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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속 여덟 가지 미래의 집

You Can Experience Future House in these Movies

스크린 속 여덟 가지 미래의 집

Editor. Jayeon Lee Article / clinic

영화 <써니>에서는 한창 호들갑스러운 소녀들이 늦은 밤 수화기 너머로 미래를 상상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게임 잘하는 사람이 대우받는 시대가 온다니까. 컴퓨터도 막 들고 다닐 거야. 전화기로 사진도 찍고 텔레비전도 볼 수 있대.”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상상하는 건 왜 이렇게 재미있을까요? 나중에 보면 허무맹랑하기도 하지만 영화이기 때문에 더 무한한 상상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준비해보았어요. 영화 속 사라지고 날아다니고 통통 튀는 스마트 홈 신기술!



50년 전에 상상한 코로나19 시대

   

사진 출처_1999AD

영화 제목ㅣ1999 AD
개봉 연도ㅣ1967년
특이 아이템ㅣ옷장 속 스팀 가득 스타일러, 달 착륙을 공부하는 온라인 수업, 원 클릭 홈쇼핑


50년 전, 코로나19 시대의 풍경을 정확히 예측한 영화가 있다면 믿을 수 있나요? 영화 <1999 AD>에서는 1999년을 배경으로 평범한 4인 가족의 일상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30여 년 뒤를 예상했던 스마트 홈 기술이 오늘의 것들과 바짝 닮아 있다는 거예요. 코로나19 시대의 도래와 함께 컴퓨터로 수업을 듣는 아이의 지루한 표정, 스팀기로 매일 옷을 세탁하는 장면, 그리고 홈쇼핑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일까지.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어쩐지 합리적인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리 매든 감독님, 혹시 미래 세계를 궁리하다 타임머신까지 타신 건 아닌가요?




기술이 가져다준 두려움

사진 출처_Demon Seed

영화 제목ㅣ프로테우스 4
개봉 연도ㅣ1977
특이 아이템ㅣ고무장갑 대신 물 한 방울 안 묻혀주는 로봇의 손


사실 영화 <프로테우스 4>는 현대인에게 공포로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인공 대뇌피질을 갖춰 사람처럼 생각하고 의사 결정을 내리는 슈퍼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하고 싶어 하는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이어지거든요. 게다가 여주인공 수전의 2세를 갖고 싶어 하는 욕망까지 들끓죠. 주인공 부부는 그런 속셈도 모른 채 칵테일을 주문하고, 음악 재생을 지시하고, 데운 우유까지 대령해달라고 하면서 즐거워합니다. 무엇보다 프로테우스 4호가 부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위해 곳곳의 CCTV를 이용하는 장면은 정말이지 온몸에 소름이 돋더라고요. 나도 모르게 나를 응시하는 누군가의 시선과 그것을 돕는 기술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기술과 마법 사이 그 중간

  

사진 출처_백 투 더 퓨처2

영화 제목ㅣ백 투 더 퓨처 2
개봉 연도ㅣ1989
특이 아이템ㅣ음식을 두 배로 불려주는 전자레인지, 나이키 자동 조절 운동화, 웨어러블 전화기


가끔 기술보다는 마법에 가까운 상상을 그려볼 때가 있어요. 바로 <백 투 더 퓨처 2>의 엉뚱하고 재기 발랄한 장면들이 그러한데요, 2015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 주인공 마티는 허리가 좋지 않아 거꾸로 걸어 다니는 아빠의 모습이나 전자레인지에 넣으면 피자가 두 배로 불어나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2020년에도 실현되지 않은 모습입니다. 그렇다고 모두 얼렁뚱땅인 건 아니에요. 웨어러블 전화기는 구글 글래스를 똑 빼닮았고, 지문 인식 도어록과 멀리플렉스 텔레비전은 지금 우리가 아주 유용하게 쓰는 것들이니까요. 다만 벽걸이형 팩스는 팩스 사용 자체가 줄어들 것을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 상상력의 시대적 한계가 느껴지는 대목이어서 흥미롭네요.




세계관을 나타내는 스마트 홈

   

“암호를 대세요.”

사진 출처_블레이드 러너

영화 제목ㅣ블레이드 러너
개봉 연도ㅣ1993
특이 아이템ㅣ불꽃의 레이저 총, 하늘을 나는 자동차, 안면 인식 인터폰


보통 주거 문화가 시대상으로부터 영향을 받듯 영화 속 집은 자연스럽게 영화의 세계관과 상호작용을 주고받습니다. <블레이드 러너> 속 배경은 2019년으로, 핵전쟁 이후 혼돈과 무질서로 휩싸인 디스토피아를 보여주죠. 블레이드 러너와 복제 인간 사이의 쟁쟁한 싸움을 두고 신분을 확인하는 게 무척이나 중요한 나머지 집집마다 타인의 신분을 면밀하게 확인하는 기술이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SF 영화라는 설레는 장르임에도 세련된 스마트 기술을 뽐내기보다 음울한 분위기를 더 강조하는 것도 서로를 경계해야만 하는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요?




