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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전자 제품을 사랑하는 이유

The reason I love vintage electronics

빈티지 전자 제품을 사랑하는 이유

Editor. Sun Hwangbo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주하성 / 32세

배우, 유튜버


Conditions

 

지역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구조 다세대빌라 옥탑
면적  39m2(12평)
월세 65만 원

 

Room History

21세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다세대빌라 옥탑
(보증금 500만 원, 월세 50만 원)
24세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다세대빌라 옥탑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60만 원)

배우 주하성은 독립 후 오직 옥탑 라이프만 고집해왔다. 도시의 소음과 떨어져 오로지 자신만의 공간을 구축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의 옥탑 라이프와 항상 함께한 것은 자신의 취향이 오롯이 담긴 다채로운 물건들이다. 그가 평소에 쓰는 대부분의 제품은 빈티지이거나 옛날 것인데, 턴테이블 혹은 카세트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고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2000년대에 나온 디지털 캠코더로 브이로그를 촬영하기도 한다. 가지고 있는 물건을 하나씩 들여다보기만 해도 그의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유튜브로 빈티지 가전제품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한 이후에는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더욱 길어졌다. 구독자와 취향을 공유하며 소소한 행복을 채워나간다. 그의 집을 꽉 채운 물건은 그의 삶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공허한 마음을 채워주는 다정한 친구다.



눈에 보이는 턴테이블만 3개예요. 혹시 더 가지고 있나요?
마침 오늘 턴테이블이 하나 더 도착할 예정이에요.(웃음) 집 크기에 비해 많은 편이긴 한데, 관심이 가는 디자인을 열심히 수집하고 있어요. 한번 꽂히면 끝까지 파는 성격이거든요. 지금 가지고 있는 턴테이블은 모두 브라운 Braun 제품이에요. 이 턴테이블들로 수집한 LP를 돌아가면서 한 번씩만 들어도 시간이 엄청 잘 가는 것 같아요.

요즘 LP 취향에 대해 유튜브 구독자와 공유하고 있죠?
네, 공유하니까 모르는 부분을 공부하게 되고, 취미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제 취향에 대해 공감해주시는 분을 만날 때마다 반갑기도 하고요. 요즘은 주로 시티 팝을 만드는 국내 아티스트 브론즈 Bronze나 혼네 Honne의 LP 앨범을 가장 많이 들어요. 사실 그 시간의 분위기에 맞게 선곡을 하는 편인데, 혼자 조용히 커피 마시고 싶으면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Kings of Convenience 앨범을 틀고, 청소할 때는 조금 더 잔잔한 무드의 음악을 듣죠. 제가 분위기를 많이 타는 편이라서요.(웃음)

가장 처음 관심을 가진 디자인은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디터 람스 Dieter Rams의 디자인을 보고 빈티지 제품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1960~1970년대 나온 미니멀한 디자인이나 우드 계열의 디자인을 무척 좋아해요. 마치 요즘 나왔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심플하고 세련됐죠. 그런데 가장 처음 구입한 제품은 1970년대 제작한 일본 도시바 Toshiba사의 작은 빈티지 턴테이블이에요. 휴대용 제품이라 손잡이가 있는 디자인인데요, 귀여운 미니 사이즈에 마치 장난감처럼 생겼어요. 이 제품에 대해 공부하면서 빈티지 가전제품을 보는 시야가 점점 넓어지기 시작했죠.

그래서 브라운 제품이 집에 많군요!
네, 전부 독일 제품이에요. 빈티지 영역을 알아갈수록 유럽권으로 가더라고요. 방에 있는 브라운 PK1은 매물 자체가 없는 아주 희귀한 제품이에요. 거실의 PK-G5는 아틀리에 시리즈에 들어가는 앰프와 턴테이블, 스피커가 장착된 일체형이고요, 방에 있는 TC20는 네덜란드에서 구매했는데 브라운의 트랜지스터 턴테이블 중 가장 콤팩트한 사이즈죠. 오늘 도착할 예정인 턴테이블은 웨가 Wega의 제품이에요. 디터 람스의 턴테이블 중 SK 시리즈는 너무 많다 보니 비슷한 턴테이블을 찾았어요.

팬데믹 이후 전자 제품이 인테리어화됐다고 하죠. 거실에 놓인 PK-G5 턴테이블만 해도 인테리어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아날로그적 소리를 내는 기능뿐 아니라 하나의 오브제로서 빈티지 전자 제품을 구입해요. 원목 느낌이 많은 우리 집에 들였을 때 다른 물건들과 얼마나 잘 어우러질지 고민도 하고요.

