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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경주의 집

The House I Know in Gyeongju

내가 아는 경주의 집

Editor.Hyein Lee / Photographer. Juyeon Lee Knock, Please

이주희, 동경진 부부

30세, 36세 / 레스토랑 '계업식' 운영 중


Conditions

지역 경상북도 경주시 동천동
구조 다세대주택 투룸
면적 38.14㎡ (약 11평)
보증금 300만 원
집세 년세 420만 원, 월세 환산 35만 원

 

Room History

25세 보증금 3000만 원, 월세 30만 원
(망원동 신혼집, 반지하 투룸)
27세  보증금 300만 원, 월세 35만 원
(동천동 신혼집, 다세대주택 1층 투룸)

인스타그램으로 몰래 지켜보던 여자가 있다. 그녀는 남들이 숨기려고 애쓰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그녀의 남편이 중학교 때부터 썼다는 매트리스나 널브러져 있는 빨래 같은 것. 나는 그것이 진짜처럼 느껴졌다. 무엇이 가짜냐고 묻는다면 답하지 못하겠지만 그녀의 글과 사진이 꾸밈이 없다는 건 알았다. 왜 그렇지 않는가. 우리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순간의 단면을 정사각형에 담아 영원인 것처럼 굴었다. 나는 정사각형 프레임에서 벗어난 여자와 그녀의 남편을 상상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경주에 도착해 그 집의 문을 열었을 때 여자는 청소기를 돌리고 있었다. 그 뒤론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내가 아는 그 집이었다.



두 분은 원래 서울에 사셨잖아요. 서울을 떠나서 경주로 온 이유가 궁금해요.

(주희) 네, 원래는 망원동에서 반지하에 살았죠.

(경진) 저는 요식업에서 일을 시작하고 나서 3일 이상 쉬어본 적이 없거든요. 그러다가 주희와 함께 2주 정도 일본 여행을 갔는데, 그때 삶의 목표가 바뀌었어요. 아, 이런 게 사는 거구나 싶었지요. 그런데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여행을 가기가 쉽지 않잖아요. 이제는 내 가게를 내야겠다 싶어 주변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했어요. 서울에서 장사하는 게 만만치 않을 것 같더라고요. 일단 월세가 너무 비싸고요. 그렇다고 서울 근교로 어설프게 떠나기는 싫고, 서울을 떠나려면 확실하게 떠나자고 해서 지금까지 함께 여행한 곳을 둘러보기로 했어요. 저희가 ‘매년 가는 신혼여행’이라고 해서 종종 놀러 가거든요. 경주에 도착하자마자 여기다 싶었어요. 눈에 보이는 풍경이 다 녹색이었거든요.


동천동은 신경주역에서도 꽤 멀더라고요. 이 동네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경진) 경주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곳은 대부분 아파트 단지예요. 좀 부담스럽기도 하고 그냥 이곳이 우리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주희) 또 가게에 투자하느라 집에 쓸 돈이 없었어요. 되는대로 맞춰서 온 거거든요. 처음엔 1년만 계약하고 돈 벌어서 나가자 했는데, 돈을 못 벌어서 이렇게 1년 더 살고 있어요.


이 집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는지요?

(주희) 사실 처음 왔을 때 화장실이 모두 옥빛이어서 충격이었어요. 심지어 변기도 옥색이어서 바꿨지요. 단 싱크대가 2단인 건 마음에 들었어요. 작지만 세탁실도 있고, 빛도 잘 들어와서 좋았고, 무엇보다 반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온 게 의미가 있죠. 우리끼리는 경주에 와서 성공했다고 얘기해요.


집을 볼 때 누구나 기준이 있잖아요. 어떤 이는 빛이 중요하고, 또 다른 이는 동네 분위기가 중요한 것처럼요.

(주희) 엄격한 기준은 없어요. 저는 낡은 아파트에 살아도 괜찮거든요. 어차피 어느 집에 가더라도 사람이 살고 관리하면 그 집이 주인을 닮아가니까요. 참, 한 가지 있어요! 고양이 때문에 옷 방은 따로 필요해요. 그런데 지금은 옷 방도 포기했어요. 손님이 많이 찾아와서 행어를 거실에 뒀거든요.



