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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쓰가 싫어서 밥 안 해 먹는다고요?

Not Cooking Because of Food Waste?

음·쓰가 싫어서 밥 안 해 먹는다고요?

Editor.Hyein Lee Article / skill

음식물 쓰레기 때문에 집에서 밥을 안 해 먹는다면 이 글을 읽을 필요가 있다. 끝까지 읽고 나면 지금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무엇’을 찾을 것이다.  






음·쓰를 바라보는 마음의 5단계



자취 요리에 도전하는 우리의 마음은 미국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Elizabeth Kubler Ross가 정리한 ‘죽음을 받아들이는 5단계’ 이론에 근거해 설명할 수 있다.
먼저, “아니야, 그럴 리 없어”라는 ‘부정’의 단계. 처음 자취 요리에 도전할 때 우리 머릿속에는 근사한 이미지가 떠다닌다. 친구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소박하고도 깔끔한 한 접시 요리, 은은한 색깔의 리넨 행주와 조리 도구가 무심히 놓인 부엌 사진 등 어디선가 본 이미지들. 반면 현실은 처참하다. 코딱지만 한 부엌은 폭탄이 투하된 형국이고, 온갖 난동을 벌이면서 겨우 만들어낸 한 접시의 생김새는 인스타그램에 올리기엔 초라하다. 재료비는 밖에서 사 먹는 밥값을 이미 초과했고, 무엇보다 남은 재료는 처치 곤란. 며칠 지나면 모두 쓰레기가 된다.
이렇듯 현실은 기대와 다르다. 두 번째 단계인 ‘분노’가 찾아오는 시점이다. “돈은 돈대로 들고, 힘도 힘대로 들고, 쓰레기는 쓰레기대로! 이럴 바엔 시켜 먹는 게 낫지!” 배신감에 부르르 떤다. 그렇게 밀키트 서비스와 배달 앱에 생활을 기댄다. ‘협상’의 단계다. “돈은 들지만, 이미 다른 일로도 충분히 피곤하니까.” 하루가 멀다 하고 대문 앞에 놓이는 신선 박스와 초인종을 누르는 배달 기사님을 맞이하다 보면 차차 깨닫는다. 아, 시켜 먹어도 음식 쓰레기는 나오는구나. 배달 음식은 늘 1인분을 훨씬 초과하고, 남은 걸 냉장고에 보관하면 신기할 정도로 식욕이 떨어지는 비주얼을 띠기 때문에 음식 쓰레기 문제는 여전하다.
이제 네 번째 ‘우울’ 단계로 향해 간다. 해 먹어도 시켜 먹어도 사다 먹어도 음식 쓰레기가 나온다는 사실이 두렵다. 미끄덩거리는 개수대 거름망에 손댈 사람이, 며칠째 처박아둔 찌개 냄비를 결국 처리해야 할 사람이 바로 나라는 사실이 무섭다. 음·쓰는 외면하고 도망감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음·쓰는 인생을 살며 맞부딪쳐 해결해야 할 산이라는 것을 ‘수용’하는 단계가 찾아온다. 살림 내공 만렙의 어른이라면 음·쓰를 두고 ‘인생의 고비’라 이르는 표현이 우습게 들릴 수 있겠지만, 이제 막 홀로서기를 시작한 우리에겐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제다. 그렇지 않은가? 







버리기 전 심폐 소생 



치킨  : 그럴 일 없겠지만 만약 컨디션 저하로 치킨이 남았다면, 전자레인지가 아닌 프라이팬에 데워야 한다. 기름은 두르지 않고 뚜껑을 덮은 채 약한 불에서 약 2~3회가량 뒤집어주면 머금고 있던 기름이 슬며시 빠져나와 바삭한 모습을 되찾는다. 또 다른 방법은 에어프라이어를 이용하는 것. 살림은 장비발이라는 얘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180℃ 정도의 온도에서 5~6분 정도 데우면 갓 나온 치킨 맛을 느낄 수 있다. 

피자 : 피자 보관은 현명해야 한다. 귀찮다고 여러 조각을 겹쳐서 보관하면 힘주어 떼어내려다가 자신의 밑바닥을 확인할 수 있다. 피자 사이에 비닐봉지를 놓고 둘둘 말아서 지퍼백에 넣는 게 좋다. 냉동 피자를 먹을 땐 전자레인지에 물 한 컵과 함께 2분가량 데우면 촉촉한 상태로 다시 만날 수 있다.

