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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네 와이파이 게스트 비밀번호

Uzahouse’s Guest Wifi Password

유자네 와이파이 게스트 비밀번호

Editor.Hyein Lee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34세, 32세 / 유현진, 한혜림

콘텐츠 기획자, 멀티미디어 디자이너


Conditions

지역 서울시 동대문구 전농동
구조 아파트 투룸
면적  80.32㎡(24평)
보증금 약 5억 원(전세)

 

Room History

 

30세, 28세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다세대빌라 5층 투룸 (보증금 1억3000만 원)

 

 

우리 집 공유기엔 비밀번호가 없다. <기생충>의 한 장면처럼 누군가 와이파이를 몰래 끌어다 쓰는 모습을 상상하긴 해도 괘념치 않고 사용한다. 전농동 어느 아파트에 사는 부부는 공유기 위에 게스트 비밀번호를 적어놓았다. uzahouse1007. 그 집에 드나드는 사람은 한 달에 3~4팀 정도. 한 팀당 인원은 7명 안팎이다. 대부분 검은 옷을 입고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잔뜩 들고 와서 부부의 흔적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수고했습니다”가 메아리처럼 번질 즈음 다시 부부가 돌아온다. 그제야 집의 주인이 바뀐다. 이 희한한 상황은 집을 대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또 다른 방식이기도 하다. 한 번도 가닿지 못한 곳까지 와이파이가 퍼져나간다.   



이 집을 ‘유자네’라고 부르던데 어떤 뜻이 있나요?
(혜림) 사실 별다른 뜻 없어요. 남편 이름이 유현진인데 영자, 미자, 춘자처럼 애칭을 붙이다 보니 ‘유자네’가 되었어요.
(현진) 이 사업을 결정하고 둘의 이름을 딴 다른 이름도 고민했는데, 명확히 끌리는 게 없더라고요. 그러다 집의 포인트가 되는 커튼과 소파가 유자색이라는 걸 깨닫고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죠.

두 분 다 영상 관련 일을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현진) 저는 디지털 콘텐츠를 기획하고, 아내는 멀티미디어 디자이너예요. 저희는 직장에서 사내 연애를 했고, 결혼한 지는 3년이 조금 넘었네요.

매번 하얀 집만 보다가 이렇게 강렬한 색의 벽을 보니 반갑기까지 해요. 이곳이 두 번째 집이라죠? 이전 신혼집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혜림) 이전 집은・・・ 기자님이 말씀하신 화이트, 우드 계열의 집이었어요.(웃음) 라탄 바구니, 행잉 플랜트, 화이트 리넨 커튼이 있는 예상 가능한 집이었죠. 그때는 그게 힙한 인테리어라고 생각했는데, 몇 년 지나니까 익숙해졌는지 질리더라고요. 성격상 했던 걸 또 하는 걸 좋아하지 않고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편이에요. 또 직업이 디자이너인지라 트렌드를 많이 알아야 하기도 하고요.
(현진) 이번 집은 이렇다 할 콘셉트를 두진 않았는데, 일단 컬러를 많이 써보기로 했어요. 인테리어할 때 어떤 스타일을 통으로 사진 않잖아요? 그렇다 보니 물건을 하나하나 사서 조합했는데 어떤 분은 되게 정신없다고 하고, 또 어떤 분은 조화롭다고 했어요. 갖가지 것이 많아서 정신이 없는데 묘하게 어울리는 모습을 원했거든요. 이전과 달리 좀 과감한 시도를 하긴 했죠.



이사 올 때 이 집이 촬영 용도로 쓰일 줄 알았나요? 집을 작업실처럼 쓰는 이는 많지만, 전문 스튜디오나 에어비앤비 같은 숙소가 아닌 이상 집 전체를 촬영 공간으로 내주는 경우는 흔치 않아요.
(현진) 전혀요. 주변의 촬영하는 PD님들이 저희 집을 빌려달라는 요청을 몇 번 하셨는데요, 그렇게 알음알음 촬영하다가 ‘아워플레이스’라는 플랫폼을 소개받고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원룸, 사무실, 아파트 등 실제 주거 공간을 촬영 장소를 연결해주는 곳인데, 등록하고 나서 상위권에 노출되다 보니 요청이 많이 들어왔어요.

취향을 발판으로 돈 버는 것은 이전의 노동과 다른 느낌일 것 같은데 어떤가요?
(현진) 촬영하시는 분들도 여러 가지 대안을 갖고 선택하는 거잖아요. 그중 하나로 선택됐다는 게 이전 일에서 느껴보지 못한 짜릿한 쾌감을 주더라고요.

