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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 거기서 만나

See You Later at That Place

이따 거기서 만나

Editor.Hyein Lee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31세, 33세 / 박규영, 권혁도

사운드 디자이너&디지털 에디터, 연구원


Conditions

지역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구조 다세대빌라 스리룸
면적 59㎡ (19평)
보증금  1억 원
월세 70만 원

 

Room History

규영

20세 서울시 성북구 길음동 다세대빌라 5층 스리룸, 보증금 1억 원 중반대
29세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다가구빌라 투룸,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75만 원

 

혁도

29세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다가구빌라 원룸,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55만 원
30세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다가구빌라 원룸,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60만 원

 

어른이 되어서 즉흥적으로 만날 수 있는 친구가 과연 몇이나 될까? 어릴 땐 무작정 친구 집을 찾아가 앞에서 이름을 부르면 됐지만, 따져야 할 게 많은 어른은 약속 절차가 복잡하다. 서로의 퇴근 시간을 맞추고, 적당한 거리를 가늠하고, 또 점심때 먹은 것과 중복되지 않는 메뉴를 골라야 한다. 모든 요건을 맞춘다고 해서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따져야 할 게 많은 어른은 다음 날 출근 시간까지 헤아리느라 걱정이 앞서니까. 그런데 이 모든 걸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동네 친구’가 있다. 부담 없이 만나서 부담 없이 헤어질 수 있는 편의점 맥주 같은 존재. 망원동에서 3년째 사는 박규영, 권혁도 커플은 친구들에게 슬금슬금 동네를 추천하고 있다. 좋아하는 동네에서 좋아하는 친구를 더 자주 보고 싶은 마음에.



겨울에 보고 오랜만에 만나네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규영) 똑같이 회사 생활하고 집에 와서 청소하고 고양이 밥 챙기며 지냈어요. 사람들이 프리랜서이면서 왜 회사에 다니느냐고 많이 물어보는데, 방송국 부서마다 프리랜서 환경이 달라서 누구는 이틀 출근하고, 누구는 나흘 출근하곤 해요. 애석하게도 그 후자가 저고요.(웃음)

혁도 님은 어떤 일을 하나요?
(혁도)저는 전자회사 연구원이며, 부업으로 글을 써요. 음악 플랫폼에 친구들과 함께 쓴 글을 기고하고, 주제에 맞는 플레이리스트도 선정해요. 회사에 입사하던 해에 인디 매거진을 만들어보자는 제의가 들어와서 시작했는데, 1년 뒤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되면서 접고 말았지요. 그 이후엔 친구를 통해 일을 얻어서 틈틈이 글을 쓰게 됐고요.

두 분은 어떻게 만났나요?
(규영) 소개팅요. 처음으로 성공한 소개팅이었어요. 원래 오빠는 합정동에서 자취하다가 망원동으로 이사했는데, 몇 번 놀러 가다 보니까 동네가 좋은 거예요. 그때부터 동생에게 “망원이다, 망원이 요즘 뜨고 있다. 신축 중에 고르려면 아무래도 합정보다 망원이 더 쌀 거다”라고 세뇌를 했죠. 마침 딱 괜찮은 데가 나와서 계약했는데 동생은 좀 살다가 월세를 줄여야겠다고 해서 따로 살게 됐어요.
(혁도) 동생이 이사한다는 빌미로 부모님께 허락을 받고 본격적으로 동거를 시작했죠.

동생이랑 살다가 애인과 살아보니 어떤 점이 다르던가요?
(규영) 동생이랑 살 때는 눈치를 많이 봤어요. 왜냐하면 동생 성격이 정말 세거든요. 방도 동생 것이 훨씬 컸고요. 어떤 날은 파티한다고, 어떤 날은 남자 친구 온다고 나가서 자라고 하는 날이 많았어요. 그렇게 오갈 데가 없어서 오빠 집에 가곤 했는데, 또 오빠는 엄청 예민해서 노트북 불빛이나 소리가 느껴지면 잠을 못 잔다 하고・・・. 그것 때문에 몇 번 싸웠죠. 결국엔 일거리를 싸 들고 24시간 운영하는 카페에서 밤새 작업한 적도 있어요.

