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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다른 풍경 속으로

Every Day into a Different Scenery

매일 다른 풍경 속으로

Editor.Hyemin Lee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30대 중반 / 래춘

유튜브 ‘래춘씨 생존기’ 운영


Conditions

지역
구조 캠핑카
면적   11.9㎡(3.6평)
캠핑카 매매가  약 7000만 원
인테리어 비용  약 3000만 원

 

Room History

 

30대 초반 경기도 광명시 아파트
30대 중반 캠핑카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비슷한 일상을 살며, 집에 와도 매일 똑같은 풍경만 보이는 창밖을 보다 남자는 문득 생각했다. 어차피 세를 내고 살 거라면 매일 바뀌는 창밖의 풍경에 돈을 지불하고 싶다고. 결국 나의 현재를 저당 잡혀야 소유할 수 있는 집이라면 한 번쯤은 내가 가고 싶은 길 위에 현재를 놓아보고 싶다고. 그렇게 30대 중반의 래춘은 집 대신 캠핑카를 샀다.


보통은 저희가 댁으로 찾아가는데, 집을 가지고 저희가 있는 곳으로 찾아오니까 참 신기하네요.(웃음) 오늘은 어디서 오는 길인가요?
제가 요즘 한 달간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가는 여행을 하는 중이거든요. 여러 지역을 거쳐왔어요. 어제는 안산 호수공원에서 자고 오늘 여기로 왔죠. 오랜만에 도시에 왔네요.

집 대신 캠핑카에서 산 지는 얼마나 됐나요?
1년이 좀 넘어가고 있는 거 같아요. 1년 3개월 정도?

1년 넘게 살아보니 어떻던가요? 콘크리트 집에서 살 때와 비교해보면?
음, 솔직히 말해서 “엄청 좋아!”라는 건 거짓말일 거예요. 콘크리트 집이랑 캠핑카를 주거 환경 기준에서 비교하면 당연히 콘크리트 집이 낫겠죠. 거긴 원래 주거 목적으로 지은 곳이니까 안정감이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 안정감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여길 택한 것이고요. 그런 기준에서 제가 가장 만족스러운 건 아무래도 해방감이죠.

어떤 해방감요?
자다가 눈을 떴는데 순간 여기가 어디지 싶을 때 있잖아요. 그 상태로 창밖을 봤는데, 전혀 생각지 못한 풍경이 펼쳐지는 거죠. 보통은 낮에 차가 막혀서 밤에 주로 이동하니까 위치는 대충 알아도 주변을 자세히 못 보고 잠을 자거든요. 그리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눈앞에 상상하지 못한 풍경이 펼쳐질 때가 꽤 많아요. 그럴 때는 소름까지 돋아요. 우아, 내가 이런 곳에 있다니!



매일 바뀌는 뷰를 집에서 누릴 수 있다니 부럽네요. 하루 타임라인이 어떻게 돼요?
계절에 따라 타임라인이 바뀌어요. 그냥 콘크리트 집에 살 때는 사실 계절과는 상관없이 비슷한 패턴으로 지내잖아요. 근데 여기선 계절의 영향이 좀 커요. 요즘처럼 더운 날 밝을 땐 아무것도 할 수 없죠. 해가 떨어지면 활동을 시작해요. 평소에는 스쿠터나 자전거 타고 동네 한 바퀴 돌거나, 바닷가에 오면 꼭 서핑이나 수영을 하고요. 특히 조깅하는 걸 좋아하는데, 달리면서 그 동네를 찬찬히 다 볼 수가 있거든요. 근데 그게 매번 다른 동네, 다른 풍경이니까 심심하지가 않아요.

집은 작지만 생활 반경은 더 넓어진 셈이네요. 이 집, 아니 이 차가 몇 평 정도 되죠?
지금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한 3~4평 정도 될 거예요. 그래도 있을 건 다 있어요.

살짝 둘러보니까 정말 없는 게 없네요. 자랑 좀 해주세요.
일단 침대와 TV가 있고요, 여긴 주방이에요. 냉장고랑 싱크대, 전자레인지, 정수기도 있어요. 화장실에 샤워실도 있고요. 아, 비데도 있어요! 이건 좀 TMI인데, 처음에 캠핑카를 구매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다른 건 고민이 안 되는데 비데가 없다고 해서 몇 날 며칠을 고민했거든요.(웃음) 결국 제가 따로 달았죠. 그리고 책상에 컴퓨터, 게임기 있는 이 공간이 거실입니다. 이 위는 옷장으로 쓰고 있고요, 차 뒤쪽을 열면 세탁기도 있어요. 뭐, 원룸에 사는 거랑 크게 다를 거 없죠?



