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dmark wordmark

logo logo

강점이 되는 감점

The Minus That Becomes a Plus

강점이 되는 감점

Editor.Hamin Kim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30세 / 민주화

회사원


Conditions

지역 서울시 강북구 미아동
구조 옥탑방 원룸
면적  18㎡(5.5평)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29만 원(관리비 4만 원)

 

Room History

 

 

팬티까지 리뷰하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지출이 닿는 거의 모든 것에 기록을 남긴다. 기록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인터뷰를 마칠 무렵, 지금 사는 집에 대한 평점을 물었다. “5점 만점에 3.5점요! 지금보다 넓으면 더 잘 꾸밀 자신 있어요”라고 답했다. 발 디딜 틈 없는 옥탑방을 다시금 둘러보았다. 선반 곳곳에 자신의 취향을 차곡차곡 채워가고 있는 그가 새삼 달라 보였다. 채워지지 않은 점수에 주눅 들지 않고, 부족함에서 가능성을 찾아내는 그의 강인함이 부러웠다.



블로그에 전자 제품, 화장품, 영양제 등 온갖 아이템 사용 후기를 올려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요?
처음 블로그를 시작한 건 6년 전 친구 따라 재미로 했어요. 자기 스타일대로 일상을 정리해 올리는 게 재밌어 보였거든요. 처음엔 가볍게 일기 형식으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점점 맛집, 여행, 제품 리뷰 등등 일상 전반을 다루는 글을 올리고 있더라고요.

일일이 리뷰 남기는 게 귀찮지는 않나요?
전혀 귀찮지 않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대체로 재밌어요. 방학 숙제처럼 기한이 있거나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시작한 거니까요. 사실 저는 그다지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에요. 약간 직관적인 편이라 꼼꼼하게 기록하는 편이 아니죠. 그냥 머릿속에 생각나는 대로, 두서없이 쓰는 것 같아요. 상황에 어울리는 적당한 단어가 생각 안 나면 그냥 생각 안 나는 그 느낌 그대로 쓰고요.

마치 의식의 흐름 같은 건가요?
예! 맞아요.(웃음) 의식의 흐름대로 적는 게 제 블로그 콘셉트예요. 블로그 하는 사람들 보면 대부분 막 격식을 차리면서 존댓말 사용하고 레이아웃도 깔끔하게 정리해두는데, 저는 기록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더라고요. 더군다나 저는 글보다 사진이 중심이라 글을 잘 쓸 필요도 없는 것 같기도 하고요. 오히려 글이 사진을 부연 설명한다고나 할까.

기록을 잘하려면 그만큼 평소에 자료도 잘 모아야 하잖아요.
우선 포스팅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생각날 때마다 휴대폰에 적어두는 편이에요. 사진은 제품을 받자마자 찍어두고요. 리뷰는 보통 엄청 바쁘지 않은 이상 일주일 내로 올려요. 물론 당일에 올리면 생동감이 훨씬 더 잘 전달되겠지만, 포스팅도 사실 꽤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거든요. 퇴근하자마자 올릴 때도 있는데, 웬만하면 시간이 여유로운 주말에 카페에 들러 작업하는 편이에요.

“기록할수록 취향은 뚜렷해진다”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기록한다는 것은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어느 정도 스타일이 확고해지는 건 맞는 말이에요. 이를테면 제가 라텍스 베개 리뷰를 올렸을 때 라텍스가 메모리폼보다 어떤 점에서 좋은지, 옆으로 누워 자는 사람한테 적합한 베개가 뭔지, 가격 대비 성능은 괜찮은지 등 일일이 따져봤거든요. 이처럼 기록의 과정을 거치면 나도 모르는 내 취향이 정리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기록을 계속하다 보니 제품을 판단하는 방식이 달라지던가요?
처음 리뷰를 적을 때는 제품 자체에만 관심이 있었어요. 장단점이 무엇인지만 본 거죠. 그런데 점점 그 제품이 어떤 분에게 어울리는지 좀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됐어요. 예를 들어 올겨울에 난로 하나를 샀는데, 5평 정도 되는 제 방보다 넓으면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고요. 리뷰 읽는 사람 입장에서 조금 더 와닿게 상황을 그려본 거죠. 이런 기준이 하나둘 생기다 보니 나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나만의 소비 기준이 자리 잡혀가더라고요.

어떤 소비 기준요?
저는 물건 살 때 ‘가성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같은 가격이라도 좀 더 괜찮은 성능, 비싼 제품 중 가장 좋은 성능을 선호하죠. 사실 리뷰를 쓰기 전까지는 제가 그렇게 가성비를 따지는 사람인지 몰랐어요. 당시 대학생이라 무얼 왕창 살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고요. 그렇다고 사고 싶은 게 전혀 없었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에요. 비슷한 디자인에 기능이 좀 더 나으면서 동시에 저렴한 제품을 찾다 보니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 습관이 생긴 것 같아요. 제가 크게 브랜드를 따지는 편은 아닌데, 대부분 만족스러웠던 제품이 가성비 좋은 샤오미예요. 보조 배터리, 공기청정기, 천장 조명등 등 모두 가격 대비 성능이 괜찮더라고요. 브랜드에 신뢰가 생긴 거죠. 가성비가 제 취향을 찾아주는 데 큰 역할을 한 것 같기도 해요.

