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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채집가

The Taste Collector

취향 채집가

Editor.Hyein Lee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28세 / 유경종

포토그래퍼


Conditions

지역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2가
구조 다세대빌라 2층 스리룸
면적  54.48㎡(16평)
보증금 500만 원
월세 85만 원

 

Room History

 

25세 서울시 마포구 신림동 다세대빌라 1층 원룸 (보증금 300만 원, 월세 33만 원)
25세 서울시 용산구 보광동 다세대빌라 2층 투룸 (보증금 500만 원, 월세 50만 원)

 

 

바스큘럼 vasculum은 18세기 식물학자들이 식물을 채집하기 위해 지니고 다니던 채집통이다. 원형의 틴 케이스를 닮은 이 물건은 나름의 구조를 갖추어 식물을 변형되지 않게 보관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갑자기 웬 엉뚱한 가방 이야기냐고? 나는 유경종의 집을 보고 기억하기도 어려운 그 단어를 떠올렸다. 바스큘럼. 길을 가다가, 여행하다가 발견한 것으로 채워진 그의 상자 안에서 나는 어쩌다 잡힌 곤충처럼 두리번거렸다. 통통 튀고 아름다운 것투성이였다. 유경종은 자신의 취향에 정통한 전문가이자 집 그 자체다. 한마디로 취향의 채집가 採集家이다. 


인터뷰 제의가 몇 번 들어왔죠? 승낙하는 기준이 뭐예요?
아뇨, 생각보다 많이 안 들어와요. 이전에 딱 한 번 했는데, 집과 관련한 짧은 인터뷰였어요. 워낙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 보니 매체에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엔 이사하면서 버릴 건 버리고 가구를 싹 바꿔서 이곳도 남겨놓으면 좋을 것 같아서 응하게 됐어요. 무엇보다 <디렉토리>는 사진이 너무 좋고 섭외 메일도 예뻤거든요.

그것을 매체의 결, 그러니까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성향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렇겠죠? 저는 취향이 안 맞는다 싶으면 메일도 잘 안 봐요.(웃음)

아이고, 메일 확인해주셔서 감사합니다.(웃음) 같이 사는 친구가 있다고 들었는데 취향이 좀 맞나요?
어머니가 “너는 웬만하면 혼자 살아”라고 할 정도로 예민한 편인데, 이 친구하고는 취향이 맞고 마음도 편해요. 처음엔 친구가 지나가는 말처럼 가볍게 같이 살아보자고 했는데, 제가 그 말에 꽂힌 거예요. 보광동에서 혼자 살 때보단 좀 더 넓은 데서 재밌게 살 수 있으니 괜찮겠다 싶었죠. 오래전부터 이런 나무로 마감한 집을 꿈꾸기도 했고, 여기 욕실 타일 색도 마음에 들었어요.

때론 절대 내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존재로부터 영감을 얻기도 하지 않나요?
아니요, 싫어하는 것에는 눈길을 아예 안 줘요. 완전 Yes or No죠.(웃음) 고집도 세서 취향도 거의 안 바뀌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무언가를 절대적으로 싫어하기보다는 좋아하는 것을 내리 찾는 것 같아요.

‘내가 이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인지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건가, 아닌가?’ 모호하게 느끼는 사람도 많아요. 경종 씨는 어떤 계기로 ‘이것이 좋다’는 감각을 알아차리게 되었나요?
뚜렷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고요, 저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계속 SNS로 빈티지 옷과 가구를 찾아볼 때 ‘아, 내가 이걸 좋아하는구나’ 자연스럽게 깨닫는 거죠. 그걸 위해 돈도 모으고 있었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집이란 우리가 살면서 표현할 수 있는 취향의 가장 큰 단위가 아닌가 싶어요. 그렇기 때문에 더 어려워하고 더 잘 꾸미고 싶은 게 아닐까요?
음… 어떤 마음이 있어도 취향을 꾸릴 수 있는 상황과 불가능한 상황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4년 전 신림동에서 3개월 정도 살았는데, 집이 너무 좁아서 어떻게 꾸밀 수가 없었어요. 침대 하나를 넣었더니 집의 반을 차지할 정도였으니까요. 보광동으로 오고부터 길가나 동묘시장에서 발견한 것을 두었고, 이 집으로 오고 나서는 좀 더 값이 나가고 질 좋은 빈티지 제품으로 채웠어요. 작년에 빈티지 가구를 바잉하는 친구 따라 네덜란드에 갔거든요. 그때 바이어들만 갈 수 있는 창고에 들어갔는데, 죽을 때까지 못 볼 가구들이 거기에 죄다 있는 거예요. 그 이후로 제 취향이 좀 더 견고해진 것 같아요. 어차피 살 거면 좋은 걸 사야겠다 싶었죠.