광고뿐 아니라 뮤직비디오 촬영 장소로도 쓰이더라고요. 윤종신의 뮤직비디오도 유자네에서 찍었다고 들었어요. 수많은 공간을 보았을 업계 사람들이 유자네를 선택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현진) 그분들도 A안, B안을 놓고 고민하겠지요. A안이 모던한 집이고, B안이 저희 집이라고 하면 보통 A안을 선택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상품 촬영일 경우 그 상품이 돋보여야 하기 때문에 모던한 공간을 찾는 것 같고, 저희 집은 뮤직비디오처럼 인물의 개성이 드러나는 촬영과 잘 맞는 것 같아요. 아, 그런데 한 PD님 말로는 안방 벽이 워낙 돋보이는 색이어서 최종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해요.



스튜디오에서 아무리 흉내 낸다고 한들 두 분의 생활 흔적까지 따라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이곳을 선택하면 애써 평범하고 일상적인 공간처럼 연출할 필요가 없죠.
(혜림) 맞아요. 완성된 뮤직비디오를 보면 연인이 소파에서 장난을 치거나 요리를 해 먹거나 하는 일상적인 장면이 자주 등장해요.

일상이라 부르는 장면엔 익숙함과 편안함이 공존해요. 이 집에선 어떤 요소가 그런 역할을 할까요?
(혜림) 패브릭을 벽에다 붙이고 또 바닥에도 깔아놓았는데, 패브릭 자체가 지닌 따뜻한 느낌이 있잖아요. 그런 것에서 아늑한 분위기가 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그리고 남향집의 특권인 햇빛도 한몫하는 것 같고요.
(현진) 갑자기 이런 생각도 들어요. 스튜디오로만 사용하는 집은 생활감에서 디테일이 좀 떨어질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이 집은 실제로 저희가 살고 있으니까 TV나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이 있고, 콘센트도 보이고 더욱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진짜 사는 집만이 보여줄 수 있는 요소가 아닐까 싶어요.


그런 자연스러움이 본디 두 분의 취향과 가깝다고 볼 수 있을까요? 취향만큼 솔직하고 또 부풀리기 쉬운 것도 없잖아요?
(현진) 취향이 80% 정도인 것 같고, 나머지 20%는 촬영을 염두에 뒀다고 볼 수 있어요. 이런 테이블은 요청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들였거든요.
(혜림) 원래 따로 테이블이 없었어요. 이전 집에서부터 밥을 베드 트레이 위에 놓고 먹었는데, 촬영 때 연인끼리 밥 먹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니까 안 살 수가 없더라고요. 뭐, 침대에서 밥 먹는 것도 안 좋은 습관 같아서 이참에 고쳐볼 마음도 있었고요.(웃음) 거실에 소파가 생기기 전까진 방에서 잘 나오지도 않았어요.

촬영이 잡힐 때마다 청소를 해야겠네요? 돌아와서도 해야 하고요.
(현진) 맞아요. 그래서 좋아요. 항상 깔끔하게 생활하자는 신념이 있는데, 저랑 안 맞는 사람이 있어서요.(웃음) 아내는 미뤄놓다 청소하는 타입이고, 저는 빨리빨리 치우는 스타일이어서 오늘같이 인터뷰가 있는 날엔 이때다 싶어서 대청소를 하죠.
(혜림) 아, 오늘 아침부터!(웃음)

집이 부수입원이 되었는데, 저라면 취향이 바뀌어도 선뜻 인테리어를 바꾸기 힘들 것 같아요. 집을 자꾸 촬영 장소로 의식하게 될 것 같기도 하고요.
(혜림) 인테리어 트렌드도 되게 빨리 변하잖아요? 저희도 거기에 맞춰서 취향을 업데이트할 때가 있어요. 그러한 변화는 사업 때문이 아니더라도 조금씩 필요하고, 그래야지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현진) 집에서 거리감을 느끼진 않아요. 다만 집이 취향을 표현하는 도구 중 하나이면서도 실제 주거가 목적이잖아요. 그런데 촬영이 잡히면 아침부터 나가야 하니까 주목적이 침해받긴 하죠.
(혜림) 그래도 그 정도의 수고는 할 수 있죠. 돈을 버니까요.(웃음)

촬영이 있을 때 보통 두 분은 어디에 계세요?
(현진) 저흰 뭐, 근처 카페에 있어요. 평일에 촬영이 있으면 각자 회사에 가면 되니까 괜찮은데, 주말 촬영 땐 평소 같으면 자고 있을 시간에 일어나서 카페에 앉아 있죠.



