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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찾은 ‘일하기 모드’ 스위치

Swtich Your Work Mode at Home

집에서 찾은 ‘일하기 모드’ 스위치

Editor.Hyein Lee / Illustrator.Subin Yang Article / opinion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어난 요즘 회사에 가지 않는다는 사실에 내심 좋아한 것도 잠시, 막상 일하려니 우리 집이 낯설게만 느껴진다. 보이지 않던 선반 위 먼지가 (갑자기) 보이고, 반려동물은 또 어찌나 주위를 서성이는지···. 이 익숙하고도 묘한 환경에서 평소 회사에서처럼 업무를 보는 방법은 무엇일까?




익숙한 ‘집 냄새’ 지우기

배소연 (27세 / 건축가)
일시: 5~6월 7주간
근무시간: 프로젝트 일정에 따라 다름
거주지: 서울시 중구 신당동

출근 시간에 쫓겨 화장은 안 하더라도 향수는 잊지 않는다. 퇴근 후 향이 지워지면 어느덧 하루가 마무리된 것을 느낀다. 향수는 오랜 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하는 나에겐 긴 시간을 함께하는 것으로 꽤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집에서 일할 땐 내 몸이 아닌 집에 향을 입힌다. 인센스나 룸 스프레이를 이용하면 익숙한 ‘집 냄새’를 손쉽게 지울 수 있고, 짧은 시간 내에 기분 전환도 할 수 있다. 동시에 한없이 늘어지고 싶은 마음을 다잡는 효과도 있다. 인테리어를 바꾸지 않는 한 시각적으로 변화를 주기는 어렵다. 작업하기 전, 간단한 리추얼을 찾는다면 향수 뿌리는 것을 추천한다.


시끄러움을 채우는 심심한 백색 소음

김민진 (33세 / 학원 강사) 
일시: 5월 일주일간 
근무시간: 4시간 정도 
거주지: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내가 일하는 곳은 학원가 중심에 있다. 학원가라고 하면 말 그대로 학원 중심으로 상권이 이뤄진 곳이다. 학원만 있는 건 아니고 아이들이 즐겨 먹을 만한 떡볶이, 컵밥, 햄버거집과 카페도 많다. 그런 곳이 코로나19로 인해 한동안 조용했다. 아이들이 학원에 나오지 않으면서 학원 운영도 전면 중단되고, 그곳에서 일하는 선생님도 자연히 재택근무를 하게 됐다. 나는 워낙 아이들의 시끌벅적함을 좋아한지라 집에서 혼자 업무를 보는 게 낯설었다. 그래서 업무에 돌입하기 전 맨 처음 한 일은 유튜브로 카페 백색 소음을 듣는 것이었다. 외국인의 말소리와 간혹 들리는 커피 잔 부딪치는 소리 덕분에 외롭지 않게 일할 수 있었다. 이런 잔잔한 소음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아이들을 가르친다. 일주일간의 짧은 리추얼도 좋았지만, 역시 아이들의 시끄러운 질문과 웃음소리가 제일이다.


청바지로 적당한 긴장을!”

이혜인 (29세 / 에디터)
일시: 평일 중 3~4일 정도
근무시간: 컨디션에 따라 다름
거주지: 서울시 은평구 응암동

프리랜서로 오래 생활하다 보면 자신을 다루는 방법을 저절로 터득하게 된다. 왜냐? 일하지 않으면 돈을 벌지 못하니까. 사방이 언제든 먹고 누울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어느 순간 ‘아, 왜 나는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지’ 하며 ‘누워’ 있을 것이다. 나는 스스로 긴장을 주기 위해 책상 앞으로 출근하기 전에 청바지를 입는다. 양치나 세수는 안 해도 불편하지 않지만(대신 불쾌함이 있겠지) 청바지는 어느 정도 몸에 붙기 때문에 마냥 편하게 앉지도 눕지도 못한다. 더군다나 잠옷이 아닌 상태로 침대에 오르는 것을 극심히 싫어해서, 그걸 입으면 강제 노동을 해야만 한다. 아니면 갈아입거나. 혹시 나처럼 깔끔 떨지만 게으른 이가 있다면 추천하고 싶다.


내 시야 내에서만 청소하기

최연정 (30세 / 포토그래퍼)
일시: 거의 매일
근무시간: 촬영 일정에 따라 다름
거주지: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나의 작업 전 리추얼은 평범한 청소인데 특징이라면 아주 근시안적인 청소라는 것이다. 책상 위나 그 주변만 정리˙정돈하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적어도 그 자리에서 보는 시야만큼은 아주 쾌적하니 작업에 돌입하기 딱 좋다. 그렇다고 해서 바로 일하는 건 아니고 좋아하는 쇼핑몰이나 작가 홈페이지 좀 둘러보다가 일한다. 발전기가 막 돌아가기 전의 모습이랄까? 그렇게 점점 몰두하다가 화장실에 가기 위해 부엌을 지나치는 찰나 현실을 마주하고 만다. 싱크대에 쌓여 있는 그릇들···. 출근 전 리추얼이 청소라면, 출근 후 리추얼은 설거지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집 앞 카페 바라보며 커피 내리기