빈티지가 왜 그렇게 좋아요? 이 정도의 편애라면 단순히 ‘예쁘다’는 이유를 넘어서는 아름다움에 대한 자신만의 신념이나 관점이 있을 것 같아 여쭤봐요.
제일 큰 이유는 희소성 때문이에요. 많은 사람이 명품 브랜드의 옛 시즌에 더 환호하기도 하잖아요. 저는 샤넬의 옛 광고 톤을 되게 좋아하는데요, 디자인과 색감 면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그 시절에 유행했지만 또다시 돌아와 지금도 인정받고 있는 빈티지의 면모를 좋아해요.

그럼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가장 자유로운 방식이 뭐예요? 역시 사진이려나?
사진보다는 집인 것 같아요. 사진은 어떻게든 예쁘게, 예쁘게 찍으면 되니까.(웃음)


경종 씨는 길가나 시장에서 득템을 잘하잖아요? 그런 안목은 어떤 과정을 거쳐 길렀나요?
사실 안목이랄 것까진 없어요. 물건을 볼 때는 그 물건만 보지 않고 상황까지 같이 보는 편이에요. 물건을 놓을 공간을 생각하면서 그때의 분위기, 색감까지 보는 거죠. 득템은 사실 운이라서 갔을 때 제 눈에 예쁜 것이 있으면 사는 편인데, 요즘은 동묘에 물건이 없거니와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서 잘 안 가요. TV에 자주 나온 이후로 아예 빈티지 숍이 생기고 가격도 많이 비싸졌더라고요.

남들이 못 본 것을 발견하면 묘한 희열이 있지 않아요? 저는 이거 어디서 찾았냐 하는 메시지를 받으면 은근 뿌듯하더라고요?
저는 반대예요. 안 물어봤으면 좋겠어요.(웃음) 정말 가까운 분이면 당연히 알려드리는데, 저만 알고 싶은 부분도 있거든요.

이번 집으로 이사 오면서 길가나 동묘시장에서 발견해 들여놓은 물건을 많이 정리하고, 대신 더 비싸고 질 좋은 빈티지 소품을 들였다고 했어요. 그 이유가 뭐예요?
단순하게는 그때보다 돈을 조금 더 벌고 있고요. 동묘에서 산 것들이 나쁜 건 아니지만 대부분 금방 해지고 망가지더라고요. 네덜란드의 빈티지 창고에 갔을 때 좋았던 점이 가구가 지닌 역사를 들을 수 있었다는 거예요. 그중 아이폰이나 애플의 디자인에 영감을 준 브라운사의 디터 람스 디자인 이야기가 재밌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는 브라운사 제품을 수집하고 있는 분의 쇼룸에 가기도 했어요. 저는 브라운사처럼 큰 변화 없이 꾸준히 이어지는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경종 씨처럼 취향이 한결같은 사람이 있는 반면, 들쑥날쑥한 사람도 있어요. 후자가 저인데요, 어릴 때는 그게 분열된 자아 같아서 견디기 힘들었어요.
저는 그런 경험이 아예 없어요. 취향에 기준이 있다면 거기서 조금씩 움직이는 편이라 변화가 거의 없거든요.

그럼 어떤 아이였는데요?
어릴 때는 어머니가 공부하기만 원했고, 또 친구도 없어서 주로 집에만 있었어요. 스무 살 전까지는 좋아하는 것도 없었던 것 같아요. 우연히 친구가 빈티지 옷을 권유하고 알려준 후부터 패션에 관심이 생겨 숍에서도 일해보고 그랬죠. 또 대구가 빈티지에 특성화되어 있잖아요. 그때부터 빈티지스러운 분위기 자체를 좋아하게 됐어요. 옷, 소품, 가구를 포함해 지금 이 집도 그렇고요.

