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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가계부의 행간을 읽는 일

Read between the numbers

매달 가계부의 행간을 읽는 일

Editor.Jayeon Lee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김민석 / 27세

엔씨소프트 서비스 기획자


Conditions

지역 성남시 분당구 분당동
구조 상가주택 투룸
면적  46.2㎡(14평)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60만 원

 

Room History

26세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아파트 셰어하우스 (보증금 60만 원 월세 30만 원)

 

월말 정산을 처음 알게 된 건 여성 직업인 커뮤니티 ‘빌라선샤인’에서였다. 소모임 ‘월급날엔 월말 정산’은 1분 만에 신청이 마감되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1년에 한 번 정산 내역을 몰아서 보는 것도 힘든데 매달 꼼꼼히 들여봐야 한다니, 이 고통스러운 의식이 BTS 콘서트 티케팅을 방불케 하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지갑 사정을 철저히 수호하기 위해 다달이 가계부를 쓰고 숫자의 의미를 해석하는 김민석에게 냉큼 달려갔다. 어쩌면 나도 부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입꼬리가 계속 올라갔다.


월말 정산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해요.
2019년 1월에 정규직으로 입사했는데 처음으로 넉넉한 월급을 받았어요. 이전에는 인턴이나 계약직을 하면서 최저 시급에 해당하는 급여만 받았거든요. 아무래도 규모 있는 돈을 잘 관리하는 능력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가계부 관련 책을 읽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이 분야의 바이블처럼 내려오는 게 유수진 자산관리사의 《부자언니 1억 만들기》예요. 초년생이 돈을 어떻게 모아야 하는지 똑 부러지게 정리돼 있는데, 내 재정 상태 진단, 1년 목표 설정, 가계부 쓰는 법 등을 알려줘요.


가계부 쓰는 법이 따로 있어요? 수입, 지출 그리고 잔액만 쓰면 되는 줄 알았는데.
저도 그런 줄 알았어요. 예를 들어 이번 달에 100만 원을 썼다고 가정하면, 이 100만 원어치 소비의 질적 내용이 뭔지를 확인하는 게 가계부예요. “식비로 30만 원을 썼네” 하고 결과값만 보고 마는 게 아니라, “지난달 대비해 식비를 10만 원 더 썼네. 그중 5만 원은 충동적으로 배달음식을 먹은 거잖아? 다음 달 식비 목표액은 이만큼으로 잡아야겠어”라고 숫자가 가진 의미를 해석해보는 거죠.


숫자에 생략된 의미를 파악하는 작업이네요. 그럼 이전엔 소비 패턴이 어땠어요?
어릴 적부터 원래 뭘 잘 안 사는 편이었어요. 딱히 물욕이 크지 않았죠. 계약직이었을 때에도 얼마 안 되는 돈의 60%는 저축했어요. 그땐 가족과 함께 살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돈을 펑펑 쓰는 스타일도 아니에요. 처음부터 이런 성향이기 때문에 월말 정산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있어요. 대신 돈을 아주 안 쓰는 건 아니고, 공연을 보거나 여행 가는 것처럼 경험에 소비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작게 모아서 크게 한 방으로요.(웃음)


어린 시절부터 검소한 생활을 하는 가정 분위기였나요?
맞아요. 저희 어머니께서 보험회사를 오래 다니고 계세요. 그렇다 보니 옆에서 경제 관련 이야기를 자주 접했죠. 지금까지도 가계부를 꼼꼼히 쓰세요. 중학교 때부터 모의 주식 해보라고 권하시기도 했어요. 근데 주식 할 돈은 안 주시더라고요.(웃음)


