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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좋아하는 일

Second Most Favorite Thing to Do

두 번째로 좋아하는 일

Editor.Hyein Lee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김윤하

33세 / 미술작가


Conditions

지역 서울시 용산구 보광동
구조 다가구주택 스리룸
면적 약 96㎡(29평)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60만 원 (수도세 2만 원 별도)

Room History

20세 마포구 서교동 오피스텔 원룸,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50만 원 (관리비 포함)
23세 마포구 상수동 다가구주택 원룸,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60만 원(관리비 미포함)
26세 용산구 보광동 다가구주택 스리룸,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60만 원(수도세 포함, 그 외 관리비 미포함)

김윤하는 몇 년째 집 관련한 인터뷰를 거절했다고 한다. 너무 바쁘기도 하고 사실 지금의 집은 예전 취향이 녹아든 거라고. 나는 그녀의 얘기를 듣고 취향의 변화에 대해 생각해봤다. 당연한 일이었다. 하루 사이에도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인데, 그것의 총집합인 취향이 바뀌지 않고 지속될 리가. 하지만 그 변화 속에서 바뀌지 않는 무언가도 있다. 검은 피부, 유연한 몸, 너무 많은 물건, 그리고 그녀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일.




윤하 님 만나면 이것부터 묻고 싶었어요. 도대체 직업이 뭐예요?
원래 미술을 전공했고요, 공간 데커레이션이나 오브제를 만들어 전시를 해요. 무용은 4~5년 전에 친구 따라 요가 수업을 받으러 갔다가 송주원 안무가님을 만나면서 시작했어요. 그때 안무가님이 일반 시민과 함께 하는 ‘풍정.각風情.刻’이라는 공연을 기획하고 계셨는데, 함께 하자고 해서 지금까지 하게 됐어요.

계속 길종상가에서 일하고 계시는지요?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네, 팀으로 에르메스 윈도 디스플레이를 맡고 있어요. 감사하게도 시즌마다 일하고 있는데, 뭐 언제 잘려도 이상할 것 없는…(웃음) 그게 가장 큰 프로젝트예요. 그리고 ‘예쁜 쓰레기’라는 이름으로 오브제를 만들어 판매하고, 큐레이터에게 제의가 들어오면 전시도 하고 있어요.

저와 메일을 주고받았잖아요. 그때 윤하 님이 지금의 집은 오래전 취향으로 꾸민 공간이라고 했는데 요즘의 취향은 어떤가요?
사실 그렇다고 해서 엄청나게 바뀐 것 같지는 않아요.(웃음) 어쨌든 20대 중반에 이사 올 땐 자금이 부족했으니까 주워 오거나 직접 만들어 쓴 게 많은데, 그때보다 굉장히 부유해진 건 아니지만 지금은 ‘모든 걸 전문가에게 맡기자’ 하는 마인드예요. 취향이 좀 정돈된 것 같다고 할까요.

지난 매체 인터뷰 사진을 보니 압도적으로 물건이 많다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보니 조금 정리된 것 같네요?
반려견 야자가 없을 땐 식물도 많이 키웠는데, 워낙 물어뜯고 쏟고 하니까 정리하게 됐어요. 그릇도 너무 좋아해서 미친 듯이 사다가 지금은 전혀 안 사고 있고요. 안 쓰는 건 버리기도 하고 누가 와서 마음에 든다고 하면 주기도 해요.

공교롭게도 인스타그램 아이디와 메일 주소가 daitta던데, 그런 의미의 ‘다 있다’였나요?
길종상가를 처음 시작할 때 어떤 상가에 입점한 가상의 인물을 하나씩 만들었어요. 제가 스물여섯이었는데 그때 만든 캐릭터가 만물상을 운영하는 40대 이혼녀였어요. 이름이 daitta였고요.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도 저를 대변하는 이름인 것 같아요. 제가 물욕이 있는 편이거든요.




