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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칸 부엌 살림

Space-saving Household Goods for My Tiny Kitchen

한 칸 부엌 살림

Editor.Hyuna Lee Article / clinic

좁은 공간을 최대로 활용하면서 생활의 품위를 잃지 않게 해주는 똑똑한 상품 열 가지


테트리스처럼 공간 활용, 콤팩트 식기 건조대 

브라반티아
47,200원
www.brabantiashop.kr

주방의 품격은 살림의 흔적을 지우는 데서 비롯하며, 안온함은 물기 없는 개수대와 제자리를 찾아간 주방용품에서 피어난다. 생활의 흔적이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식기 건조대는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좋은 식기 건조대란 물때에 강하고, 공간 활용도가 높으면서 물 빠짐이 좋은 동시에 조잡해 보이지 않아야 한다. 가장 좋은 건 라바제나 시모무라 같은 스테인리스 제품이겠지만, 공간이 협소하다면 물받이와 수저통을 분리해 작은 싱크대 위와 옆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브라반티아의 싱크사이드를 추천한다. 아담하지만 구성이 알차고 내식성이 높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저렴한 실리콘 건조대에서 느낄 수 없는 품위가 묻어난다.


숙련된 바텐더처럼 살기, 글라스 타월 

이클로스
9,000원
smartstore.naver.com/dygrove

집밥을 즐기기 위해선 우선 주방에 애정이 깃들어야 한다. 아무리 고급스러운 설비로 이뤄진 주방이라도 말끔하게 정리 정돈되지 않고, 개수대나 식기 건조대에 무언가 잔뜩 올라가 있으면 요리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설거지한 후 그냥 쌓아두면 어수선할 뿐 아니라 식기에 얼룩이 남아 다음 끼니의 행복마저 방해한다. 숙련된 손놀림이 보기 좋은 바텐더처럼 설거지하자마자 바로바로 물기를 닦고 찬장에 다시 정리해놓는 습관이 중요한 이유다. 영국 친환경 브랜드 이클로스의 글라스 타월은 이런 경우 아주 요긴한 물건이다. 일반 면에 비해 4배 이상 흡수력이 좋고 엠보싱 처리해 물 자국을 말끔히 제거할 수 있다. 깨끗하고 투명한 유리잔을 들면 마음까지 맑아진다. 진짜다!


부엌의 중심, 서빙 도마 

에피큐리언
(중) 16,200원
http://www.okmall.com

좋은 도마만 있어도 요리하는 맛이 난다. 그러나 마땅한 조리대도 없는 한 칸 살림에 육류, 해산물, 김치, 채소 등 용도별로 구색을 갖추고 살기란 어렵다. 만만한 게 플라스틱 도마이지만, 나무 도마가 항균력이 더 좋다. 플라스틱은 흠집에 취약해 세균이 번식하기 딱 좋은 환경이다. 그래서 도마를 딱 하나만 사야 한다면 강력한 항균 처리는 물론 얇고 가벼우면서 손잡이까지 달려 있어 유사시에 플레이팅 역할도 가능한 에피큐리언의 서빙 도마를 추천한다. 미디엄 사이즈는 도마가 양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크기다. 아무리 조리할 공간이 부족해도 도마는 꼭 갖춰야 하는 주방의 핵심이다.


단 하나의 팬만 소유할 수 있다면

스칸팬
딥소테팬(26cm) 256,000원
www.kitchen-tool.co.kr

만약 독립하는 사랑스러운 후배가 있다면 스칸팬 CTX라인의 딥소테팬을 선물하고 싶다. 슬림한 살림살이에 다양한 팬과 냄비를 구비하기란 쉽지 않은데, 이 팬 하나만 있으면 달걀 굽기부터 라면과 찌개, 찜, 각종 볶음 요리를 모두 할 수 있다. 특히 깊이가 있는 팬은 비교적 깔끔하게 조리할 수 있어 뒤처리하기도 편리하다. 비싸긴 하지만 스칸팬을 고른 건 실용적인 데다 친환경 제품이기 때문이다. 덴마크에서 날아온 이 제품은 환경호르몬 없는 무쇠 팬의 장점과 저렴한 코팅 팬의 편의성을 모두 충족한다. 


