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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으로도 돈독해질 수 있습니다

Sure! We Can Be Closer through Zoom, Either

줌으로도 돈독해질 수 있습니다

Writer. Hyojin Hwang / Illustrator. Subin Yang Article / essay

몇 달 전, 함께 일하는 동료가 생일을 맞았다. 사무실에 있었더라면 케이크를 준비해 같이 촛불이라도 불었겠지만 동료는 대전에서, 나머지 팀원은 서울의 집에서 각자 재택근무를 하고 있던 터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은밀하게 다른 팀원들을 불러모았다. “생일 파티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온라인으로라도 해보는 거 어때요?” 그리고 답변이 돌아왔다.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해봐요!”

회의 때나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쓰는 화상회의 앱 줌(zoom)에 접속해 가상 배경 화면을 각자 다른 케이크 사진으로 바꿨다. 그 와중에 나는 생일을 맞은 동료가 비건인 것을 기억해내고 구글에서 ‘vegan cake’로 검색해 나오는 사진을 고르는 치밀함을 발휘했다. 준비가 끝나고, 회사에서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메신저 슬랙(slack)을 이용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생일 주인공에게 “급하게 회의가 잡혔으니 지금 바로 이 링크로 접속해달라”면서 줌 링크를 공유했다. 정말로 회의인 줄 알고 헐레벌떡 접속한 동료는 각양각색의 케이크 사진이 깔린 우리의 뒷배경을 보고 몇 초간 얼어 있다가 곧 상황을 파악하고는 쑥스러운 듯 웃었다.

생일을 맞은 동료도 우리도 줌으로 생일 파티를 해보는 건 처음이어서, 모두 약간씩 쭈뼛거리며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거나 케이크의 촛불을 불어 끄는 척했다. 낯설지만 짧고 강렬한 의식이 끝난 후, 줌의 주석 작성 기능을 사용해 동료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쓰고 케이크 그림을 그려주었다. 동료는 그 화면을 PDF 파일로 소중히 저장했다. 이 사랑스러운 풍경을 기념사진용으로 간직하기 위해 화면도 캡처했다.

   

분명 있었던 일인데 문장으로 쓰고 나니 아이러니하게도 왠지 미래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데는 익숙해진 지 오래다.

      

나까지 총 다섯 명이 일하는 우리 회사는 코로나19 관련 상황이 심각하던 지난 초여름경부터 전원 재택근무 체제로 변경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사무실에서 근무했다가 다시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 재택근무로 돌아가는 회사가 많다고 들었지만, 우리는 쭉 재택•원격 기반으로 일한다.

우리의 주요 업무 도구는 슬랙과 노션(notion), 구글 드라이브(Google drive), 그리고 줌이다. 슬랙으로는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노션으로는 기획이나 회의록 등을 정리하고, 구글 드라이브로는 각종 데이터와 중요한 자료를 관리한다. 또 줌으로는 회의를 하거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일하는 밀레니얼 여성들의 커뮤니티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이기 때문에 200명가량의 멤버들과도 당연히 슬랙과 줌으로 만난다. 처음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였던 것은 아니고, 코로나19 이후 “사람이 오프라인으로 모이는 것은 규모가 얼마가 됐든 위험하다”는 판단 아래 온라인 커뮤니티로 전환했다. 콘텐츠 디렉터로서 각종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하는 나는 연사 미팅도 대부분 줌으로 진행한다. 다시 말해 나도 팀원도 일에 필요한 사람은 모두 온라인으로 만난다.

온라인 기반으로 함께 일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회사의 룰은 이렇다. 슬랙에서 업무 시간 기록용 ‘봇’이 알림을 하면, 그 아래 오늘은 몇 시부터 일할 것인지, 주요 업무는 무엇인지 간단히 정리해 댓글로 단다. 노션에는 주별로 각자의 투두리스트를 체크 박스 형태로 써두고 서로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한다. 재택근무에 익숙해질 무렵부터 “일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암묵적 압박감에 업무 시간이 더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하루에 몇 시간이나 일하는지 투명하게 볼 수 있도록 구글 드라이브에 스프레드 시트도 만들었다.

