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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입니다, 돌려주시죠!

It’s My Money, Give It Back!

내 돈입니다, 돌려주시죠!

Editor. Hyein Lee / Adviser.Jeehee Choi Article / skill

포털 사이트에 보증금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뜨는 연관 검색어가 ‘보증금 돌려받기’다. 보증금 깎으려는 집주인의 황당한 논리에 대한 방어 기술! 다섯 가지 상황별로 배워보자. 






곰팡이가 제 잘못이라고요?  


Q.
안녕하세요? 저는 옥수동 원룸에서 살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지은 지 10년이 넘은 건물이지만 나름 멀끔한 것 같아서 계약했는데요, 올여름부터 벽에 이슬이 맺히더니 곰팡이가 퍼지기 시작했어요. 벽 한 면이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한 상황이라 주인아저씨께 말씀드렸더니, 반지하도 아닌데 이런 현상이 생긴 건 환기를 안 시켜서 그런 거라고 도리어 화를 내더라고요. 수리비는 저보고 내든지 아니면 보증금에서 깎겠다고 하면서 정신없이 몰아붙이는 바람에 한마디도 못 했는데….
이런 경우엔 당연히 임대인이 부담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계약 기간은 한참 남았고 공사나 도배는 해야 할 것 같은데 저보고 다 내라고 할까 봐 무서워요.

A.
여름에는 곰팡이와 결로, 겨울에는 동파가 흔히 발생하죠. 이 경우엔 현상의 원인을 파악한 후에야 비용 부담의 주체를 알 수 있습니다.
곰팡이는 건물의 노후 또는 부실 공사로 생기기도 하지만, 임차인의 관리(가구를 벽에서 살짝 띄우거나 환기를 잘하는 등 생활상의 기본 유지)가 미흡했을 때 생기기도 합니다.
우선 임대인과 상의한 후 단열, 곰팡이 등을 다루는 업체(보통은 설비, 시설, 집수리 등 다양한 명칭이 있습니다)를 불러 진단하고, 누구의 잘못인지를 가릴 만한 전문가의 의견이 나오면 그에 따른 비용을 분담해야 합니다. 





보름 살았는데 왜 한 달 치를 내나요?


Q.
저는 이번에 지방으로 발령받아 이사를 했는데요, 원래 살던 집에서 계약 만기일보다 보름 정도 더 지냈습니다.
무사히 이사를 마치고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받았는데, 딱 한 달 치 월세만큼 비더군요. 물어봤더니 원래 계약 기간이 지나면 일주일이든, 보름이든 한 달 치 월세로 계산한다고 하더라고요. 자신은 꿀릴 게 없다며 법대로 하자는데 뭘 알아야 말이죠.
계약서에는 분명 그런 조항이 없었습니다. 돈이 아까운 것보다 주인아주머니 행동이 너무 얄미워서 나머지 보증금을 꼭 받아내고 싶습니다. 

A.
임대차 계약에서 받는 월 차임借賃은 법정과실(물건의 사용 대가로 받는 금전 그 밖의 물건)에 해당합니다. 법정과실은 수취할 권리의 존속 기간 ‘일수’ 비율로 취득한다는 민법이 있고요. 따라서 계약서 작성할 때 특약에 “한 달 미만의 기간은 한 달로 계산한다”는 규정이 없으면 임대료는 거주한 일수대로 계산합니다.
만약 임대인이 계속 고집을 부릴 경우, 부동산에서도 완만히 해결할 책임이 있으므로 중개인을 통해 압박할 수 있습니다. 





수선 수리, 어디까지 제 몫인가요? 


Q.
저는 오래된 다세대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건물이 많이 낡기는 하지만 나름의 빈티지한 멋이 있고 다른 곳보다 월세가 저렴하여 입주했습니다.

집주인 할머니와 계약할 때 세가 싼 대신 살면서 이 집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알아서 해결하라는 조건이 있었어요. 별생각 없이 동의했는데 6개월 남짓 살다 보니 수리해야 할 것이 이만저만이 아니더군요. 엊그제도 난방기가 고장 나서 몇십만 원이 깨졌습니다.
할머니께 조심스레 말씀드리니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하는 거냐면서 정 그러면 보증금에서 까거나 월세를 올려 받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계약을 했지만 특약사항에 명시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비용을 제가 부담하는 게 맞나요? 

A.
사전에 합의한 뒤에 계약했다고 하더라도 모든 비용을 임차인이 부담할 이유는 없습니다.
통상적으로 생길 수 있는 소규모 수선(전등, 형광등, 수도꼭지 교체 등)이 아닌 이상 건물의 노후·불량으로 인한 주요 설비(보일러, 수도관, 누전 차단기 등)의 수리비는 임대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하지만 수리 분쟁의 경우 상황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세세히 규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기본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1) 계약 전, 집 상태를 꼼꼼히 확인한 후 그것을 기록하고 임대인과 공유한다.
2) 이미 확인한 집 상태를 바탕으로 계약서를 작성한다.
3) 입주 후 문제가 생기면 그 상황에 대해 임대인에게 고지, 논의한 후 수리를 진행한다.
4)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며 점진적으로 해결한다. 

