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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그 언덕에서

Every Day, on That Hill

매일 그 언덕에서

Editor.Hyein Lee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30세 / 이수열

카페 yyyyynnn 매니저


Conditions

지역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2가
구조 다가구주택 스리룸
면적 62㎡ (19평)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100만 원

Room History

28세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2가 다가구주택 스리룸(19평),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100만 원







해방촌은 남산 밑에 자리한 마을이다. 독립 후 해외에 있던 동포들과 한국전쟁 이후의 피란민들이 정착하면서 생긴 이름, 말 그대로 ‘해방’촌. 이름만 들어선 전통적인 모습을 고집할 것 같지만, 좁은 길 사이로 이국적인 펍, 카페, 식당 등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파른 오르막길이 매력인 동네다. 매력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높은 지대만이 보여줄 수 있는 풍경이 있기 때문이다. 미지근한 봄바람이 살랑이던 날, 가파른 길을 올라 하얀 벽돌집 앞에 다다랐을 때 슬리퍼를 신고 마중 나온 남자가 보였다. 그의 집 안엔 철저한 나의 사심, 반려견 ‘이로’가 있을 터였다. 걸음이 빨라졌다.



일하시는 카페 이름  yyyyynnn은 도대체 어떻게 읽는 거예요?
와이엔이라고 읽지만 제가 지은 건 아니에요.

어, 대표님 아니었나요?
디자인 회사에서 운영하는 곳이고요, 저는 실무적인 부분을 맡고 있어요. 준비한 지는 꽤 오래됐어요. 작년 5월까지 ‘펠트’에서 바리스타로 일했고, 그 후부터 바로 준비했으니까요.

아무튼 이전보다 의무감이 커졌겠어요?
책임감을 많이 느끼긴 해요. 사소한 부분까지 챙겨야 하니까 부담스럽기도 한데, 일하면서 ‘내 얼굴이다’, ‘내 가게다’라고 느끼는 부분이 있어서 한 발짝 물러나 전체적인 면을 보려고 노력하죠. 펠트에서 천천히 일을 배우고 쌓아왔지만 사실 10년 전부터 이 일을 시작했거든요. 제가 스무 살 때 처음 삼성역에서 누나랑 카페를 열었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재밌을 것 같아서 시작한 일을 지금까지 하게 된 거예요.

그런데 책임이라고 하면, 이미 ‘이로’라는 존재로부터 배우고 있잖아요.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건 어떤 기분이에요?
사실 되게 어려운 일이죠. 처음 이로를 데려왔을 때도 마냥 기쁘지 않았어요. 오래전부터 꿈꾸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걱정되고 좀 불안했어요. 그런데 얼마 전에 강아지를 입양한 동네 친구가 똑같은 얘기를 하더라고요. 본인이 찾아보니까 산후우울증이랑 증상이 비슷하다고.(웃음) 그 친구한테 조금씩 나아질 거라고 얘기했는데,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처음 개를 키우는 건가요? 이로와의 첫 만남이 궁금해요.
네. 강아지를 좋아한다고 느낀 건 2013년 정도예요. 그때 엄청 빠져들어서 이번 생엔 꼭 강아지랑 살겠다고 다짐했죠. 유튜브로 강아지 영상을 찾아보면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에 대해 공부했는데 결국엔 나중으로 미루게 되더라고요. 돈도 좀 벌고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이라고만 생각해서요. 그때까지 유기견에 관한 별다른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건강한 곳에서 태어난 아이를 분양받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펠트에서 일하면서 유기견을 자주 보게 된 거예요. 그중 유기견 두 마리를 키우는 분이 계셨는데, 종종 여행 갈 때 저에게 아이들을 부탁하셨어요. 그렇게 유기견과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죠. 그 시기에도 ‘나는 준비가 안 됐어’라고만 생각했는데, 한편으로 ‘언제 완벽하게 준비가 되겠어’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러다간 평생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이태원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유행사(유기동물 행복 찾는 사람들)’ 모임에서 이로를 데려왔어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갈 데가 없는 유기견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죠.



이로는 매일 산책하는 개인가요? 이로가 선호하는 길이 있을 것 같아요.
네, 매일 하고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길을 좋아해서 딱히 선호하는 길은 잘 모르겠어요. 그냥 지나가다가 친구가 있는 집을 보면 들어가려고 해요.

기본적으로 사람이 걷기 좋은 길이 강아지에게도 좋은 산책길이라고 하더라고요. 이로는 좋아하지만 수열 님에겐 조금 벅찬 길이 있을까요?
지금은 좀 익숙해져서 괜찮은데, 생각해보니까 집을 나가면 경사가 바로 시작되는 거예요. 평지가 없어서 무조건 내려갔다가 올라가든지, 올라갔다가 내려가든지 해야 하니까.(웃음) 얼마 전에 친구가 사는 다른 동네에 놀러 갔는데 평지가 그렇게 편하더라고요. 다음엔 평지에서 한번 살아봐야 하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사실 이렇게 말하지만 저는 익숙해서 괜찮아요. 친구나 손님이 오면 약간 미안하고 민망하긴 하지만요.

