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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것

Things Visible Only For Those Who Can See

보이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것

Editor. Hyein Lee / Photographer. Juyeon Lee Article / clinic

빛, 음, 향은 너무 익숙한 나머지 발견하기 어려운 요소다. 집이라는 공간에 대입하면 보다 중요하고 눈에 띄는 것이 많아 조용히 묻히기 일쑤다. 그러니 그런 것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섬세한 파장을 아는 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만히 누워 눈, 귀, 코를 열어 공간의 행복을 만끽한다. 분명 집의 크기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빅슬립Bigsleep

한낮에 들른 연희동 조명 가게 ‘빅슬립’은 폐업한 호텔의 수집품만 모아놓은 곳 같았다. 물건들 저마다 은밀한 장면을 목격하고선 사연을 함구한 느낌이었다. 조심히 걸으며 공간을 살펴보는 사이, 서둘러 정리를 마친 여자가 설명했다. “워낙 물욕이 많아서 집 안 곳곳에 물건을 두었어요. 싱크대, 신발장, 베란다까지 사용했는데, 진짜 머지않아 터질 것 같아서 공간을 따로 마련했어요.”


이 모든 물건이 집 안에 있는 모습을 상상하다가 이내 머리를 털었다. 그런데 하필 왜 조명이었을까? “주제에 맞진 않지만, 사실 저는 조명이 뿜어내는 빛보다 오브제로서 가치를 중요하게 본 것 같아요. 이렇게 아름다운 형태인데 불까지 들어온다고? 홀린 듯이 모은 거죠.” 그건 그렇다. 요즘 이슈인 조명을 보면 확실히 기능보다 디자인을 강조한 느낌이다. 그래도 조명의 역할은 ‘빛’이다. 어둠을 밝히는 빛 말이다. 나는 그에게 언제 조명의 온기를 경험했는지 물었다. “해외여행을 가서 호텔이 너무 차갑고 낯설게 느껴질 때, 침대 옆 스탠드 조명 하나만 켜도 되게 아늑해지잖아요. 조명의 가장 큰 효과는 그 순간인 것 같아요.” 


사실 빛은 어디에나 있다. 어둠도 빛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구태여 조명을 권하는 이유는 그녀의 대답처럼 어둠에서 빛으로 전환되는 그 지점에서 우리의 기분도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형광등은… 너무 맹렬히 창백하고 또 스위치가 멀리 있다. 당신은 그런 적 없는가? 야간 버스를 타고 아파트 숲을 지날 때 수많은 창 중 유독 노란빛이 새어나오는 곳에 시선을 빼앗긴 경험, 비 오는 날 노란 불빛의 카페에 무작정 들어간 경험. 나는 인간에게 노란 불빛에 끌리는 무의식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조명을 믿는다.



Tip. 이미 있는 조명을 재사용하고 싶다면 갓의 소재, 전구색을 바꾸어 연출을 달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빛이 투과되는 유리 · 종이 재질의 갓과 노란빛 전구를 사용하면 공간의 분위기는 훨씬 더 아늑해질 것이다.

instagram.com/bigsleep_shopbigsleep.co.kr / 서울시 서대문구 성산로 379 우측 2층




[another choice] 프롬 루From.lu


내 방엔 가끔 실수처럼 들어오는 빛이 있다. 건너편 건물에 반사된 귀한 빛이다. 가끔은 직사광선보다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선캐처를 달아볼까 고민한다. 크리스털을 투과한 빛은 고운 유리 파편을 흩뿌려놓은 듯 아름답게 빛날 것이다. 핸드메이드 소품 숍 ‘프롬루’에선 선캐처 DIY 키트를 판매하고 있다. 구매 시 동영상을 함께 제공해 어렵지 않게 완성할 수 있다. 프롬루의 대표가 말하는 준비물은 이렇다. 암막 커튼, 선캐처, 햇빛 한 조각!

instagram.com/from.lu / fromlu.kr





소리



노웨이브 레코드Novvave Records

최근 블루투스 스피커를 선물 받은 뒤로 자연스럽게 음악을 들으며 아침을 시작한다. 어젯밤엔 갑자기 장나라의 ‘Sweet Dream’이 듣고 싶었는데 아침에 들으려고 꾹 참았다. 왠지 그 노래는 아침에 들어야 할 것 같았다. 음, 가만 생각해보니 음악의 특수성은 그 ‘왠지’에 있는 듯하다. 4차 산업이 도래한 이 명확한 세계에 아직도 느낌이나 감상이 주를 이루는 분야가 몇이나 될까?

‘노웨이브 레코드’ 대표는 그 ‘왠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사람이다. 어릴 때 아버지가 무역 일을 하셔서 해외 출장이 잦았는데, 그때마다 당시 차트 1, 2위를 하는 음반을 사 오셨다고 한다. 늘 들을 거리가 풍부하던 아이는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더욱 음악에 몰두하게 됐다. “워낙 큰 사고였던지라 병원에 오래 있었어요. 고향은 부산인데 병원은 서울이고 주로 혼자 있다 보니 할 수 있는 게 음악 듣는 것밖에 없었어요. 주야장천 이어폰을 끼고 다니는 꼬마였어요. 면회 오시는 분한테 먹을 것 대신 카세트테이프를 가져오라고 할 정도였죠.”

