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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가 사는데 식물 키워도 될까요?

Cats live here. And Plants?

냥이가 사는데 식물 키워도 될까요?

Editor.Jayeon Lee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김다니엘 / 41세

건축가


Conditions

지역 서울시 강북구 미아동
구조 다가구주택 투룸
면적  49.58m2(15평)

 

Room History

30세 서울시 성북구 삼선동 옥탑방
33세 서울시 도봉구 창동 다세대주택 투룸

독일로 파견 간 간호사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다니엘이 한국에서 홀로 자립한 지도 어언 10년이 훌쩍 넘었다. 건축가로서 많은 건축물과 이야기를 나누지만, 그에겐 또 다른 직업이 두 개 더 있다. 하나는 두 마리의 고양이 집사, 또 하나는 식물 집사. 반려동물을 키우는 많은 사람은 식물의 독성이 동물에게 유해하진 않을까, 또 식물 입장에선 동물이 잡아먹진 않을까 걱정을 달고 산다. 다니엘의 집에 갔을 때 그도 크게 달라 보이진 않았다. 식물들은 그의 보살핌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가 입은 검은 티셔츠는 고양이 털로 복슬거렸다. 24시간 내내 쉴 틈 없이 바쁜 그의 하루가 눈에 선했다. 그런데 시종일관 웃는 그를 보면서 도대체 이 여유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궁금했다. 여기, 그의 사랑을 먹고 자라난 것이 가득인데, 오히려 사랑을 받은 건 다니엘인 것 같았다.


미아동을 터전으로 삼았어요. 이 집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우연이지만 이 집은 직방으로 알게 된 곳이에요. 저에겐 가장 중요한 요소가 식물을 잘 키울 수 있는 집인가 아닌가였거든요. 베란다가 있어야 하고 남향으로 햇살이 잘 들길 바랐어요. 여기가 딱 그랬죠. 하지만 어려움도 있었어요. 오래된 집이라 일부는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낡았거든요. 그래서 집주인과 논의한 끝에 비용을 일부 지원받아서 직접 리모델링 작업을 했어요. 오랫동안 작업을 맡겨온 친한 목수한테 크고 작은 도움을 받았죠.

들어오자마자 식물이 시야에 한가득 차더라고요. 집 안 전체가 비밀 정원 같아요. 언제부터 식물을 좋아했어요?
아주 어릴 때부터 식물을 좋아했어요. 부모님 말씀으로는 막 기어 다니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꼭 식물 옆에 있더래요.(웃음) 조금 더 커서 꼬마가 되었을 때에도 갑자기 사라지면 무조건 근처의 식물을 먼저 찾으셨대요. 그럼 그 옆에 꼭 제가 있었다고요. 그리고 더 자라서는 어머니가 시든 식물을 버리면 그걸 주워서 다시 살리기도 했어요. 저에겐 식물에 대한 이끌림이 내재돼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식물을 좋아하도록 타고났다”는 말로도 설명이 되겠네요.
맞아요. 그런데 요즘엔 SNS상으로 영향을 꽤 받기도 해요. 많은 사람이 그러잖아요. 식물을 좋아하는 건 궁극적으로 긍정적 일이라고 봐요. 하지만 분명 제가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내가 좋아하는 취향을 확고하게 알고 직접 식물을 선택해서 키웠는데, 저도 모르게 SNS 세상에 마음이 동요되더라고요. 이것도 사고 싶고 저것도 사고 싶어 하는 제 모습을 경계하게 돼요. 요즘은 그래서 인스타그램을 너무 많이 보려고 하지 않아요. 나쁜 건 아니지만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저도 SNS 봤어요. 계정 이름이 ‘Jungle in Seoul’이더라고요. 문득 도시 생활에서 자신만의 정글을 만드는 게 왜 중요한지 궁금해졌어요.
저는 어려서 카셀이라는 독일 소도시에서 자랐어요. 아주 고즈넉하고 자연을 쉽게 마주할 수 있는 도시예요. 근처에 강도 흐르고 들판도 있고요. 그런데 그 당연하게 여기던 게 서울에 와서 갑자기 사라지니까 자연을 내가 직접 가까이에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서울 같은 대도시에는 자연이 많이 부족하잖아요. 인간에게 자연은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이기 때문에 연결감을 잊지 않는 게 중요해요. 꼭 울창한 정글이어야 하는 건 아니고요, 아주 가벼운 화분도 좋아요. 물론 그만큼 수고도 따르죠. 유난히 바쁘고 스트레스가 많은 시즌에는 식물들을 평소처럼 신경 쓸 수 없으니까요. 식물은 잔소리를 안 하잖아요. 이는 자기들이 말없이 고생한다는 말이기도 해요. 내가 직접 행하지 않으면 그 부담은 전적으로 식물이 지게 되는 거죠.