저희 집보다 좋은데요? 캠핑카가 아무리 좋아도 다 갖추진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제 편견이었네요.
웬만하면 이 안에서 다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했더라고요. 저는 제가 아무리 좋은 꿈을 갖고 선택한 일이라고 해도, 제 기준에서 좀 사람답게 살 만하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을 누리지 못하는 환경이라면 쉽게 지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일부러 무리해서라도 집 환경과 비슷하게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이런 작은 디테일을 갖춤으로써 제가 원하는 삶, 이를테면 행복을 찾기 위해 선택한 이 불안정한 삶도 더 오래 버틸 수 있고, 만족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보통 캠핑카에서 생활하는 분들 보면 미니멀리스트인 경우가 많던데, 래춘 님은 반대인 것 같네요.
미니멀리스트가 아닌 건 확실해요. 이거 보시면 아시잖아요. (봉지 과자가 가득 담긴 수납함을 열며) 이거 제 보물 창고거든요.(웃음) 아! 여기도 좀 찍어주세요. (와인과 위스키 등이 든 침대 밑 작은 수납함을 열며) 제 미니바예요. 이건 좀 자랑하고 싶네요. 하하! 물론 공간이 절대적으로 작아서 한 번씩 정리도 하고 의식적으로 줄이려고는 하는데, 살다 보면 원래 살던 패턴대로 비슷해지더라고요.

생활비는 어느 정도 드나요? 주거 공간을 캠핑카로 바꾼 뒤 생활비와 주거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일단 월세는 안 들겠지만, 다른 비용이 더 들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3개월간 생활한 것을 가지고 평균을 내본 적이 있는데요, 일단 식비나 여가비 이런 데서는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어요. 그런데 주거비와 교통비에서는 확실히 변화가 생기더라고요. 주거비라는 건 월세와 전기세·난방비 같은 광열비가 포함되는 거고, 교통비는 주유비·주차비·출퇴근비라고 했을 때 계산해보니 제가 혼자 집에 살 때보다 그 두 가지 합친 비용이 월 95만 원 정도가 절약되더라고요.

오, 그래요? 점점 더 흥미가 생기는걸요. 여기 지금 전기가 필요한 것도 많아 보이는데, 전기는 어떻게 충당하나요?
전기는 다섯 가지 충전 방법이 있어요. 발전기, 태양광, 주유 등등. 근데 평소에는 태양광으로도 충분히 커버가 되니까 거의 전기료가 제로예요.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거든요. 하루 양껏 쓰면서 돌아다니다 보면, 다음 날 쓸 전기가 다 충전돼 있어요. 근데 비가 오면 그날은 충전을 못 하니까 조금씩 마이너스가 되잖아요. 그래서 통상 일주일 정도는 쓰는 것 같고요. 물론 여름에는 에어컨을 트니까 사실 태양광만으로 부족해요. 그럴 때는 오토캠핑장에서 충전하거나 발전기를 사용하죠.



요즘 <캠핑클럽>이라는 프로그램 보니까 왕년의 걸 그룹 요정들이 스스로 쓴 오수를 비우고, 볼일 본 오물도 버리더라고요. 캠핑카 하면 낭만적인 것만 떠올렸는데, 오히려 직접 감당해야 하는 생활적인 부분도 있을 것 같더라고요.
맞아요. 캠핑카에서 산다고 하면 맨날 석양 지는 바닷가에서 바비큐해 먹는 줄 알겠지만, 사실 혼자 고기 구워 먹는 거 굉장히 번거롭거든요.(웃음) 물도 쓴 만큼 채워야 하고, 화장실도 내가 싼 만큼 비워야 하죠. 그런 부분은 낭만이랑 좀 거리가 있긴 하죠. 하지만 저는 그런 현실적인 것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캠핑카 생활을 시작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감당할 만하더라고요. 물도 한 번 채우면 거의 10일은 쓰는 거 같고요. 화장실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비워주면 되는데, 그거 10분도 안 걸리거든요.

그런 일들이 사실 편리한 집에서 살 때는 경험하지 않은 것들이잖아요. 그런 경험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된 것도 있나요?
네, 있죠. 물을 한 번 채우면 300L 정도 돼요. 큰 드럼통 하나 반을 가득 채운 것과 같거든요. 내가 물을 이만큼이나 쓰는구나, 그런 습관을 알게 되는 거죠. 또 이건 제가 퇴사한 뒤부터 더욱 와닿은 부분인데, 내가 나와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 내가 정말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게 된 거예요.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거든요. ‘머스트’가 많은 세상이잖아요. 하고 싶은 것보다는 해야 할 것, 가야 할 곳, 만나야 할 사람만 가득했던 것 같은데, 그런 면에서 삶의 패턴이 굉장히 달라졌어요.

