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dmark wordmark

logo logo

바람이 우리를 자라게 한다

The Wind Makes Us Grow

바람이 우리를 자라게 한다

Editor.Hyuna Lee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28세 / 오동진

디자이너


Conditions

지역 서울시 광진구 화양동
구조 다세대주택 옥탑
면적  20㎡(6.5평, 옥상 제외)
보증금 300만 원
월세 35만 원

 

Room History

20세 서울시 광진구 화양동 3층 원룸(보증금 1000만 원, 월세 50만 원)
23세 서울시 광진구 화양동 3층 오피스텔(보증금 1000만 원, 월세 75만 원, 관리비 15만 원)

 

 

영원히 성장하는 일은 과연 가능할까? 가끔 형형한 눈빛과 유연한 태도를 지닌 노인을 만나면 그렇다고 믿게 된다. 다 큰 성인이 계속 자라는 듯 보이는 건 그들에게 틈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생각이 드나들고, 변화의 지점이 생겨나는 틈. 식물을 키우는 건 바람이라고 말하는 오동진의 옥탑방에는 숨구멍이 가득하다. 그의 주변을 둘러싼 많은 것이 이곳에서 햇빛에 몸을 말리고 바람에 자신을 맡긴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의 집 안 곳곳에 기분 좋은 바람이 드나들었다. 나는 야트막한 언덕의 정상에 오른 사람처럼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리빙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작품 활동을 했다고 들었어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나요?
졸업 후 ‘파우스트’와 ‘본아씨씨’라는 인테리어 브랜드를 론칭하고 2년 정도 운영했어요. 지금은 개인 작업보다는 새로 다니고 있는 회사에 전념하고 있어요.

옥탑방으로 이사 오기 전에는 남자 셋이 지낼 수 있을 정도로 넓은 데서 살았는데, 비교적 더 좁은 공간으로 이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스무 살 때부터 자취를 해서 이제 8년 정도 됐거든요. 이번이 세 번째 자취방인데, 다 건국대학교 근처에서 살았어요. 첫 번째 집은 꽤 괜찮았어요. 좁지만 깨끗했고, 풀 옵션이었죠. 다만 제가 인테리어를 하기 위해 고칠 수는 없었어요. 아, 제가 제일 싫어하는 색이 형광 녹색인데, 벽지가 그 색이었고요. 그곳에 살다가 넓은 데서 지내고 싶어 이사를 갔어요.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까지 걸어가야 한다는 게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온 집이었죠.(웃음) 자취방에서 그게 쉽지가 않잖아요? 그런데 월세가 관리비까지 합쳐서 100만 원 정도라 룸메이트 두 명을 구하게 됐어요. 하지만 같이 사는 게 쉽지는 않았죠.

이 옥탑방이 엄청난 변화를 거쳤더라고요. 저라면 고칠 엄두가 안 났을 텐데, 어떤 부분에서 가능성을 보았나요?
집의 피지컬이 괜찮았거든요. 인테리어는 차치하고, 평수와 구조를 본 거죠. 집 구할 때 별의별 집을 다 봤거든요. 옥탑방에 올라올 때 나선형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고, 어떤 집은 제가 서면 머리가 천장에 닿기도 했어요. 집 같지 않은 집이 많았죠. 그런 걸 보다 보니 벽이 벽돌인 것도 감사할 정도였어요. 여기는 옥상과 방, 화장실도 꽤 넓어서 마음에 들었죠. 불법 증축한 건물도 아니거든요. 여기서 보이는 다른 옥탑방 중에는 불법 증축한 건물이 많아요. 보통 창고로 쓰다가 세를 놓기 위해 컨테이너 박스를 붙여서 부엌과 화장실을 만들거든요. 그런 건물은 일단 걸렀어요.

수리에 대해서는 집주인과 어떻게 협의했나요?
제가 산업디자인과를 나왔거든요. 살짝 거짓말 좀 보태서 인테리어를 여러 번 해봤고 리모델링에 자신이 있다고 얘기했죠. 어떻게 바꿀지 계획도 말씀드렸고요. “제가 나간 후에도 서로 윈윈일 겁니다.” 그렇게 설득하니 허락해주시더라고요. 지금은 후회하시겠지만.