그럼 민석 씨는 철두철미하니까 한 번도 재정적 위기를 경험해본 적이 없나요?
오, 절대 아니에요! 작년에 처음으로 경제적 안정기를 맞이하면서 신용카드를 만들었거든요. 씀씀이가 점점 불어나더니 12월에는 카드값이 월급을 넘더라고요. 저에게 너무 충격적인 일이었어요. 그런데 마침 보너스가 나와서 다행이었어요. 보너스로 카드값을 전부 해치우고 신용카드를 잘라버렸죠. 그러고 나서 사용 내역을 열심히 봤어요. 그 내역을 자세히 봐야 내가 잘 모르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거든요. 아까 제가 물욕이 없는 편이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가끔씩 올리브영에서 과도하게 소비한다는 걸 그때 알아차렸어요. 제가 정의한 저와 가계부 속의 저는 차이가 조금 있는 거예요. 대신 그 이유도 발견했죠. 마치 폭식처럼 스트레스성 소비를 하더라고요. 제 안에 답답한 게 쌓이니까 그간의 저와 다른 행동을 한 거죠. 원인을 알게 되면서 딱 끊었어요.


방이 텅 비었네요. 물건을 잘 안 사는 성향 때문일까요?
맞아요. 제가 의도적으로 미니멀리즘을 지향한 건 아니에요. 그냥 저의 소비 패턴이 공간에서 그대로 드러난 거죠. 저도 예쁜 거 보면 좋아요. 방에 두면 기분이 좋아질 거란 것도 알고요. 다만 기쁨의 원천은 그게 아닌 거죠.


뱅크샐러드, 토스, 위플 등 금융 앱이 소비 패턴 데이터를 알아서 기록해주거든요. 이걸 쓰면 더 간단한데 왜 일일이 따로 써서 관리해야 하는 걸까요?
저도 ‘뱅크샐러드’를 가장 유용하게 써요. 말 그대로 데이터를 쌓는 데 큰 도움이 되거든요. 그런데 이마트에서 뭔가를 결제했을 때, 진짜 필요한 생필품을 산 경우가 있고 또 어떤 때에는 충동적으로 갖고 싶은 걸 살 수도 있잖아요. 생활비였는지 단순 용돈이었는지, 이런 건 앱이 스스로 판단하지 못해요. 그냥 ‘이마트’가 찍혔으니 생활비겠구나, 하고 정리하더라고요. 그래서 라벨링을 다시 정확하게 나누는 과정이 필요해요. 이 카테고라이징이 왜 중요하냐면 이걸 읽고 해석해야 낭비와 새어 나가는 돈이 보이기 때문이에요.


월말 정산을 하는 과정이 궁금해졌어요.
일단 뱅크샐러드에 모든 계좌, 신용카드, 현금 영수증 등이 다 연동돼 있다는 전제 아래 말씀드릴게요. 첫 번째, 매일 밤 뱅크샐러드의 기록을 보고 라벨링을 다시 해요. 알맞은 카테고리로 분류되었는지 확인하고 다시 정리하는 거죠. 그리고 두 번째, 그 주 주말에 일주일 치의 가계부를 작성해요. 이건 그냥 메모장에 쓰는 정도로 간단하게 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그 4주간 모은 기록을 보고 월말 정산하는 거예요. 이건 엑셀로 정리하는데 가장 크게 수입, 고정 지출, 변동 지출, 금융 상품, 대출, 월말 로드맵, 다음 달 목표로 나누어요.


로드맵이라면 중간 점검처럼 계획의 전반을 훑어보는 걸까요?
맞아요. 월말 정산의 일곱 항목은 모두 《부자언니 1억 만들기》에 나오는 기본 틀인데요, 소비 패턴을 회고해보는 습관을 들이는 데 좋아요. 그중 월말 로드맵이 가장 중요해요. 그달의 생활비, 저축 목표 달성률, 총자산액 등을 정리해서 내 자금의 전체 흐름을 정기적으로 파악할 수 있거든요. 이 로드맵을 보고 다음 달 목표 생활비와 저축액을 정하면 되고요. 말 그대로 내가 어디쯤에 와 있고, 앞으로 얼마를 더 가면 되는지 보여주는 지도인 거죠.