자신만의 정리 규칙이 있을까요? 윤하 님 집이 그렇다는 건 아닌데, 어지르고 사는 사람에게도 나름의 방식이 있더라고요.
한번 정한 자리에 물건을 계속 놔두는 규칙이 있어요. 이 집에서 한 7년 살았는데 처음 세팅한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편이에요. 굉장히 민망한 일이지만 안 쓰는 그릇엔 먼지가 많이 쌓여 있거든요. 걔는 7년 동안 계속 거기 있었던 거예요.(웃음) 강박증이 좀 있는 편이어서 매일 아침이나 저녁에 물건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시간이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어제의 생활 때문에 옮겨놓은 것들을 싹 정리하고 커피 마시는 시간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해서, 만약 아침 9시에 나가야 하는 경우라면 정리하기 위해 일찍 일어나요. 예를 들면 이 담배와 라이터, 재떨이는 항상 테이블에 각 맞춰서 놓아두고요.

어, 그건 좀 무서울 것 같은데요?(웃음)
야자와 생활하면서 진짜 많이 고친 거예요. 그런데 이 버릇을 없애고 싶진 않아요. 집에 친구들이 자주 놀러 오는데 막 어지르고 가는 것도 괜찮아요. 그다음 날 일어나서 하나하나 정리하는 시간이 되게 행복하거든요.

저희 집으로 모셔오고 싶네요. 초청하고 싶어요.
친구 집에 놀러 가서 술을 마시면 제가 청소를 해주거든요. 화장실 청소를 해줄 때도 있어요.(웃음)

단순히 SNS로만 봤을 땐 참 ‘건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요가와 스쿠버다이빙하는 사진을 봐서 그런 것 같아요. 윤하 님 삶에 여가 활동이 큰 부분을 차지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올해는 워낙 바빠서 여가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는데, 제 삶은 거의 취미 생활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무방해요. 하고 싶은 것도, 즐기고 싶은 것도 많은데 사실 20대 초반에는 부모님의 지원을 받으면서 만끽한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대학을 졸업하면서 해외여행을 가거나 무언가를 배운다거나 하는 일이 줄어들었어요. 뭐 술은 늘 마셨지만요.(웃음) 그때 마침 안무가님을 만나 안무를 시작하면서 ‘아, 맞아. 나는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하며 다시 깨달았죠. 지금은 노력해서라도 취미 생활을 하려고 해요.




자취는 언제 시작했나요? 이전 집을 소개해주세요.
스무 살 때 바로 시작했어요. 원래는 안산에 살아서 한 학기 동안 서울까지 통학해야 했는데, 고등학교 때보다 더 일찍 일어나야 하는 거예요. 하루는 아침에 전철을 타고 가다가 너무 짜증이 나서 학교에 안 간 적도 있어요. 다시 집에 돌아가 아빠한테 울면서 나 이렇게 다니느니 대학을 그만 두겠다 떼를 써서 서울로 오게 됐죠. 그렇게 처음 살게 된 집은 홍대 근처의 아주 작은 오피스텔이었어요. 주방, 침대, 화장실이 한곳에 모여 있는 곳이었는데 거기서 2년 정도 살다가 해외에 잠깐 1년 동안 나가게 됐어요. 돌아와서는 이전보다 컨디션이 나은 상수동 원룸에 살았고, 그다음에 여기로 오게 된 거예요.

보통 유럽은 월세 두 달 치 정도의 보증금만 있어도 집을 구할 수 있는데 한국은 보증금 자체가 훨씬 세잖아요. 한국의 이런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부끄러운 얘기일 수 있지만 저는 부모님이 보증금을 대주셔서 그런 문제를 크게 인식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주변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1000만 원, 2000만 원 정도의 보증금은 엄두도 못 내서 500 정도에 맞춰 집을 찾아보면 컨디션이 정말 안 좋다고 하더라고요.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는데 사실 피부로 느낀 적은 별로 없는 상태랄까요?