왜요?
집은 약속대로 환골탈태했죠. 그런데 제가 친구들 불러서 파티하는 것도 좋아하고, 끊임없이 수리하면서 일을 벌이는 타입이거든요. 집주인은 조용히 사는 세입자를 원한 것 같아요. 바로 아래층에 사시거든요. 그래서 다음 집에는 필수 조건이 하나 더 붙었어요. 집주인이 같은 건물에 안 사는 곳.(웃음)



벽 타일을 떼어내다가 그 모습이 멋있어서 질감을 보존하고 그대로 사용했다고 들었어요. 여기서 이전의 모습이 남아 있는 부분은 어디인가요?
그거밖에 없는데요.(웃음) 아니, 여기가 정말 별로였어요. 제가 다 고쳐서 그렇지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35만 원, 딱 그 정도의 값어치를 하는 방이었죠.

천막도 원래 없었던 거예요?
네. 원래는 부엌에 신발을 신고 들어가는 구조였어요. 그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바닥을 다시 깔았고, 신발장을 밖에 둘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천막이 필요했고요. 비 올 때 젖으면 안 되니까요. 천막 설치도 처음이라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각목도 써보고, 방수포도 써보다가 결국 앵글 선반용 철제를 사용해서 설치했죠. 후배 중에 아버지가 천막 사업을 하는 친구가 있어서 천 재단을 부탁했고, 앵글은 제가 길이를 재서 인터넷으로 주문했어요. 다 합쳐서 13만 원 정도 든 것 같아요.

덕분에 가림막용 발도 걸 수 있고, 사생활 보호도 되겠어요.
가림막은 사실 제 아이디어가 아니라 건너편 집을 따라 한 거예요. 저쪽은 발에다가 돗자리까지 대서 절대 못 보게 해놨더라고요. 제가 가끔 여기서 팬티만 입고 돌아다니는데, 그게 보기 싫으셨나?(웃음) 그래서 저도 가렸는데, 가상의 벽이 생긴 것 같기도 하고 안정감도 있어요. 마주 보는 두 옥탑방이 안간힘을 다해 발로 서로의 공간을 가린 모양새가 어떻게 보면 재미있기도 하고요.

화장실을 “자칫하면 잃어버릴 수 있는 인간의 존엄이 지켜지는 곳”이라고 표현한 게 인상적이었어요. 집에서 화장실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있나요?
샤워하는데 무릎에 변기가 탁탁 치이면 좀 그렇잖아요. 그러니까 배설하는 곳과 내 몸을 청결히 해야 하는 공간 사이에 여유가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이 집은 화장실이 꽤 넓은 편이라 마음에 들었어요.



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아무래도 식물이에요. 집에 식물을 많이 들이게 된 이유가 있나요?
어릴 때부터 식물에 관심이 많았고, 아빠가 난을 많이 키우셨어요. 제 취향은 식충식물 같은 특이한 식물이지만요. 한때는 식물 무역업을 하는 꿈도 꾼 적도 있고요. 그런데 자취를 하다 보니 그런 취미를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학교에 가고 술 마시는 일만 빼곡했죠. 다시 취미 생활도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싶었어요. 옥탑방을 구한 이유도 식물이 살기 좋은 조건이라 그런 거예요. 햇빛이 많이 들고 통풍도 잘되니까요.

3년 정도 실제로 키워보니 어떻던가요? 나 아닌 다른 존재와 같이 살면 깨닫는 일들이 있잖아요.
햇빛과 물만큼이나 바람이 중요하더라고요. 집 안에 있다면 통풍이 되도록 창문을 항상 열어두는 게 좋아요. 식물의 줄기가 바람에 흔들리면서 단단해지는 효과가 있거든요. 겨울에 안에 들여놨다가 봄에 내놓으면 겨울 동안 새로 난 잎이나 줄기는 휘청거리면서 다 찢어지고 죽어요. 그런데 여름에 새로 난 애들은 흔들리면서 자랐기 때문에 훨씬 튼튼해요.

