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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밖을 나서면

The Surroundings of His House

집 밖을 나서면

Editor.Hyemin Lee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38세, 34세 / 이의현, 황은지

로우로우(RAWROW) 대표, 전 국어 교사


Conditions

지역 서울시 마포구 창전동
구조 아파트
면적 108㎡ (32평)
매매  약 5억 원

 

Room History

의현

1세 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동 아파트
34세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상가주택

은지

1세 충남 보령시 죽정동 아파트
20세 서울시 용산구 청파동 하숙집
25세 서울시 광진구 화양동 빌라
29세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상가주택

그 사람의 에너지 원천이 무엇인지 궁금한 경우, 그와 연관이 있는 주변의 것들에서 힌트를 얻는다. 예를 들어 그 사람이 사는 집 안뿐 아니라 ‘집 밖’ 풍경이 어떤지 살피는 것. 창밖으로 무엇이 보이고, 어떤 길을 따라 집에 오가는지, 집으로 향할 때와 나설 때의 마음은 어떨지 가늠해보는 것. #나가놀생각뿐 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지만, ‘충동구매 금지’라는 카피를 늘 덧붙이는 브랜드가 있다. 젊음과 자유의 상징인 홍대 거리 한복판에 자리하지만, 하는 일은 장인처럼 물건의 원형이나 어원을 발굴하는 게 주 종목인 브랜드. 이러한 브랜드를 이끄는 사람의 집에는, 그리고 집 밖엔 무엇이 있을까? 주목받는 청년 창업가이면서 사랑하는 아내와 반려견 가족이 있고, 곧 있으면 아빠가 되는 평범한 가장이기도 한 사람의 중심과 주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결혼한 지 5년 정도 되었다고 했죠? 결혼한 이후 이 집에 쭉 살았나요?
(의현) 여기 살기 전에 신혼집이 하나 더 있었죠. 홍대 근처 상상마당 바로 앞 상가 맨 꼭대기 층요. 건물 주인이 살려고 만들어놓은 집이라 정말 예뻤어요. 모두 나무로 되어 있고, 복층에 다락방도 있고. 근데 그 주변이 어떤지 아시잖아요. 매일 밤이 아니라 다음 날 아침 10시까지 시끌시끌해요. 길거리에서 싸우는 사람도 많고···. 결국 1년 좀 안 되게 살다가 이사를 갈 수밖에 없었죠.

정말요? 그럼 처음 그 집에서 살게 된 이유는 뭐였어요?
(의현) 일단 저희 생활권이 마포고, 회사도 홍대 쪽이라 그 동네에서 알아보던 중 그 집이 비교적 저렴했거든요. 저희가 얻을 수 있는 집 중에서는 제일 예뻤고요. 그게 아니면 빌라나 주택가 쪽으로 가야 했는데, 그것보다 조금 시끄럽긴 해도 우리가 좀 더 젊을 때 이런 데서 살아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죠.

그리고 이 집으로 온 거군요? 지금 이 집을 고를 때의 기준은 또 달랐을 것 같아요.
(은지) 우선은 그 전에 워낙 시끄러운 데서 살다 보니 조용한 곳으로, 주차가 편했으면 했죠. 홍대 앞은 주차가 정말 불편했거든요. 예전 집의 단점들을 보완한 집을 찾은 거죠.
(의현) 저는 조망이 좀 중요했어요. 탁 트인 곳으로 가고 싶었죠. 아무래도 제가 하는 일이 계속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영감을 찾아 헤매는 일이다 보니 집에 왔을 때 좀 다른 분위기에서 환기되는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지금 서재로 쓰는 이 방을 보고 완전히 반했죠. 창문을 딱 열었는데, 붉게 단풍으로 물든 숲이 눈에 한가득 들어오더라고요. 그때가 가을이었거든요. 사실 그거 보고 결정한 거 같아요.

그러니까요. 집 위치가 아주 절묘하더라고요. 거실에서는 도심의 높은 빌딩과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영락없는 도심 속 아파트인데, 뒤편으로는 푸른 숲이 펼쳐지고요.
(은지) 사실 여기가 와우산 중턱이라 올라오기는 좀 힘들어요. 그래도 아직은 젊으니까 운동하는 셈 치고 있어요.
(의현) 덕분에 이렇게 도심 속에 있으면서도 집 밖을 나서면 바로 숲속을 산책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아파트 단지 뒤뜰과 숲이 연결되어 있어 1분이면 갈 수 있거든요.