각자 집의 연대기를 설명해줄 수 있나요? 어떤 집을 거쳤는지 궁금하네요.

(경진) 저는 서른 살 때까지 안산에 있는 부모님 집에서 생활했어요. 거기서 출퇴근했고요.

(주희) 저는 집의 연대기가 있죠. 취업하자마자 자취를 시작했어요. 첫 집은 화곡동에 있는 풀 옵션 원룸이었는데 웬걸, 완전 모텔이었죠. 여기저기에서 앓는 소리가 나서 얼마 못 살고 화곡동의 다른 집으로 이사했어요. 그런데 그 집은 3층인데도 옥탑방처럼 여름에는 뜨겁고 겨울에는 추웠어요. 거기서 고양이랑 2년 살다가 동생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화곡동의 또 다른 집으로 이사했고, 결혼 후 이사 간 게 망원동 집이에요.


막연히 탈서울을 꿈꾸는 부부가 많아요. 탈서울을 해보니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말해주세요.

(주희) 일단 보증금이 싸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이 집이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35만 원인데 월세 1년 치를 한 번에 내요. 이런 조건으로 서울에서 어떤 집을 구할 수 있을까요? 경주에서는 같은 돈으로도 너무나 여유롭게 살 수 있어요. 물론 문화적인 부분은 많이 아쉽지만요.

(경진) 여기는 식당이 모두 일찍 문을 닫아요. 그리고 미식 기준이 서울이 10이면 여긴 4 정도? 사람들이 정말 맛있다고 해서 가보면, ‘어, 이 정도면 서울 어디를 가든 먹을 수 있는 맛인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두 분이 어떻게 만났는지 제일 궁금해요. 꽤 오래 연애했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경진) 제가 함박식당이라는 곳에서 셰프로 있을 때 주희가 아르바이트생으로 들어왔어요. 주희를 처음 봤을 때….

(주희) 아냐, 아냐. 내가 얘기할래.

(경진) 아냐, 내 입장에서 얘기할게. 맨 처음에 아르바이트생들 사이에서 예쁘다고 난리가 나서 쉬는 날인데도 가게에 들렀어요. 궁금하니까.

(주희) 애들한테 “야, 저게 예쁘냐?” 이랬잖아.

(경진) 맞아요. 나중에 편식이 심하다는 걸 알고 나서 더욱 별로였는데, 그래도 밥은 해줘야 하니까 따로 챙겨줬지요. “이건 먹을 수 있냐?”,  “이건 어떠냐?” 하면서 조금 친해지긴 했죠. 그러다가 주희가 식당 메뉴판 작업을 하는 걸 봤는데 좀 달라 보이더라고요. 그 전까진 그냥 좀 특이하고 이상한 애였는데, 뚝딱뚝딱 만드는 모습이 멋있더라고요.


그럼, 서로의 어떤 점을 보고 결혼을 결심하게 됐나요?

(경진) 저는 항상 ‘이 여자랑 결혼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여자만 만났어요. 맞지 않으면 더 이상 연애를 하지 않았고요. 그래서 주희랑 만날 때도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만난 지 8개월 만에 프러포즈를 했죠.

(주희) 아니, 프러포즈로 타투를 해 갖고 왔어요.

(경진)  V라인 만들어준다고 찍은 사진을 주희가 그림으로 그렸는데 그걸 타투로 새겼어요.


아니, 거절하면 어쩔 뻔했어요?

(경진) 바로 레이저 쏴야죠. 지지직.

(주희) 타투를 제 생일날 보여줬어요. 어떻게 거절을 하냐고요. 그러니까 반강제지. 사람들은 너무 멋있다고, 로맨티스트라고 하는데 실제로 겪어보면 좀 당황스럽거든요. 이렇게 된 이상 함께 살 수밖에 없구나 싶었죠. 이렇게 나를 좋아해줄 사람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오빠가 성실했으니까요.

두 분이 극명하게 갈리는 취향이 있나요?

(경진) 대부분의 취향이 완전히 다른데, 저는 거기에 재미를 느끼고 호기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지금도 얘를 보면 재밌어요. 오히려 스트레스를 덜 받았지요. 보통은 서로 맞추려고 하다가 싸움이 터지곤 하잖아요.

