 하긴 해요.

그런데 하루에 5~7시간씩 서서 근무하고 돌아와서 유튜브까지 하려면 피곤하지 않나요?
물론 피곤하죠. 그런데 제가 선택한 음악 관련한 일로 열심히 해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어떤 날은 퇴근 후 새벽 2~3시까지 작업을 한 적도 있어요. 제가 공부를 이렇게까지 열심히 한 적은 없는데 말이에요.(웃음) 사실 바리스타로 일하기 전에는 어린이 뮤지컬 극단에서 일했어요. 오디션을 보고, 연습 기간을 보내고, 공연을 마쳐야 월 80만 원 남짓 받는 일이에요. 수입이 불규칙적이다 보니 불안한 건 사실이었어요. 매달 월급 100만 원만 받을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좋겠다 생각했죠. 그러다 우연히 바리스타 친구 소개로 면접을 봐서 지금의 일을 하게 된 거예요. 사실 돈을 더 벌고 싶으면 슈퍼바이저로 진급해서 근무시간을 늘릴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분들 말씀이 하루 종일 일하면 육체적으로 힘들어서 퇴근 후 쉬기만 해야 한대요. 돈이 더 있으면 좋겠지만, 제가 유튜브를 안 하게 될까 봐 진급은 안 하려고 해요. 지금은 조금 어렵지만 유튜브에서 수익이 나올 때까지 버텨보려 해요. 가끔 축가 아르바이트가 들어오기도 하고요.

그렇게 버텨보자 싶다가도 한순간 불안감에 휩싸일 때도 분명 있을 것 같아요.
통장 잔고가 가장 큰 불안 요소예요. 월급날에 행복했다가 10일 정도 지나면 ‘아, 계속 이런 식으로 살아도 될까?’ 싶죠. 사실 제가 직방 월세 지원 이벤트에 당첨되어 6개월 치 월세를 지원받았거든요. 덕분에 독립 초반의 위급한 일들을 잘 넘겼어요.

아, 그래요? 저희도 그 사실은 모르고 섭외했네요. 그렇게 불안감이 찾아올 때 어떻게 마음을 다잡나요?
제 적성상 일반 회사는 못 다니는 게 확실해요. 사무실에서 꾸벅꾸벅 졸 게 분명하거든요. (웃음)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은 노래밖에 없다, 이게 내 길이다 생각했어요. 이런 제 선택에 큰 힘이 되는 건 유튜브로 소통할 때예요. 제 노래를 듣고 슬퍼서 울었다는 댓글이 달리거나 저와 어울릴 만한 곡을 추천해주는 댓글 등이 달리면 꾸준히 영상 올리길 잘했구나 싶어요. 또 라디오나 TV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들어올 때도 힘이 나고요. 막막해 보이던 제 도전이 어떤 방식으로든 다 거름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울 본가에서 독립해 처음으로 혼자 사는 집이라고 들었어요.
사실 처음에 독립한다고 하니까 부모님이 크게 반대하셨어요. 돈도 많이 못 버는데 왜 굳이 나가 살려고 하냐고 하셨죠. 사실 제가 그동안 안정된 삶을 많이 누렸어요. 그러면서 스스로 나태해지고, 무능력해지고 있구나 느끼기도 했죠. 나이가 들수록 점점 예민해져서 엄마가 말 걸면 짜증 나고 혼자 있고 싶고···. 일단은 안정적인 환경에서 빨리 벗어나야 할 것 같았어요. 계속 이대로 있다간 무능하게 나이만 먹어서 나중에 정말로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빨리 망망대해로 나가야 한다는 느낌을 받은 거예요.

지금 사는 곳이 영구 님의 간절함이 담긴 집이겠네요?
맞아요. 사실 제가 가진 게 별로 없다 보니 무조건 싼 곳을 알아봤어요. 처음엔 사회 초년생이 많이 사는 신림동을 둘러봤는데, 시세 대비 너무 열악한 거예요. 제 예산으로는 현관문 열자마자 한숨부터 나오는 비좁은 원룸밖에 갈 곳이 없더라고요. 그러다가 지금 살고 있는 오피스텔 아래층에 친구가 살아서 한번 놀러 왔는데 너무 맘에 드는 거예요. 가격도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45만 원으로 신림동 원룸 시세랑 똑같고요. 같은 돈으로 훨씬 더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인천까지 온 거죠.