어쨌든 이사를 두 번 했어요. 집주인이나 중개업자와 푸닥거리한 적은 없어요? 그 과정에서 배운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굉장히 운 좋게도 괜찮은 집주인만 만났어요. 첫 집은 오피스텔이다 보니 거의 부딪칠 일이 없었고요. 아! 제가 워낙 집 꾸미기를 좋아하다 보니 벽에 뭘 많이 붙였거든요. 이사 갈 때 집주인이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해서 돈을 조금 내고 왔어요. 두 번째 집은 집주인이 아래층에 사셨는데 간섭도 없고 늘 관리를 잘해주셨어요. 이 집은 주인이 2년 전에 한 번 바뀌었고요.

두 명의 집주인은 어떻던가요?
이 집은 워낙 낡기도 했고 오랫동안 비어 있었어요. 심지어 화장실은 타일이 안 깔린 시멘트 바닥이었고요. 기본적인 건 집주인이 해주셔야 하는데 ‘그냥 살면 안 되냐’는 식으로 너무 해주기 싫어하셔서 타협을 했죠. 거실 장판 비용만 내달라고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조소과를 나와서 어느 정도 시공을 할 줄 알았기에 화장실 타일은 제가 직접 깔았어요. 그렇게 하니까 주인이 마음에 드셨는지, 집을 예쁘게 해주고 깨끗하게 써줘서 고맙다며 월세를 절대 올리지 않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전에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셨나 봐요. 바뀐 두 번째 집주인은 굉장히 쿨하시고요. 보통 집주인이 바뀌면 세입자와 만날 수도 있는데 그런 말이 전혀 없었어요. 저도 괜히 연락드렸다가 월세 올려달라고 할까 봐 가만히 있었고요. 그런데 얼마 전에 보일러가 완전히 망가진 거예요. 안 바꿔주시진 않겠지만 그런 얘기를 하는 자체가 싫어서 머릿속으로 대본을 짜서 전화를 드렸거든요. 그랬더니 “아, 그럼요. 불편하셨겠어요!” 하면서 바로 바꿔주셨어요.

지난 이사들의 이유가 궁금해요.
집을 꾸미면서 원룸의 한계를 느꼈어요. 어쨌든 제 직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까 더 잘 꾸미고 싶다는 욕망이 컸거든요. 한마디로 욕망을 이루기 위해 이사한 거죠.

몇 번의 집을 거치면서 집 보는 기준이 명확해졌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사실 이사를 많이 한 건 아니어서요. 저는 그것보다 다른 사람의 집을 꾸며주면서 다양한 삶의 형태를 본 것 같아요. 그게 도움이 됐어요.




이 집의 특징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재밌는 게 이 집은 원래 하나의 큰 집이었어요. 옛날 부잣집. 세를 주려고 임의로 층과 칸을 나눈 거예요. 이 문을 보면 아시겠지만 바로 옆집과 연결되어 있어요. 벽을 제대로 세워서 문제는 없는데 처음에 왔을 때 너무나 웃겼어요. 그리고 나무 천장을 보고 이 집으로 이사하기로 결정했지요. 집을 구할 때 중개업자한테 나무로 된 옛날 집을 구해달라고 요청했거든요. 그랬더니 중개업자가 되게 독특하다며 신나서 여러 군데 찾아주셨어요. 이 집은 뭔가 오래 있을 수 있겠다는 느낌이 확 들었어요.

단점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떠나지 않은 이유도 있을 것 같고요.
일단 이사 가고 싶은 마음이 크긴 해요. 새롭게 공간을 꾸미고 싶어서요. 제가 하는 일이 사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의뢰가 들어오진 않거든요. 그러니까 제집이 샘플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원하는 컨디션의 집을 찾는 게 금전적으로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렇다고 해서 월세로 살고 싶진 않고 또 전셋집을 구하자니 대출 문제가 있고요. 장점이라고 하면 이 동네 자체가 흥미로워요. 일단 초등학교가 있어서 애들이 되게 많아요. 저는 홍대 쪽에만 살다 보니까 어린이를 볼 기회가 전혀 없었거든요. 그리고 학교 맞은편에 성당이 있고 조금만 걸어 나가면 게이 바가 있어요. 할머니와 외국인이 서로 아무렇지 않게 뒤섞여 사는 재밌는 동네예요.