옛날 것으로 보이는 조명등과 시계, 액자, 식물 등이 조화롭게 하성 씨만의 세계를 이루고 있네요.
네, 모두 제가 사랑하는 아이들인걸요.(웃음) 거실 테이블에 있는 램프는 아네타 Aneta 제품이고, 방에 있는 스탠드 램프는 아브 엘뤼세트 AB Ellysett, 벽걸이형 램프는 데이크스트라 Dijkstra 것이에요. 버섯을 닮은 작은 조명등은 매시브 Massive라는 브랜드의 제품이죠. 벽걸이 시계는 시티즌 Citizen, 거실 턴테이블 위에 놓인 것은 브라운의 TYP5941, 테이블 위에 있는 건 파나소닉 Panasonic 시계인데, 라디오도 작동해요. 이걸로 KBS 클래식을 주로 듣고 있어요.


대형 액자들도 눈에 띄어요.
테이블 가까이에 있는 액자는 피필로티 리스트 Pipilotti Rist의 아트 포스터예요. 한쪽에는 제가 좋아하는 장우철 작가님의 사진이 담긴 액자도 걸려 있죠. 침대 머리 위에는 4560 디자인하우스라고 디터 람스의 제품이나 빈티지 제품을 전시한 곳인데, 그 공간의 사진이에요. 대체로 푸르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좋아해요. 그래서 식물도 많이 기르고요. 늘 하는 생각이, 우리는 언젠가 또 자연으로 돌아가게 되잖아요. 닮았다고 생각해서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집 안 곳곳에 카세트테이프도 많이 놓여 있어요. 서태지, H.O.T. 크리스틴 아길레라, 브리트니 스피어스… 반갑고 익숙한 이름이네요.(웃음)
파나소닉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를 소유하면서 테이프도 하나둘 수집했어요.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도 기웃거리고요.(웃음) 요즘 발매되는 테이프들을 구입하기도 하고요. 본가에 안 버린 테이프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가져온 것들도 있어요. 전부 나이 터울이 있는 누나가 구입한 것들인데요, 누나는 마이마이 Mymy로 음악을 듣던 세대고 저는 MP3 세대거든요. 웨스트 라이프 West Life나 브리트니 스피어스 Britney Spears의 ‘Oops I did it again’ 같은 팝 앨범 테이프들을 보니 아주 어릴 때 가사 발음을 노트에 한글로 받아 적던 기억이 나더라고요. 테이프를 멈췄다가 다시 앞으로 돌렸다가 하면서요.

테이프는 LP보다 더 음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요즘 음향이 좋은 전자 제품이 많은데도 빈티지 음향 기기로 음악을 듣는 이유가 있나요?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들으면 특유의 사운드가 있어요. 먹먹하달까요? 선명하지 않고 안개에 감싸인 듯한 느낌이 들어요. 그걸 듣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돼요. 테이프나 LP가 일정하게 돌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기분 좋고요. 저는 전자 제품 외에도 자연의 질감이나 아날로그적인 것을 좋아하는데요, 터치해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보다 버튼을 누르고 조금 기다려야 작동되는 과정에 굉장한 매력을 느껴요. 낭만적이잖아요.(웃음) 어떤 친구들은 이걸 “힙하다”라고 표현하더라고요.

턴테이블과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 외에 다른 기기는 무엇이 있어요?
디터 람스의 영향을 받아서 만든 파나소닉 CD플레이어가 있어요. 그 옆에 있는 건 일본 클라리온 Clarion 제품인데요, 원래는 가정용 가라오케예요. 마이크를 연결해서 노래를 부를 수 있죠.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 기능도 있고요. 아! 아이팟도 있는데 요즘은 잘 안 들어요. 니콘 Nikon과 산요 Sanyo, 캐논 Canon 캠코더도 있어요. 캠코더로 브이로그를 찍은 적이 있는데 확실히 HD라도 빈티지한 느낌이 나더라고요.

빈티지 전자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나요?
희소성요. 거기서 오는 희열이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인디 밴드가 유명해지면 기분이 좋기도 하면서 왠지 싫기도 하잖아요. 늘 나만 알고 싶은 마음이 있죠.(웃음)

빈티지 제품은 희소성이 높은 만큼 가격이 비싸기도 하잖아요. 주로 어디에서 제품을 구입하는 편이에요?
정말 원하는 건 온라인을 통해 직접 구입하고, 외국 중고 사이트에서 구매 대행으로 받는 것들도 있어요. 국내 빈티지 전문점에서 사기도 하고요. 사실 인터넷 서칭이 정말 중요해요. 혹시 에시 Etsy 아세요?