좋은 점은 없나요?(웃음)
(규영) 아, 오빠는 남한테 피해 주는 것을 아주 싫어하고 그만큼 피해를 보는 것도 싫어해요. 그래서 세심한 배려가 배어 있는데, 그게 아니더라도 워낙 관심사가 비슷해서 동거 생활이 편하고 즐거워요. 저는 동거, 정말 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긴 언제 이사 왔죠?
(혁도) 올해 5월 3일요. 사실 계약이 1년 정도 남았는데 우연히 이 집을 발견한 후 서둘러 이사했어요. 오전에 본 집이 오후가 되면 계약 완료가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규영) 이전 집은 1000만 원에 65만 원으로, 사실 혼자서 내기엔 부담스러운 월세였거든요. 그래서 집이 나갈까 싶었는데 다행히 스무 팀 정도가 보러 와서 그중 세입자를 구했어요. 그런데 세입자가 이사 오는 날이랑 저희가 이사하는 날이 안 맞아서 그 부분에 대한 월세는 저희가 냈죠.

두 분 다 망원동에서 집을 보는 이유가 있어요?
(규영) 우선 마포 자체가 좋고요, 망원동은 제가 자주 가는 식당과 카페가 있어서인지 친근하게 느껴져요. 지금은 길을 가다가도 가게 사장님과 인사를 나누거든요. 그런 마을의 익숙함이 좋은 게 아닐까 싶어요.
(혁도) 지난해부터 종종 자전거로 출퇴근하는데 한강이 인접해 있는 게 좋더라고요. 마포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망원동에 사는 게 가산동에 있는 회사로 넘어가기 편하거든요. 합정동은 살아보니 너무 번잡하더라고요.

게다가 친구들까지 오게 했잖아요. 어떤 말로 꾄 거예요?
(규영) 원래 마포에 살다가 회사 때문에 신사동으로 이사 간 친구가 있는데, 다시 마포에서 살고 싶다는 거예요. 마침 그 친구의 애인이 연남동에 살기도 했고요. 그래서 제가 연인끼리 가까이에서 살면 더 재밌다, 요즘 예쁜 집도 많더라 하면서 꼬셨죠. 그랬더니 그 친구가 넘어와서 연남동의 괜찮은 집을 발견하고 계약했어요. 다음 집은 망원동으로 고려하고 있대요. 지금도 밥을 먹으러 망원동에 자주 오는데 사실 연남동에도 맛있는 밥집이 많거든요.(웃음)

또 한 명 있잖아요.
(규영) 아, 그 친구는 원래 공덕동에 살던 친구예요. 오빠의 친구인데 집사가 되면서 저와 친해졌어요. 보통 두 친구를 만나면 합정동, 망원동 카페에서 보거나 서로의 집에서 놀기도 해요. 연남동은 워낙 가깝고, 공덕동도 같은 6호선이니까 만나는 게 어렵지 않거든요. 지난주인가? 비가 왔는데 막상 안 나가기엔 심심해서 “망원동 OO 카페에서 3시 30분까지 모이자!” 했더니 정말 커피만 먹고 안녕했어요.(웃음)

아, 제가 원하는 게 그거예요. 맥주 한잔하고 싶을 때 동네 친구를 불러서 시원하게 때리고 미련 없이 집에 가는 것!
(규영) 맞아요. 어쨌든 물리적 거리가 가까우니까 심리적 거리도 가깝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왜 먼 데서 친구를 만나면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주변을 구경하다 와야 하는 루트가 있잖아요.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고・・・. 이 친구들과는 가볍게 만나서 가뿐하게 헤어질 수 있어서 좋아요.



직접 살아본 친구들의 반응은 어떻던가요?
(규영) 다 만족하죠. 어쨌든 그 친구들도 자가가 아니니까 언젠가는 이사를 해야 하잖아요. 결국엔 마포 안을 생각하더라고요. 가는 식당, 카페, 숍 등이 거의 그 동네에 있으니까요.

친구들이 오고 나서 일상에 변화가 생겼나요?
(혁도) 변화라기보다 새로운 관계로 발전하게 됐어요. ‘마포구 집사’라고, 저희를 포함해 앞서 말한 두 친구도 모두 집사이기 때문에 여행을 가거나 집을 비울 때 서로 고양이를 돌봐주는 품앗이를 해요. 다들 해외여행 가는 것을 좋아해서요. 그것도 가까우니까 가능한 것 같아요.

또 다른 좋은 점은요?
(규영) 주로 오빠랑 밥을 먹지만, 약속이나 회식으로 따로 먹을 때도 있잖아요? 그럴 땐 친구들을 불러서 함께 밥 먹거나 술을 마셔요. 서로의 식사 상대가 되어주는 거죠.