해방촌을 HBC라고 부르더라고요. 예명까지 생긴 힙한 동네에 머물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맞아요. 인스타그램에 위치 태그도 있고요.(웃음) 저도 이런 동네에서 살게 될 거라고 전혀 생각을 못 했어요. 그냥 집을 알아보는데 초반에 보았던 이곳이 계속 생각나는 거예요. 다른 데 봐도 성에 안 차고, 교통편도 괜찮은 편이고, 무엇보다 동네가 재밌을 것 같아서 한번 살아보자 싶었죠. 저는 여기가 좋아요. 평생 살진 않겠지만 아직은 더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동네에 유독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이유가 뭘까요?
아마 외국인 때문이 아닐까요? 저도 여기서 살기 전에 이태원 근방에 놀러 오면 강아지들이 많은 게 신기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봐오던 강아지와 좀 다르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말 외국에서 살다가 온 것 같은 강아지들? 그런 모습을 많이 봐서 좋았던 것 같아요. 의경이었을 때도 이 동네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데 강아지 구경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죠.


반려동물이 많은 이 해방촌엔 어떤 좋은 점이 있나요?
우리나라 반려동물 문화는 이제 막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외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아이들을 단순히 액세서리, 그러니까 애완으로만 생각하는 시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지나갔다고 느끼거든요. 그 변화를 특히 이 동네에서 많이 본 것 같고, 무엇보다 산책할 때 길거리에서 이로의 친구를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좋아요. 아, 그리고 이로와 이로의 형제가 하루 동안 지낸 적이 있는데, 그 주인분이 해방촌에 와서 놀라시는 거예요. 반려견과 자연스럽게 산책하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고. 자신이 사는 곳은 아파트가 많은데 동네에서 개를 보고 흠칫흠칫 놀라는 사람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맞아요. 반려동물과 주인 모두에게 동네 환경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는 유명한 아파트 영상도 있잖아요. “야!!! 개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아, 그런 영상이 있나요?

네, 좀 이슈가 됐죠. 이로의 잘못은 아니지만 이로로 인해 난감했던 적이 있나요?
사람을 너무 좋아해요. 펠트에서 일할 때 같이 출근하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손님 무릎에 앉아 있어서 좀 민망했어요. ‘쟤는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이러면서.(웃음) 그런데 이로는 대체로 얌전한 편이에요.

정권이 바뀌면서 동물보호법이 조금이나마 정리된 것 같아요. 하지만 이건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저의 의견이고요, 수열 님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사실 그 부분은 제가 잘 모르고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조금 바뀌었다고 느껴요.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 혹은 ‘가족’이라고 바꿔 부르는 것도 그렇고, 예전엔 그냥 묶어 놓고 키웠다면 지금은 이 애만을 위해 생각하는 영역이 넓어졌다고 봐요. 어떻게 하면 사람과 잘 살고, 동네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좀 더 구체적으로 변한 거죠.

그런데 뭐랄까요, 이상하게 동물에 대한 처우가 좋아질수록 학대 행위가 늘어나는 것 같아요.
뭐, 저도 유기나 학대 기사를 보면 화가 나고 답답해요. 하지만 SNS에 올라오는 자극적이고 적나라한 사진은 보지 않는 편이에요. 그저 이로랑 잘 지내는 모습을 통해 제 생각이 주변에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직도 많이 부족한 사람이지만 이로한테 정말 마음을 많이 쓰거든요.

동물이 살기 좋은 동네면 아이도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동네라고 생각해요. 길바닥에 위험한 물질이 없고, 해코지하는 사람도 없고, 자연이 많고···. 수열 님이 생각하는 반려동물과 함께 살기 좋은 동네는 어떤 모습이에요?
저도 자연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전에 잠시 펫시터를 자처하며 강아지와 산책했을 때 되게 신기했어요. 만약 강아지가 처음 산책한다고 하면, 우리가 “이거는 나무고 흙이니까 냄새를 맡아!”라고 알려주진 않잖아요. 그런데 본능적으로 자연을 알고 좋아해요. 들판 같은 데 가면 엄청 흥분하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가끔 ‘이게 뭘까···’ 생각해요.



카페가 북촌에 있죠? 해방촌과 북촌, 젠트리피케이션의 정점인 곳인데 어떤 특징이 있나요?
사실 상가와 주거랑 다른 영역이니까 집 알아볼 땐 어떤 차이나 특별함은 못 느꼈어요. 그런데 해방촌에도 점점 뭐가 많이 생기니까 경리단길처럼 되고 있구나, 이런 생각은 해요.