대구가 빈티지로 특성화되어 있다면 빈티지를 좋아하는 경종 씨에겐 대구가 조금 더 나은 환경이 아닌가요? 
대구가 빈티지 옷이 발달했다면 서울은 특정 분야 없이 개성 강한 빈티지 브랜드가 많아요. 특히 한남동이나 홍대 위주로 퍼져 있죠. 대구에도 서울처럼 예쁜 카페, 식당은 많지만 예술 쪽 인프라엔 한계가 있어요. 저는 대구에 살 때도 전시를 보기 위해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서울에 꼭 갔어요.

그렇다면 경종 씨에게 취향을 향유하는 데는 지역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네, 너무 중요해요. 저한텐 해외에 가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부모님의 취향도 무시 못 하네요. 극단적 예시지만, 목가적인 집에서 자란 아이와 르네상스풍 집에서 자란 아이는 분명 다를 테니까요. 경종 씨는 부모님의 취향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기억하나요?
어머니가 워낙 인테리어와 패션에 관심이 많으세요. 이번에 본가 가니까 리모델링 싹 하셨더라고요. 확실히 그 영향을 많이 받았죠. 물론 관심 분야가 같은 거지 저와 취향이 맞는 건 아니에요. 어머니는 모던하고 깔끔한 스타일을 좋아하시죠. 어릴 때부터 어머니를 따라 가구점, 백화점, 서문시장을 돌며 이것저것 보고 자라면서 취향을 가꾸는 방법이 무의식적으로 축적된 것 같아요.

그 ‘취향을 가꾸는 방식’이란 어떤 행위를 뜻하나요?
글쎄요, 어릴 때라서 정확히 방식을 이해했다기보다 많은 제품을 보고 비교하는 어머니 모습을 반복해서 보아온 거겠죠? 성인이 되어서는 해외여행을 가서 많은 것을 보고 겪다 보니 저에게 맞는 취향이 빨리 스며든 것 같아요. 일단 취향이 맞는지, 아닌지는 부딪쳐봐야죠.



돈과 취향이 직결된다고 생각하나요? 해외 경험도 돈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잖아요.
네, 당연히 직결된다고 생각하는데, 돈만 있고 보는 눈이 없다면 괜찮은 취향을 지닐 수 없다고 생각해요. 돈과 눈, 둘 다 지녀야죠. 저는 눈만 있는 편이지만요.(웃음) 그래도 다행인 건 요즘은 ‘대안’이 많아서 보는 눈의 힘이 있다면 취향의 결여를 어느 정도 이겨낼 수 있어요. 고가의 제품도 비슷하게 나온 물건이 가격대별로 나뉘어 있죠. 최근에 친구가 안경을 산다고 해서 안경점에 갔는데, 하필 고른 것이 좀 비싼 거예요. 그래서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다른 제품으로 제안해달라고 했더니 바로 비슷한 안경을 보여주시더라고요. 그때도 잘 찾아보면 대안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가난의 대물림이라는 표현이 있잖아요. 저소득 계층은 패스트푸드를 자주 섭취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어요. 싸고 양이 많으니까요. 취향은 어떨까요? 요즘 SNS의 발달로 근사한 취향을 접할 순 있지만 여전히 그것을 갖기는 어렵죠. 저는 그 부분에서 취향의 빈부 격차를 체감하고 절망하는 순간이 늘어난 것 같아요.
음, 만약에 고급스러운 것을 좋아하는데 돈이 없는 상황이라면 자괴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런 건 제 스타일이 아니어서요. 그리고 사고 싶은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돈을 모아서 사지 않을까요? 저라면 밥값을 줄여서라도 살 텐데, 이미 누군가와 비교해서 위축되고 힘들어하는 상태라면 SNS를 해선 안 될 것 같아요. 저는 제가 갖지 못하는 아름다운 것을 발견하면 “우아, 이런 것이 있구나!” 하면서 더 많은 것을 느끼지 열등감을 갖진 않거든요.

