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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Welcome to Jungalow

정갈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Editor.Hyein Lee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김지안 / 39세

그림책 작가


Conditions

지역 인천시 부평구
구조 아파트
면적  106.05㎡(32평)
매매 4억8500만 원

 

Room History

식물이 많은 집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테라스가 큰 집으로 이사했다. 그런데 웬걸. 미리 산 물뿌리개가 무안할 정도로 식물은 단출하게 하나 키우고 있다. 그것도 가끔은 벅차다. 김지안의 집은 나의 상상을 벗어난, 식물이 많다는 표현으론 부족한, 그러니까 식물로 뒤덮인 삶을 살고 있다. 요즘 말로 정갈로(정글+방갈로)라고 한다지. 정말 그의 책상 가까이에 가려면 몸을 한껏 웅크린 채 게걸음 해야 한다. 정글 초입에 들어서는 것처럼 걸음을 막는 잎들로 가득하다. 김지안은 그것들 틈에 앉아 동화를 그리는데, 일하지 않는 시간엔 식물을 가꾼다. 아침저녁 2시간씩 분무하고, 잎을 떼어주고, 관찰한다. ‘어떻게 이 많은 식물을 관장할 수 있을까?’ 그게 나의 가장 큰 물음이었다. 그러나 그는 관장하기보다 어우름을 택했다. 식물에 아주 스며들어 사는 것이었다.


이렇게 많은 식물을 집에서 본 건 처음이에요. 식물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언제부터 이렇게 우후죽순으로 늘어났지? 왜 이렇게 됐지? 3년 반 전에 《타샤 튜더, 나의 정원》이라는 책을 봤는데 아름다운 정원에 완전 꽂힌 거예요. 그때부터 식물을 사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수선화 구군과 튤립 구군으로 시작했죠. 구군을 키우다 보니 너무 매력 있고 재미있어서 그때부터 다른 식물에도 관심이 가더라고요. 음, 두 번째 이유는 할아버지의 영향도 있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는데, 할아버지가 식물을 엄청 잘 키우셨거든요. 동네에서 화분이 제일 많은 집이 저희 집이었어요. 아직도 그때 키운 식물들이 기억나요. 수국, 무화과, 금귤, 토마토, 매해 심는 것은 나팔꽃, 봉숭아, 샐비어가 있었어요. 그걸 잊고 지냈는데 키우다 보니 생각나더라고요. 식물 DNA 같은 걸 물려받았나 봐요.(웃음) 지금은 할아버지보다 더 많은 식물을 키우죠.


요즘 말로 정갈로라고 부르더라고요. 이런 신조어가 생긴 만큼 식물과 친밀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이가 많아진 것 같은데요, 이러한 현상도 유행이라 볼 수 있을까요? 이제는 편의점에서 가든 키트를 판다고 하네요.
그러게요. 사람들이 식물을 많이 사더라고요. 유행하는 식물종도 있고요. 저는 어릴 때부터 유행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는데, 지금 유행을 따르는 사람이 되어버려서 좀 당황스럽고 어색해요.(웃음) 그런데 아마 이 상황은 코로나19의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요? 답답하고 울적하니까 더 반려식물을 찾는 게 아닌가 싶어요. 식물들이 생장하면서 보여주는 변화들이 있잖아요. 하루아침에 바뀌는 건 아니지만 서서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일종의 위로를 얻는 것 같거든요. 환기도 되고요.



튤립이 화분에서 자라고 있더라고요. 엄청 신기하다고 여겼는데, 생각해보니 저는 늘 꽃집에서 정리된 튤립을 봐온 거예요. 작가님도 저처럼 식물에 대해 무지한 시절도 있었겠죠? 그때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그 질문이 좀 어렵더라고요. ‘내가 뭐가 변했지?’ 생각해봤는데 이미 변화해버렸으니까 그 전과 비교가 안 되는 거예요. 식물이 없었던 기억이 없는 느낌? 그래도 좀 더 생각해봤어요. 요즘 ‘스며들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는 ‘식며들었다’고 해야 하나요? 식물 때문에 계절의 변화를 제대로 느끼고 있어요. 예를 들어 베란다 최저기온이 10℃ 밑으로 내려간다 하면 열대식물은 다 거실로 불러와야 하고, 또 그때쯤이면 튤립 구군도 사야 하죠. 이런 일이 계속 있으니까 계절을 지켜보게 되는 거예요. 또 예전에는 봄이 오면 ‘아, 트렌치코트 긴 건 못 입겠네’ 정도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매화가 필 때가 됐구나, 산수유도 피었겠네, 2주만 지나면 벚꽃도 피겠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요. 계절과 식물의 연결된 변화를 본능적으로 깨닫게 된다고 할까요?


