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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을 향한 고유한 존중

Intrinsic Respect for Green

초록을 향한 고유한 존중

Editor.Jayeon Lee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황주안, 최기웅 / 34세, 41세

디자이너, 디자이너∙PS1 대표


Conditions

지역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구조 오피스텔
면적  65.48㎡(19.8평)
매매 6억 원대

 

Room History

32세, 39세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빌라(전세 2억 원대)

이번 호를 준비하며 가장 많이 건넨 질문 중 하나는 “그래서 식물을 키우는 일이 왜 중요한데요?”였다. 그렇게나 바쁜 생활에서 시간과 수고, 마음까지 들여 식물을 키우는 의미를 캐내고 싶었고, 한편으로 유용과 무용 사이에서 사람들을 식물 생활로 쉽게 안내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3월의 어느 날, 황주안•최기웅 부부가 말했다. “꼭 어떤 의미가 있어야 하나요? 얜 그냥 얜데••• 식물 자체를 인정해야 해요.” 효능을 기대하는 게 아닌, 식물을 독자적 단일 개체로 바라보고 그의 속도를 존중하는 것. 모든 연결 고리는 이 같은 태도에서 비롯했다. 식물과 동등한 관계에서 디자인적 영감을 받아 플랜트 숍을 운영하고, 식물 콘텐츠를 제작하는 모든 게 그렇다. 무언가의 고유함을 받아들이면서 자신을 확장해나가는 이들의 이야기다.


집 안에 식물만큼이나 화분이 굉장히 다양해요. 일부러 식물별로 화분도 신경 쓴 걸까요?
주안 그럼요. 저는 토분을 좋아하는데 도자기 화분이나 플라스틱 화분보다 통기성이 훨씬 좋아요. 뿌리가 숨 쉴 수 있는 소재거든요. 흙이 더 잘 마르기도 하고요. 도자기나 플라스틱은 물이 마르기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려서 과습이 될 가능성이 높아요. 식물마다 토분을 매치하는 건 수형이나 특성에 맞춰요. 예를 들어 위로 쭉쭉 자라는 종이면 화분은 반대로 옆으로 넓은 것을 쓰고요. 잎 패턴이 화려하면 색깔이 무겁고 차분한 것을 선택해요. 또 식물 뿌리가 빠르게 성장하면 긴 화분을 쓰지요. 자리를 잘 잡을 수 있도록요. 만약 낮은 화분에 심으면 얼마 못 가서 바로 분갈이를 해야 하거든요.

잦은 분갈이는 번거롭기 때문인가요?
기웅 그렇다기보다는 어딘가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애들이다 보니까 잦은 분갈이로 계속 건드리면 몸살을 앓기도 해요. 예민한 식물은 분갈이를 하다 죽기도 하고요. 인간으로 치면 새집증후군과 같아요. 갑자기 집주인이 이사 가라고 해서 다른 곳에서 살게 됐는데, 나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안 맞는 집을 준 거예요. 그럼 시름시름 몸살을 앓으면서 고통받겠죠. 사람 집과 똑같아요.
주안 그래서 식물 초보자가 분갈이에 더 진입 장벽을 느끼는 것 같아요.

거실 한편에 풀멍존이 있어요. 집에 식물 휴게 공간을 따로 둔 게 인상적이에요.
주안 풀멍을 때리면 진짜 휴식이 돼요. 식물을 보는 동안 다른 잡념이 떠오르지 않거든요. 풀한테만 집중하게 돼요. 다른 생각을 지우고 비워내게 되는 거죠. 이름을 ‘풀멍존’이라고 지어서 그런지 의자를 두고 저기에 앉으면 식물과 다 같이 광합성하는 기분도 들어요.

한정된 공간이지만 식물을 계속해서 들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요. 더 많이 들이고 싶은 욕구와 한정된 공간 사이에서 어떻게 조율하고 있나요?
주안 항상 고민스럽죠. 내 짐을 줄여야 하나 싶을 때도 많고요.(웃음) 하지만 그런 걸 의식적으로 피하고 있어요. 집은 제가 머물고 휴식을 취하는 곳이니까 식물들과 함께 어떻게 살지 고민해야지, 어느 쪽으로 더 치우쳐야 좋을까 생각하진 않으려 해요. 그나마 다행인 건 저희에게 숍이 있으니까 그곳에 키우고 싶은 것을 둘 수 있어서 마음을 해소하고 있어요.