취향이 아닌 일을 해야 할 때도 있나요? 어떤 포토그래퍼는 돈벌이와 자기 작품을 철저히 분류하며 작업해요.
아뇨, 저는 같은 거라 생각해서 아예 취향이 아닌 일은 하지 않아요. 그리고 저와 취향이 다른 일은 들어오는 경우도 드물고, 또 그런 건 돈을 많이 주지도 않더라고요. 양보다는 질로 가고 싶어요.

그런데 보통은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잖아요. 직장인이라면 더욱 그렇고요. 저는 그 모습이 지금의 20대들이 집을 구하는 상황과 비슷해 보여요. “내 취향은 아니야. 그런데 내가 가진 돈으로는 이 정도밖에 갈 수 없어.”
그렇죠. 신림동 그 좁은 집에 살 때가 그랬어요. 더군다나 제가 지방에서 와 사투리를 쓰니까 서울 사람들이 사기를 많이 치더라고요. 그때 처음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쩔 수 없이 구한 집에서 아쉬움을 인테리어로 메워보려고 하는데, 사실 그것도 쉽지 않죠. 내 집이 아니니 못질하기도 어렵고 심지어 포스터 하나를 붙여도 자국이 남을까 봐 걱정해야 하죠.
저는 나중 일은 생각 안 하고 일단 하고 싶은 대로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2년 살고 나가면 무조건 벽은 해줘야 한다고 들어서 일단 지르면서 살고 있어요. 저의 성향과 반대인 분들도 단순하게 생각하면 돼요. 못을 박지 못한다면 액자를 세워두면 되고요, 냉장고에 패브릭을 붙여서 분위기를 환기할 수 있죠. 갖고 싶은 물건이 있는데 지금 당장 못 산다면 천천히 돈 모아서 사도 된다고 생각해요.



친구도 취향으로 가려서 사귀려는 분들이 있어요.
어, 제가 그래요. 저는 스무 살 전의 친구들과는 거의 연락을 안 하거든요. 취향이 맞지 않는 친구와 만나면 일단 얘기가 잘 안 통하고요, 매번 똑같은 얘기를 해야 해요. 여자, 술 그게 끝이죠. 그런 시간이 아까워서 점점 멀리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네덜란드에 함께 간 친구를 만나고 처음으로 아, 친구랑 노는 게 이렇게 재밌는 거구나 알게 됐어요.

어떤 사람을 싫어한다면 그 안에 나의 어떤 부분이 보이기 때문이래요. 경종 씨는 스무 살 이전에 무색무취이던 자신을 어떤 감정으로 기억하는지요?
질문을 들으니 정말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친구들에게서 제 모습을 보기도 했겠죠. 그때의 저는 부모님의 아바타였던 것 같아요.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하려 한 적은 거의 없고, 그냥 학교 끝나면 학원 가고 또 집 오는 반복의 연속이었어요.

유행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요? ‘요즘 무슨 스타일이 뜬대’ 하면서 만들어지는 말과 디자인에 대해서 말이에요.
저는 유행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어떻게 보면 가볍다고 할 수 있지만, 일단 살면서 다양한 것을 느끼는 게 좋잖아요? 제 취향대로 해석하면 그만이고요. 한국 사람을 흔히 빨리 끓고 빨리 식는 냄비에 비유하는데, 저는 그 냄비 근성이라는 게 우리만의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여러 상태를 받아들이는 거니까요.

내 취향으로 둘러싸인 집에서 어떤 기분을 느껴요?
일단 누가 오면 저를 잘 보여줄 수 있어서 편하고요, 아주 단순하게는 그냥 기분이 좋아요.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카페만 가도 기분 좋지 않아요?

경종 씨에게 취향이 중요하지 않은 경우는 없나요?
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경우는 없는 것 같아요. 자신에 대한 관심, 애정으로부터 취향이 시작되는 거잖아요.


Conditions

지역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2가
구조 다세대빌라 2층 스리룸
면적  54.48㎡(16평)
보증금 500만 원
월세 85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