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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관찰로부터

From Silent Observation

고요한 관찰로부터

Editor.Hyein Lee / Photographer. Juyeon Lee Knock, Please

최고요

37세 / 공간디렉터


Conditions

지역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
구조 다세대주택 투룸
면적 약 60㎡ (18평)
비용 보증금 1억 2000만 원
공사 약 900만 원
인테리어(가구 포함) 약 700만 원
집세 월세 30만 원

 

Room History

28세 보증금 500만 원, 월세 35만 원
(중곡동 다세대주택 옥탑 원룸)
29세 보증금 500만 원, 월세 40만 원
(면목동 다세대주택 2층 원룸)
30세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35만 원
(군자동 다세대주택 1.5층 원룸)
31세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70만 원
(이태원동 다세대주택 2층 투룸)
35세  보증금 1억 2000만 원, 월세 30만 원
(자양동 다세대주택 3층 투룸)

 

최고요는 내가 준비한 인터뷰이 리스트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포털 사이트 메인에 몇 번 등장하기도 했으며, 이미 책을 펴내기도 했다. 가능한 한 대중적이지 않은 인물을 찾는 게 목표였지만, 그럼에도 리스트에 꿋꿋이 넣은 건 그녀의 책을 잘 알기 때문이다. 수많은 인테리어 관련 책 중 유일하게 다 읽은 책. 그녀와 취향이 같아서가 아니라 집을 가꾸어나가는 속도가 마음에 들어서다. 서서히 만들어지는 것엔 응집된 여백이 있다. 그리고 그 여백엔 한 사람의 고요한 관찰이 있다. 최고요의 집이 그렇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탠 크리에이티브라는 공간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최고요입니다.

본명인가요? 이름이 참 예쁘네요. 고요, 고요.

한글 뜻도 있고, 한문 뜻도 있어요. 사람들이 가명이냐고 많이들 물어보는데 아빠가 중의적 말장난을 좋아하셔서 지은 이름이에요. 

집에 관한 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이 집은 어떻게 꾸미게 되었나요?”라고 들었어요. 처음엔 청산유수처럼 술술 말을 하다가 결국 “나도 모르게, 어쩌다 보니”라는 답에 도달하게 되었다고요.  

사실 처음부터 확실한 계획이나 뚜렷한 콘셉트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그냥 그때마다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다 보니 이런 모습이 된 것 같아요. 

저는 집 꾸미기에 관심이 많지만 인테리어책을 잘 보지 않는 이유가 잘 짜놓은 세트장 같다는 느낌 때문이에요. 너무 콘셉트에 맞게 인위적으로 꾸며서 부담스럽다고 할까요.  

저 역시 책을 내면서 그 부분을 가장 걱정했어요. 그래서 제안해주신 몇몇 출판사 중 독자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고 배우게 하겠다는 의도가 가장 없는 곳을 선택했죠. 다행히 출판사 쪽에서도 자연스러움을 추구해서 제 의견을 존중해줬고요. 인테리어책을 읽다 보면 은근히 강요받는 느낌이 들잖아요. 그러면 ‘정말 이렇게 하면 안 되나?’ 하는 의문이 들고요. 저마다 자기만의 방식이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정도라는 게 있겠지만 저는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보거든요. 



집은 꾸미기 나름이라지만 집 구조나 형태에서 나타나는 분위기가 있잖아요. 고요 님은 이 집을 처음 봤을 때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요?

먼저 방범창이 눈에 띄었어요. 요즘과 달리 옛날 무늬로 돼 있는 데다 신발장이 빌트인인데, 지금보다 더 낡은 모습이었거든요. 잘만 쓰면 예쁘겠다 싶어서 뜯지 않았죠. 그리고 천장에 2단으로 되어 있는 장식도 좋았어요.

집을 찾는 일이 언제나 성공할 수는 없잖아요. 소개팅처럼 말이죠. 낮이랑 밤이랑 너무 달라서 뒤통수 맞은 느낌이 들 때도 있고요. 

