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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집이 연동되는 순간

The Moment I and My House Got Interconnected

나와 집이 연동되는 순간

Editor.Hyein Lee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배해용 / 32세

편집 디자이너


Conditions

지역 광주시 북구 연제동
구조 아파트
면적  84㎡(32평)
매매 약 4억 원

 

Room History

24세 부산시 북구 사상구 감전동 다세대빌라 원룸 (보증금 500만 원, 월세 29만 원)

 

배해용은 삼성 빅스비, LG 씽큐, 다이슨 이 3개의 앱으로 에어컨·스타일러·선풍기·공기청정기를 조종한다. 이 모든 것을 알뜰하게 사용하는 건 아니지만 더위를 많이 타고 셔츠 차림을 좋아하는 그에겐 에어컨과 스타일러의 연동은 반가운 기술이다. 와이파이 연결과 앱 설치만 되어 있으면 몇 번의 터치로 집의 환경과 옷의 청결을 유지할 수 있다. 뭐, 지금 시대에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술이 언제 일상에 스며들었나 생각해보면 나도, 그도 제대로 답할 수 없다. 나는 그것이 놀랄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문득 우리는 IoT(사물인터넷: 사물에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기술)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우리 인생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날마다 업데이트되고 있던 것이다.



해용 씨는 무슨 일을 하나요?
회사의 브랜딩과 관련한 편집 디자인 일을 하고 있어요. 정규직은 아니고요. 이전엔 부산에서 비슷한 일을 3~4년 정도 했는데 야근이 너무 많아서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 다시 광주로 돌아왔어요. 그런데 여기서도 같은 일상을 반복하더라고요. 직장 생활에 지쳐갈 무렵 작은 향초 공방을 열어서 3년 정도 운영했어요. 향을 좋아해서 시작한 일인데, 어느 순간 향초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가 하나둘 생기면서 문을 닫게 되었죠. 그래서 다시 편집 디자인 일을 시작했지만,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진 않아서 1~6시까지 일하면서 제 시간을 보내요. 남는 시간에는 주로 인테리어 관련 정보를 찾아보거나 친구들과 카페에 가요.


잠깐만요. 굉장한 편견이라는 거 아는데, 남자들끼리 카페 가면 뭐 해요?
왜요? 그런 얘기는 10년 전에나 하던 말이죠. 요즘엔 남자들끼리도 카페에 많이 가요. 그런데 다 휴대폰만 보고 있긴 해요.(웃음) 사진 한 장 찍으려고 가는 거죠. 남자들이 가서 수다스럽게 얘기하면 좀 그렇잖아요. 각자 카페의 정취를 즐기는 거죠. 저는 출근 시간이 오후 1시여서 오전에 혼자 카페에 가기도 해요. 프랜차이즈점이 아닌 개인 카페는 주인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어서 흥미로워요. 인테리어 보는 재미도 있고요. 이 스피커도 카페에서 보고 산 거예요. 할부로 살 정도로 고가이지만 마음에 드는 제품을 발견하고는 브랜드 이름 알아보고 찾아보는 과정이 내심 뿌듯하더라고요.


카페에서 영감을 받은 집이군요. <디렉토리> 하면서 이렇게 큰 집은 처음 와봐요.
그래요? 부모님이 도와주시기도 하고 대출도 받았어요. 남들보다 사회생활을 일찍 해서 모아둔 돈도 있었고요. 부산에서 회사 다닐 땐 원룸에서 살았는데 지금처럼 집에 대한 관심이 그리 크진 않았어요. 집이 워낙 좁으니까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죠. 이 집에 온 지는 2년 됐는데 편하고 좋아요. 일단 이전 집보다 많이 넓어졌죠.


안양에 있는 우리 집에서 광주에 있는 해용 씨 집까지 길 찾기를 해봤더니 ‘마을버스-시내버스-KTX-지하철-시내버스’를 타고 가래요. 처음엔 너무하다 싶었는데 또 이렇게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니 이전엔 어떻게 살았나 싶더라고요.
맞아요. 저 어릴 때 아버지가 낚시 가는 걸 좋아하셔서 주말마다 새벽에 차를 끌고 여행했는데요, 그때는 출발 전에 딱 종이 지도 펼쳐서 경로를 살펴보곤 했어요. 그다음은 표지판에 의지하며 다녔고요. 옛날에는 길을 헤맬 일이 지금보다 많았을 테니까 변죽이 좋아야 했을 것 같아요. 모르면 물어보는 수밖에 없잖아요.