송세영 (32세 / 패션 브랜드 MD)
일시: 3~4월
근무시간: 8시간
거주지: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커피를 무척 좋아해서 몇 달 전에 칼리타 핸드 드립 세트를 주문했다. 그런데 산 지 일주일 됐을 때 처음 내려 마시고 이후로 상부장에서 꺼내지도 못했다. 그 이유를 ‘직장인이기 때문’이라고 하면 비약이 심한 걸까? 하지만 난 정말 주말이 아니고서야(주말에도 밖에 나가기 바쁘다) 아침에 도구를 꺼내어 커피를 내릴 자신과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100g짜리 거의 새거나 다름없는 원두를 놔두고 집 앞 카페에서 35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사서 마셨다. 그러다 재택근무를 하게 되고 새로운 원두를 사서 커피를 내려 마시며 업무를 시작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그 과정이 경건하고 뿌듯하게 느껴지던지! 얼음을 리필하러 냉장고에 가는데 창가 너머로 카페가 보였고 이상한 희열을 느꼈다. ‘세상 사람들아! 나 좀 봐라! 나 지금 느긋하게 커피 내리며 책상으로 출근한다!’


곰의 칭찬은 직장인도 춤추게 한다

박지운 (26세 / 공연 기획자)
일시: 7월 3주간
근무시간: 8시간
거주지: 인천시 동구 송림1동

확실히 회사가 아닌 곳에서 일하려니 집중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웹 서핑으로 방안을 모색해 BFT(Bear Focus Time)라는 앱을 알게 됐다. 휴대폰을 만지지 않고 집중할 수 있게끔 귀여운 곰 캐릭터가 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집중 시간, 쉬는 시간, 세션 등 세부 설정을 해놓고 휴대폰을 뒤집으면 타이머가 작동되고, 그동안 시냇물 소리, 원두 가는 소리, 기찻길 소리 등 백색 소음이 은은히 들린다. 앱 창시자는 아니지만 한 가지 더 자랑한다면 수행을 완료하면 칭찬 카드를 주는데, 그게 그렇게 기분이 좋더라. 회사는 업무 환경이 최적화된 곳이기 때문에 굳이 쓸 필요가 없지만, 집에선 이와 같은 약간의 푸시나 도움이 필요한 것 같다. 초등학생 때 손등에 칭찬 도장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바짝 업무에 집중하고, 곰이 선사하는 칭찬 카드를 기대한다.


하루 전 요리 설계하기

손은정 (33세 / 도서관 사서)
일시: 4월 2주간 이틀씩
근무시간: 9시간
거주지: 서울시 마포구 도화동

일정 작업량을 착수하기 위해선 하루 전날 설계가 필요하다. 물론 직장에서도 출근 직후 혹은 퇴근 직전에 일정을 정리하지만, 재택근무할 경우엔 디테일이 다르달까? 예를 들면 아침·점심 메뉴를 정하고 요리 시간까지 계산하는 것이다. 소름이 돋는다고? 하지만 생각해보시라. 직장에서 일할 땐 먹을 수 있는 곳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약 1시간 내로 식사를 해결해야 했다. 나는 집에서까지 바깥 음식을 먹고 싶지 않아서 전날 요리에 필요한 재료를 손질해서 조리 시간을 줄이고, 느긋한 식사 시간을 즐겼다. 처음 재택근무를 접해본 직장인은 오히려 식사라는 당연한 스케줄을 빼놓고 계산하다가 당황한다고 한다. 나처럼 빠르고 집약적인 업무를 원한다면 전날에 조금의 수고를 더하는 건 어떨까?


홈트라는 재택근무 복지

윤혜지 (24세 / 출판사 마케터)
일시: 3월 3주간
근무시간: 8시간
거주지: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다섯 걸음만 걸으면 출근할 수 있으니 이를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침대에서 노트북 2대와 서류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보며 1인 스타트업 대표가 된다면 이런 모습일까 생각했다.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어수선하다는 뜻이다. 그럴 때 나는 홈트를 하며 업무의 시작을 열었다. 인터넷에서 ‘재택근무의 장점 최대한 누리기’라는 기사를 봤기 때문이다. 물론 앞서 어떻게 하면 업무의 효율을 늘릴지 업무 기록, 일지 교환 등의 내용도 있었지만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집에서 틈틈이 쉬는 방법만 잘 보였다.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취미 생활이나 틈새 운동하기, 낮잠 자기 등이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파주에 사는 내게도 2시간이라는 여유가 생긴 거였다. 느지막이 일어나 1시간 정도 <강하나의 다이어트 스트레칭> 영상을 보며 운동하니 삶이 개운해진 느낌이었다. 재택근무를 하고 나서야 복지의 맛을 알게 됐다. 큰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