예전에 우사단길에 있는 집을 구한 적이 있어요. 계약금까지 걸어둔 곳이었는데, 어느 날인가 퇴근길에 무작정 둘러보고 싶은 거예요. 마침 아랫집이 이사를 가면서 문이 열려 있길래 옳다구나 하고 들어가니까 바퀴벌레들이 사사삭! 저녁이긴 했지만 집으로 가는 뒷골목도 무섭고, 무엇보다 바퀴벌레는 진짜 아닌 것 같아서 다음 날 부동산에 가서 사정사정해서 계약을 취소했죠. 다행히 부동산 아주머니가 좋게 말씀해주셔서 계약금은 돌려받았어요. 사실 계약금도 포기하려고 했거든요. 

소개팅 타령해서 죄송한데, 소개팅도 계속하다 보면 실력이 늘잖아요. 그런 것처럼 집도 자주 보러 다니면 보는 눈이 생길 것 같아요.

제가 집을 보는 기준과 다른 분들의 기준은 다를 거예요. 저는 거의 뼈대만 보고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생각하는데, 남들이 보기엔 멀쩡한 집도 마음에 안 들면 포기해버려요.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못 바꾼 채 계속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견디기 힘들 것 같아서요. 이 집은 바뀌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많았어요. 처음엔 건물주 할머니가 몇십 년 동안 수리하지 않았다고 한 번에 싹 공사할 거라 하셨는데, 그러면 이 예쁜 창틀이랑 신발장이 없어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제가 계약하고 그대로 잘 사용해보겠다고 했어요. 



블로그를 운영한 지 꽤 됐죠?

2011년에 시작했어요. 당시에 블로그 스폿이라고 유명한 블로거가 많았잖아요. 학교 다닐 때 저도 막연히 그런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한국으로 돌아와서 일단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옥탑방 사진을 올리며 집을 기록했어요. 

해외에 있었나요?

네, 시드니에서 대학을 나왔어요. 그때부터 집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아 셰어하우스를 운영했고요. 유학생이 아파트를 빌려 살기엔 다소 부담스럽잖아요. 저도 시내에서 좀 떨어진 홈스테이를 해봤는데 괜찮더라고요. 그래서 그 근처에 뭐가 없나 돌아다니는데 마침 세를 놓는다는 집이 있어서 보니까 엄청 컸어요. 방이 4개, 거실이 3개, 렌트비는 주당 550달러. 아빠의 도움을 받아 몇 개월 치의 렌트비를 충당하고 당시 200만~300만 원 안 되는 돈으로 집을 꾸민 것 같아요. 무빙 세일이라고 유학생들이 쓰던 물건을 싸게 팔거든요. 그리고 한국으로 치면 아름다운가게 같은 중고 가게가 엄청 잘 조성돼 있는데 그런 곳에서 산 물건으로 집을 꾸몄어요. 

고요 님이 그 집의 영향을 많이 받았나 보네요. 일단 직업이 바뀌었잖아요. 

맞아요. 그런데 원래부터 집과 관련한 일을 하고 싶었어요. 인테리어 디자인과 시각디자인 중에서 어떤 공부를 할까 고민하다가 시각디자인을 선택했거든요. 전에는 패션 회사에 있었고요. 

그럼 공간 디렉터로 일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계기라기보다 그냥 자연스럽게 하게 된 것 같아요. 원래 패션 회사도 공간 디렉터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한 거였어요. 정확히 공간 디렉터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그 일을 하고 싶다 해서 들어갔는데, 결국 그런 자리는 없었어요. 회사 사정으로 흐지부지되면서 그냥 사원으로 일했죠. 그렇게 2년 반 정도 다녔어요. 다음 직장은 제가 틈틈이 셀프 인테리어 사진을 올리던 카페 주인이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이었어요. 거기에서도 2년 정도 있다가 이것도 완벽히 내가 원하는 일은 아닌 것 같아서 에어비앤비를 시작했죠. 