‘에시’요?
네, 빈티지 제품 애플리케이션인데요, 세계의 셀러가 다 모여 있어요. 개인 셀러들이 당근마켓처럼 빈티지 제품을 사고파는데, 좀 더 체계적으로 운영돼요. 결제 시스템도 있는데, 배송비를 포함해도 국내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죠.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으로 보내는 배송비까지 책정해서 최종 견적을 볼 수 있게 되어 있어요. 반대로 내가 팔고 싶은 걸 올리는 판매자도 될 수 있고요.


직접 제품을 못 보고 사니까 수리할 일도 많겠어요.
그럴 때는 세운상가에 가요. 흔히 쓰레기도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장인들이 전부 모여 계세요.

구입했을 때 반드시 수리해야 하는 제품도 있나요?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한데요, 턴테이블은 보통 고칠 때가 많아요. 예전 독일 제품은 50헤르츠 Hertz인데, 한국은 정규 헤르츠가 60이거든요. 그래서 턴테이블이 빨리 돌아요. 그걸 맞출 수 있도록 따로 작업을 해줘야 해요. 보통 수리비는 10~20만 원 정도 든 것 같아요.

온라인에서 빈티지 전자 제품을 구입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요?
사실 제품을 받고 낭패를 보는 경우는 은근히 없어요. 특히 외국 셀러들은 제품을 받았을 때의 결과에 대해 꼼꼼히 생각하고 판매하더라고요. 지금 상태를 정밀히 기술하고 사진도 많이 찍어 올려요. 아주 조그만한 상처 하나까지도요. 그 글만 잘 읽는다면 당황할 일은 별로 없죠. 그리고 빈티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도 필요한 것 같아요. 말 그대로 새 제품이 아니잖아요. 완전히 깨끗하지 않고 당연히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을 수밖에 없어요. 물론 구입할 때 수리를 해야 하는 제품인지, 수리를 한다면 얼마나 들 것인지 최종 비용에 대해서도 따져봐야겠죠.

다시 돌아왔으면 하는 레트로 문화가 있나요?
버튼식 휴대폰이요. 터치 말고 따닥거리는 소리와 감촉을 느끼고 싶어요. 문자에서 오는 감성도 좋고요.

SNS나 유튜브를 보니 제로 웨이스트 zero waste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오래된 빈티지 물건을 사용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걸 보면 물건을 바라보는 하성 씨만의 시각이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빈티지 물건을 사용하는 것도 다른 면에서 보면 업사이클링이라고 생각해요.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그 제품을 계속해서 쓰는 거니까. 별것 아니지만 휴지나 물티슈 대신 헝겊을 빨아 사용하기도 하고, 플라스틱 빨대도 안 쓰고 있어요. 아주 작은 것부터 실천해보려고 해요.



이전의 집들도 모두 옥탑이라고 했는데요, 특별히 옥탑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나요?
옥탑인 건 똑같은데 조금씩 넓어지고 있죠.(웃음) 여기로 이사 오게 된 에피소드가 있는데, 이전의 집에 살 때 태풍 링링이 와서 지붕이 날아가버렸어요. 신축 건물이었는데 순식간에 살 곳을 잃어버린 거죠. 그런데 그때 한창 광고 촬영으로 바빠서 정신이 없었거든요. 이곳이 거의 당일에 구한 집이에요. 옥탑인데 넓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계약했죠. 조금 낮은 층의 옥탑에 속하는데, 보통 7~8층쯤 되면 정말 세상과 분리되는 느낌이에요. 도시의 소음이 거의 닿지 않거든요. 저만의 세상에서 음악도 크게 틀어놓을 수 있고요.

누구나 옥탑 라이프에 대한 로망이 있는 것 같긴 해요. 옥상 마당에서 즐기는 가장 행복한 일은 무엇인가요?
옥상 마당이 꽤 넓어요. 여름 저녁에 그늘막 텐트를 치고 고기를 구워 먹죠. 팬데믹이 오기 전에는 친구나 조카를 많이 초대했어요. 식물을 자유롭게 키울 수 있는 것도 좋고요. 옥탑의 낭만이 여전히 좋긴 하지만, 그래도 앞으로는 작은 단독주택에도 살아보고 싶어요.

그곳에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을까요?
거창한 목표보다는 하루하루 행복한 시간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저 자신을 깊게 들여다보고 싶어요. 배우 일을 하면서 상처받은 적도 많고 그로 인한 회의감도 들었는데요, 이제부터는 저 스스로를 좀 더 소중히 여길 생각이에요. 그래서 내가 나로서 온전히 편안해질 수 있는 공간에 더 애착을 갖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자유롭게 제 취향을 표현하며 살아가려고 해요. 집은 또 다른 나인 셈이에요.(웃음)









Conditions

 

지역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구조 다세대빌라 옥탑
면적  39m2(12평)
월세 65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