말없이 고생한다니…. 예전에 식물들은 목소리가 없으니 더 자주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말한 게 기억나요.
시들어가는 건 바로 보여요. 급한 건 그렇게 찾아내면 되지만, 분갈이가 늦어서 흙이 썩거나 치명적일 때까지 티를 안 내는 친구들은 어디가 얼마큼 아픈지 알 수 없어요. 작년엔 몬스테라를 키웠는데 이게 상대적으로 기르기 쉬운 종이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잎이 점점 검어지는 거예요. 작년 여름에 장마가 길어서 햇살이 부족하고 습도가 높으니까 바로 병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신호를 바로 주는 건 차라리 나아요. 서양란의 경우는 금방 죽지 않는 대신, 자기가 아프다는 걸 정말 천천히 드러내요. 줄기에 굵은 부분이 있거든요. 거기에 영양이 저장돼 있는 거예요. 그걸 먹으면서 홀로 버티는 거죠. 증상 표시 속도가 전부 다르기 때문에 계속 봐주면서 그 변화를 예민하게 알아보는 게 정말 중요해요.

까다로운 식물을 키우는 게 더 큰 보람을 주기도 할 것 같아요.
서양란은 까다롭다기보다는 생명력은 강한데 문제가 눈에 보일 정도면 그땐 이미 많이 아픈 상태여서 그런 거예요. 다만 원래 어렵게 필사적으로 얻은 행복이 더 값지잖아요. 그런 면에서 기쁨이 크죠. 물론 아무리 노력해봐도 계속해서 실패하는 식물도 있어요. 렉스베고니아는 제가 잘 못 키우겠어요. 잘 크다가도 잎이 녹아요. 습기는 필요한데 미스팅을 싫어하거든요. 잎이 바로 싫은 티를 내더라고요.

마음을 들여 키운 식물을 쓰레기 봉투에 버릴 때 기분이 너무 안 좋잖아요. 이럴 땐 마음을 어떻게 추스르나요?
아유, 너무 슬프죠. 꼭 미안하다고 말해요. 마음속으로 그 미안함을 오랫동안 갖고 있기도 하고요. 마당이 있었다면 거름과 영양분이 될 수 있도록 보낼 수 있었을 텐데 그런 게 아쉬워요. 하지만 병들어서 죽었을 때에는 균에서 포자가 나오기 때문에 꼭 버려야만 하거든요. 저도 처음엔 살리려고 부단히 애써봤지만, 결국 옆에 있는 식물들에게 안 좋더라고요. 아무리 마음이 무겁고 힘들어도 객관적으로 결단을 내려야 해요.

건축가로서 식물로부터 영감을 얻을 때도 있나요?
생명이잖아요. 식물에게 좋은 환경은 사람에게도 좋은 환경이라는 걸 계속해서 생각하려고 해요. 인간도 빛이 부족하면 우울해지고, 공기 순환이 안 되면 힘들어하잖아요. 누군가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인간은 그저 감정이 있는 식물이라고요. 그러니까 추가적으로 감정이 더해졌을 뿐이지 햇살, 물, 바람이 필요한 건 식물과 같은 거예요. 우리가 이사하기 전 집을 알아볼 때, 해의 방향을 확인하는 행동도 비슷해요. 언제, 얼마큼 해가 들어오는지 본능적으로 체크하는 거죠. 그게 살아가는 데 중요한 문제라는 걸 몸이 먼저 알아요. 식물이 살기 좋은 장소를 찾는 게 결국 인간에게도 살기 좋은 곳이라는 의미인 거죠. 그런 면에서 공간이 식물한테 얼마큼 친절한지 되새기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면 건축 작업을 할 때에도 식물을 활용하기도 하나요?
사실 그건 클라이언트에 따라 달라지는 영역이기는 해요. 하지만 제가 한옥이 너무 좋아서 건축학과를 간 거거든요. 한옥이 또 자연 요소들과 잘 어울리잖아요. 땅과 주변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풍경이 아름답고요. 그래서 얼마 전에는 한옥 작업을 할 때 조경사와 함께 하기도 했어요. 그런 진행 과정을 보다 보면 저도 언젠가 제집을 설계할 때 저만큼 식물을 사랑하는 건축가를 만나 식물 친화적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식물이 중심이 되는 곳으로요.

많은 사람이 주변 환경에 식물을 많이 두면 좋은 줄은 알고 있어요. 하지만 건축가의 시선에서 정확히 어떤 점이 좋은지 더 설명해줄 수 있나요?
일단 녹색은 심리적 측면에서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켜요. 분위기를 차분하게 만들어주어 휴식을 취하기 제격이죠. 또 집에 식물이 있으면 여러 감각을 깨워주는 공간으로 변모할 수 있어요. 생동감을 주거든요.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생명이 크게 자라나는 경이로움을 내 공간에서 직접 바라볼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향기가 주는 자극이 있어요. 꽃뿐 아니라 잎에서 나는 향기, 흙에서 나는 향기•••. 이런 고유한 향기가 나만의 집이라는 느낌을 더해주고 인식시켜주죠. 실제로 인간의 감각 중 기억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감각은 후각이라고 해요. 식물이 있는 곳을 머릿속에 오랫동안 저장시키지요. 사실 환경적 측면에선 효과가 크지 않아요.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야 공기 자정 작용의 효과를 볼 수 있거든요. 저도 저 방에 공기청정기 따로 있어요.(웃음)