에어비앤비요? 셰어하우스 경력이 여기서 나오네요.

네. 당시 투룸에 살고 있어서 방 하나를 내주었는데, 그 정도로는 먹고살기 힘들 것 같아서 원룸 2 개를 더 얻어 운영했어요. 그런 식으로 계속 공간을 가꾸다 보니 주변 사람들이 자잘한 인테리어를 의뢰하더라고요. 사실 의뢰는 예전부터 있었어요. 포털 사이트 메인에 뜨고 나서 사람들이 엄청 글을 남겼거든요. 어떤 분은 자신이 100만 원 있는데 이걸로 어떻게 집 고칠 방법이 없겠느냐 물어서 제가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물품의 자료를 찾아 보내드렸죠. 남 일 같지 않았거든요. 그렇게 자그마한 일부터 시작하니까 자연스레 큰 규모의 일이 들어오더라고요. 어느 날은 도저히 혼자 못 하겠다 싶어서 친구의 도움을 받았는데 손발도 잘 맞고 힘도 덜 들고 너무 좋은 거예요. 그렇게 해서 회사를 차리게 됐죠. 친구와 공동 대표이고, 직원이 2명 더 있어요.



그럼 언제 처음 집 꾸미기에 희열을 느꼈나요?

제가 직접 꾸민 건 아니지만 집을 꾸미면 이렇게 좋구나 하는 기억은 있어요. 제가 열 살 때 부모님이 강원도 원통에 연립주택을 사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엄마 아빠가 지금의 제 나이와 비슷했어요. 그냥 집을 산 게 너무 기뻤던 거예요. 엄마는 직접 커튼도 만들고 그릇도 다 서울에서 사 오시고…. 그때 처음 제 방과 침대가 생겼어요. 천장과 문을 모두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벽지로 도배한 방이었죠. 제가 어릴 때 잠이 없었는데, 혼자 6시에 일어나서 전집을 읽으면서 행복해하던 기억이 나요. 아쉽게도 부모님이 다른 일을 하시는 바람에 1년밖에 살지 못했지만, 어릴 때 1년은 엄청 길게 느껴지잖아요. 그래서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월셋집을 꾸미는 일에 반감을 지닌 사람도 있더라고요. 유난하다는 반응도 있고요.

맞아요. 저는 제 주변 사람들처럼 다 좋다고 할 줄 알았어요. ‘셋방 꾸미는 젊은이들’이라는 주제로 포털 사이트 메인에 제 사진이 올라갔는데 악플이 대단했어요. 차라리 그 돈을 모아 전셋집이라도 구하지 뭐 하는 애냐, 저렇게 좁은 집을 꾸며서 뭘 어쩌겠다는 거냐, 그냥 대충 살아라, 고양이가 불쌍하다 등등 별 이상한 얘기가 다 쓰여 있더라고요.  

집을 고쳐서 집주인에게 돈을 물어준 경험도 있나요?

그런 경험은 없어요. 어느 정도 사람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인테리어를 하면 다들 좋아하시더라고요. 벽에 빨간색, 검은색을 칠하면 주인이 당연히 싫어하죠. 사실 내 집이 아니니까 조금 보편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강렬한 인테리어는 해본 적이 없어요. 

인테리어가 곧 공사로 직결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노력과 노동이 필요하잖아요. 어떨 땐 지치지 않나요? 서울에서 벌써 다섯 번째 집이에요. 

네, 너무 지쳐서 이 집은 거의 제가 손을 안 댔어요. 예전이라면 혼자서 뜯고 붙이고 했겠지만, 신발장이랑 현관문 페인트칠만 했는데 힘들어서 나머지는 다 업체에 맡겼죠. 그 대신 가성비 좋은 제품들로 공사를 했어요.  



고요 님 집의 역사를 알려주세요.