이른바 ‘식물 킬러’라고 부르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노하우가 있다면요?
거름에 대해 사람들이 많이 헷갈려 하는 것 같아요. 식물이 비실비실하면 거름을 주는데, 그건 사람으로 따지면 못 먹어서 아사 직전인 사람한테 홍삼을 주는 격이거든요. 녹용을 먹이는 거예요.(웃음) 그럴 때일수록 햇빛, 바람, 물이라는 기본에 충실해야 해요. 겨울에 집 안에 들이고 키울 때는 식물 생장 조명을 계속 켜두는 게 좋고요.



옥탑방도 구조적으로 계절에 영향을 많이 받고, 식물도 그렇잖아요. 계절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건 달리 말하면 계절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이곳에서의 생활이 동진 씨에게도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확실히 더 여유롭고, 느긋하게 일상을 바라보게 된 것 같아요. 계절 중에서는 날씨가 변하는 봄과 가을을 가장 좋아해요. 일어나면서부터 미묘한 변화의 기운을 감지할 수 있잖아요. 어떻게 보면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갈 수 있는 순간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좋죠.

다른 사람보다 날씨 예보도 꼼꼼히 보겠죠?
맞아요. 빨래를 널었는데 비가 오면 바로 집 걱정을 하게 되죠. 회사에서 일하다 비가 와서 “헉, 비 온다! 내 빨래!”라고 하면 사람들이 막 웃어요. 보통 그런 걸 걱정하진 않으니까요. 확실히 옥탑방에 살면 날씨를 확인해야 하니까 하늘을 자주 봐서 오히려 좋죠. 다른 도시 사람들처럼 회사에 가고, 생활 패턴은 비슷하지만 뭔가 자연에 더 가까운 느낌이에요. 나중에는 제가 식물을 좋아하니까 집 옆에 작은 유리온실을 지어서 가끔씩 거기서 자고 싶어요. 중앙에 침대를 두고.(웃음)



지금도 옥상에 나와 있으면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인데요?
식물이 많이 자라기도 했고, 수도 늘어서 겨울에 안에 다 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요즘은 진지하게 이사를 고민 중이에요. 저 자신이 아니라 식물들이 나를 이사시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식물 덕분에 오히려 내가 원하는 집과 가까워지는 거네요.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네요!

집을 둘러보니 미니멀리스트보다는 맥시멀리스트에 가까운 것 같은데, 친구들이 ‘줍줍이’라는 별명을 붙였다고 들었어요. 최근에 주운 물건은 뭔가요? 제일 잘 주웠다 싶은 거요.
사실 거의 다 주워서 잘 썼어요. 책상도 주웠고, 간이 테이블도 주웠고, 평상은 이 집에서 영화 촬영할 때 두고 간 소품이라 쓰는 거고요. 그래서 다음번 집에서는 다 버리고 새로 사려고요.

나름 애정이 깃든 물건인데, 다 버리고 싶은 이유가 있어요?
일단 제가 산 게 없으니 버린다고 해서 낭비가 아니거든요.(웃음) 지금 사는 집은 수리해서 상태를 개선해놓은 건데, 어떻게 보면 이가 없어서 잇몸을 만든 격이에요. 그래서 다음 집에서는 비용을 들여 시공도 제대로 하고, 취향대로 마음껏 꾸며보고 싶어요.

본인 라이프스타일을 ‘로빈슨 크루소’와 닮았다고 했죠. 주변에 놓인 여러 가지 문제를 하나씩 직접 해결해나가는 행동이 어떤 변화를 주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저는 일을 벌여놓고 스트레스받으면서도 어떻게든 해내는 타입이에요. 극한 상태로 몰아넣은 다음에 어떻게든 살려고 발버둥 치면서 속성으로 배우는 걸 즐기는 거죠. 이 집을 수리한 경험을 통해 다른 인테리어 관련 일도 맡게 됐고, 개인적으로는 다채로운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계단을 밟아나가는 경험이 재미있고요. 그래서 이 집에 애정은 있지만 집착하지는 않아요. 이제 다음 단계로 가야죠, 안녕하고.


Conditions

지역 서울시 광진구 화양동
구조 다세대주택 옥탑
면적  20㎡(6.5평, 옥상 제외)
보증금 300만 원
월세 35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