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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가는 길

Way to the Convenience Store

편의점 가는 길

Editor.Hyein Lee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27세 / 이원희

뮤지션


Conditions

지역 서울시 종로구 부암동
구조 다세대빌라 복층 셰어(1층 스리룸, 2층 투룸)
면적  1층 128.9㎡(39평), 2층 79.3㎡(24평)
보증금 3000만 원
월세 100만 원

 

Room History

 

23세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다세대빌라 원룸 (전세 5000만 원)
25세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 다세대빌라 원룸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40만 원)

 

 

이원희의 집은 부암동의 가파른 언덕에 자리한다. 친구 두 명도 함께 살고 있다. 그가 자주 가는 편의점은 천천히 걸으면 왕복 40분, 조금 서두르면 30분 남짓 걸린다. 이른 아침, 우리는 햄버거를 사수하기 위해 편의점으로 향했다. 도착했을 땐 이미 기진맥진했지만 나는 그가 만든 햄버거를 꼭 보고 싶었다. 투박한 빵 덩이 위에 치즈 두 장과 파슬리가 얹힌 그 햄버거. 있는 그대로 먹을 수 있지만 그는 가공한 음식 위에 사소한 솜씨를 더했다. 가능한 선에서 자신의 입맛과 가장 가까운 지점을 찾는 것이다. 편의점 4만 개 시대, 우리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친구 두 명과 살고 있다고요?
원래는 연희동에서 혼자 살았는데 1년 반 전부터 친구들과 살고 있어요. 한 친구는 시를 쓰고 한 친구는 패션 일을 해요. 저는 ‘잭 더 라즈’라는 밴드를 하고 있고요. 모두 고등학교 친구들인데 제가 드라마 <트리플>을 좋아해서 한번 얘기를 꺼낸 적이 있거든요. 극 중에서 이정재·이선균·윤계상도 함께 살았다, 우리도 언제 다 함께 살아보자. 그러다가 현실이 되었죠.

복층에다 부엌이 두 개씩이나 있고 펜션 같은 느낌이에요. 지금 산책하는 길도 한적해서 그런지 마치 가평에 온 것 같기도 해요.(웃음)
친구들도 그런 말 많이 해요. 실제로 밑에 계곡도 있어요. 처음 입주했을 땐 일주일에 서너 번 정도 친구들이 오갔어요. 거의 파티였죠.(웃음) 그런데 지금 다들 시간 괜찮으신 거죠? 편의점까지 20분 정도 더 걸려요. 그냥 등산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거예요.

네, 괜찮아요. 그런데 이렇게 편의점이 멀면 필요한 걸 한 번에 사야겠네요.
일단 집에 들어오면 나가기 싫죠. 내려가면 반드시 올라와야 하니까요. 그래서 뭐 필요한 게 있으면 쿠팡을 이용하거나 친구한테 전화해서 올 때 사다 달라고 해요. 가까이에 슈퍼가 있지만 거긴 현금만 받아서 라면 살 때만 가요.

세 명의 친구가 입맛이 똑같을 수 없고, 배고픈 시간도 다를 텐데 각자 어떻게 챙겨 먹어요?
처음엔 ‘모든 끼니를 같이 해 먹자’ 하는 주의였는데, 친구들이 학교와 직장에 다니고부터 그게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재료는 같이 사놓고 각자 알아서 챙겨 먹어요. 보통 파스타를 해 먹죠. 아까 본 시 쓰는 친구는 부업으로 또 요리를 하는지라 가끔 나서서 음식을 해주기도 하고요.



아, 저는 벌써 배고프네요. 평소에 끼니를 잘 챙기는 편이에요?
제가 간헐적 단식을 생활화하고 있어요. 하루에 한 끼 정도 먹는 편인데 그 한 끼를 제대로 먹으려고 해요. 처음 자취할 땐 배달 음식을 자주 먹고, 친구들이 놀러 오면 술과 안주를 먹다 보니까 자연히 살이 찌더라고요. 친구들이 찍은 제 사진을 보고 살 빼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1년 사이에 12kg 정도 뺐죠.

한 끼를 제대로 해 먹으려고 한다고 했는데, 그게 어떤 방식이에요?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지금 있는 재료로 어떻게 맛있게 해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해요. 그래서 요리를 한번 하면 시간을 오래 투자해서 만드는 편이에요. 맛을 쉽게 낼 수 있는 조미료나 향신료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요. 예를 들면 알리오 올리오를 만들 때 마늘을 약한 불에서 오래 튀겨야지 맛이 쫙 올라오거든요. 그런 사소한 걸 말하는 거예요.