맨 처음엔 군자역 근처 옥탑방에 살았어요. 근데 너무 추워서 6~7개월밖에 못 살고 겨울에 이사했죠. 그다음 집은 사가정역 근처의 풀 옵션 원룸. 그 지역 집값이 좀 쌌는데, 살다 보니 좀 답답한 거예요. 저는 좁고 정형화된 걸 못 견디나 봐요. 거기서도 1년 조금 넘게 살다가 ‘좀 낡아도 넓은 데로 가자’ 하는 생각에 분리형 원룸으로 이사했어요. 평소 하고 싶었던 긴 선반에 책이랑 소품도 진열해놓고 고양이도 키웠죠. 거기서 2년 반 정도 살다가 다른 곳에서 에어비앤비를 시작했어요.

여러 유형의 집주인을 만나봤겠네요. 

다행히 제가 집주인 운이 좋은 편이서 나쁜 분은 만나보지 못했어요. 항상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제가 집 고치는 걸 허락하는 곳에만 들어가거든요. 그러니까 자기 집에 애착이 심하고 깐깐한 분이었으면 아예 안 된다고 했겠죠. 그리고 주로 오래된 집을 찾다 보니까 주인분들도 연세가 있고 또 고쳐서 사니까 좋아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고요 님 책에서 이 사연이 재밌었어요. 중개인이 집주인 할머니께 “적은 돈으로 집 잘 꾸미는 양반이라고 텔레비전에도 나왔다”라고 소개해서 할머니가 공사 내내 구경하러 왔다는 얘기요.

지금도 오셔서 왜 방문은 안 칠하느냐고 물으세요. 여기 칠하면 예쁘지 않다고 말씀드리면 문짝까지 싹 다 칠해줄 줄 알았는데 안 해준다고 아쉬워하세요.(웃음) 

이 일이 직업이 되면서 부담을 느끼진 않나요? 내 집 꾸미는 것과 상황이 많이 다르잖아요. 클라이언트의 요구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고요. 

물론 부담이 되죠. 사실 처음엔 저와 비슷한 사람에게 조언해주고 그걸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려고 시작한 일인데, 지금은 바빠서 피드백도 못 해드릴 때가 많거든요. 그분들 입장에서 서운할 수 있을 거예요. 제가 회사를 운영하는지 모르는 분도 많으니까요. 그게 계속 마음에 걸려요. 



집에 있을 때 언제 가장 행복해요? 

청소하고 나면요. 청소는 쉽고 간단하면서도 굉장히 큰 성취감을 줘요. 이 집의 모든 게 제가 의도한 대로 있는 거잖아요. 사람이 성취감을 느끼면 금방 행복해져요.

그럼 슬플 때 집에서 뭘 하면 좀 나아지나요? 제가 아는 사람은 볕 잘 드는 소파에 앉아 멍하니 있으면 조금 괜찮아진대요.

저도 비슷해요. 기분이 좀 다운되면 청소를 하고 목욕을 해요. 사실 저희 집 화장실은 엄청 작은데 억지로 욕조를 만들었어요. 거기에 뜨거운 물 받아놓고 좋아하는 입욕제 넣어서 목욕하고 나면 기분이 좀 풀려요. 

고요 님 책은 절반이 취향에 관한 내용인 것 같아요. ‘취향, 어디서 찾나요?’라는 글을 봤는데 자신의 취향을 모른다는 건 좀 슬프지 않아요? 사실 한국에선 흔한 일이기도 한데요, 성향이나 개성에 관대하지 못하기 때문일까요?

한국이라서 그렇다기보다 사람들은 내가 뭘 좋아하는지 대충만 알고 있지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선택하지 못해요. 좋아하는 음식을 말하듯 정확하게 고르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럴 때 혼란이 오죠.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뭐지?

그럼 고요 님의 취향을 정의한다면요?