요즘엔 그런 걸 ‘숲세권’이라 하더라고요. 도심 속에서 숲세권을 찾기란 쉽지 않은데 참 좋은 것 같아요. 반려견 멍개와의 생활도 이 집, 이 동네로 오게 된 데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 같아요.
(은지) 맞아요. 사실 홍대 앞 살 때는 멍개를 산책시키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나가자마자 바로 도로라 차도 많고 사람도 많아서 산책은커녕 안고 다녀야 했거든요.
(의현) 이 집에 온 뒤로 저희 부부는 멍개와 셋이 집 주변을 산책하는 걸 좋아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멍개가 없었다면 산책이라는 걸 시도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어요. 예전 같았다면 집에 오면 씻고 쉬기 바빴을 텐데, 멍개 오늘 산책 안 시켰다고 하면서 둘이 나가 10분이라도 손잡고 한 바퀴 돌고 오거든요. 얘기도 도란도란 나눌 수 있고 여러모로 좋죠.



곧 아이가 태어나잖아요. 그러면 집과 동네를 고르는 기준이 또 어떻게 달라질까요?
(의현) 음, 요즘은 전에는 한 번도 안 해본 생각을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유모차를 끌기 편한 집, 아이가 학교 갈 때 길이 안전한 동네 같은.
(은지) 요즘은 평생 한 집에서 살지 않잖아요. 저희가 첫 신혼집을 구할 때는 같이 다닐 맛집이 많은 게 좋아서 그곳에서 살았다면, 지금은 조금 마음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산책을 할 수 있어서 이 집에 살고 있고요. 또 다른 가족이 생기면 거기에 맞춰서 이사를 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하죠.

산책할 때 자주 가는 코스 같은 게 있나요?
(의현) 요즘에는 멍개가 자기주장이 생겨서 이 녀석이 이끄는 대로 가는 편이에요. 멍개가 좋아하는 코스가 있죠.
(은지) 요새는 날씨가 좋아서 경의선 책거리까지도 내려가요. 거기 갔다가 홍대 찍고 다시 올라오기도 하고요. 가면 강아지들 엄청 많이 만나요.



쉬는 날이나 주말에 산책 말고 또 뭐 하세요?
(의현) 예전에는 캠핑도 자주 다니고 좀 멀리까지 나들이를 자주 갔는데, 요즘엔 아내가 임신해서 몸이 무거우니 주로 이 동네 근처로 나들이를 가죠. 홍대 근처, 연남동, 연희동, 신촌··· 뭐 다 동네니까요. 차로 15분만 가면 없는 게 없죠. 카페나 맛집도 많지만, 또 적당히 소박하고 정감 가는 골목 분위기도 아직 살아 있고요.

홍대 근처 동네가 두 분의 취향과 관심사에 맞는 동네인가 봐요.
은지) 맞아요. 저는 서점에서 하는 행사나 글쓰기 모임 같은 데 나가는 걸 좋아하거든요. 근데 그런 게 홍대 앞, 합정, 망원, 상수 쪽에 다 모여 있어서 활동할 수 있는 게 많아 좋죠.
의현) 생각해보면 이곳에 살게 된 게 집 자체보다 이 동네가 좋았던 것 같아요. 이 동네만의 분위기나 문화가 있잖아요. 이쪽 동네가 제가 생각하기에는 서울에서 가장 젊고, 활기차고, 코지한 느낌이 있는 것 같거든요. 그게 저희가 좋아하는 것이고··· 이만한 동네가 없죠.

요즘 로우로우의 계정을 보면 #나가놀생각뿐 카피가 많이 보이더라고요. 집보다 집 밖에서 보내는 일상을 더 좋아하고 즐기는 편인가요?
(의현) 영중 사전에 ‘Raw’의 개념을 보면 ‘날 생(生)’ 딱 한 단어가 나오는데, 그 ‘생’이 로우로우와 가장 어울리는 단어라고 생각해요. 제품, 행동, 생각이 “살아 있네!”라는 그 한 마디를 듣고 싶어서 이렇게 노력하는 거거든요. 근데 또 그렇게 생기 있게 살려면 여행이나 피크닉, 산책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왕 집 밖에 있는 시간을 더 즐겁게,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경험하자는 것을 브랜드 차원에서도 권장하고 있죠. 그리고 저부터 그렇게 실천하려고 노력하고요.