원희 씨는 요리 실력보다 센스가 있는 것 같아요. 간단한 방법으로 음식 맛을 업그레이드한다고 할까요?
사실 편의점 1800원짜리 햄버거 위에 파르메산 치즈를 뿌려 먹는 일이 대단한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조금만 신경 쓰면 기존보다 훨씬 풍성한 맛을 낼 수 있어요. 물론 취향 차이가 있겠지만요. 만약 편의점 음식을 자주 먹는 분이 있다면 고형 치즈와 그라인더는 갖추길 추천해요. 밥이나 고기 종류는 웬만하면 어울리더라고요.

그렇지만 파스타 위 달걀 프라이는 좀 독특했어요.
계속 알리오 올리오만 먹으니까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냉장고에는 달걀 한 알이 딱 남아 있고…. 원래라면 노른자만 써야 했지만 그날은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달걀 프라이를 해서 얹어 먹었어요. 맛은 나쁘지 않았고요.



또 원희 씨가 나름 잘 해 먹으려고 노력한다고 느낀 이유는 음식을 알맞은 그릇에 담아 먹었기 때문이에요. 지극히 당연한 일 같지만 한편으론 대부분 그렇지 않기도 해요. 사실 그게 다 설거지잖아요.
이런 음식은 이렇게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어떤 파스타는 팬에 그대로 놓고 먹어야지 맛있고, 또 어떤 파스타는 옮겨 담아야지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나무 도마 위에 샌드위치를 올려놓고 먹는 이유도 그렇고요. 드라마에서 자취생은 부엌에서 밥을 허겁지겁 먹는 모습으로 많이 비치잖아요. 사실 주변에도 귀찮다고 김과 즉석밥만 먹는 친구가 많아요. 저는 자취하기 전부터 그렇게 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거든요. 뭐, 실패도 많이 했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조금씩 터득해나간 것 같아요.

SNS에서 “요리는 좋지만 일을 벌이긴 싫다”라고 했어요. 원희 씨가 생각하는 그 ‘일’은 어떤 범위에 속하나요? 재료 손질? 뒷정리?
늘어놓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어요. 단지 요리할 때 ‘어떻게 하면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치우쳐서 오히려 그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요. 머릿속에 요리 순서를 다 정리해놔야지 마음이 편하거든요. 다음 날 누가 놀러 와서 음식을 해야 할 땐 그 전날부터 고민하는 편이에요. 일을 벌이면 머리가 아픈 걸 아니까 알아서 자제하는 거죠.(웃음)



어떻게 보면 그러한 수고를 덜기 위해 편의점 음식을 택하는 거잖아요? 조리 과정을 알 수 없는 음식을 먹을 때 어떤 불안감 같은 건 없나요?
확실히 있죠. 요즘 편의점 음식이 몸에 안 좋다고 느껴요. 편의점 음식을 먹고 나면 ‘아, 잘 먹었다’는 생각보다 배만 채운다는 느낌이 있거든요. 도시락은 나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역시나 그것도 급하게 먹으면 편리함이라는 장점도 소용없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럼 편의점 음식이 집밥처럼 느껴질 때가 있나요? 살펴보니 국민 7찬 밥상, 풍성한 전 도시락(명절 도시락) 등 집밥을 내세워 만든 제품이 많더라고요. 소비자로서 얼마만큼 충족되는지 궁금해요.
너무 파스타만 먹으니까 밥 먹고 싶을 땐 도시락을 사 먹거든요. 반찬이 다양한 도시락은 하나하나 먹는 재미가 있어서 좋더라고요. 하지만 집밥 타이틀을 건 음식은 100% 충족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집밥이라는 건 흔히들 엄마 밥이라고 여기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건 ‘엄마 밥’이고 제가 해 먹는 게 집밥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집밥을 내세운 도시락이 크게 끌리진 않아요.

저는 음식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편의점 음식이 다양해진 것 같아서 좋으면서도 살짝 무섭기도 해요. 예를 들면 한 방송에서 연예인이 특정 음식을 먹어서 이슈가 되면 얼마 안 있어 그와 비슷한 음식이 편의점에 보이잖아요. 몇 분의 방송 노출이 바로 먹거리로 이어진다는 점이 소름 돋는 거죠.
맞아요. 어떻게 보면 참 무섭기도 해요. 어쩌면 앞으로 백반집이 없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만약 계속해서 도시락의 퀄리티가 높아진다면 굳이 값이 더 비싼 백반을 먹을 이유가 없잖아요. 이제 도시락에 국만 따라붙으면 끝난 거죠.