자연스러운 걸 좋아해요. 그런데 그게 정말 어렵거든요. 자연스러우려면 자기만의 독창성이 있어야 하잖아요. 따라 해서도 안 되고, 억지로 만든 소재여서도 안 되고. 말하자면 자연 미인 같은 건데 자연 미인이 요샌 별로 없잖아요. 그런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 보고픈 것, 그리워하는 것을 모으면 내 집이 완성된다고 했어요. 저는 마지막 요건이 가장 좋았는데, 이 집엔 어떤 그리움이 있나요?

신발장에 놓인 오브제는 특별히 아름다워서 놔둔 게 아니라 여행 가서 얻은 것, 누가 선물한 것들이에요. 그중 자그마한 달마도사가 있는데, 제가 학교 다닐 때 너무 힘들어서 쇼핑센터에서 산 거죠. 이게 나를 지켜줄 거라 생각하고 방에다 놔뒀는데 지금까지 갖고 있어요. 비록 고양이 때문에 깨지긴 했지만…. 액자에 있는 건 엄마가 노트에 써준 편지예요. 그러니까 앞서 말한 그리움은 말하자면 추억 같은 것이에요.



집이란 게 신기해요. 살 때는 모르다가 곱씹어보면 다 추억이고 예뻐요. 어떤 집에선 죽을 만큼 힘들었고, 또 어떤 집에선 너무 어려서 어렴풋한 기억만 남았는데도 그래요. 

저는 여섯 살 때 살던 하늘색 대문의 집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단칸방에서 엄마 아빠랑 셋이 살았는데, 저는 아무것도 모를 때니까 자기 전에 엄마가 ‘혹부리 영감’ 같은 옛날이야기를 해주면 좋아했어요. 또 어느 날엔 ‘엄마가 없으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울고.

그러니까 집을 가꾸는 일은 우리의 일상을 더 잘 기억하기 위해서인 것 같아요. 애정이 없으면 쉽게 잊어버리는 게 당연하잖아요. 

맞아요. 그래서 저도 지금 하는 일에 매우 만족하고 있어요. 하지만 버겁고 부담스러울 때도 있죠. 남을 만족시키는 일 자체가 힘들잖아요. 누군가 대가를 지급한 만큼 우리가 원하는 것을 다 해주고 있는지, 잘하고 있는지를 항상 생각해요. 다 못 해줬다는 생각이 들 때는 힘들기도 하지만, 결과물을 보고 만족해하시는 분을 보면 또 힘을 얻어 다시 하는 것 같고요. 




최종적으로 하고 싶은 일은 뭐예요?

사실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항상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당장 무언가를 하겠다고 다짐하기보다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다른 곳에 가 있을 수도 있고, 한곳에 잘 정착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고요 님에게 집은 남다른 의미일 것 같은데 어떤가요?

집은 저의 모든 편안함이 오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전에 살던 곳은 바닥을 까만색으로 칠해서 굉장히 특색 있는 집이었는데, 그렇게 하니까 작업실이나 카페 같긴 해도 집 같은 느낌은 없더라고요. 외국에서 사는 것 같다고 할까요. 그래서 바닥에 이불 깔아놓고 자는 친구들을 보면서 부러워했어요. 저는 방바닥이 없었으니까요. 이 집은 방바닥도 있고, 아침에 나가면서 보면 뿌듯하고, 저녁에 들어와서도 기쁘고 반갑고…. 뭐, 그냥 특별한 거 없이 평온한 곳이에요.

마지막으로, 공간을 대하는 태도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아까 공간을 가꾸고 사는 게 일상을 잘 기억하기 위해서라고 하셨잖아요. 같은 얘기인 것 같아요. 공간을 대하는 태도가 자기 일상을 대하는 태도라고 생각해요. 어차피 누구나 돌아갈 곳은 있잖아요. 그 집이 좋은 곳이든 아니든 그 공간이 나다우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Conditions

지역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
구조 다세대주택 투룸
면적 약 60㎡ (18평)
비용 보증금 1억 2000만 원
공사 약 900만 원
인테리어(가구 포함) 약 700만 원
집세 월세 30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