     

  

 그런데 업무 환경의 질이란 효율성으로만 평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전원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온라인에 적응하느라 몸과 마음이 힘들었다는 걸, 그걸 모른 척하며 일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럴 때는 하루 업무를 마치며 오늘 무엇이 힘들고 좋았는지, 컨디션은어땠는지 짧은 업무 일지를 슬랙에 남기며 멀리서나마 서로를 돌보려고 했다. 일하다 어딘가 아프거나집중이 되지 않으면 편하게 이야기하고 잠깐 쉬자는 약속도 했다. 이런 시도 덕분에 곧 괜찮아졌다가도 점심을 빠르게 해치우듯 먹고 다시 노트북앞에 앉을 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말할 상대가 없을 때, 줌 회의에서 왠지 대화가원활하게 흘러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 나는 동료들과 사무실에서 등을 맞대고 일하던 시절이 그리웠다.

물론 그런 종류의 그리움이 찾아오는 건 정말로 ‘아주 가끔’이고, 솔직히말하면 재택근무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더욱 크게 느끼며 일하고 있다(내가 출퇴근에 드는 에너지를 워낙 아까워하던 사람이라 그렇다). 온라인이기때문에 동료들과 연결감을 느끼지 못하거나, 있던 동료애가 사라진다거나 하는 것 같지도 않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당연히다를 수밖에 없지만, 온라인으로 일한다고 해서 동료와 좋은 관계를 쌓아나가는 게 불가능할까? 나와 동료들은슬랙에서도 오프라인에서와 다를 바 없이 잡담이나 아이디어를 나누고, 누군가 슬랙에 쓴 글에 열심히 이모지를 누른다. 물리적으로는다른 장소에 있지만 내가 당신의 말을 읽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꼭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하지않아도 서로의 말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겠다는 공동의 약속이다.

물론 비대면 환경에서 모두가 우리처럼 일할 수는 없다. 모든 구성원이 2030 여성이고, 규모도 작은 우리 회사는 매우 특수한 경우에 속하기 때문이다. 위계질서가 뚜렷하고 다소 경직된 분위기로 대면 근무를 했다면, 온라인에서 그 반대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쉬울 리 없다. 메신저에서조차 상사가 던진 말에 누가 먼저 어떤 답변을 할지 눈치 게임을 해야 하는 회사라면 더더욱 그렇다. 

    

사실 원활한 비대면 근무를 위해 우선 바뀌어야 하는 건 구성원 개개인보다 조직이다. 

        

개인이 조직의 룰이나 시스템, 분위기를 바로 바꾸기 어렵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동료에게 어떤 결정의 앞뒤 맥락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 회의에 들어가기 전 회의의 전체 흐름과 주요 논의 사항을 동료들에게 미리 안내하는 것, 컨디션이 나쁜 사람은 없는지 주의 깊게 살피며 배려하는 것, 누군가의 의견을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하지 않는 것, 함께 하는 일과 관련이 있다면 무엇이든 바로 공유하는 것. 돌이켜보면 온라인으로 일하기 전이나 지금이나 나와 동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이런 것들이다. 일로 만난 동료들 사이의 다정함이란 결국 우리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였다는 걸 이해하고, 모두가 그럴 거라고 믿는 데서 생겨난다고 나는 생각한다. 동료애가 생기고 안 생기고는 오프라인이냐 온라인이냐에 달려 있지 않다. 그보다는 어떤 환경에서든 동료들과 잘 일하기 위해 얼마나 주의를 기울이고 에너지를 쓰는지에 관한 문제다. 거기에는 정확하고 투명하고 꼼꼼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다른 기관의 행사를 회사 차원에서 맡게 되어 동료들과 함께 운영한 적이 있다. 사고 없이 무사히 행사가 끝난 후, 한 관계자가 감탄하며 우리에게 말했다. “팀워크가 정말 좋네요.” 우리는 다 같이 크게 웃었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당연하죠, 저희는 늘 이렇게 일하거든요.

     

   

    

   

황효진

빌라선샤인 콘텐츠 디렉터, 《나만의 콘텐츠 만드는 법》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