(주희) 저흰 ‘썅마이웨이’예요. 연애할 때도 그랬어요.




그런데 함께 사는 집의 인테리어 같은 경우는 서로 합의해야 하지 않나요?

(경진) 그것도 서로 좋아하는 부분이 달라서요. 저는 화장실을 중요시하고, 주희는 제가 신경 안 쓰는 부분을 신경 써요.

(주희) 그래서인지 살림을 합칠 때도 싸움이 없었어요. 저는 화장실 청소를 안 좋아하는데 오빠는 즐겨요. 그런데 안 맞는 건 정말 안 맞아요. 특히 영화 취향.


‘계업식’이라는 식당을 운영하잖아요. 가게 주인이 되면서 두려운 점은 없었는지요? 집세와 가겟세를 함께 내는 건 아무래도 부담이 되잖아요.

(주희) 자신 있었어요. 이 사람은 좀 싫을 정도로 매사에 자신감이 넘치거든요.

(경진) 평소에는 그렇지 않은데 뭔가를 한번 시작하면 최면을 많이 걸어요. 서울은 몰라도 경주에서는 아무리 안 돼도 굶어 죽진 않을 거라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죠.

(주희) 같이 살면서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지금도 걱정이 많은 성격이지만, 예전엔 더 많았거든요. 오빠의 긍정적 에너지 덕분에 연고가 없는 이곳에 내려올 때 별 걱정이 없었어요. 각자 능력이 있기 때문에 장사가 안 돼도 어떻게든 먹고살 거라 생각했지요.


<디렉토리>는 보증금이라는, 어쩌면 민감할 수 있는 부분까지 솔직하게 이야기 나누는 매체예요. 주희 님이라면 왠지 속 시원히 말해줄 것 같았어요. 집을 구하면서 보증금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주희) 오빠가 저랑 같이 살겠다고 결정했을 때 모아둔 돈이 없었어요. 아주 현재를 즐기면서 사신 거죠. 다 퍼주고!

(경진) 이유가 있었어요. 요리사 월급이 적어요. 함박식당에 있을 때도 장사가 잘 안 되면 제 월급을 제대로 안 받았어요. 언젠가 잘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40만 원을 받았나? 그런데 또 제 나이가 있고 나름 위치가 있으니까 밑에 있는 애들한테 돈을 썼지요. 그리고 공부는 계속해야 하니까 외식비를 많이 썼고요. 대신 저는 정말 옷은 1년에 한 번 살까 말까 해요.

(주희) 반면에 저는 아르바이트비를 50만~60만 원을 받아도 항상 10만 원씩 적금을 들었거든요. 결국 살림을 합칠 땐 제가 돈이 더 많았어요. 그런데도 보증금이 모자라서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고 했는데, 그것도 잘 안 돼서 오빠가 집안의 실세인 외할머니께 찾아갔죠. 저랑 함께 살기 위해서 처음으로 가족에게 손을 벌리는 오빠 모습을 보고 같이 살아도 되겠다 싶었어요.


신혼집을 주워 온 물건과 오래 쓴 물건으로 채우면서 서럽지는 않았나요? 신혼집에 대한 로망이 큰 사람이 많잖아요. 새 물건, 반짝이는 것에 관심이 없는 편인지요?

(주희) 저희는 정말 그런 거 없어요.

(경진) 세탁기,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 기본적인 전자 제품을 다 갖고 있어서 그걸 그대로 썼어요. 아, 에어컨은 여기 와서 처음 샀네요.


갖고 있던 살림살이를 그대로 쓰는 것에 은근한 자부심이 느껴져요. 두 분의 다부진 삶의 밑바탕에 어떤 양분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주희) 장미자, 저희 엄마요. 엄마가 항상 아껴 쓰고 다시 쓰고 나눠 쓰라고 강요하진 않았지만 절약하는 엄마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저도 닮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물건이 아직 제 기능을 하는데도 버리는 것에 많은 생각을 해요. 물건 하나를 만들기 위해 많은 부품과 인력이 필요한데, 버리면 단지 쓰레기가 되는 거잖아요.

