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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풍경을 완성해주는 초록

Green, Complete Our Scenery

우리 집 풍경을 완성해주는 초록

Editor.Hyein Lee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이혜인 / 31세

브랜드 마케터


Conditions

지역 서울시 은평구 진관동
구조 아파트
면적  79㎡(24평)

 

Room History

21세 서울시 마포구 신수동 서강대학교 기숙사 원룸
26세 서울시 종로구 내수동 오피스텔 원룸

이혜인의 집은 핀터레스트 인테리어 카테고리에 꼭 나올 것처럼 군더더기가 없다. 그는 TV, 선반, 후드 위 곳곳에 식물을 배치해 일상생활에서도 식물과의 연결을 놓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놓은 건 아니고 저마다 그 위치에 놓은 이유가 있다. 빛이 덜 들어오는 곳에서 키워도 되는 것과 반드시 베란다에서 키우는 것을 분류해 자리를 만들어준 것이다. 사실 이혜인을 만나기 전엔 무작정 예쁜 식물을 들이면 플랜트 인테리어가 완성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애정만큼 공부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고, 놀랍게도 그 끝엔 새로운 자신에 대한 발견이 있었다. 식물을 키우는 데 왜 갑자기 자신에 대해 알게 되냐고? 글쎄, 나도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는 몰랐다.


저는 처음 독립하고 나서 인테리어용으로 필레아페페를 구입했어요. 혜인 씨가 가장 먼저 데려온 식물은 무엇인가요?
예전에 서촌에서 자취를 했거든요. 그때 다육이를 파는 가게가 있어서 우주목인지 염좌인지 모르는 식물을 사서 키웠어요. 그때 제가 살던 오피스텔은 북향이었는데 식물이 살기 그리 좋은 조건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걔가 어떻게든 자라줬어요. 그러다 이 남동향 신혼집에 오게 되면서 애가 녹아버리더니 다시 살아났어요. 그 친구를 보고서 처음으로 생명력에 대해 생각했어요.


그때는 이렇게까지 많은 식물을 키울지 몰랐을 것 같은데요.
2018년에 결혼했는데 그때는 다들 해외여행 많이 갔잖아요. 저희도 여행을 갔는데 유럽도 그렇고 동남아도 그리 엄청 부유한 동네가 아니더라도 길가에 꽃이 아주 많은 거예요. 가만히 보니까 화분의 주인들이 길 앞에 내놓는 거였어요. 그게 자기 보라고 하는 것도 있겠지만, 그저 지나가던 행인인 저에게도 되게 큰 기쁨이었어요. 그때 저도 집에서 식물을 많이 키워야겠다고 다짐했지요.


화이트 배경과 식물의 조화가 단순하면서 아름다워요. 식물을 생각하고 집을 꾸몄는지요, 아니면 집을 꾸미고 나니 식물과 어울릴 것 같아 들이게 되었는지요?
이 집은 저희가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들어왔는데, 사실 예산이 별로 없고 작은 집이다 보니 전반적으로 화이트로 꾸미게 됐어요.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식물이 생각나더라고요. 너무 깨끗한 공간이어서 다소 딱딱하고 휑한 느낌이 있었는데, 식물이 하나둘씩 채워지니까 그때서야 생기가 돌더라고요.


식물은 인테리어적으로 어떤 아름다움이 있나요?
식물은 그 자체로 어떤 가구보다 멋진 인테리어 아이템인 것 같아요. 생동감을 선물해준다는 면에서요. 예로부터 사람들이 강과 바다, 숲이 보이는 집을 선호하는 이유는 창밖으로 보이는 ‘살아 있는 자연’을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사실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엔 생명력이 없잖아요. 창밖에 멋진 자연 풍경이 없다면 집 안으로 자연을 가져올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식물을 택한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러한 식물의 아름다움이 혜인 씨 미감에 어떤 영감을 주나요?
식물을 기르면서 취향에 대해 알게 됐어요. 저는 꼿꼿이 모양을 잡아가며 자라는 아이들보다 헝클어진 듯 제멋대로 뻗어나가는 아이들이 더 좋거든요. 근데 그게 식물에 한해서만이 아니라 전반적 취향이 그렇더라고요. 럭셔리함에서 오는 가치보다 점점 자연스러운 것들, 형식에서 벗어난 것들에 계속 마음이 가요. 여행지를 고를 때도 마찬가지예요. 아주 세련된 도시보다는 험블한 매력이 있는 마을이 좋고요. 예전에는 비싼 레스토랑에 가는 것도 즐겨 했는데 지금은 소담한 밥상이 좋아요. 제멋대로 자라도 예쁜 식물들처럼 있는 그대로 무심한 듯 멋진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런 아름다움을 누리며 살고 싶어졌어요. 식물 덕분에 말이에요.