식며들 정도로 식물이 좋은 이유는 뭐예요? 고유의 아름다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아름답다는 말은 자주 하지만 글쎄요, 진짜 고유한 아름다움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식물에겐 적응해서 자라는 지점이 있어요. 얼마 전엔 파파야꽃이 피었거든요. 그런데 걔네들이 꽃이 필 때가 아닌데 핀 거예요. 여기에 적응을 한 탓이겠죠. 그 과정에서 오는 경이로움이 있어요. 뭐랄까, 마음이 터치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여러 가지 감정의 레이어가 있어서 언어화하기 어렵지만, 굳이 풀자면 처음에 놀라고 기쁘고 신기하면서 당황스럽기도 하고요. 그런 다양한 면이 식물이 저한테 보여주는 아름다운 면모가 아닌가 해요.



전혀 몰랐는데 식물도 비싼 건 엄청 비싸더라고요. 작가님 정원을 봤을 때 막연히 돈 많이 들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글쎄요, 확인을 한 건 아니지만 많이 들지 않을까요?(웃음) 그래도 다른 분들보다는 덜 든 것 같아요. 지금은 많이 커서 비싼 값이 된 것도 있지만, 대부분 작은 모종부터 시작한 거라서 개당 2500~3000원 했으려나요? 저는 화장품 같은 건 안 사도 화분은 샀어요. 그런데 이제는 둘 데가 없으니 식물을 더 모으지 않으면서 돈을 더 안 쓰게 됐죠. 대신 텃밭을 산 게 문제지만요.(웃음)


너무 많은 식물이 작가님을 힘들게 하진 않나요?

처음 식덕이 됐을 땐 힘든지도 모르고 식물을 돌보곤 했죠. 너무 예쁜 게 많으니까 용돈만 생기면 식물을 더 들여왔고요. 남편이 그만 좀 사라고 하면 안 샀다고 거짓말하고 그랬어요.(웃음) 생각해보면 그때는 버겁다기보다 확실히 즐거웠어요. 요새는 익숙해진 것도 있고요. 사실 제가 식물을 애지중지 키우는 타입은 아니에요. 잎 끝이 조금 탔다고 하면 “어유, 미안합니다” 하고 그제야 분무하는 식이죠. 이 일도 오래 하다 보니 루틴이 되더라고요. 하루에 못 해도 2시간 정도 식물을 돌봐요. 아침에 1시간, 저녁에 30분~1시간 정도요. 분갈이하는 시즌엔 종일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요.


만약 작가님처럼 식물을 잘 키우기도 하고 관리할 시간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식물을 추천해주고 싶나요?
제가 딱 그런 건 아니지만, 만약 시간도 많고 실력을 갖춘 분이라면요, 실내에선 칼라디움을 키우길 추천해요. 잎이 화려하고 큼직한데, 예쁜 만큼 키우기 어려운 종이에요.(웃음) 만약 야외에서 키울 식물을 찾고 있다면, 영국 장미인 데이비드 오스틴 장미를 권해요. 관리하기 굉장히 어려운 식물이거든요. 일단 일이 참 많아요. 병충해도 많아서 유심히 살펴봐야 하고, 때마다 알맞은 비료를 줘야 하고, 전지(식물 가지를 자르는 일)도 잘해줘야 하지요. 저는 총 12종의 영국 장미를 베란다에서 키웠는데, 응애와 흰가루병이라는 병충해가 극심해서 결국 모두 초록별로 보낸 비극적인 사건이 있어요. 정말 식물에 자신 있고 시간이 많은 분이라면 꼭 야외에서 길러보기를 추천해요.

반려식물의 수를 늘리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식물을 많이 키운 경험자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식물을 키우는 경험은 결국 본인의 감정과 식물력으로 쌓이는 것이라 생각해요. 키우다 보면 식물들이 어떤 환경을 좋아하는지, 물은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대략적으로 감을 잡을 수 있게 돼요. 그 감을 느긋하게 알아가면서 식물 생활을 즐기면 좋겠어요. 아, 그리고 한 가지 말씀드릴 게 있다면, 가장 기본적인 건데 잘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말씀드려요. 새 식물을 키우게 됐다면 식물 정보에 대해 검색 정도는 해봤으면 좋겠어요. 그 검색 한 번이 식물을 오래 가꿀 수 있게 하거든요.


이 많은 식물을 키우면서 아파트라는 환경의 한계를 느낄 땐 없나요?
겨울에 보일러를 틀잖아요. 그럼 바닥이 뜨끈해지니까 식물들에게 미묘하게 영향을 주거든요. 그래서 잘안 보는 책들을 화분 받침으로 사용하게 됐어요. 또 이건 아파트의 한계보다 특정 공간의 한계인데, 겨울엔 열대식물을 다 안으로 들여오거든요. 그럼 거실이 식물로 가득 차는 거예요. 말 그대로 식물에 둘러싸인 기분?