한국은 2030 세대가 점유할 수 있는 공간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다 보니 식물 생활이 많이 어려워요. 자연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어떤 대안을 찾으면 좋을까요?
꼭 모든 사람이 식물 생활을 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식물에 관심이 없는데도 꼭 두라고 강요할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자연과 먼 생활이 오래 지속되면 알게 모르게 안 좋은 영향을 받죠. 인위적 환경밖에 안 남는다는 이야기잖아요. 원래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고, 대도시라는 개념도 문명화함으로써 생겨난 거잖아요. 자연적으로 발생한 게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겐 자연을 갈망하는 유전자가 있어요. 그런 욕망이 있는데 그걸 외면한다면 괴로움이 따를 수밖에 없죠. 만약 정말 식물을 키우기 어려운 조건이라면 가까운 공원이나 숲으로 산책을 떠나는 것도 좋을 거예요. 옛날에 독일에서 인간이 숲속으로 들어갈 때 심리적∙신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는지 실험한 적이 있는데, 마음과 몸이 모두 이완되는 걸 과학적으로 증명했어요. 마음이 더 편안한 거죠. 우리가 원래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처럼. 독일어로는 발트루프트 waldluft, 즉 ‘숲의 공기’라는 단어가 따로 있을 정도예요.

다니엘 씨는 독일과 한국을 모두 경험했어요. 두 국가의 주거 문화에서 식물 생활의 차이를 느낀 적도 있나요?
일단 독일에는 창문에 선반이 무조건 있어요. 그 용도가 꼭 식물을 두기 위해서는 아닌데, 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그렇게 적용되어버렸어요. 그런데 한국에는 창문이 있다고 무조건 밑에 선반이 있지는 않아요. 다만 베란다가 있죠. 베란다가 있는 것도 큰 장점이에요. 식물 키우기가 좋으니까요. 그리고 독일에서 발코니나 테라스가 있는 집에서는 제라늄 같은 작은 식물을 많이 심어요. 그걸로 공간을 꾸미는 경우가 많아서 정말 흔하게 볼 수 있어요. 아주 오래전부터 있던 일이죠. 그런데 근래 한국에도 점점 이런 문화가 더 활발해지고 확산되고 있더라고요.


이 집에는 귀여운 앵두와 노을이가 있어요. 그런데 반려동물과 식물을 함께 키우는 게 어렵지는 않나요?
백합류처럼 반려동물에게 독성이 치명적인 종은 일부러 테라리엄에 넣어서 공간 분리를 해두었어요. 잎이 큰 식물은 고양이가 먹으면 물론 좋지 않지만, 그래도 위협적인 정도는 아니어서 거실에 같이 내놨고요. 그래서 독성이 없는 식물은 씹어 먹더라도 “그래, 그거 너희들 거다” 하면서 그냥 마음을 내려놓아요. 아니면 캣닢이나 고양이 풀을 키우기도 해요. 고양이를 위한 식물을 따로 두는 거예요.

반려동물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식물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들을 위해 조언을 해줄 수 있나요?
먼저 자신이 함께 사는 반려동물에게 치명적인 식물류를 파악하고 선택하는 게 좋아요. 그리고 필요하다면 공간 분리를 하는 게 효과적이죠. 우선 식물을 키워보고 기쁨보다 스트레스가 더 크다면 굳이 식물을 키우지 않아도 돼요. 작은 거 두어 개 정도만 키워도 되고요. 스트레스받는 걸 꼭 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다만 안전을 지키는 방법이 있으니까 너무 미리 겁먹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럼 다른 두 생명을 함께 키우기 때문에 좋은 점도 있어요? 고양이 집사에 식물 집사까지 일이 두 배인데요.
집에 혼자 있지 않다는 감각이 커요. 타지에 있어도 외롭다는 느낌이 들지 않죠. 비록 말은 하지 못해도 충분히 교감할 수 있는 생명이 집에 많잖아요. 또 나의 돌봄이 필요한 존재와 살다 보면 제가 어느덧 부지런한 사람이 되어 있더라고요. 할 일이 많아지거든요. 그런 변화의 감각도 좋아요.

누군가를 돌본 경험이 있기 전과 후를 비교해보면 어떻게 달라요?
오래 키웠다고 잘 아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고양이나 식물 모두 함께하는 경험을 통해 여전히 탐구하고 있으니까요. 또 이젠 사람들이 집에서 심심하다고 하는 걸 이해할 수 없어요. 집에서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으니까요. 제 공간에서 더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그 다양성을 더 경험해보고 싶기도 해요.











Conditions

지역 서울시 강북구 미아동
구조 다가구주택 투룸
면적  49.58m2(15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