원래는 식물 화분이 60개까지 있었는데 그 수를 줄이게 되었다고요.
무언가에 꽂히면 빠르고 깊게 파고드는 성향이 있어요. 좀 천천히 스며들 듯 빠져들면 좋은데, 초반에 제어가 잘 안 되는 성격이에요. 식물도 마찬가지였는데, 종일 식물 생각만 하던 시절엔 매 주말 화원에 가서 새로운 식물을 구입했어요. 웃기지만 그땐 꼭 들여야만 할 것 같은 식물이 있어 발을 동동거리며 선착순 식물 공구에도 참여했어요. 정신을 차려보니 화분이 집에 60여 개가 있더라고요. 지금 돌아보면 식물을 가꾸며 느끼는 행복, 식물로부터 받는 위안, 식물을 돌보는 과정 자체보다는 새로운 식물을 소유하는 행동에 중독된 게 아니었나 싶어요. 그 이후 2020년부터 식물을 사지 않았어요. 제가 들였지만 감당이 안 돼서 힘들었거든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힘들었나요?
제 마음 건강 상태가 좋을 때는 그 식물이 너무너무 좋은데, 회사 일이 바쁘다거나 여행 갈 때는 부담으로 다가오는 순간이 생기더라고요. 계속 이렇게 살다간 식물원에 사는 기분이 들 것 같았죠. 내가 식물을 왜 기르는지 차분히 생각해봤어요. 누구에게 과시하거나, 소유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었는지 말이에요. 다시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와서 식물들과 교감하는 과정 자체를 더 소중히 여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려먼 살뜰히 돌볼 수 있는 수준으로 식물을 길러야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40여 개 정도의 식물이 있는데 딱 적당한 것 같아요. 물 주는 일이 부담스럽지 않고, 분갈이도 나름 엄청 힘드는데요, 식물의 성장에 맞게 화분을 갈아주는 일도 지금 정도면 딱 적당히 힘들고 보람차요.


혜인 씨가 생각하는 식물과 어울리는 집은 어떤 모습이에요?

@nelplant이라고 제가 좋아하는 인플루언서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는데 그분 집이 딱 제가 원하는 스타일이에요. 우리나라 아파트는 빛이 들어오는 게 한정되어 있잖아요. 스리베이 아파트라면 두 면에서 빛이 들어올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죠. 그런데 이분 집은 빛이 여기저기에서 들어와 곳곳에 다양한 식물을 둘 수 있더라고요. 특히 액자나 가구 주변에 식물을 놓았는데 그 조화가 좋았어요. 저는 보일러를 좋아하지만 그런 외국 계정을 보면 괜히 라디에이터에 식물을 놓고 싶어요. 우리나라는 꼭 선반 위에 놓아야 해서 전형적 모습이 없지 않아 있죠.


혜인 씨의 집도 식물 배치와 스타일링이 잘되어 있는 느낌이에요. 감각 덕분일까요, 노력일까요?
제 입으로 감각이라고 말하는 건 좀 그렇고요(웃음), 앞서 말했지만 이 집은 남동향이어서 식물 키우기에 최적화된 집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거실 베란다도 애초에 확장되어 있어서 선택권이 없었고요. 그렇다고 빛이 들어오는 곳에만 식물을 둘 수 없어서 식물 특성에 맞춰 여러 곳에 두었어요. 부엌엔 수경 식물, 빛이 안 들어오는 서재엔 산세비에리아같이 빛이 많이 없어도 잘 자라는 식물을 두었죠. 확실히 식물 공부를 하니까 그런 배치가 쉽더라고요.