결과적으로 얼마나 큰 이득을 얻었나요?
지금 8월이잖아요. 그런데 올해 저축 목표 달성률의 124%를 채웠어요. 100%는 이미 5월에 달성했고요.


한 달에 한 번씩 치르는 의식이 삶의 태도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어요?
살아보면 너무 재미있고 즐거운 날보다 재미없는 날이 더 많잖아요. 지루하고 쉽게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하고요. 그런데 한 달에 한 번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는 날을 만드니까, 이걸 기점으로 미래를 더 생각하고 상상하게 돼요. 희망을 찾는다고 할까요. 외부 요인에 내가 휘둘리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세운 계획으로 나를 설계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2019년 기준, 4년제 대졸자 20대 평균 연봉이 2523만 원이라고 해요. 200만 원이 채 안 되는 돈으로 독립까지 하면 너무 빠듯한데요, 여기서 더 아끼라는 건 너무 잔인한 것 아닐까요?
매달 얼마 이상을 저축해야 한다는 절대값을 정하는 게 아니에요. 이 이상은 생활 유지가 안 된다 싶으면 그 하한선을 정하면 돼요. 그리고 수입이 늘면 그때 조금씩 늘려가는 게 중요하고요. 보통 ‘수입-저축=지출’이라고 하잖아요. 이 공식에서 저축을 먼저 계산하는 게 중요한 포인트예요.


적금, 청약, 주식 같은 재테크도 돈이 있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의견이 있어요.
월급 규모가 중요하기도 하겠죠. 하지만 내가 지금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상황이냐 아니냐가 더 중요해요. 제가 월급을 받는 정규직이라면 천재지변과 인재 지변이 없는 이상, 그만둘 때까지 월급을 계속 받을 거라는 예상이 가능하잖아요. 그런데 고용이 불안정한 상태일 경우, 이 돈이 어떻게 쓰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재테크로 묶어놔도 괜찮은지는 미지수인 거죠. 투자에 관해선 돈이 얼마나 많은가보다는 내 수익 상태가 얼마나 안정적인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장기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상황인지를 파악해보세요. 이게 먼저 가능해야 재무 계획도 세울 수 있거든요. 저도 인턴과 계약직이었을 때는 오래 모으지 못했어요. 일이 끝나면 제 생활비로 써야 했거든요.


지금 월세를 내고 있는데, 이게 새어 나가는 돈처럼 느낀 적은 없어요?
사실 그렇긴 해요. 처음엔 혼자 살 집을 전세로 알아보려고 여기저기 다녔어요. 지원받을 수 있는 돈도, 모아둔 돈도 없어서 제가 갈 수 있는 집이 굉장히 제한적이더라고요. 여기저기 발품 팔아서 다녀봤지만 도저히 살고 싶지 않은 집뿐이었어요. 게다가 회사와 가까운 분당동에 집을 찾으려 했는데, 유난히 이 동네에 전세 매물이 거의 없거든요. 그때 친언니한테 같이 독립하자고 설득했고 동의를 얻어냈죠. 월세를 혼자 부담하기 어려우니까 같이 나눠 낼 하우스메이트를 찾은 거예요. 이것도 하나의 방법이었어요. 일단 지금 지출 규모에서 큰 부담은 없어요.


전세가 경제적이라는 말에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전세 대출을 받아서 이자를 내는 게 훨씬 이득이라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주변에 그렇게 하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고요. 하지만 전세를 알아보는 동안 시간이나 체력 같은 기회비용이 있잖아요. 그 한계 때문에 지금 당장 전세 전환이 급한 일이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다만 내년 재계약 때 보증금을 좀 더 높여서 월세를 낮추면 어떨까 정도는 고민하고 있어요.