가성비 대비 가장 만족스러웠던 제품이 있다면?
샤오미 천장 조명등요! 스위치가 현관에 있다 보니 불을 켜거나 끄려고 왔다 갔다 하는 게 번거로웠어요. 그런데 가격이 5만 원밖에 안하고, 침대에 누워서 리모컨으로 전원 작동이 가능하니 굉장히 편하더라고요. 앱이랑 연동도 되고요. 잠시만요. 보여드릴게요! 여기 잠자기 모드, 달빛 모드, 독서 모드, 촛불 모드에 따라 색온도 조절이 가능해요. 또 하나 좋은 점. 알람 기능이 있어서 기상 시간에 맞춰 형광등이 켜져요. 완전 가격 대비 만족이죠.(웃음)

반대로 이건 실패작이구나, 느낀 제품은요?
그건 제가 맘에 안 들어서 치워놨어요.(웃음)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무선 백색소음 스피커예요. 빗물 떨어지는 소리, 곤충 소리, 새소리 등 자연의 소리 들으면서 편안하게 자려고 산 건데, 생각보다 음질이 아쉽더라고요. 자연의 소리인데 인위적인 느낌이랄까? 블루투스 스피커가 이미 2개나 있는데도 저렴해서 샀죠. 그런데 역시 가격 값하는 음질이었어요.



조금 웃픈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게시글에 댓글이 몇 개 없어요. 정성 들여 쓴 글인데, 허무하다고 느낀 적은 없나요?
아, 그런가요?(웃음) 듣고 보니 맞는 말 같아요. 그런데 전 댓글보다 방문자 수를 좀 더 신경 써요. 블로그 댓글은 “잘 봤습니다! 제 블로그도 놀러 오세요~” 등의 광고치레 인사가 많은데, 저는 블로그 이웃 같은 형식적인 이해관계가 내키지 않더라고요. 현실에서 벗어나 나만의 공간에서 내 생각을 자유롭게 쓰고 싶어 시작했는데, 거기서도 인맥 관리라는 틀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고요. 반면 조회 수는 누군가 필요를 느껴 계속 보고 있는 거잖아요. 그거면 됐죠. 물론 지금은 예전보다 방문자 수가 줄어들었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정도의 조회 수는 아니에요.

리뷰어로서 먹고사는 사람들도 있어요. 주화 님이 리뷰를 쓰는 목적은 뭔가요?
아쉬움 때문인 것 같아요. 저도 가끔 필요한 정보가 있으면 다른 블로그를 살펴보곤 하는데, 거창한 제목에 비해 내용이 너무 빈약해서 실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알맹이가 없는 거죠. 그렇다면 내가 정보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어떤 리뷰를 써야 보는 사람도 만족할까 생각해보니 결국 최대한 솔직한 이야기가 답이더라고요. ‘이거 되게 괜찮은데 생각보다 많이 안 알려져 있네?’ 혹은 ‘이건 너무 돈이 아까울 정도로 산 걸 후회해’라는 솔직한 마음을 꾸밈없이 알리고 싶었어요. 만약 돈을 벌어야 하는 강제성이 있었다면 진작에 접었겠죠.



괴테는 “사람은 자신의 거처와 상당히 관계가 깊어서, 집을 잘 관찰하면 거기 사는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기 마련이다”라고 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주화 님의 성향이 드러나는 공간은 어딘가요?
아마 침대가 아닐까 싶어요. 제가 수면욕이 남들보다 좀 강해요. 부지런한 분은 오늘 할 일을 무조건 그날 끝내야 맘이 편하다고 하는데, 저는 오늘 못 한 업무가 있더라도 잠자는 시간을 지키려는 편이에요. 피로가 누적되면 그다음 날을 아예 망치는 경우가 많거든요. 보시다시피 제 방 절반을 침대가 차지하고 있어요.(웃음) 수면을 굉장히 중시하는 거죠.

그럼 잠자는 공간에 대한 확고한 취향이 있겠네요?
독립하고 처음 이 집을 둘러볼 때는 침대랑 매트리스가 없었어요. 본가에서 원래 사용하던 자주색 거위 털 이불을 가져와 썼죠. 이전부터 사용하던 거라 편하기도 하고 보온성도 나쁘지 않았는데, 막상 이불 컬러랑 화이트 톤 벽지 색이랑 매치가 안 돼 신경이 자꾸 쓰이더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 지하철에서 침대 광고 카피 하나를 봤는데, 그게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어요. “인간은 인생의 3분의 1 이상을 침대에서 보낸다.” 잊고 있던 걸 일깨워준 강렬한 멘트였는지, 그 이후로 침대에 이것저것 투자했어요.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베개는 라텍스, 이불은 거위 털, 침구는 순면으로. 여름엔 마 재질로 된 베개 커버랑 이불로 시원하게 보내고 있고요. 확실히 예전보다 자고 나면 개운한 것 같아요. 물론 플라세보 효과일 수도 있지만요.(웃음)