또한 도움이 필요한 곳을 미리 파악해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서울시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 서울시복지재단, 주거복지센터 등 관련 기관과 민달팽이유니온, 전국세입자협회 같은 시민 단체를 통해 임대차 분쟁을 조율할 수 있습니다. 






못질하면 35만 원이라고요? 


Q.
저희 부부는 얼마 전 안성에서 지내다가 서울로 이사했습니다. 좋은 일로 고향을 떠나는 것이라 아내도 저도 들뜬 마음으로 이사 갈 준비를 했는데요, 글쎄 임대인이 이삿짐 옮길 때 와서는 거실에 못질을 너무 많이 했고 벽지가 누레졌다며 보증금에서 35만 원을 공제하겠다는 겁니다.

처음 이사 왔을 때도 상태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는데, 내 집이 아니다 생각해 2년 동안 정말 조심히 살았거든요. 못질도 벽걸이 TV와 선반 달 때 몇 군데 뚫었을 뿐이고요.
35만 원이라는 금액은 도대체 어떻게 계산한 건지 물으니 그냥 딱 보면 안다는 식으로 일갈하더라고요. 그리고 임차인은 원상 복구할 의무가 있다며 법적 문제를 운운하고요. 정말 임대인의 말을 따라야 하나요? 

A.
원상 복구의 범위는 원래 상태 그대로 100%의 뜻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임차인의 과실이나 부주의로 집의 가치를 현저히 떨어뜨릴 경우엔 임차인이 원상 복구를 해야 하는 게 맞지만, 생활 속 흠집이나 못 자국, 시간의 경과에 따른 벽지의 변색 등은 복구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이 같은 분쟁을 줄이기 위해서는 계약서 특약에 원상 복구 사항을 자세히 명기하는 게 좋습니다.
사진과 동영상 등을 통해 집 상태를 서로 확인했다는 전제 아래 “계약 전 상호 확인한 시설물 상태를 기준으로 하되, 일상적 소모에 해당하는 부분은 원상 복구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는 “임대인과 임차인은 각각 수선·유지의 의무, 원상 복구의 의무 및 수선·유지에 협조할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다. 구체적 상황은 판례에 따른다” 정도로 쓰는 게 좋을 듯합니다.





집주인이 바뀌면 원래 이렇게 하나요? 


Q.
제가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60만 원인 빌라에서 살고 있는데, 한 1년 정도 지났을 때 갑자기 집주인이 바뀌었습니다. 원래 집주인과 2년 계약을 한 상태여서 제겐 1년이란 기간이 남았죠.

새로운 집주인도 처음 계약한 대로 하면 된다고 해서 새로 계약서를 쓰고 1년이 지나 이사 갈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집주인이 1년밖에 안 살았다며 보증금에서 월세 한 달 치를 깎겠다는 거예요. 저는 계약서대로 이행했는데 말이죠. 어떻게 된 거냐고 물으니 본인과는 무조건 2년 계약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그걸 알았으면 1년 더 살았을 수도 있잖아요?
지금에 와서 이러니 황당하고 화가 납니다. 다행히 전입신고는 전 집주인이 있을 때 이사하자마자 마친 상태였어요. 

A.
건물의 소유주가 바뀌었다고 해서 계약서를 다시 작성할 필요는 없습니다. 매매 시 전 임대인이 가지고 있던 권리·의무 등 법적인 지위가 자동으로 승계되니까요. 즉, 현재 거주하고 있는 임차인에 대한 계약 사항도 함께 승계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새로 작성한 계약서의 만기 일자입니다. 두 번째 계약서의 만기 일자가 1년으로 되어 있어서 만기 기한에 맞춰 나가는 것이라면 당연히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2년으로 되어 있다면 만기 전 퇴실이 맞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임대인이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것이고요.
원칙적으로 중간에 퇴실할 경우, 임대인에게 양해를 구하지 못했다면 보증금은 원래 만기 날짜에 돌려받을 수 있고, 임대료도 만기 때까지 정상적으로 납부해야 합니다.
그러나 관행적으로 한 달 치 임대료와 다음 세입자를 구할 중개비 정도를 협상 비용으로 제시하고 계약을 종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말씀드린 협상안은 말 그대로 하나의 협상안일 뿐, 구체적 조건은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협의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리고 이 모든 내용은 절대적으로 ‘전입신고’를 했다는 전제 아래 가능합니다.




최지희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다.’
이 간단하고 당연한 이야기가 통하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집 걱정 많은 민달팽이 청년들이 모였다. 주거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직접 발굴하고, 문제를 문제로써 사회에 인식시키고자 ‘민달팽이유니온(minsnailunion.net)’을 만들었다. 최지희도 그중 한 명으로, 민달팽이유니온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