밀레니얼 여성 직업인을 위한 커뮤니티 빌라선샤인에서 ‘월급날엔 월말 정산’이라는 소모임을 운영하고 있잖아요. 인기가 엄청나다고 들었어요.
월말 정산을 직접 해보고 너무 좋아서 이 경험을 많은 여성과 같이 나누고 싶었어요. 특히 요즘 여성들 사이에서는 재무관리나 경제력 상승에 대한 관심이 높잖아요. 언젠가부터 제가 결혼하지 않으면 경제력을 갖출 수 없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요.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지 곰곰 돌이켜보니까 회사를 다니면서부터였어요. “결혼 안 할 거면 여자가 집을 왜 사?”, “결혼 자금 때문에 재테크하는 거지?” 등등 흔히 떠도는 말들에 영향을 받은 거죠. 결혼하기 전까지는 미완의 상태고, 본격적인 건 결혼한 다음인 것처럼요. 그런데 어느 날 연말정산을 하는데 그 문서에 덩그러니 저 하나뿐인 거예요. 저는 부양할 가족이 없어서 인적공제를 받을 게 하나도 없더라고요. 그건 내가 나의 가장이라는 거잖아요. 저를 부양할 수 있는 건 저뿐인 거예요. 가장이 되기 위해서는 내 돈을 지킬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소모임을 할 때, 이 말에 공감하는 분이 정말 많았어요.


소모임에서 다 같이 소비를 점검할 때 어떤 자세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나요?
주말마다 그 주의 소비 내역을 공유하고 있는데요, 스스로한테 솔직해지는 거요. 정리하고 보면 며칠 연속 배달음식을 시켜 먹은 것도 있고, 타로 연애점 결제한 것도 있어요. 민망하잖아요. 그래서 빼고 싶기도 한데 그냥 숫자라고 생각해요. 돈 문제에서는 덮어두지 않으려고 해요. 한번 덮으면 계속 보기 싫으니까요. 너무 웃긴 게 사람들이 주간 소비 내역을 공유할 때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반성문을 함께 올려요. ‘먹먹문’이라고 부르거든요. “제가 이번 주에 너무 힘들어서 술을 좀 마셨고요••• 택시도 많이 탔네요•••” 하면서 다들 계속 울어요.(웃음) 그래도 이걸 한번 하면 그다음 주에 소비를 어디서 줄여야겠다는 맥락이 잡히죠.


소모임 운영자지만 팀원들에게 배우는 것도 있을 것 같아요.
가끔 지출 자체에서 스트레스받을 때가 있어요. 일종의 강박이죠.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랄까요. 그럴 때 오히려 팀원들이 저한테 “민석 님, 지출하는 것 자체에 너무 스트레스받지 마세요. 필요한 데 썼잖아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 또 마음이 편해져요. 수전노가 될 뻔한 위기였는데 다행이죠.(웃음)


당장 월말 정산을 따라 하고 싶다면 무엇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진짜 귀찮은 작업이지만 가장 필요한 건데요, 뱅크샐러드에 모든 걸 연동하는 거요. 내 돈이 왔다 갔다 하는 모든 통장이 다 거기로 귀결되게 해야 해요. 공인인증서도 받아야 하고 컴퓨터를 켜야 하는 작업도 있지만,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게 정말 중요해요. 통장이 여러 개여도 숫자는 한곳으로 모으세요.


갑자기 뭔가를 참을 수 없이 지르고 싶을 때 잘 이겨낼 수 있는 꿀팁이 있을까요?
저는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질문해요. “이게 정말 나한테 필요한가?” “지금이 아니면 안 되나?” “혹시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나?” 그러면 마지막에 거의 살아남는 게 없어요. 이 질문을 했는데도 남아 있다면 그땐 믿음으로 지르세요!


마지막으로 나에게 맞는 경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네이버 카페 ‘부자언니 유수진의 부자 재테크’요. 20~40대 여성들이 모인 카페인데요, 이론 정보는 어디서나 쉽게 얻을 수 있지만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어떻게 대처하고 준비하는지 알기는 어렵잖아요. 그때 다양한 사람의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Conditions

지역 성남시 분당구 분당동
구조 상가주택 투룸
면적  46.2㎡(14평)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60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