하지만 수많은 프로그램 덕분에 요리를 시작한 사람도 있을 거예요. 원희 씨는 즐겨 보는 방송이 있나요?
<골목식당>요. 처음에는 너무 백종원의 입맛대로 가는 게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보니까 “저러면 안 되지” 하면서 같이 욕하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집밥 백선생>을 보면서 레시피를 참고하기도 해요. 달걀볶음밥을 따라 한 적이 있는데 확실히 맛이 다르더라고요. 그런데 그걸 잘하려면 즉석밥이 있어야 해요. 한번 언 쌀이 코팅도 잘되고 고슬고슬하게 볶아진다고요.

저는 <삼시세끼>를 즐겨보는 편인데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는 ‘시간’이더라고요. 우리는 시간이 없어서 편의점 음식을 사 먹잖아요? 편의점엔 시간이 생략된 음식이 많아서 좀처럼 따뜻한 분위기가 나지 않는 것 같아요. 원희 씨가 느끼는 편의점의 인상은 어때요?
바쁘다? 사람들은 필요한 것을 탁탁탁 집는 느낌인데, 저는 하나를 고르더라도 되게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제가 투자할 수 있는 한 끼의 비용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거든요. 그게 편의점 음식이라 하더라도 그중에 영양소가 가장 괜찮은 걸 고르는 거죠. 가능하면 당이나 나트륨이 덜 들어간 제품을 선택하는 편이에요.

편의점이 없다고 생각하면 아찔해지긴 해요. 좋아하는 디저트, 저렴한 세계 맥주, 급할 때 찾는 상비약…. 생각보다 편의점에 많이 의존하고 있네요.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생각해요. 특히 이 동네는 밥집도 많지 않아서 고를 수 있는 범위가 한정되어 있어요. 유명한 만둣집이 두 곳 있는데, 가격이 1만4000원이나 해요. 부암동에 온 후 외식하는 일도 뜸해졌지요.



주로 한 그릇 음식을 먹다 보면 여러 가지 반찬을 맛볼 수 있는 한 상 차림이 그리울 것 같은데 누가 만든 음식을 먹고 싶어요? 엄마의 밥상일 수도 있겠고, 저기 어디 상주에 있는 횟집 스키다시일 수도 있겠죠.
글쎄요, 저희 어머니가 요리를 그렇게 잘하는 편이 아니어서요.(웃음) 친구 어머니의 집밥을 먹고 싶네요. 반찬을 정말 정갈하고 맛있게 하시거든요. 저희 어머니는 찌개 같은 단일 메뉴에 강하세요. 김치찌개를 정말 잘하시는데, 막상 제가 집에서 흉내 내려고 하면 부담되더라고요. 그런 음식은 보통 양이 많잖아요. 저는 한 음식을 여러 날에 걸쳐 먹는 걸 좋아하지 않고, 음식물을 남기는 것도 굉장히 싫어해요. 밥 한 숟가락 남기는 사람도 이해하지 못하죠. 조금만 더 먹으면 되는데 피차 왜 쓰레기를 만들지? 이런 생각요. 그건 아마 저희 성향 같아요. 어릴 때 음식을 남기면 안 된다고 은근히 강요받았거든요. 유치원에서 음식을 다 안 먹으면 집에 못 가게 했는데, 제가 5시까지 버티고 있던 게 아직도 기억나네요.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푼 적이 있나요? 어떤 사람은 도리어 정크푸드 같은 걸 먹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잖아요.
저는 진짜 맛있는 안주와 술 마시는 거 좋아해요. 그때그때 끌리는 음식을 찾아내 알맞은 술을 곁들여 먹으면 스트레스가 싹 사라지죠. 요즘엔 음식점에 직접 가서 먹는 게 좋아요. 왜냐하면 배달 음식도 편리한 듯하지만 치우는 게 감당이 안 되거든요. 제일 난감한 건 족발! 각종 전, 상추, 파채 등 서비스로 딸려오는 음식을 남길 때가 많아요. 그걸 버려야 하는 게 스트레스예요.

어릴 때 음식을 남기면 안 된다는 강요를 받아서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는 걸까요?
글쎄요, 어느 정도 일회용품에 대한 죄책감도 있는 것 같아요. 음식물 쓰레기에 관해선 아직까지 잘 모르겠어요.

편의점 다녀오느라 요리하느라 인터뷰하느라 정신이 없었죠? 이 햄버거 다 식어서 어떡하죠?
나중에 먹어야죠. 일단 저는 좀 자려고요. 원래는 11시 정도에 일어나거든요.


Conditions

지역 서울시 종로구 부암동
구조 다세대빌라 복층 셰어(1층 스리룸, 2층 투룸)
면적  1층 128.9㎡(39평), 2층 79.3㎡(24평)
보증금 3000만 원
월세 100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