아, 맞아요. 기웅 씨가 식물 셀렉트 숍 플랜트 소사이어티1 Plant Society1(PS1)을 운영하고 있죠. 아무래도 식물을 두어야 해서 숍 공간을 찾을 때 신경 쓸 게 더 많았을 것 같아요.
기웅 통유리와 남향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는데, 모든 게 그렇듯 저희가 계획한 대로 다 되진 않았어요. 통유리가 햇볕이 잘 드는 대신 겨울에는 너무 춥더라고요. 지난겨울이 이곳에 자리 잡고 맞이한 첫 겨울이었는데 유난히 추웠잖아요. 눈도 자주 내리고요. 통유리가 얼마나 단열이 되는지 확실히 알지 못하고 맞닥뜨려서 조금 힘들었어요. 급하게 온풍기도 가동하고요, 에어캡도 붙이고 래핑을 하고, 온실도 만들었고요. 그렇게 이것저것 하다 보니 어느새 겨울이 가더라고요. 어떻게 해봐도 온도가 올라가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니까 조금 당혹스러웠어요. 그래도 한번 겪어보니까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이제는 알 것 같아요.

PS1에서는 식물로부터 영감을 얻어 제작한 작업물을 판매하고 있어요. 식물에게서 영감을 얻는다는 건 단순히 식물의 모양을 본뜨는 것과는 다를 텐데 어떤 의미인가요?
기웅 개인적으로 사람들에게 식물에 대한 경험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얘네도 다 제각기 성격이 있잖아요. 인간처럼 누구는 재수없고 누군 착할 테고, 또 누군 엄청 예민하겠죠. 그런데 사람들이 식물에게 그런 걸 바라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그보다는 나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거나 내 정신적 문제를 치료해줘야만 할 것 같은 존재로만 바라보죠. 그러다 의문이 들더라고요. 식물도 그냥 멋있으면 안 되나? 쟨 그냥 쟨데•••. 그래서 PS1에서는 디자인을 통해 이렇게 다양한 퍼스낼리티를 실현하고 구현하려 했어요. 제품 형태로나 콘텐츠 형태로요. 처음에 PS1이 MZ세대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MZ세대는 전반적으로 어떤 대상을 그 자체로 바라보는 것 같아요. 이런 관점이 제게 큰 영감이 되고요.

식물을 바라보는 자세에서 얻을 수 있는 영감이기도 하네요.
기웅 맞아요. PS1이 주얼리 브랜드와 함께 컬래버레이션으로 제작한 귀고리가 있는데 그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세 피스가 한 세트인데, 두 피스는 커다란 잎 모양이고 하나는 작은 잎 모양이거든요. 단순하게 식물 모양을 모티브로 디자인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작은 잎이 성체가 되면 커다란 잎 모양으로 바뀌어요. 그런 성장을 보여주는 거죠. 이 식물 고유의 성격과 성향을 말이에요. 식물마다 잎의 패턴, 투명도, 줄기 두께가 죄다 다르잖아요. 그 자체의 멋을 경험으로 풀어내고 싶은 거죠. 요즘엔 그런 고민도 해요. 공간에 흐르는 음악도 식물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면 좋겠다고요. 그래서 식물과 함께 들으면 좋은 플레이리스트를 따로 만들기까지 했죠.
주안 지금은 미뤄둔 상태지만 언젠가는 사람들과도 이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할 예정이에요. 식물 키우기뿐만 아니라, 식물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생활 활동을 할 수 있으면 좋겠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식물을 판매한다는 표현을 안 써요. 대신 식물을 ‘경험하는, 소개하는, 안내하는, 제안하는’이라는 단어를 덧붙이죠.


식물에 대한 생각을 평소에도 자주 했던 게 느껴져요. 두 분은 결혼했을 때부터 식물을 계속 키운 거예요?
기웅 네, 전에 살던 집에서부터 공간에 비해 많이 들이긴 했어요. 그런데 또 많이 죽였어요. 누구나 그 시기를 지나잖아요.
주안 동네가 역삼동이었거든요. 거기는 빛도 안 들어오고 공간도 좁아서 바람이 잘 통하지 않았어요. 빌딩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으니 환경 자체가 안 맞았던 거죠. 처음엔 그냥 제 마음에 드는 거만 사들였는데, 이들이 우리 공간과 맞지 않는다는 걸 차츰 알게 됐어요.

어떻게 보면 스스로 합의를 본 거네요.
주안 맞아요. 방크샤라고 호주에서 자라는 식물인데, 따뜻한 기후에서 직사광선과 바람을 마구 받아야 하는 종이었어요. 호주의 기후를 상상할 때 펼쳐지는 그 환경이 필요했죠. 제가 너무 좋아해서 결혼식 부케로까지 사용했는데, 마음이 가더라도 제가 사는 집에서 키우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되어 들이지 못하는 식물 중 하나예요.

