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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로 여행하기

Traveling with Computer

컴퓨터로 여행하기

Editor. Hyein Lee Article / clinic

코로나19의 여파가 길게 이어지자 갑갑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궁리를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이동하지 않고 이 공간에서 나를 해방시킬까? 그런 고민 끝에 나는 컴퓨터로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유럽으로, 어떤 날엔 습지대로 떠났다. 몇 번의 클릭 끝에 도달한 목적지. 그 시간 덕분에 현실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과연 어떤 여행이었을까?



여행보다 공항이 그리울 때


캡틴 황 Captain Whang의 로스앤젤레스행 비행 영상
https://url.kr/NYa1um


드디어 여행을 못 가서 미쳤나 보다 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에 예약한 코타키나발루 여행도 취소했고 추석에 고향도 가지 못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내가 정말 가고 싶은 곳은 여행지도 고향 집도 아니고, 공항이었다. 공항 특유의 어수선함과 비행기 탔을 때 느끼는 약간의 설렘···. 나는 그런 게 그리웠다. 그러다 유튜브에서 기내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왕이면 멀리 가는 로스앤젤레스행 대한항공편으로. 영상은 정말 공항에서부터 도착지까지의 모든 시간이 담겨 있는데, 아무래도 비행기 안이다 보니 음질이 좋지 않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중간에 무엇을 드시겠느냐고 묻는 스튜어디스 목소리까지! 만약 나처럼 여행을 못 가 병난 사람이 있다면 이 영상을 보길 추천한다.




대리 만족 독일 생활기


샷다 SCHADDDA의 독일 브이로그
https://url.kr/s2MhBr


샷다는 내가 몇 년 전에 구독한 유튜버로, 독일 미술대학교 학생이다. 나는 얼마간 그를 잊고 지내다가 어느 날 번뜩 떠올라서 정말 오랜만에 찾아보기로 했다. 마침 지루하던 참이었다. 재택근무가 오래 이어졌고 집 앞 카페조차 문을 닫은 상황이었으니까. 그럴 때 그가 떠오른 건 아마 여행을 가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원래라면 이맘때쯤 한 달 정도 길게 여행을 갔을 터였다. 오랜만에 그의 얼굴을 보니 고향 친구를 만난 기분이었다. 또 독일 거리는 어떻고. 중간중간 들리는 독일어까지도 괜스레 그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영상을 지켜보니 명랑한 샷다 씨도 코로나19로 결국 아르바이트를 쉬게 되었단다. 나에게 늘 환상처럼 느껴지던 영상 속 나라도 결국 현실이었다. 자유롭게 국경을 오가던 일들이 마치 꿈같았다.




남의 집 창으로 여행 가기


윈도우스왑
https://www.window-swap.com/


‘홈루덴스족’이라고 들어본 적 있는가? 나도 방금 알게 된 신조어인데, 집을 뜻하는 홈 home과 놀이를 뜻하는 루덴스 ludens가 합쳐진 용어라고 한다. 코로나19로 참 많은 단어가 생긴 것 같다. 아닌 게 아니라 나만 해도 생활이 많이 바뀌었다. 자율 출근이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회사에 나간 것 같은데, 이제는 그마저도 화상회의로 대체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2시간 남짓한 출퇴근 시간이 줄어들면서 시간이 많이 남았다. 우연히 윈도우스왑을 알게 된 것도 할 일이 없어 인터넷 뉴스를 훑어보면서다. 싱가포르에 사는 부부가 집 밖의 같은 풍경을 보고 있자니 지겨워서 시작한 프로젝트라고. 사이트에 접속하면 바로 타인의 창밖 풍경이 보이는데, 그게 참 묘한 기분이 든다. 이국의 낯선 풍경이 분명한데 생활 소음이 들리니 아주 익숙하게 느껴진다. 오늘 나는 호주의 어느 집 풍경을 보기로 정했다. 진정한 홈루덴스족이 된 기분이다.



내가 들은 그때 그 소리


스마일미디어 Smilemedia의 비자림 숲 소리 영상
https://url.kr/NOR2nZ


‘아~ 제주도 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회의 준비를 할 때 괜스레 유튜브를 검색했다. 바람 소리, 새소리, 숲 소리 등등. 그러다 인상이 선한 어느 아저씨가 준비했다는 영상을 보게, 아니 듣게 되었다. 비자림의 소리를 모은 영상이었다. 잘 다듬은 소리가 아니라 제주의 세찬 바람 소리를 그대로 들으니 2년 전 여행이 떠올랐다. 내가 보고 들은 비자림도 참 아름다웠는데, 푸른 나무와 적색 토양이 꼭 녹차와 초코가 섞인 아이스크림 같았다. 나도 모르게 휴대폰을 꺼내어 사진첩을 둘러보며 추억 여행에 빠져들었다. 영상에선 계속 바람 소리가 들려왔고, 회의 준비는 다소 지연되었지만, 오랜만에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하루의 끝 ‘새며드는’ 시간


새덕후 Korean Birder의 야생 수리부엉이 영상
https://url.kr/kl4JwT


친구의 소개로 유튜버 새덕후 님을 알게 되면서 나의 하루 끝은 그의 영상으로 마무리한다. 그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수리부엉이 영상. 어릴 때부터 <해리 포터>에 나오는 부엉이를 좋아했다. 새덕후 님의 영상을 보고 있으면 평온한 기분이 든다. 엄청나게 바빴던 회사에서의 시간이 잊히는 것 같다. 특히 수리부엉이 편 마지막에 저어새와 도요새가 떼 지어 석양을 등지고 있는데, 그 풍경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일반 다큐멘터리보다 좋은 이유는 새덕후 님의 목소리가 듣기 좋고, 무엇보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보는 내내 잘 쉬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알게 된 새도 많고 자연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것이 ‘새며들고’ 있다는 증상인가?



랜선 여행도 여행이 되나요?


PAV360 VR tour의 스위스 취리히 영상
https://url.kr/t5vrzU


요즘엔 컴퓨터로도 여행할 수 있다. 이 유튜버 영상 중 마음에 드는 나라를 정해 재생하고 마우스 커서를 영상 위에 두고 움직이면 VR 체험을 하는 것처럼 360도 장면을 볼 수 있다. 기술이 이렇게 발전했을 줄이야! 나는 유럽 여행 갈 때 물가가 비싸서 못 간 스위스를 골랐다. 듣던 대로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는데, 개인적으로 관광 안내를 돕는 내레이션이 몰입을 방해해 음소거를 한 채 봤다(정보를 얻고자 하는 분들은 듣는 것을 추천. 지역의 기념품까지도 설명해준다). 한 번도 가본 적 없지만, 마치 언젠가 가본 것처럼 그리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직접 가는 것보다 못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조금 환기된 기분이다. 이 영상에서처럼 다시 자유롭게 유럽의 거리를 거닐어볼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