식물을 위한 환경 때문에 이 집에서 포기한 것이 있다면요?
식물은 낮과 밤의 생활이 아주 분명한 친구들이에요. 그 부분을 꼭 염두에 둬야 하죠. 제가 밤에 일어났다고 해서 불을 켜놓으면 안 되거든요. 그 친구들은 자야 하니까요. 식물등을 켜는 시간을 딱 맞추진 않지만 되도록 오전 6~7시에 켜주고, 늦어도 오후 6시엔 다시 꺼줘요. 다행히 제가 일찍 자는 편이어서 불편하진 않아요. 오히려 남편이 불편하죠. 남편은 올빼미형이어서 새벽 4시에 작업실에서 돌아오거든요. 근데 식물 때문에 불을 다 꺼놓고 있으니까 어둠 속에서 잘 준비를 해야 하는 거죠.(웃음)


저는 계속 도심에서 살아왔고, 살던 집은 항상 빛이 어스름하게 들어오는 곳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식물을 키우는 게 사치처럼 느껴졌고, 식물과 가까워질 수 있는 삶은 따로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마 저와 같은 사람이 많을 것 같은데요, 이런 이에게 작가님이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되게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론 말해주고 싶은 것이 있어요. 찾아보면 어두운 곳에서도 키울 수 있는 식물이 있거든요. 물론 자기 취향이랑 안 맞을 수도 있죠. 식물을 완제품으로 보면 그럴 수 있는데, 제가 아까 식물들은 변화한다고 했잖아요. 그 과정을 지켜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거든요. 정말 반려식물을 키우고 싶은 생각이 있으면 환경에 맞는 식물을 찾으면 되는 거예요. 정 안 되면 테라리엄을, 또 그것도 어렵다 싶으면 꽃 시장에서 절화를 사 와도 되고요. 방법은 많아요.


카렐 차페크 Karel Čapek라는 작가가 이렇게 말했어요. “안간은 손바닥만 한 정원이라도 가져야 한다. 우리가 무엇을 딛고 있는지 알기 위해선 작은 화단 하나는 가꾸며 살아야 한다.” 우리는 왜 작은 화단이라도 필요한 걸까요?
이 질문이 너무 심오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저는 그냥 좋아서 키웠을 뿐인데.(웃음) 그래도 대답을 해야 하니까 깊이 생각해봤는데요, 정원이라는 건 자기 자신인 것 같아요. 정원을 가꾸다 보면 자신을 돌보게 되거든요.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식물을 보고 느끼는 감정은 폭발적이고 밖으로 분출되는 게 아니라 굉장히 내재적인 것이거든요. 돌보는 과정에서 스스로가 거울처럼 비치는 거예요. 정원을 가꾸는 것 자체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말을 안 하고 집중하다 보면 정원뿐만 아니라 나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카렐 차페크는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닐까 싶어요. 물론 저만의 해석이고요. 그런데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오히려 정원을 가꾸지 않는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정말로 좋아서 키운 게 전부이거든요.


책상 주변이 유독 식물로 둘러싸여 있더라고요. 그게 창작하는 데 도움이 되나요?
전혀 안 되죠.(웃음) 오히려 불편해요. 저기 책상 앞에 들어가려면 아주 조심해서 가야 해요. 흙도 막 떨어져 있으면 치워줘야 하고요. 장점이 있다면 예쁘다는 것? 아, 이번에 식물 만화를 시작하게 되면 도움이 됐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러나 소재는 될 수 있지만 과정에서 도움이 되진 않아요.(웃음)


식물이 주제인 책이 참 많죠. 저는 최근에 드디어 《랩걸》을 다 읽었고요, 《리네아의 이야기》 시리즈도 재밌게 봤어요. 작가님이 추천하는 책이 있나요?
《식물의 책》은 아직 식물을 키우지 않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이 작가분은 식물 세밀화를 그리는데 학자이기도 해요. 우리가 모르는 식물 이야기를 조곤조곤 잘 알려주지요. 도판이 아름다워서 보는 재미도 있고요. 또 하나는 제가 식물에 입덕하게 된 《타샤 튜더, 나의 정원》. 이분은 정말 넘사벽이에요. 정원에 모든 계절을 관통하는 아름다움이 있어요. 사진들도 너무 좋고요.


좋아하는 작가의 정원도 있나요? 제인 오스틴, 애거서 크리스티, 버지니아 울프, 모네 등 다양한 작가의 정원이 있지요.
다 너무 좋은데요, 저는 제 정원이 가장 좋아요.(웃음) 제 정원은 제가 잘 알잖아요. 그리 크지 않은 정원이지만,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제 정원을 말할 것 같아요. 3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혼자 직접 가꾸고 했으니 좀 모자르거나 아쉬운 점이 있어도 그 어떤 정원과 바꾸진 못할 거예요.


그럼 식물이 집의 주인인 듯한 이 주객전도의 삶, 앞으로도 계속될까요?
네, 그럴 것 같아요. 이제는 더 이상 식물 없는 삶은 생각할 수도 없고 상상도 안 돼요. 만약 다른 아파트로 이사를 간다고 하면 베란다가 있는지 꼭 확인하게 되겠죠? 아니면 경제적 조건이 허락한다면 전원주택에 가고요. 항상 의미 없는 일이지만 제가 나중에 베란다가 아닌 야외 정원이 생기면 키울 목록들이 있어요. 아이폰 메모장에. 그런 식으로 나중의 집을 계속 고려하지 않을까 싶어요.








Conditions

지역 인천시 부평구
구조 아파트
면적  106.05㎡(32평)
매매 4억8500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