얘기한 것처럼 식물 마이너스의 손이라고, 아무리 열과 성을 다해도 결국 죽이고 마는 시기가 있어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실수는 뭐가 있을까요?
기웅 이 친구들을 내 속도에 맞추는 거요. 예를 들어 5일에 한 번씩 물을 주어야 하는데 내가 너무 바쁘니까 내 속도에 맞춰서 3일에 한 번씩 주는 실수를 해요. 이 식물을 그대로 인정해줘야 하는데 말이죠. 또 식물을 배치할 때에도 눈으로 보이는 인테리어로만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식물마다 맞는 자리가 있어요.
주안 같은 집이어도 고사리는 햇볕 받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원래 사는 곳도 습하고 식물이 많은 곳인데, 그중에서도 큰 식물의 아래와 물이 흐르는 낮은 지대를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집에 들여도 최대한 안쪽, 큰 식물의 아래에 두려고 해요. 그걸 고려하지 않는다면 내 기준으로 생각하는 거예요. ‘얘는 예쁘니까 내 침실에 놔야지’ 하면서요.

누군가는 식물은 죽이면서 키운다 하고, 또 누군가는 식물에도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해요. 두 분은 어떤 의견에 더 가까울까요?
주안&기웅 (동시에) 둘 다요!
주안 죽일 수도 있지만 여전히 책임감이 필요한 건 사실이고, 책임감을 갖고 키우더라도 죽일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그걸 두고 “넌 책임감이 부족했어!”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식물을 떠나보내는 게 걱정되고 두려울 순 있지만, 꼭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어요. 주변에서도 어떻게 하면 식물을 잘 키울 수 있는지 종종 질문하는데, 그냥 저는 “네가 사랑하는 만큼 사랑해주려 노력해봐”라고 해요. 실제로 그런 마음에서 많은 게 시작되니까요.


한편으론 계속해서 실패를 맛보면 포기하고 싶어져요. 이런 좌절에도 식물을 계속해서 키워볼 가치가 있다면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기웅 지금 식물 시장이 활성화된 이유 중 가장 큰 건 팬데믹 이슈라고 봐요. 2030 세대의 고민이 반영된 거죠. 사람들이 다 같이 부대끼며 일하면 그런 생각을 할 틈이 없는데, 혼자 있으니까 ‘내가 지금 잘 사는 건가?’,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나?’, ‘이게 맞나?’ 같은 생각이 들거든요. 그때 식물을 가꾸거나 물을 주는 가벼운 행위를 하면 그게 리추얼인 거예요. 정기적으로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게 나도 모르게 위로가 되는 거죠.

두 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식물이 실제 관계를 맺은 친구처럼 느껴져요.
주안 맞아요. 저희 집이 서향이라 겨울엔 오후나 돼야 볕이 들어오니까 그게 그렇게 귀한 거예요. 볕은 시간에 따라 점점 흘러가잖아요. 그럼 제가 그 볕을 따라서 그 자리에 화분을 놔줘요. 이런 시간을 그대로 놓칠 수 없거든요. 그리고 비가 내리면 빗물에 영양분이 많아서 1층에 내려가서 빗물을 받아서 오기도 하고요.

식물의 행복까지 고려하는 관계네요. 문득 두 분에게 식물이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졌어요. 하나의 단어로 비유해볼까요?
기웅 저에겐 음, 디자인요. 보통 디자인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보편적 이미지가 있잖아요. 예쁘고 눈에 보기 좋은 것이고. 저는 오랫동안 디자인을 해오면서 디자인이 시각적 자극 이상의 개념이란 사실을 깨달았어요. 예를 들어 보험사에서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한다”라고 하잖아요. 여기서 말하는 디자인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설계하고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개념을 각자의 일상에서 잘 쓰고 있어요. 식물도 그래요. 식물을 통해 나오는 모든 경험 또한 결국 디자인이에요. 이걸 더욱 알리고 싶어 작년에 PS1에서 팝업 다이닝을 열기도 했어요. 식물로써 우리 에너지와 생명을 디자인하고, 그걸 먹는 행위 또한 디자인이니까요.
주안 저는 균형요. 식물을 계속 키우면서 SNS를 시작한 건 제 안에서 지속 가능한 일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일하다가 힘들거나 어딘가 균형이 흐트러지면 데스크톱부터 복잡해지기 시작해요. 아이콘이 늘어나고 책상 위도 어질러지면서 집도 더러워지죠. 그럼 어딘가를 놓치고 있다는 신호거든요. 그런데 식물이라는 장치가 있으니까, ‘비록 오늘 힘들지만 하루에 한 번은 식물을 들여다볼 거야’, ‘오늘 너무 바빠 나를 돌볼 새도 없지만 잠깐이라도 식물 사진을 찍어 간직할 거야’라며 브레이크를 걸 수 있어요. 아주 짧게라도 주변을 돌아보는 거예요. 나를 챙기지 못하면 식물한테도 그대로 티가 나거든요. 이렇게 다 같이 균형을 맞춰가는 것 같아요.








Conditions

지역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구조 오피스텔
면적  65.48㎡(19.8평)
매매 6억 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