(경진) 내 물건에 애정이 강해서 어쩌다 내 집에 들어오게 된 물건도 그대로 쓰려고 해요.


두 분이 바라는 이상적인 ‘부부의 집’은 어떤 모습인가요?

(경진) 그냥 이런 집이에요. SNS를 보면 어디 한쪽을 잘 정리해서 거기에 뭔가를 올려놓고 사진을 찍잖아요. 막상 생활하면 불편하다는 걸 알아요. 제 친구 중에도 그런 친구가 있어서요.

(주희) 쇼룸 같은 집은 불편할 것 같아요. 아, 집에 들어오면 좀 편해야 하잖아요. 옷도 착착 정리되어 있고 각이 잡혀 있으면 내 집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아요. 그런데 그렇게 살면서 만족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 거겠죠?


저는 예쁜 것, 새로운 것을 참 좋아해요. 그런데 저라는 사람을 완성시키는 건 취향 이외의 것이라 생각해요. 촌스럽지만 따뜻해서 꿋꿋이 쓰는 보라색 이불이나 외투를 입으면 가릴 수 있는 구멍 난 스웨터 같은 거요.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런 것을 드러내면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것 같더라고요.

(주희) 맞아요. 그런데 저는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일거수일투족을 다 보여주는 편이에요. 저도 정말로 좋아하는 이불이 있어요. 보여드릴게요. 영화 <몬스터 주식회사>의 주인공 ‘설리’를 닮은 이불인데 엄마 집에서 가져왔어요. 이 이불 정말 좋아. 엄마도 이상하게 이걸 좋아하셨지요. 그래서 주기 싫다고 했는데, 딸내미가 갖고 싶다고 하니까 깨끗이 빨아서 주셨어요. 오래된 이불을 좋아해요. 이런 건 잘 못 버리겠더라고요.




제가 두 분을 잘 모르면서도 이렇게 섭외한 건 꾸밈없는 모습 때문이었어요. 그 솔직함으로 얻은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반면 잃은 것도 있을 것 같아요.

(경진) 제가 옆에서 지켜봤을 때 주희는 솔직함 때문에 주변에 솔직한 친구가 많은 것 같아요. 그 솔직함이 어려워서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요. 호불호가 확실하죠. 저랑 알고 지내던 친구도 처음에는 주희를 어려워했는데 지금은 연락하면서 지내요. 그리고 주희는 고민 상담도 많이 해요.

(주희) 상담을 할 때 저는 그 사람 입장이 아니라 제삼자 입장에서 아주 냉정하게 얘기해요. 그 사람이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그건 네 잘못이네” 하면서요. 저는 욕도 엄청 잘하거든요. 아, 근데 연애 상담은 해봤자 소용없어요.


자신에게도 솔직한 편인가요? 저는 그게 가장 어렵더라고요.

(주희) 저요? 정신이 나약한 사람한테 욕도 하고 충고도 해주지만 사실 가장 나약한 사람은 저예요. 걱정도 많고, 고민도 많고… 그런 사람이 저예요.


요즘엔 어떤 고민이 있나요?

(주희) 자꾸 욕심이 생기는 게 고민이에요. 계업식 운영에 대한 욕심이 많아졌어요. 그리고 애정을 갖고 만든 것을 누군가 표절할까 봐 두려움이 커요. 예전에도 어떤 사람이 표절했는데 도리어 저한테 법적 문제를 운운했거든요. 특히 요식업에서 표절은 너무나 만연해 있어요. 그런 트라우마 때문에 뭔가를 창작하면서도 정을 붙이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게 잘 안 돼요.

(경진) 디자이너는 뭔가를 계속 만들어야 즐거운 사람인데, 주희가 가게에만 있는 게 안타까워요. 홀에서 설거지하고 있고…. 제 다음 목표는 주희를 내보내는 거예요. 따로 작업실을 마련해주든지 해서요.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준비한 질문은 여기까지예요.

(주희) 수고하셨어요. 그런데 이 인터뷰 이대로 나가도 괜찮아요?


Conditions

지역 경상북도 경주시 동천동
구조 다세대주택 투룸
면적 38.14㎡ (약 11평)
보증금 300만 원
집세 년세 420만 원, 월세 환산 35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