지금 해용 씨가 사용하는 제네바 스피커, 브레빌 커피머신 등은 세련되고 간결한 디자인 때문에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고 부러워하는 제품이에요. 어떤 과정을 통해 알게 되고 또 사게 되었는지요?
음, 이런 가전제품은 모두 오프라인에서 산 거예요. 이마트나 롯데마트에 가면 에스컬레이터 타고 내려가면서 가전제품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는데 그때 눈여겨보고 사는 편이에요. 가전제품은 대부분 덩치가 크니까 직접 보지 않으면 가늠이 잘 안 되더라고요. SNS로는 브랜드를 팔로하는 편이고 인플루언서를 찾아보진 않아요. 가전제품은 누가 예쁘다고 해도 일단 제 눈에 들어오지 않으면 소용이 없어요. 부산에서 살 땐 그냥 다 기본 제품을 사용했죠. 옵션에 있는 가스레인지, TV, 에어컨 등 지금의 물건은 제집이 생기면 이런 걸 써야겠다고 막연히 생각하던 것들을 산 거예요.


이 집에 4개의 기기가 앱으로 연동된다고 들었어요. 멋있게 부르면 IoT라고 하는데, 저는 처음에 무슨 이모티콘인 줄 알았잖아요.
저도 TV 광고에서나 몇 번 들어봤지 여전히 낯선 단어예요. 사람들이 AI의 자세한 뜻을 모르면서 말하는 것처럼 IoT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그냥 뭉뚱그린 뜻으로 이해하면서 사용하는 거죠. 사실 연동 기능을 알고 산 것은 거의 없어요. 친구들에게 선물 받은 제품이 많거든요. 제가 직접 살 땐 “아, 이런 기능도 있네?” 했을 뿐이지 큰 메리트로 다가오진 않았어요. 그냥 요즘엔 대부분 이렇게 되어 있구나 정도? 무언가를 살 때 기능도 중요하지만 이 집과 어울리는지 디자인도 아주 중요한 것 같아요.


그중에 자주 사용하는 제품이 뭐예요?
에어컨이랑 스타일러요. 부모님 집이 가까이에 있어서 밥은 주로 거기서 먹는데, 출발하기 전에 앱으로 미리 에어컨을 켜놔요. 강아지랑 산책할 때도 유용하게 사용하고요. 한 20분 정도 전에 켜놓으면 딱 쾌적한 온도가 돼요. 그 기능이 없었으면 땀이 나서 바로 씻으러 가고, 또 씻고 나서도 더워했겠죠. 스타일러는 자기 전에 확인하는 정도로 사용해요. 내일 아침 몇 시쯤에 완료되겠구나 알 수 있어서 편리해요. 그런데 제가 설정을 잘 못하는 건지 스타일러는 오래 사용하지 않으면 알아서 꺼지더라고요. 그래서 외출할 땐 전력을 아낄 겸 코드를 빼놔요. 선풍기는 보통 집에 와서 생각날 때 켜니까 앱을 버릇처럼 켜진 않더라고요.