멀티 플레이어, 주방 집게

트라이앵글
16,100원
www.studiojune.co.kr

기본적으로 실리콘 조리 도구가 여러모로 편리하다. 하지만 두부를 뒤집는다든가, 베이컨을 한 장 한 장 떼내거나 파운드케이크 조각을 집는 섬세한 작업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독일이 자랑하는 키친 툴 브랜드 트라이앵글의 주방 집게는 조리용 젓가락의 섬세함과 실리콘 집게의 편의성과 올 스테인리스스틸 보디의 위생까지 집게가 지녀야 할 모든 장점을 두루 갖추었다. 가위 구조의 집게는 적은 힘으로 섬세한 작업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굽기, 튀기기, 데치기, 면 요리 등등 모든 조리에 활용 가능한 만능 조리 도구다. 아무리 미니멀한 주방이라도 칼, 가위, 도마, 그리고 집게는 최소한으로 갖춰야 할 주방 도구임을 참고하자.





공간에 대한 애정의 상징, 발뮤다 더 토스터 

발뮤다 / 309,000원 / www.balmuda.co.kr

지금은 흔하디흔한 물건이 됐지만, 발뮤다 토스터는 생활 공간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일종의 사인과 같다. 괜찮은 카페나 주방 인테리어 사진, 심지어 관찰 예능만 봐도 발뮤다 토스터가 있다. 아침 식문화가 시리얼과 우유 또는 주스, 베이컨과 함께 식빵에 버터를 듬뿍 발라 먹는 미국식으로 변해서가 아니다. ‘죽은 빵도 살려주는 토스터’라는 문구와 함께 미니 오븐에 스팀 기능을 추가하고 토스터라 명명한 뻔뻔함 덕분에 한때 무용의 대명사이던 토스터를 사려 깊은 취향을 대변하는 오브제로 인식의 전환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물론 쓰임도 훌륭하다. 식빵 굽기뿐 아니라 노다호로의 발뮤다 전용 법랑 배트를 활용하면 간단한 오븐 요리를 세척의 번거로움 없이 할 수 있다.






속도전에 능한 요리 게릴라, 핸드 블렌더

다간다
48,500원
www.banhadamall.com

1인 가구 요리의 핵심은 효율성이다. 이런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제품이 바로 <냉장고를 부탁해>가 히트시킨 핸드 블렌더다. 음료 제조부터 거품 내기, 다지기, 갈기 등등 셰프들이 15분 만에 요리를 완성할 수 있도록 돕는 특급 도우미로 톡톡히 활약하며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게다가 안 쓸 땐 집어넣을 수 있어 공간도 차지하지 않고, 주방 가전 중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하는 품목이라 접근성도 좋다. 물론 고가의 진공 블렌더를 써야 영양소 파괴 없이 조리가 가능하다지만, 우리는 그런 값비싸고 육중한 녀석을 들여놓을 형편이 안 된다. 다간다의 성능은 글로벌 기업 제품과 비등한데 가격은 절반이다. 치명적 매력이 아닐 수 없다.


간단한 설비로 주방에 온기 더하기

이케아
조명 29,000원, 안슬루타 변압기 25,000원
www.ikea.com

찬장 하부 조명이 없다면 당장 이케아에서 이 제품을 구매하자. 부엌 분위기를 단숨에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드릴을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양면 접착 테이프를 이용해 설치할 수 있다. 작고 보잘것없는 주방일지라도 따뜻한 조명 아래서 조리를 하면 집중하기 좋아 뭔가 근사한 일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주방 천장등을 등지고 서서 일하다 보니 정작 눈앞은 어둡지 않은가. 이런 소외된 공간을 개선하려는 마음가짐은 좀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삶의 태도와 직결된다. 요리하지 않더라도 무드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어느 주말 밤, 집 안의 불을 다 끄고 주방 의자에 걸터앉아 와인이나 차 한잔 즐기기 딱이다. 



구관이 명관, 전자레인지 

매직쉐프 / MEM-GD20FW 119,000원 / smartstore.naver.com/magicchef


1인용 밥솥과 식기세척기, 건조기, 벽걸이형 드럼세탁기 등 싱글슈머를 사로잡기 위한 소형 가전이 쏟아지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6월 ‘일렉트로맨 혼족 가전’ 시리즈를 론칭했다. 그런데 크기가 작아지고 가격이 좀 저렴해진 것 외에 기존 제품에 비해 뛰어난 성능이 없다면 굳이 좁은 집에 들이지 않길 권한다. 편의성을 도모한다면서 즉석밥을 두고 혼밥을 짓고, 냄비를 두고 라면 포트를 사야 할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 에어프라이어도 결국 튀김이다. 그럴 바엔 기본으로 돌아가 전자레인지를 십분 활용하는 게 현명하다. 이 제품은 동일한 용량의 턴테이블식 전자레인지보다 더 넓게 내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게 최대 장점이다. 네모난 편의점 도시락을 넣어도 돌면서 걸리거나 파장이 일정하게 닿지 않을 염려에서 자유로우며, 플랫 타입 유리판이라 내부 세척하기도 손쉽다.