강연이나 인터뷰에서 “그런 브랜드를 만들고 싶으면 그렇게 살아야 한다”라고 말한 게 인상적이었어요.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건 어떤 건가요?
(의현) 좋아하는 브랜드 중 하나가 ‘파타고니아’인데, 그 브랜드 창립자를 보면 그냥 산에 미친 사람이에요. 자연에 푹 빠져 있는, 그렇게 사는 사람이죠. 브랜드가 지녀야 하는 큰 힘이 그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들의 지지를 얻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지지를 얻으려면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이 그 생각과 가치관 안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로우로우의 가치대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의현) 로우로우의 첫 번째 원칙이 ‘단순한 진실을 탐구한다’라는 것이거든요. 나한테 제일 소중한 건 사실 내 주변에 있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더 멀리, 더 좋은 것을 찾다 보면 끝도 없는 것 같아요. 그냥 비교 안 하고 내가 가진 거,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을 하려고 하죠.


집에서, 가정에서의 모습은 어떨지도 궁금해요.
(은지) 집에서도 똑같아요. 잘 챙기고, 청소도 저보다 잘하고.
(의현) (거실에 걸어놓은 네온사인을 켜며) 이게 저희 가훈이거든요. ‘In everything give thanks, 범사에 감사하라.’ 이 문장을 항상 새기고 있어요. 가진 것에 감사하자. 잘 안 될 때도 많지만,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는 게 가장 로우로우답게 사는 게 아닌가 싶어요.



두 분은 어떤 부부인가요?
(은지) 저희는 서로 좀 달라요. 실제로 저희가 결혼하면서 살림을 합치는데, 갖고 있는 책이 겹치는 게 하나도 없는 거예요. 저는 시, 소설, 에세이 같은 문학 쪽을 주로 보고, 오빠는 자기 계발서나 디자인 관련 책이 대부분이었거든요. 그게 진짜 신기하고 우리가 이렇게 다르구나 싶었는데, 그래도 살면서 이렇게 다르니까 더 좋은 건 서로 다른 인사이트를 줄 수 있다는 거 같아요. 남편이 이성적이라면 저는 약간 감성적으로 살아온 편이라, 같은 영화나 뮤지컬을 보고 와도 얘길 하다 보면 감상이 서로 완전 달라서 더 풍부해지는 거 같더라고요.
(의현) 제가 하는 일이 사실 한쪽 분야의 지식만 필요한 건 아니잖아요. 실제로 로우로우의 프로젝트 중 ‘한글날 프로젝트’ 같은 건 아내가 “한글은 이런 거고 사실은 굉장히 훌륭한 문자다”라는 얘기를 해준 덕분에 한글에 관심을 갖게 돼 시작한 거였죠. 부부라는 게 서로를 보완해주는 존재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로우로우의 디자인을 보면 절제하고 필요한 것만 담아내는 데 집중하잖아요. 이 집을 구성하는 가구나 물건에도 그런 생각이 반영되었나요?
(의현) 소파 하나도 그 사람이 뭘 지향하고 사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좋은 집은 크고 비싼 집이 아니라, 내 취향과 가치관이 담긴 것으로 잘 구성된 집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 집 가구는 대부분이 무인양품이에요. 여러 번 얘기하고 다니지만, 저는 무인양품 브랜드의 철학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고, 그만큼 좋아하거든요.
(은지) 저는 처음에 이런 가구가 밋밋하고 너무 소박한 게 아닌가 싶었는데, 살아보니 몇 년이 흘러도 질리지 않고 늘 편안한 느낌으로 있는 것 같아서 좋더라고요. 대신 꽃이나 모빌 같은 것으로 포인트를 주는 편이에요.

이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예요?
(의현) 아무래도 서재죠. 뭔가 안 풀리거나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 가끔 일터에서 벗어나 이곳에서 사색하면 의외의 답을 발견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은지) 저는 남편이 일할 때 서재 방바닥에 멍개랑 누워 있는 거 좋아해요.(웃음)

얘기하면서 느낀 건데, 일과 삶의 경계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의현) 사실 거의 그렇죠. 저는 제가 하는 것을 ‘일’로만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어요. 일과 삶, 삶과 일을 분리하는 게 가능한가 싶더라고요.

그런 사람에게 집이라는 공간은 어떤 의미일지 궁금해요.
(의현) 음··· 집은 그 사람의 ‘태도’인 것 같아요. 집이 난장판인 사람은 일할 때도 비슷해요. 그러니 집을 대하는 것이 일을 대하는 것, 삶을 대하는 것과 같은 게 아닐까요? 마음가짐에 영향을 주니까요.



Conditions

지역 서울시 마포구 창전동
구조 아파트
면적 108㎡ (32평)
매매  약 5억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