리모델링한 친구 집을 보고 자극받아 지금의 모습으로 리모델링했다고 들었어요. 리모델링하기 전 집은 어땠나요?
보시다시피 저희 집이 굉장히 좁아요. 이사 왔을 때 세탁기가 희한한 곳에 배치돼 있어서 침구를 어디에 둬야 할지 감이 안 왔어요. 아마 이전 세입자도 대충 이불만 깔고 잠만 잤던 것 같아요. 벽지도 누르스름한 꽃무늬에, 집 안 곳곳에 곰팡이가 가득했죠. 그러다 우연히 친한 동생 자취방에 놀러 갔는데, 너무 예쁘게 방을 꾸며놓은 걸 보고 감탄했어요. 한두 달 살 것도 아니고 적어도 2년은 살 건데 이왕이면 나도 사람답게 살아보자는 생각이 들어 하나둘 꾸미기 시작했죠.

그 후 집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나요?
있고 싶지 않은 곳에서 있고 싶은 공간으로 바뀌었죠. 당시 자취한 지 4년이나 됐는데,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적었어요. 집의 본래 목적이 어느 곳보다 가장 편안한 공간이어야 하잖아요. 적어도 집에 있는 시간만큼은 힐링한다는 느낌이 들어야 하고요. 잊고 있던 걸 다시 직면하게 된 거죠.

집과 인테리어도 리뷰하고 공유하는 시대예요. SNS의 인테리어 공유 콘텐츠를 보면서 어떤 느낌을 자주 받나요?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나 소품이 있으면 북마크 해놓고 집 꾸밀 때 참고하는 정도? 가끔 스타일이나 취향이 너무 뚜렷한 사람을 보면 따라 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어요. 한번은 식물로만 채워진 집을 보고 반해 테이블야자를 몇 그루 들였어요. 공기 정화도 되고 미관상 괜찮아서 데려왔는데, 금방 죽더라고요. 웬만하면 안 죽는 식물이라 들었고, 제가 꽤나 잘 돌봤다고 생각했는데 죽어버리니까 죄책감이 들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과습 때문에 죽은 것 같아요. 그 후 ‘난 식물 키우는 데 소질이 없는 사람이구나’ 느껴서 식물을 키우진 않아요.



SNS가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지만, 때론 좌절감을 주기도 해요.
저는 SNS에 엄청 몰입하는 편은 아니에요. SNS를 보고 감정이 크게 좌지우지되는 사람이었으면, 이렇게 좁은 공간을 꾸미겠다는 시도 자체를 못 했을 것 같고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SNS를 딱 필요한 내용만 참고용으로 봐요. 전체를 완벽히 따라 하기보다 해보고 싶은 부분만 가져와 내 상황에 적용하는 거죠. 한번은 집에서 커피 마시는 로망이 생겨 에스프레소 머신을 살까 싶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비싸고 부피도 커서 다른 대안을 찾다가 지금은 콜드브루 원액을 사서 마셔요. 얼음 넣고 우유 부어서 콜드브루 라테로. 나름대로 제 생활에 괜찮은 대안인 것 같고요.

지금 집에 대한 총평을 한다면 5점 만점에 몇 점을 주고 싶어요?
3.5점요. 지금 제가 사는 집이 저로선 최선이에요. 채워지지 않은 1.5점은 오로지 공간이 비좁기 때문이죠. 보시다시피 집이 너무 좁다 보니 뭔가 더 꾸미면 어수선할 것 같아요. 사실 인터뷰 제안을 받았을 때 집이 너무 좁아서 고민했어요. 좀 더 넓으면 자신감도 생길 텐데 살짝 아쉽기도 했고요. 지금보다 더 넓으면 더 예쁘게 꾸밀 자신이 있거든요. 돈 많이 벌어야죠.(웃음)

지금처럼 좁은 집에 살면서 취향을 맘껏 펼치지 못해 아쉽지는 않으세요?
더 넓은 집에서 잘 꾸며놓고 살고 싶다는 맘은 항상 있죠. 하지만 지금 우리 나이에 서울에서 큰 집에 산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잖아요. 대신 저는 지금 주어진 것에 만족하는 법을 배워가는 거 같아요. 어느 정도 적응한 부분도 있고요.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긍정적이진 않았어요.(웃음) 20대 중반까지는 너무 남들과 비교하면서 나를 재단한 것 같아요. 내 삶을 평가하는 기준이 ‘나’가 아니라 ‘상대방’이었던 거죠. 그런데 어느 순간 이렇게 생각하는 게 나만 손해라는 걸 깨달으면서 조금씩 달라졌어요. ‘내가 만족스럽고 행복하면 됐지 뭘 더 바라?’라는 마인드가 생긴 거죠. 그래서 SNS에 자기 자랑 맘껏 하는 사람을 봐도 이젠 제가 결코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아요.


Conditions

지역 서울시 강북구 미아동
구조 옥탑방 원룸
면적  18㎡(5.5평)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29만 원(관리비 4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