오, 차에도 이런 기능이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요? 땡볕 아래의 차··· 지옥이잖아요.
요즘 차는 그런 기능 갖추고 있어요. 3km 이내에만 있으면 에어컨을 미리 켤 수 있어요. 저도 몰랐는데 친구가 하는 걸 보고 알게 됐어요. 물론 제 차에는 그런 기능이 없지만요.(웃음) 이제는 차에서도 집에 있는 IoT 기기를 다룰 수 있대요. 비싸긴 하겠지만 언젠가 기본 옵션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IoT 기술은 ‘거리’가 있어야지 빛을 발하는 것 같아요. 모든 행동반경이 몇 발짝 안에서 이뤄지는 원룸에 살면서 앱을 켜고 (심지어 앱 업데이트를 기다리고) 조종하는 게 무슨 큰 의미가 있겠어요. 어, 의미가 있으려나요?
의미가··· 있긴 하겠죠. 편하니까요.(웃음) 가족들이랑 함께 살면 불 끄기 싫어서 큰일 난 것처럼 동생을 부르잖아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면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것도 힘드니 걸어서 불을 끄는 것보다 휴대폰으로 끄는 게 낫죠. 그런데 IoT 앱도 다이소 만능 리모컨처럼 통합되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 리모컨이 5000원인가 하는데 LG, 삼성, 올레, 케이블 방송 등 많은 브랜드의 기기를 조종할 수 있거든요. 앱도 그런 식이면 편할 텐데 말이에요. 업데이트도 한꺼번에 해도 되고요.


기술의 변화에 빠른 반응을 보이는 한국인으로서 느끼는 기쁨과 힘듦이 있다면요?
제 주변에도 애플스토어 앞에서 줄 서서 최신 기기를 사는 친구가 있지만 ‘그냥 그런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생각해요. 저는 최신 기기나 기술에 좀 무딘 편인 것 같아요. 사실 모든 기술이 대중화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잖아요. 광고에서 5G, 5G 언급하지만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어떻게 쓰는지, 어느 정도로 빠른지 체감하고 있진 않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적응 기간이라는 게 필요한데, 그럴 시간도 없이 새로운 기술이 계속 나오니까 속도가 빠르고 현실에 비해 너무 앞선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지금의 IoT는 ‘연동’에 집중되어 있지만, 나중에는 훨씬 더 ‘지능’에 집중된 제품이 상용화될 것 깉아요. 작년 CES 전시회에서 삼성전자 김현석 사장이 발표한 ‘Intellegence of Things for Everyone’이라는 주제도 같은 맥락인 듯하고요. 해용 씨가 상상하는 IoT는 어떤 모습이에요?
너무 어려운 질문이지만 상상해보자면, 미래엔 개인의 건강과 생활 패턴을 복제한 로봇이 생길 것 같아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루의 시작을 기분 좋게 열어주고 마감할 수 있게 해주는 거예요. 그런데 약간 무서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또 다른 내가 앞에 있는 거잖아요.


지금 나온 제품 중 “아, 이건 너무 멀리 갔어” 하는 기술이 있나요? 저는 최근에 30배 줌이 되던 휴대폰을 보고 고개를 저었어요. 가끔은 기술자들이 개발을 위한 개발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요즘은 디지털카메라 대신 주로 휴대폰을 사용하니까 그런 기술이 나온 것 같은데, 과대 광고이긴 하죠. 30배 줌이 되지만 그 화질이 TV 광고처럼 유지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어요. 뭐, 그런 거죠. “아이폰으로 찍은 영상입니다”라고 광고하지만, 아이폰에 엄청난 렌즈를 달아서 촬영하는 것처럼요.


우리가 앞서 말한 기술을 이용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일단 기본으로 스마트폰이 필요하겠고, 어떤 기능이 있는지 정보력도 필요한 것 같아요. 호기심은 당연히 있어야 하고요.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건 돈 아니에요?
아, 그렇죠. 돈 중요하죠.


지금의 해용 씨는 O2O와 IoT 기술로 어느 정도 최적화된 상태를 구현할 수 있어요. 수고로움을 가뿐히 건너뛰는 기분은 어떤가요?

요즘엔 편리한 게 프리미엄이라는 뜻으로 ‘편리미엄’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더라고요. 편하고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요즘 라이프스타일에 딱 맞는 편리미엄 기술이니 좋지 않을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옛날이라면 시간을 들였을 부분을 앱 하나로 해결이 가능하니까 가끔은 통쾌한 기분도 들어요. 그런데 한편으론 스마트폰이 없는 이들은 어떻게 살지 궁금할 때가 있어요. 스마트폰이 있는 제게는 유용하고 기쁜 기술이지만, 모두에게 해당하진 않으니 마음이 조금 쓰이는 것 같아요.




Conditions

지역 광주시 북구 연제동
구조 아파트
면적  84㎡(32평)
매매 약 4억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