한 인터뷰에서 지금 하는 일이 가장 좋아하는 일은 아니라고 했는데 아직도 그런가요?
제가 그런 얘기를…(웃음) 잘 기억은 안 나는데요, 아마 이런 의미로 말했을 거예요. 어쨌든 저는 노는 게 가장 재밌거든요. 다이빙하는 게 좋고 술 마시는 게 좋아요. 그런데 제가 돈을 벌고 있는 일이 재미없냐고 물으면 그건 또 아니거든요. 너무 재밌게 일할 수 있어서 큰 행운이고 늘 감사하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좋아하는 일은 업이 되면 안 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돈 버는 일은 두 번째로 좋아하는 일, 그리고 돈 안 벌면서 진짜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이 일등으로 하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해요.




내 집 마련에 대한 꿈이 있나요? 서울의 집값을 보면 그 꿈을 접게 되는 것 같아요.
없어요. 이제는 집을 소유한다는 게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세상이 그렇단다’ 하며 단념했을 수도 있고요. 월세를 내는 게 아깝긴 하죠. 서울을 벗어날 수 있다면 그땐 평생 살고 싶은 집을 생각할 것 같긴 해요. 이왕이면 바닷가 근처의 집요.

그럼에도 어른들은 집부터 마련하라고 하잖아요. 종종 ‘집’을 바라보는 세대별 시각 차이를 느끼지는 않나요?
저는 그런 게 재밌는 것 같아요. 저희 부모님 세대는 지금 이 집처럼 물건이 많고 나무 장식이 많은 곳에서 살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저희 집에 오면 ‘아니 넌 젊은 애가 왜 이렇게 사니? 깨끗하게 살지 못하고’라며 탄식을 하시죠. 아닌 게 아니라 저희 부모님 집이 오히려 더 세련됐거든요. 아파트에 사시는데 내장 시스템도 잘되어 있어서 밖에 나와 있는 물건도 거의 없고요.

그런데 부모님이 윤하 님 어떤 일 하는지 아세요? 저희 부모님은 6년째 제가 뭘 하는지 모르시거든요.
이해시켜드리려고 한 적도 없지만 부모님도 딱히 진심으로 이해하고 싶어 하시지는 않는 것 같아요.(웃음) 그런데 제가 딱 하나 하는 효도가 있다면, 이런 인터뷰에 나오면 사진이나 글을 꾸준히 보내드리는 거예요. 그럼에도 잘 모르시는 것 같고요. 아까 맨 처음 하신 말도 직업이 대체 뭐냐는 질문이었잖아요. 그런데 저도 가끔 잘 모르겠거든요.(웃음)

윤하 님에게 집은 어떤 존재인가요? 단순히 잠만 자는 사람이 있고, 작업실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제가 어디에 갔을 때 딱히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그런데 애정은 엄청 많긴 하죠. 그전 집들은 전기 제품, 가구 등이 어느 정도 갖춰진 집이었어요. 여기는 정말 백지 상태에서 만들어낸 거라 애정이 아주 많아요. 그렇다고 막 ‘여길 떠날 순 없어!’ 이런 마음은 아니고요. 친구들이 놀러 오면 저 같다는 말을 많이 해요. 그러니까 이 집은 그냥 저인 것 같아요. 자아 발현을 여기서 다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 다른 곳이 아닌 지금 이 ‘집’에서 행복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
물건이 제자리를 찾은 상태. 그리고 친구, 맛있는 음식, 술.


Conditions

지역 서울시 용산구 보광동
구조 다가구주택 스리룸
면적 약 96㎡(29평)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60만 원 (수도세 2만 원 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