기술도 가끔은 엉뚱하고 명랑해요

    

사진 출처_제5원소

영화 제목ㅣ제5원소
개봉 연도ㅣ1997
특이 아이템ㅣ아빠에게 선물하고 싶은 하루 네 개비 담배 리필 시스템, 고양이 전용 오토 도어


아직 아무도 가보지 못한 2259년, 뉴욕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바로 지구에 거대한 행성이 다가오면서 전 군대가 비상 상태에 빠진 거예요. 제5원소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에서 고군분투할 때, 호방하고 시원한 성격의 주인공 코벤이 등장합니다. 그는 비좁고 허름한 집에서 살고 있는데요, 이 작은 공간 안에도 그와 아주 잘 어울리는 유쾌한 장치들이 있어 무척 인상적입니다. 매일 아침 하루에 단 네 개비의 담배가 리필되는 자동 시스템은 물론, 자리에서 일어나면 벽장에 자동으로 쏙 들어가는 침대 그리고 천장에 꾸역꾸역 저장된 무기 탄약고까지. 아 참! 고양이가 놀다 갈 수 있도록 현관의 작은 구멍을 여는 장치도 있어요. 지구를 사수하는 거대한 스토리에 이토록 앙증맞은 기술이라니!




집안일은 집이 해야지

사진 출처_스마트 하우스

영화 제목ㅣ스마트 하우스
개봉 연도ㅣ1999
특이 아이템ㅣ액체를 흡수하는 바닥, 개인 맞춤형 비디오 알람, AI 가정부


스마트 홈 기술의 목적을 생각해본다면 단연 가사 노동의 효율성과 편리함일 거예요. 엄마가 돌아가신 후 집안일과 육아에 허덕이는 아빠를 위해 열세 살 소년 벤이 스마트 하우스로 이사 가자고 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어요. 인공지능 가정부 팻이 중앙 컴퓨터 역할을 하면서 가사 노동을 위한 핵심 기술을 다루거든요. 게다가 집도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자동화 기능을 뽐냅니다. 바닥에 액체를 쏟으면 그 즉시 흡수한다거나, 가족이 원하는 메뉴를 바로 만들어주고, 가족을 깨울 때 맞춤형 비디오 알람을 쓰거나 하면서 말이지요. 아무리 봐도 과학기술로 구현할 수 없는 장치가 등장할 때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집안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는구나’ 하는 절실하고도 귀여운 마음이 느껴져요.




스마트 홈 기술로
거주인을 상상하는 법

“기억을 복원하는 중입니다.”

   

“메일 쓰는 중”

사진 출처_마이너리티 리포트

영화 제목ㅣ마이너리티 리포트
개봉 연도ㅣ2002
특이 아이템ㅣ홀로그램 컴퓨터, 홀로그램 3D 영상, 홈 맞춤 자동차 주차장


집을 보면 그곳에 누가 머무는지가늠할 수 있습니다. 마치 현장을 목격한 셜록 홈스처럼 말이죠.2054년 워싱턴, 최첨단 치안 시스템을 자랑하는 기업 프리크라임의 팀장 존의 집은 어떨까요? 먼저 아들과의 추억이 저장된 칩을 꽂으면 3D 홀로그램 영상이 흘러나옵니다. 곧바로 대화를 나누고 만질 수 있을 듯한 아련한 기억을 생생하게 저장했죠.6년 전 아들을 잃었던 아픈 기억이 집 안 곳곳에 남아 있는 것 같아요. 반면에 개인 비행기를자연스럽게 홈 주차장에 주차하고, 홀로그램 모니터를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에서는 팀장으로서 프로페셔널한성격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이렇게 등장인물의 공간을 통해 그의 감정과 상태를 추측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분명 영화 감상의 또 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될 거예요.




24시간 스크린을
풀가동합니다

“아무것도 보기 싫다.”

   

“어디가 진짜일까.”

사진 출처_블랙미러

영화 제목ㅣ블랙 미러–핫샷
개봉 연도ㅣ2011년
특이 아이템ㅣ스크린으로 둘러싸인 방


영상 콘텐츠가 일상화된 요즘, 유튜브와 각종 OTT 플랫폼으로 24시간을 채우는 게 낯선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만약 보기 싫은 영상도 꾸역꾸역 봐야만 하는 세상이 온다면, 과연 지금처럼 즐거울까요? <블랙 미러-핫샷>에서는 페달을 밟아 적립금을 그 대가로 받는 미래 세계를 보여줍니다. 이때 자전거를 돌릴 때는 물론 집에서 쉴 때도, 화장실 거울 위에서도 시종일관 영상이 재생되죠. 특히 방의 사면을 둘러싼 스크린 벽 위로 영상이 쏟아질 때면 스크린 속이 진짜인지 여기가 진짜인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이때 규칙이 하나 있는데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영상이나 광고조차도 무조건 시청해야 한다는 거예요. 혹여 넘겨버리고 싶을 때는 페널티를 받으면 그만입니다. ‘안 볼 권리’를 돈을 주고 사는 시대라니, 어쩐지 익숙하게 느껴지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