퇴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래춘 님은 사실 캠핑카로 주거 공간을 옮기고 나서도 한동안 서울에서 출퇴근 생활을 했잖아요. 그때 생활은 어땠어요?
사실 저는 처음부터 회사를 관두려고 캠핑카를 선택한 건 아니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회사는 당연히 계속 다녀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어차피 집을 구할 거라면 캠핑카에 살면서 주중엔 출퇴근하고 주말엔 여행을 다니는 삶도 괜찮겠다 싶었던 거죠. 방송 쪽 일을 했는데, 야근이나 회식이 많잖아요. 회사 앞에 차 세워두고 출퇴근하니 되게 편하더라고요. 그 생활을 반년 이상 했죠. 실제로 회식 날 대리 안 부르고 걸어서 집에 갈 수 있어 좋았고요.(웃음)

근데 도심 속 캠핑카라는 게 익숙한 풍경은 아니잖아요. 일단 서울 주차난도 심각하고요. 주차는 어떻게 하나요?
맞아요. 사실 주차는 정말 언제나 스트레스예요. 회사 다닐 때는 다행히 회사 근처 공영 주차장에 월 계약해서 주차했지만, 그것도 저렴하진 않아요. 어떤 곳은 반지하 월세 수준을 제시하더라고요. 또 어딘가 이동할 때마다 계속 주차 공간 찾느라 진땀을 빼야 하는 건 기본이죠. 차고가 높다 보니 야외 주차장을 찾아야 하거든요. 거기다 가끔 주차비에 웃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요. 주차 1구역 안에 잘 들어가는데도 높이가 높아서 더 달라는 식이죠. 그럴 땐 좀 억울해요.

정말요? 그래도 그런 일을 겪으면서 이제는 래춘 님만의 주차 노하우 같은 게 좀 생기지 않았을까 싶은데.
여전히 힘들어요. 노하우라기보다 분쟁의 여지를 안 만들려고 최대한 노력하죠. 공영 주차장이라도 거기서 무슨 얘길 꺼내기 전에 제가 먼저 선수를 쳐요. 이건 어떤 차고 어떤 목적으로 있으려는데 괜찮겠냐, 뭐 그런 얘기들을 사전에 충분히 하는 거죠.

생각할 게 이만저만이 아니겠어요. 그런 것만 해결돼도 도시 생활은 할 만했을까요?
사실 주차보다 힘든 건 사람이었어요. 지나가다가 대뜸 “캠핑카면 바다든 산이든 가야지, 왜 지금 여기 있냐”라면서 따지는 분도 있었고, 이른 아침에 누가 노크를 해서 나가 보면 조깅하던 아저씨가 “이거 얼마냐? 뭐 하는 데냐?”고 묻기도 하고요. 이런 일이 정말 자주 있어요. 아무래도 서울은 저랑 맞지 않는 도시 같아요.(웃음)

캠핑카에 산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랬겠죠? 이런 게 일반적인 삶은 아니잖아요. 혹시 처음 캠핑카를 사서 거기서 살겠다고 했을 때 가족들은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세요?
욕 정말 많이 먹었죠.(웃음) 부모님은 물론이고 친인척, 지인분들도요. “너 그렇게 살다 거지 된다”부터 ”그러니까 연애를 못 하지”까지. 근데 그냥 한 번쯤은 제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고 싶었어요.

보통 30대 중반이라면 결혼 자금을 마련한다거나 집을 사기 위해 돈을 모아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하잖아요. 근데 지금 래춘 님은 집이 아닌 캠핑카를 샀고, 퇴사까지 했어요.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산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은 없나요?
막연한 불안감은 늘 있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전통적으로 모든 사람이 어떤 한 지역에 정착해 콘크리트 집에 살면서 생활을 꾸리니까요. 근데 저는 그것과는 전혀 다른 길로 혼자서 가고 있으니까, 가끔은 이게 맞나? 정말 아빠 말씀대로 내가 미친놈은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해요. 하지만 지금까지 제가 회사를 10년 이상 다녔고 그런 기준에 부합한 삶을 살아보려고 노력해봤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서 인정받고 잘된다 하더라도 그런 삶이 행복할 것 같진 않더라고요. 어느 순간 앞으로 계속 가도 더 나아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돈을 더 모아서 더 큰 집에서 살고, 더 좋은 직업에 종사하느냐보다 그냥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내가 행복한 걸 하고 싶더라고요.



그래도 지금 유튜브에 5만 명 가까운 구독자가 있잖아요. 이런 래춘 님의 생활을 응원하고 공감하며 지켜보는 많은 사람이 생겼을 때 어땠어요?
아, 내가 완전히 미친놈은 아니었나 보다.(웃음) 그래, 어쩌면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

처음 캠핑카 생활을 시작할 때 최소 2년은 살아보겠다고 선언했잖아요. 곧 2년이 되어가는데, 그 이후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글쎄요, 저는 여행을 갈 때도 늘 큰 방향만 정해요. 남쪽으로 가자. 근데 남쪽으로 가다가 좋은 곳을 만나면 거기서 며칠 쉴 수도 있겠죠. 중간에 다른 곳을 들렀다 갈 수도 있고요. 그때그때 바뀌는 게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남쪽으로 가는 길인 건 변함이 없어요. 그런 것처럼 사실 지금 삶의 큰 방향만 설정했을 뿐이에요. 캠핑카에 사는 것도, 회사를 그만둔 것도요. 아직 행복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 어느 날 훌쩍 세계 여행을 떠날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것도 과정 중 하나겠죠.



Conditions

지역
구조 캠핑카
면적   11.9㎡(3.6평)
캠핑카 매매가  약 7000만 원
인테리어 비용  약 3000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