막상 홀로서기를 해보니 무엇이 가장 힘들던가요?
끼니 해결하는 게 가장 힘들어요. 먹거리에 이렇게 돈이 많이 들고, 귀찮은 일인지 몰랐거든요. 독립해서 사는 사람들 정말 대단하구나 생각해요.



식사는 주로 어떻게 하세요?
처음 이사 왔을 땐 가스레인지를 안 썼어요. 가스레인지를 쓰면 일이 커지거든요. 퇴근 후에 집 청소만 해도 체력이 떨어지는데, 밥까지 해 먹자니 귀찮기도 하고 내 시간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돈도 아낄 겸 오피스텔 1층에 있는 감자탕집에서 불고기랑 볶음밥을 사 와서 먹었어요. 단, 1인분을 2회 식사 분량으로 나눠서 보관했어요. 예를 들어 5인분을 사 와서 10회 분량으로 나눠 냉동한 거예요. 그런데 한 끼 먹기에 한 봉지가 적긴 하더라고요. 한 봉지 해동해 먹고 얼마 안 돼서 배고프니까 또 한 봉지 꺼내고··· 결국 하루에 네다섯 끼니를 먹는 거죠.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서 컵라면으로 옮겨갔어요. 조그만 컵라면 800원, 햇반 1000원 하면 약 2000원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아니면 늦게 일어나서 하루에 세끼를 안 먹는 거죠. 슬프죠? (웃음)

마침 집 코앞이 맥도날드던데···.
맥도날도는 그야말로 사치예요.(웃음) 가끔 스트레스받을 때 먹어요. 맥도날드가 집 앞에 있어서 좋은 점은 저렴한 메뉴 하나 시켜도 편안히 앉아 있을 수 있다는 거예요. 물론 애플파이 하나 사 먹고 앉아 있다가, 갑자기 식욕이 돋아서 맥플러리 두 개 먹고 올 때도 있지만요.

그렇게 얼마나 버텼나요?
지난겨울은 햇반과 컵라면으로 버텼어요. 총 서너 달 정도인 것 같아요. 가끔 외식하면 왕창 먹고요. 주변에서 그렇게 계속 라면만 먹으면 안 질리느냐고 묻는데, 저는 맛만 있으면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사료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죠. 예를 들어 어떤 사료를 먹으면 요로결석을 예방할 수 있다는 거예요. 반려동물도 사료에 따라 건강이 달라지는데, 하물며 내가 먹는 음식은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엄마한테 반찬을 받아와 먹기 시작했죠. 가스레인지도 쓰고, 직접 밥도 짓고, 음식도 해보고요. 가끔 손님이 오면 삼겹살을 사 와 간장, 굴 소스, 찹쌀가루 넣어서 돈부리 비슷한 메뉴를 대접하기도 하고요. 카레나 멸치볶음 정도는 직접 만들어 먹어요. 이제 알죠. 제가 이전까지 쓰레기를 먹고 있었다는 걸요.



이제 스스로를 잘 먹이고 돌보는 일에 숙련이 되었나요?
사실 여전히 귀찮음과 싸우고 있어요. 굴곡이 있죠. 여유가 있는 날에는 잘 챙겨 먹다가, 급하게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대충 밥을 비벼서 컴퓨터 앞에 앉아 먹어요. 하지만 이젠 스스로를 챙기고 싶어요. 단, 수입이 지금보다 안정된다면요. 귀찮은 것도 있지만, 사실 사 먹는 게 훨씬 싸니까요.

수입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상황에서 반려동물을 두 마리나 키울 결정을 어떻게 했을까요?
사실 반려동물을 집에 들인 건 제가 외로웠기 때문이에요. 쉬는 날엔 차라리 일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많이 외로웠거든요. 그렇다고 함부로 동물을 들여서는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니까요. 그러던 찰나, 위기에 처한 친구를 입양해서 열심히 돌본다면 서로에게 좋은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유기동물 입양 관련 앱을 보다가 지금 같이 살고 있는 강아지 ‘아우’를 만나게 됐죠. 사실 아우는 입양 가능성이 낮은 아이였어요. 품종도 없고, 성견이라서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유독 아우한테 눈길이 가는 거예요. 아무도 데려가지 않을 저 아이를 제가 데려가면 저는 이 친구의 영웅이 될 수 있을 거 같았거든요.(웃음) 반려묘 ‘미우’는 구미까지 가서 데려온 아이고요.