떡볶이 : 떡볶이는 다음 날 먹는 것이 진짜라고 하지만, 막상 먹으려고 하면 어쩐지 머뭇거리게 된다. 흔히 하는 실수가 냉장 보관하는 것. 그렇게 되면 떡은 퍼지고 수분은 날아간다. 1인 자취러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먹을 만큼의 떡볶이를 덜어내고, 남은 음식은 소분해서 냉동 보관하는 것이다. 다시 먹을 땐 물을 좀 붓고 중약불에서 7분간 데워주면 끝. 위생과 맛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개수대를 미워하지 않기 위해 



자연 분해 거름망 : 지난날 온갖 인상을 쓰며 스테인리스 거름통을 털어 음식 쓰레기를 버렸다면 이 제품을 구입한 후부터는 비교적 평온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거름망을 그대로 묶어 종량제 봉투에 툭 넣으면 알아서 분해되는 신박한 제품. 1000개 넘는 배수 구멍이 있어 물 빠짐이 용이하고, 내열성도 갖추어 뜨거운 물에도 녹지 않는다.
자연품으로·10매 ·2700원


과탄산소다: 은근한 악취의 원인은 거름통의 찌든 때일 가능성이 크다. 이럴 때 거름통에 과탄산소다를 3분의 2가량 넣고 뜨거운 물을 천천히 부어주면 거품이 생기면서 찌든 때가 벗겨진다. 비위가 약해 거름통 청소를 두려워하는 이에게 추천할 만한 제품이다.
레인보우샵 과탄산소다 베이직·1kg·3200원

10원짜리 동전 : 살림꾼들 사이에선 이미 잘 알려졌지만 초보자라면 모를 수 있는 정보다. 사용하지 않는 스타킹에 10원짜리 동전 4~5개를 넣어 거름통에 매다는 것이다. 동전의 구리 성분이 세균의 활동을 억제해 음식 쓰레기의 부패와 냄새를 어느 정도 막아준다고. 동전 색깔이 검게 변하면 교환해야 한다.





보관과 처리에 아이디어를 더하면 



밀폐형 쓰레기통 : 누군가 “음식 쓰레기통까지 예뻐야 해?”라고 묻는다면 잘생긴 남편과 사는 이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심각하게 싸우다가도 얼굴을 보면 화가 저절로 풀린다고. 굳이 쓰레기통에 비교할 것까진 없지만 이왕 살림하는 것 보기에도 좋다면 없던 애정도 생기지 않을까. 락앤락 음식 쓰레기통은 이중 실리콘으로 결착되어 있어 냄새와 누수를 차단하고, 소용량이므로 그때그때 버릴 수 있도록 위생 습관을 도와준다.
락앤락 배수형 쓰레기통·1.5L·8900원


음식물 처리기 : 흔히 음식 쓰레기를 냉동실에 얼리면 세균 번식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한 과학교육학 박사의 말에 따르면 저온성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냉동실에서도 살아남고, 해동 과정에서 증식이 촉진된다고 한다. 음식물 처리기는 이 같은 문제를 차단할 수 있는 가장 편리한 도구다. 건조·분쇄·미생물 발효 등 다양한 방식이 있는 만큼 값도 천차만별인데, 건조 제품이 저렴한 편에 속한다. 루펜의 제품은 공기 순환 건조 방식으로 쓰레기양을 80%까지 줄일 수 있다. 설치도 까다롭지 않고 전력 소모도 적은 편. 
루펜 SLW-03·34만8000원





당신의 가능성



사실 여기까지 따라왔다면 어느 정도 살림을 잘해볼 마음이 있다는 뜻이다. 어쨌든 배불리 먹고 난 다음의 일을 책임지려고 하는 거니까. 하지만 모든 상황이 내 생각을 따라주진 않는다. 어쩌다 커피 찌꺼기를 음식 쓰레기통에 넣거나 음식물이 묻은 비닐을 모르는 척 그대로 일반 쓰레기에 버리기도 한다. 학창 시절엔 친구와 컵라면을 먹은 후 찌꺼기를 변기에 흘려보냈다. 우리는 잘못인 줄 알면서 상황에 떠밀려갈 때가 있다. 

그리고 그 끝엔 개수대에 남은 파 한 조각처럼 좀처럼 떼어지지 않는 찜찜함이 있다. 인생의 큰 사건도 아니면서 불현듯 떠오르는 양심의 순간들. 나는 한 명의 환경운동가보다 그 순간을 기억하는 열 명의 평범한 생활자가 지구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의 명확성보다 10%의 가능성을 믿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종종 우리 자신이 배워야 하는 것을 스스로에게 가르칩니다.” 제대로 걸으려면 어쩔 수 없이 많이 넘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