친구들이 모이면 반상회 같은 느낌도 날 것 같아요. 저긴 너무 개발되었다, 근처에 치킨 잘하는 데가 있다 하는.
(규영) 그렇진 않아요. 다 옷 얘기, 소비 얘기만 해요.(웃음) 오빠를 포함해 네 명의 채팅방이 있는데, 따로 저희 세 명의 채팅방을 만들 정도예요. 일하다가 사고 싶은 물건의 사진을 보내면 산다, 만다, 고민해본다 등의 답변이 돌아오죠. 만나면 카톡에서 한 말 또 하고요. 그러다가 고양이 얘기로, 또 집 얘기로 넘어가죠.

워낙 망원동에 자주 오고, 많은 매체에서 다루다 보니 동네의 장단점을 알 것 같아요. 하지만 생활자가 보는 시선은 다를 것 같은데, 우리가 잘 모르는 망원동의 모습이 있을까요?
(규영) 망원동은 복합적인 곳 같아요. 핫한 동네라고 하지만 동시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많이 살고 있거든요. 망원역 쪽에 살 땐 몰랐는데 조금 더 안쪽 깊숙한 곳에서 살아보니까 예전부터 터 잡고 사시는 분들을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건물도 오래된 것과 새로 지은 것이 혼합되어 있어서 집 보러 다니면 중개사분들이 “저 벽돌집은 안 보여줄게”라고 해요. 젊은 사람은 오래된 집은 안 보려고 한다면서요. 그런데 정말 어떤 집은 한 가족이 대를 이어 산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저마다 동네에 마음을 붙이는 계기가 있잖아요. 이곳에서 살아봐도 괜찮다고 느꼈을 땐 언제예요?
(혁도) 역 근처에 살 땐 생활에 필요한 것을 그때그때 수급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보다 중요한 것이 생기더라고요. 저는 이제 한강이 근처에 없으면 못 살겠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이곳도 한강과 가깝기 때문에 더 마음이 갔거든요. 근데 웃긴 건 이사 오고 나서 단 한 번도 한강을 가지 않았다는 것이죠.(웃음)

‘망원동 좋아요’라는 커뮤니티가 따로 있다고요?
(규영) 처음에 그런 커뮤니티가 있다고 하길래, 쓱 봤는데 유기동물 정보, 식당 홍보, 중고 거래 등 정말 온갖 정보가 다 있더군요. 한번은 제가 귀가 너무 안 좋아서 이비인후과에 가야 했는데, 커뮤니티에 검색해보니 다수의 사람이 추천하는 병원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속는 셈 치고 갔더니 정말 진료를 잘 봐주셨어요. 그 이후에 망원동 커뮤니티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생겼죠.

그 커뮤니티를 통해 친구도 만났다면서요?
(규영) 맞아요. 연락이 끊긴 지 5년 정도 된 동기가 갑자기 망원동에 사느냐고 묻더라고요. 그 친구도 망원동에 살아서 ‘망원동 좋아요’를 보고 있었는데, 마침 제 게시물을 발견하고 혹시나 해서 연락을 해온 거죠. 제 이름이 그렇게 흔한 건 아니니까.

맥세권, 스세권, 숲세권 등 특정 장소를 기준으로 불리는 곳은 많지만, 프세권(친구 근처)은 유일하게 인간관계 중심으로 불리는 용어예요. 그렇다면 프세권을 찾는 사람은 어떤 형태의 삶을 추구하는 걸까요?
(규영) 저는 어릴 때보다 친구 관계가 협소해졌고, 지금 만나는 사람들도 중・고등학교 친구를 제외하고 서로의 관심사에 맞춰져 있어요. 관심사가 맞지 않으면 친해지지 않더라고요. 그렇다 보니 만나는 사람들이 정해져 있는데, 그들과 가까이 살고부터 저도 모르게 안정을 느끼는 것 같아요. 아마 프세권을 찾는 분도 그런 안정과 평안을 추구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만약 친구들이 근처에 살지 않았다면 두 분의 망원동 생활은 어땠을 것 같아요?
(규영) 옛날에는 광화문을 좋아해서 퇴근하면 대부분 그곳에 있었거든요. 그런데 친구들이 마포로 오면서 약속 장소가 망원동으로 바뀌었어요. 그러니까 그들과 가까이 살지 않았다면 퇴근하고 집으로 오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약속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밤늦게 돌아오지 않았을까 해요.
(혁도)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그런 친구들이 없었다면 빛이 드는 시간이나 주말 낮의 집을 즐기지 못하고 계속 어딘가를 떠돌고 있었을 거예요.


Conditions

지역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구조 다세대빌라 스리룸
면적 59㎡ (19평)
보증금  1억 원
월세 70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