양육 비용이 만만치 않죠?
처음에는 제 살림에 숟가락 하나 얹으면 되는 줄 알았어요. 자취 비용에 양육 비용이 더해지니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었어요. 접종이랑 중성화 수술을 시켜줘야 했으니까요. 어떻게 그 비용을 다 댔는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서 요즘엔 아주 조금씩이라도 이 친구들을 위해 적금을 붓고 있어요.



가스레인지 켜는 것도 귀찮아하던 사람이 누군가를 정성으로 돌본다는 게 신기해요.
이게 내리사랑의 힘일까요?(웃음) 위로는 못 한다고 하잖아요. 부모님이 나를 이렇게 사랑하고 이렇게 키우셨구나 하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그렇다고 제가 사고 싶은 걸 포기하면서까지 얘들이 필요한 걸 사주는 건 아니에요. 내가 좋아야 너희도 좋지 않겠니 하는 마음이죠. 저도, 아이들도 잘 돌보고 싶어요.

반려동물과 함께 살면서 변한 모습이 있나요?
그동안 저는 솔직하지 못한 편이었어요. 상대방에게 제 속마음을 쉽게 털어놓지 못했죠. 그런데 미우랑 아우랑 같이 살면서 자주 화를 내기도 하고, 좋아하기도 해요. “왜 이렇게 다 어질렀어!” 소리 지르다가도 너무 귀여워서 금방 화가 풀리곤 하죠. 투명하게 감정을 표현하게 된 거예요. 일하다가 브레이크타임에 잠깐 미우랑 아우 사진을 보고 있으면, 이렇게 예쁜 친구들한테 왜 화를 냈나 자책하는 마음도 들어요. 무슨 정신병자 같네요.(웃음) 아무래도 아이들이 저한테 사랑을 주니까 저도 표현하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원룸 오피스텔인데 반려동물 두 마리와 같이 지내기에 괜찮아요?
사실 처음 이 집에 들어왔을 때 전혀 불편하다는 생각이 없었어요. 저 혼자 살기엔 아주 충분했거든요. 하지만 아우, 미우랑 같이 살면서 이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좀 더 쾌적하고 넓은 집으로 이사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알레르기 약을 먹고 있고, 밤에 잘 때는 귀마개를 해야만 잠을 잘 수 있어요. 저처럼 알레르기가 있는데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들은 그 아이들 방을 따로 마련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방 3개 있는 집에 사는 게 훨씬 나을 것 같긴 해요. 예전엔 쉽게 만족하고 안주하는 사람이었는데, 점점 동기부여형 인간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조금 더 진취적인 사람이 되고 싶나요?
저희 친누나가 예전에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스트레스받는다고 오디션 안 보고, 열악하다고 버스킹 안 하는 건 네가 핑계 대고 회피하는 거다.” 그때는 반감이 엄청 많이 들어서 누나 생각을 전부 배척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는 게 당시 내가 성숙하지 못했다는 거예요. 얼마 전 동기부여 강연을 들었는데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사람들은 대부분 이루고자 하는 꿈에 대해 좋은 결과만 취하려고 한다는 거예요. 거기까지 가는 힘든 과정은 외면하려고 하고요. 제가 딱 그랬거든요. 버스킹 공연을 한 번 하려면 악기 섭외, 합주, 합주실 빌리기, 연습하기 등등 중간에 거쳐야 할 과정이 많은데, 저는 그걸 번거롭다고만 생각했어요. 이젠 생각이 조금 달라졌어요. 지금 좋은 성과를 거둔 사람도 분명 과거엔 번거롭고 열악한 과정을 지나갔을 테니 저도 차츰 도전해보려고 해요. 이젠 도망가지 않아 보려고요. 그러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죠.


Conditions

지역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
구조 오피스텔
면적 32.3㎡ (9.8평)
보증금  500만 원
월세 50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