타인에게 공개하지 않는 은밀한 공간에 대한 욕망은 없는지요?
(현진) 사실 저희 사업 얘기를 듣고 지인들이 놀라는 경우가 많아요. 모르는 사람이 들어갔다가 나오는데 물건이 없어지면 어떡하냐고, 걱정도 안 되냐고. 그런데 저희는 전혀 신경이 안 쓰이더라고요. 정말 중요한 물건은 어디 다른 곳에 넣어놓으면 되니까요. 아마도 둘만 아는 은밀함을 보장받기보다 좋은 것을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큰 것 같아요. 그래서 누군가 제품의 출처를 물어볼 때 뿌듯해하면서 흔쾌히 알려주지요.

그럼 본격적으로 사업을 해볼 생각은 없나요?
(혜림) 본업이 있지만 가끔 그런 생각은 해요. 요즘엔 회사를 그렇게 오래 다닐 수 있는 시대가 아니잖아요. 정년 보장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언젠가 제2의 직업을 찾을 때가 온다면 지금의 경험을 바탕으로 임대업을 고려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나중에요.
(현진) 둘이서 그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 문득 드는 생각은, 그때 우리 취향이 올드해지면 힘들지 않을까・・・.(웃음)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집을 통해 수입을 올리는 집테크 사업이 늘어날까요? 이 사업의 미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현진)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는 지인의 말을 들어보면 공실이 거의 없다고 하더라고요. 촬영 임대는 저희 기준으로 운이 좋으면 한 달에 3~4건이 전부라서 에어비앤비의 수요를 따라가진 못할 거예요. 숙박과 촬영은 워낙 다른 목적이기도 하고요. 게다가 저희 집에선 대부분 영상 촬영이 이뤄지다 보니 일단 스태프가 많고, 주차나 소음 문제에서도 완전히 해방될 수 없기에 8명 이상의 인원이 투입되는 촬영은 지양하고 있어요. 이것이 사업을 무한정 확장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긴 하지만, 어쨌든 이곳은 아파트니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규모에서 유지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을까 해요.



저는 지식을 공유하는 건 좋아하지만 취향을 공유해서 평가받고 싶진 않아요. 두 분의 취향을 타인에게 보이고 평가받는 게 부담스럽진 않나요?
(현진) 회사에서 대중의 평가를 받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서 마음 아픈 댓글과 기분 좋은 댓글을 많이 보고 있어요. 그런데 저는 그게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아무런 평가도 없을 때 의욕이 사라지더라고요. 약간 소심한 관종인가 봐요.(웃음) 내가 드러나는 것은 싫은데, 내가 만든 창작물은 평가받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혜림) 아무리 일이라고 해도 개인의 취향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잖아요. 분명 디자인을 하면서도 은연중에 취향이 드러나는 경우가 있을 텐데, 그러한 결과물을 누군가한테 보여주고 평가받다 보니 이 일도 자연스럽게 느껴지더라고요. 가끔 안 좋은 댓글을 보면 마음이 불편하긴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진 않아요.

누군가 나의 오리지낼리티를 복제할까 봐 두렵진 않나요?
(현진) 저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요. 그래서 예전엔 대중적 브랜드 제품으로 집을 채웠다면, 지금은 좀 더 알아보고 남들이 쉽게 구할 수 없는 빈티지 제품을 사는 편이에요.

‘취존’이라는 말이 있어요. 두 분은 서로의 취향을 어떤 방식으로 존중하고 있나요?
(현진) 그런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푸드 코트에 갔는데, 저는 햄버거가 당기고 아내는 백반을 먹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따로 가게에 들어가서 먹고 나서 다시 만났지요. 저는 그게 되게 좋았어요. 취향은 억지로 맞춘다고 해서 맞춰지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각자 좋아하는 거 하다가 취향이 같은 부분이 있으면 함께 즐기면 되죠. 주말에 아내는 나가고 싶고 저는 집에 있고 싶으니 흩어져서 생활하다가 밥은 또 같이 먹고…. 그게 건강한 관계라고 생각해요.

이 사업의 가장 큰 그림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 그림 속에서 이 집은 어떤 작용을 하나요?
(현진) 나중에 임대업을 하기 위한 중간 단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막연히 미래를 생각했을 때 스튜디오 운영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보이지 않는 가치에 대해 말하자면, 지금의 사업으로 부수적 수입이 생기면서 막연히 될까 싶었던 게 눈앞에서 증명되니까 자신감이 생겼어요. 제 인생의 중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혜림) 아직은 번 돈을 다시 투자하는 시기예요. 그런데 그게 나쁘지 않은 이유는 주목적이 수익이기보다 집을 꾸밀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하기 때문이에요. 이를 통해 저희의 취향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그림이 아닐까 싶어요.



Conditions

지역 서울시 동대문구 전농동
구조 아파트 투룸
면적  80.32㎡(24평)
보증금 약 5억 원(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