부엌 표정을 만드는 키친 클로스

라퓨안 칸쿠릿
29,000원
www.twl-shop.com

현관문을 열면 두 칸짜리 싱크대가 마중하는 원룸이나 부모님 눈을 피해 급히 숨겨둔 이성 친구처럼 옷장 문 속에 숨어 있는 오피스텔 주방. 이를 제대로 된 부엌처럼 보이게 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패브릭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리넨 키친 클로스를 한 장 걸어놓으면 부엌에 포근한 온기를 더할 뿐 아니라 요리하다 손 닦을 때, 뜨거운 냄비를 들거나 받칠 때, 그릇 닦을 때, 식재료를 잠시 덮어둘 때, 행주 대용 등등 전천후로 활용할 수 있다. 우리 인류와 가장 오랫동안 함께해온 리넨은 참으로 사랑스러운 직물이다. 면보다 내구성이 뛰어나고 흡습성과 통기성이 강해 물기가 늘 함께하는 주방에서 활용하기 제격이며, 빳빳할 때부터 구겨졌을 때의 자연스러움까지 모두 멋스럽고 오래 쓸수록 진국이라 자주 바꿀 필요도 없다.


더 나은 부엌 생활을 꿈꾸는 이를 위한 안내 

1. 또 하나의 올인원 아이템, 무쇠 냄비


만약 여력이 된다면 무쇠 냄비를 하나 정도 갖추길 권한다. 번아웃 상태로 집에 들어와 요리하기가 쉽지 않지만 전자레인지나 배달 앱에 의존하는 삶을 청산하고 집밥을 해 먹고 싶다면 무수분 요리가 가능한 무쇠 냄비가 훌륭한 대안이다. 바닥에 찰랑거릴 정도만 물을 붓고 토마토와 감자, 양파, 버섯, 그리고 좋아하는 다양한 채소를 넣고 중간 불에서 끓여 스튜를 만든 다음 고형 카레를 넣고 약한 불에서 뭉근하게 끓이면 건강한 야채카레가 완성된다. 사과와 양파를 편으로 썰어 냄비 바닥에 깔고, 통삼겹살에 칼집을 낸 후 그 사이사이에 마늘 편을 끼워 넣거나 된장을 발라 중약불에 두면 보쌈집에서나 시켜 먹던 수육을 20여 분 만에 식탁에 올릴 수 있다. 고슬고슬 밥을 지으면 그 진가는 배가된다. 무쇠 냄비 요리는 재료의 맛을 살리는 건강함과 냄비 하나로 조리와 플레이팅이 가능한 간편함은 물론, 슬로 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다는 심리적 만족감까지 차오르게 만드는, 말 그대로 돌로 만든 마법의 수프다.


2. 집밥 맛은 공간에 깃든 애정이 좌우한다


공간에 대한 애정이 부엌일을 더욱 사랑하게 만든다. 원룸이라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요리를 기피하는 건 그야말로 변명이다. 파리지앵은 대부분 우리보다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특유의 멋스럽고 손 많이 가는 요리를 해 먹는다. 집밥을 하는 데 부엌 크기와 화구 개수, 설비의 편의가 중요한 게 아니란 뜻이다. 몇 가지 세간도 들이기 어려운 작은 부엌이나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을수록 전천후로 활용 가능한 아이템을 택해 미니멀한 살림의 묘를 발휘해 일상을 가꿔보자. 하루하루가 쌓여서 인생이 된다는데, 날마다 플라스틱 그릇과 나무젓가락, 싸구려 식기만 펼쳐놓고 사는 모습은 곤란하다. 주방용품은 단순히 편의를 도모하는 차원의 생활용품이 아니다. 매일매일 우리 눈과 입과 촉감에 닿는 정서적 도구다. 일상의 행복을 영위하고, 나만의 안온한 공간을 위해서는 조금 무리해서라도 어느 정도 투자가 필요한 항목임을 명심하자.

김교석

TV 칼럼니스트이자 직장인이다. 투잡을 하며 돈과 미래에 돈으로 지난 10 년간 헤비쇼퍼의 삶을 살았다. 날마다 새로이 쌓이는 택배 박스를 기이하게 여긴 주변인에 의해 채널예스에산다는 그런 거지 연재하게 됐고, 비슷한 권유로 《오늘도 계속 삽니다》를 펴냈다. 외에 《아무튼, 계속》을 썼고, 매주 TV 예능에 관한 글을 여러 매체를 통해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