골목을 지나면 상점이 되게 많던데 여기까지 소음이 들리진 않나요?
그런 소음은 없어요. 단지 외국인이 많다 보니 산책할 때도 좀 시끌벅적한 편이에요. 밤낮없이 아침부터 테라스에 나와 술 마시고 있는 외국인도 있거든요.(웃음) 그리고 밤에 음악 소리가 크다는 거? 그런데 저도 집에 친구를 많이 부르고, 혼자 있을 때 음악 크게 틀어놓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위층에 사는 한국분을 우연히 마주쳤을 때 너무 시끄럽게 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분이 “괜찮아요. 그냥 동네가 이렇죠, 뭐”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다행이죠.

사람 사는 곳이 거기서 거기라고 하지만, 그 두 곳은 정말 분위기가 다른 것 같아요. 북촌이 녹차라면 해방촌은 콜라 같은?
네, 맞아요. 카페가 있는 동네는 삼청동 메인 거리에서 빗겨난 곳인데, 예전엔 못 느끼다가 날씨가 좋아지면서 동네를 걷다 보니까 산책하기 제격인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북촌이나 해방촌이나 외국인이 많은 건 똑같은데, 좀 느낌이 다르죠. 북촌엔 관광객이 많지만 이곳엔 거주하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그런데 일하다 보면 집을 오래 비워야 하지 않나요?
이로가 집에 혼자 있을 때도 있지만, 일주일에 반 이상은 저와 함께 출근해요. 근처 디자인 스튜디오에 직원분들도 계시고 강아지 친구가 있어서 거기에 맡겨놓고 같이 퇴근하는 편이에요.

함께했을 때 어떤 행복이 있나요? 구체적인 경험을 들려주세요.
그냥 조용히 둘이 있을 때?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 좋아요. 물론 생활하다 보면 무심해지는 부분이 있는데, 잘 때라든가 아침에 일어났을 때라든가 이로가 보이면 그냥 편안해져요. 그리고 이로한테 필요한 사람이 되었다고 느낄 때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저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이 애가 뭘 원하는지 이제는 안다고 생각하다가도 창밖을 멍하니 보거나 가만히 누워 있으면 전혀 알 수 없는 기분이 들 때가 있지 않나요?
맞아요. 종종 그래요. 표현하는 강아지들은 나가고 싶으면 문을 긁고,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소리를 내든가 하는데 이로는 표현이 없거든요. 그래서 말을 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그런 부분이 같이 사는 입장에서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되게 신비롭게 느껴지거든요. 완벽히 알 수 없어서 다행이라고도 생각해요. 그러니까 더 잘할 기회가 있는 거죠. 모르니까.
맞아요. 모르는 게 낫죠.

대화가 통하면 우리를 욕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아니, 저 새끼가···” 이러면서.(웃음)
“나가자니까 계속 누워 있어?” 이럴지도.(웃음)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어떤 코믹 영화에서 주인공이 초능력을 얻으면서 반려동물의 마음을 읽게 됐는데, 보자마자 그 애가 “비스킷! 비스킷!” 이 말만 하는 거예요. 너무 웃기더라고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이로로 인해 삶이 어떻게 바뀌었나요?
음, 삶이 완전히 바뀌었죠. 주위 사람들이 종종 사는 데 제약이 많지 않냐고 물어보곤 해요. 그런데 사실 맞아요. 사소한 경우를 말하면, 기분에 따라 심야 영화를 보거나 밤새워 놀고 싶을 때가 있는데 쉽게 포기해야 하죠. 하지만 그 제약을 알고 시작했고, 이로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어떤 부분은 잃지만 다른 부분에서 얻는 게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같이 사는 거고···. 그런데 질문이 뭐였죠?

삶의 변화요.(웃음) 삶이 좀 적극적으로 변했다거나 몸이 건강해졌다거나 하는 그런 변화 없어요?
부지런해진 건 있어요. ‘건강’ 앱을 보면 오늘 걸은 거리가 나오는데, 쉬는 날이든 일하는 날이든 산책을 해야 하니까 늘 비슷한 거리를 많이 걷고 있더라고요. 친구들이 농담 삼아 이로가 저를 산책시킨다고 해요. 사실 맞는 것 같기도 하고.(웃음) 이로 덕분에 정서적으로도 좋은 것 같아요. 좀 우울할 때도 이로를 보면 풀릴 때가 있고, 반대로 나의 이런 우울한 감정이 이로한테 느껴지지 않았으면 해서 감정을 갈무리할 때도 있어요. 얘는 다 느끼니까.

저는 오히려 동물로 인해 외로움과 부끄러움을 배우는 것 같아요.
맞아요. 동물은 엄청 순수하잖아요. 저도 이로를 보면서 나라는 사람을 부끄럽게 생각한 경험이 있어요. 어떤 일인지 잘 생각은 나지 않지만, 아무튼.


Conditions

지역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2가
구조 다가구주택 스리룸
면적 62㎡ (19평)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100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