록 덕후로 자란 그는 영문학을 전공하고 디자인 회사에 다녔지만 여전히 음악이 좋아서 레코드 가게를 차리게 됐다. 어린 날 동네 레코드 숍 사장님이 그러했던 것처럼 개인적이지만 섬세한 안목으로 바이닐레코드 구독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나는 그에게 집에서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바이닐레코드를 부탁했다. 피자 박스를 닮은 상자엔 3장의 바이닐레코드가 있었다. “저는 주로 록을 듣지만 마음의 변화를 추구할 땐 보사노바, 삼바 리듬이 있는 재즈를 들어요. 최근엔 월드 뮤직 계열도 듣고 있고요. 언어 자체가 나와 익숙지 않은 음악, 지금 서울에서 어울리지 않는 연주와 리듬을 듣고 있으면 환기가 되지요.”



Tip. 바이닐레코드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하기에도 좋다. 처음 듣는 아티스트라고 하더라도 디자인을 믿고 구매해보시길. 음악도 좋다면 기쁨이야 두 배겠지만 실패하더라도 괜찮다. 실패한 음악이야 말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경험이다.


instagram.com/novvave_records / novvave.com /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17길 41




[another choice] 수면 소리 : 비, 자연


음악이 지겹고 정적은 무겁게 느껴질 때 ‘백색소음’ 앱을 켜놓는다. 들어도 그만 안 들어도 그만인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명상법을 알려주고 책을 읽어주는 여러 기능을 포함한 앱도 있지만 숲, 파도, 모닥불 같은 단조로운 자연 소리 위주로 듣는 내게는 이 무료 앱이 딱 알맞다. 한국산업심리학회 연구에 따르면 백색소음은 집중력 47.7% 향상 효과와 스트레스 27.1% 감소 효과가 있다고 한다. 갑자기 좁은 방 안이 막막하게 느껴질 때 이 앱을 틀어보시길. 불행이니, 행복이니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잠들 것이다.


https://han.gl/lGoQX




향기



페파민트pepamint


해외에 잠시 머물 때 몹시 아팠다. 하지만 명확한 통증은 없어서 무슨 약을 먹어야 할지 몰랐다. 그때 같이 지내던 친구가 자기 전에 파촐리 오일을 관자놀이에 콕 찍어주었다. 아프지 말라고 하면서. 다음 날 기운이 번쩍 생기는 기적은 없었지만 그때 처음 ‘치유’의 개념을 느꼈다. 그 향을 잊지 못해 한국에 돌아와서 비슷한 에센셜 오일을 사고, 아플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마다 향을 맡았다.

요즘은 건강한 사람마저도 아픔을 의심하는 시기다. 의심은 마음이 불안할 때 생기는 원초적 작용으로, 불교에선 보다 확실한 답을 얻기 위한 ‘과정’으로 여기기도 한다. 브랜드 ‘페파민트’도 비슷한 행보를 걷고 있다. 의심보다는 향을 통해 마음을 꾸준히 들여다본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페파민트 김미선 대표는 10년 넘게 이 일을 하면서 이제야 무얼 좋아하는지 깨달아 뒤늦게(그는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브랜드를 운영해볼 생각이라고 한다. 해외에서 워크숍을 진행하고 그곳에 가게도 열 거라고. 지금까지는 전시를 하거나 서촌의 작업실에서 클래스를 진행해왔다.

천장이 높고 볕 좋은 작업실에서 그가 내준 차를 마시고 있자니 언젠가 이곳에서 무얼 배우긴 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나 비단 공간 때문만은 아니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지낼 누군가를 위해 추천해줄 향 제품이 있냐고 물었더니, 그는 깔끔하고 멋스러운 로고가 붙은 그럴듯한 상품이 아닌, 투박한 허브를 들어 직접 보여줬다. 별거 아니었다. 별거 아니어서 좋았다. “저는 식물을 좋아해요. 말린 허브 있잖아요. 그걸 오목한 그릇에 넣고 손바닥으로 으깨줘요. 그 위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되는데, 허브가 없을 땐 마시지 않는 찻잎을 사용해도 좋아요. 거기다 에센셜 오일 한두 방울 더해도 좋고요. 작은 공간에서 캔들이나 인센스를 켜면 오히려 실내 공기가 좋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방법으로 천천히 향을 입히는 걸 추천해요. 천천히.”


Tip. 자신과 맞는 향을 찾으려면 많이 맡아볼 수밖에 없다. 길을 가다가 좋아하는 향을 맡았다면 꼭 근원지를 찾아내시라. 라일락 향, 커피 향, 풀 향 등 구체적인 향기를 기억한다면 우리는 그 기분 좋은 순간까지 불러낼 수 있을 것이다.

instagram.com/pepamint.official / pepamint.kr /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2길 20





[another choice] 어니스트 플라워Honest Flower


‘어니스트 플라워’는 농부와 소비자를 잇는 브랜드다. 주문이 들어오면 농장에서 꽃을 수확해 배송하는 식인데, 한마디로 산지 직송이다. 어니스트 플라워는 농장마다 특화된 꽃을 선보이며 그것을 키운 농부의 소개도 잊지 않는다. 그들의 SNS를 통해 드라마 <왼손잡이 아내>를 좋아하는 농부, 대박 음치인 농부의 소식을 듣노라면 참 최신식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인간미가 느껴진다. 어제는 윤이중 농부의 옥시페탈룸을 주문했다. 처음 들어본 낯선 꽃이지만 출처가 분명하니 걱정되진 않는다. 일을 마치고 방문을 열었을 때 파란 꽃의 향을 기대한다.

instagram.com/honestflower.kr / honestflow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