그럼 노력과 가깝다고 볼 수 있겠네요.
사실 식물을 곳곳에 둔 결정적 이유는 《식물 예찬》이라는 책을 보고 나서예요. 이 책을 쓴 분은 노르웨이 공학자인데, 기업에 수직 정원을 만드는 일도 했어요. 왜 기업도 일의 능률을 위해 회사에 식물을 많이 놓잖아요. 그분 얘기 중에 인상에 남는 게 있어요. 저희가 만약 주말에 산림욕을 한다고 하면 너무 좋잖아요. 충전되는 것 같고. 그런데 우리 몸은 배터리가 아니라서 사실 충전된 게 아니라 집에 돌아가면 다시 그전과 똑같아진다는 거예요. 그래서 자연이 주는 효능을 일상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사무실이든 집이든 가까이 두어야 한다는 거죠. 그분 말을 듣고 보니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식물이 거실에만 있을 것이 아니라 침실에도, 저 후드 위에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식물을 곳곳에 놓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환경의 한계를 느낄 땐 없나요?

당연히 있죠. 저희 엄마 집은 정남향인데 식물의 때깔이 달라요. 저희 집 같은 경우엔 거실 베란다가 없어서 습도 관리가 잘 안 돼요. 저 침실 옆 베란다에서 자라는 식물은 자기들끼리 모여 있으니까 습도가 유지되는 편인데, 작은 공간이라서 식물을 많이 둘 수 없어요. 그래서 베란다에서 자라지 못하는 식물 가까이에 항상 가습기를 두는 편이에요. 문을 열어놓고 통풍을 해주면 좋지만, 회사에 가면 내리 열어둘 수 없으니까 그런 점이 아쉽더라고요.


MZ세대가 반려식물을 들이는 이유는 손이 많이 가는 반려동물보다 손쉽게 돌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이러한 현상이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요? 왜 그들에게 돌봐야만 하는 ‘반려’의 존재가 필요한 걸까요?
저도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지만 어쨌든 교감할 대상이 필요하더라고요. 애정을 쏟고 또 내가 애정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존재요. 학교에 다닐 때는 친구들과의 관계로 어느 정도 충족됐지만 사회에 나와서는 또 그렇게 편하게 얘기할 사람이 많진 않잖아요. 일로 엮인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그렇고요. 코로나19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상이 너무 자극적으로 변한 것 같아요. TV 프로그램도 그렇고 뉴스가 사건·사고를 보도하는 방식도 그렇고요. 그런 것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게 아닐까요? 복잡한 세상은 차치하고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어떤 존재에 애정을 쏟는 거죠.


만약 좁은 집에 사는 MZ세대가 있다면 그들에게 어떤 식물을 추천할 수 있을까요?
일단 몬스테라와 필레아페페요. 해가 많이 없어도 잘 자라고 폭풍 성장하거든요. 식물이 변화하는 게 보여야지 즐겁게 키울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또 그런 성장을 부담스러워하는 분도 있어요. 너무 잘 자라서요. 그런 경우엔 산세비에리아를 추천해줘요. 느리게 자리기도 하고 물도 한 달에 한 번만 줘도 돼요. 빛이 많이 없어도 웬만해선 죽지 않고요. 그것도 부담스럽다고 하면 수경 식물을 추천해요. 원룸에 살면 침실과 책상, 부엌이 한데 붙어 있을 텐데 흙 날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어 좋아요.


혜인 씨가 다음에 이사하게 된다면 식물이 잘 자라는 환경을 염두에 두게 될까요? 그런데 식물이 살기 좋은 데가 사람이 살기도 좋지 않나요?
맞아요. 사람이 살기 좋은 데랑 똑같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남향집이 남동향이나 남서향보다 1000만 원이라도 비싼 이유가 있는 게 해가 잘 들어와야지 따뜻하고 난방비도 줄일 수 있잖아요. 빨래도 잘 마르고요. 빛이 들어온다는 건 생명 활동하기 좋은 것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정남향에 베란다가 있는 집으로 가고 싶어요. 더 나아가서는 시골에 전원주택에서 살고 싶고요.


만약 식물을 키우지 않았다면 이 집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인테리어가 많이 달라졌으려나요?
식물이 거의 없던 때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온 적이 있는데, 집이 너무 하얘서 벽에 손을 대기도 미안하다고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집 사진을 보면 아무 매력 없는 상업 공간 같은 느낌이에요. 그런데 또 나름 잘 지냈을지도 모르죠. 어쩌면 식물이 없는 휑함을 살려서 미니멀리즘에 몰두했을지도 모르고요. 무언가에 빠지면 무섭게 집중하는데, 온갖 세간살이를 다 버리진 않았을까 해요.(웃음)









Conditions

지역 서울시 은평구 진관동
구조 아파트
면적  79㎡(24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