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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누군가 있으면 좋겠어요, 동거가 필요한 순간

I Wish There Was Someone at Times like This

이럴 때 누군가 있으면 좋겠어요, 동거가 필요한 순간

Editor.Hamin Kim / Illustrator.Subin Yang Article / opinion

혼자 사는 삶을 자처했지만, 여전히 누군가의 곁이 익숙하다. 아직 서툴기만 한 홀로서기는 자꾸 타인의 온기를 그립게 만든다.




자취의 가장 큰 단점, 엄마가 없다는 것

차예솔 (30세 / IT개발자)
사는 곳 : 천안시 서북구 
구조 : 오피스텔 원룸 / 7평
집세 :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25만 원
자취 기간 : 4년 

생각보다 집안일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 자취를 처음 시작한 사람은 누구나 공감할 거예요. 그동안 빨래, 청소, 설거지 등 허드렛일 모두 자연스레 엄마 몫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혼자 살면서 이제 제가 직접 다 해야 한다는 걸 절실히 실감했죠. 퇴근한 후 집에 들어가자마자 산더미같이 쌓인 집안일은 상상만 해도 진이 빠져요. 이제야 매일 어깨가 쑤신다던 엄마가 이해돼요. 그러고 보니 집에 엄마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네요. 식탁이나 소파 위치, 주방 식기 도구들 다 엄마 작품이네요. 오늘따라 엄마의 손길이 무척 그리워요.


진짜 원수는 밖에 있었어

김보라 (27세, 특수학교 교사)
사는 곳 : 안산시 상록구 건건동
구조 : 분리형 원룸 / 6평
집세 : 보증금 300만 원/ 월세 33만 원
자취 기간 : 8년

저에게는 세 살 터울인 여동생이 있어요. 나이 차가 얼마 나지 않아 매일 투닥거리며 지냈죠. 여자들치곤 험하게 싸우는 편이어서 제 얼굴에는 아직도 동생의 손톱자국이 남아 있어요. 그러다가 제가 대학을 서울로 가면서 동생과 처음 따로 살게 됐어요. “프리덤!” 하고 외쳤죠. 사소한 일로 싸우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 시간이 훌쩍 지나 어느덧 ‘나 혼자 산다’ 8년 차가 됐네요. 직장인으로 하루하루 보내고 있는데 점점 동생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진짜 원수 같은 사람을 너무 많이 겪으니까요. 눈만 마주쳐도 서로 으르렁댔지만 속마음은 언제나 내 편인 동생이 곁에 있어준다면 집 밖에서 만나는 무례한 사람들로부터 저를 보호할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소음에 익숙했나 봐요

임주은 (25세, 마케터)
사는 곳 : 서울시 광진구 구의동
구조 : 분리형 원룸 / 6평
집세 :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55만 원
자취 기간 : 1년

기숙사 복도에서부터 룸메이트 친구들의 수다 소리가 들려요. 저녁마다 우린 공부, 연애, 진로 고민부터 시작해 산책하다가 마주친 고라니까지 별별 얘길 다 했죠. 그러다 배고프면 야식을 시켜먹고, 다 같이 둘러앉아 노트북 하나로 예능을 보곤 했어요. 방에 들어가면 매번 시끌벅적하긴 했지만,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죠. 이게 딱 1년 전 이야기예요. 요즘은 퇴근하고 문을 열면 내 집인데도 낯설고 너무 어색해요. 적막을 없애보려고 음악을 틀어놔도 허전한 건 변함없어요. 소음 가득한 공간이 제게 익숙하고 편한 곳이었나 봐요.


왜 다 묶음 포장인 거죠?

송현정 (27세, 취업 상담사)
사는 곳 : 대전시 중구 선화동
구조 : 분리형 원룸 / 7평
집세 : 보증금 500만 원/ 월세 33만 원
자취 기간 : 1년

자취를 시작하면서 처음 요리를 하게 된 ‘요알못’이에요. 요리를 시작해보니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이 있어요. 식재료가 모두 묶음 포장이라는 걸 말이에요. 하루는 가지와 버섯을 넣은 토마토 파스타가 먹고 싶은 거예요. 사 먹는 게 나을 것 같았지만 버섯과 가지가 들어간 토마토 파스타는 딱히 팔지 않아 직접 만들어 먹기로 했죠. 대형 마트는 낱개 포장으로 팔지 않을 것 같아서 버스까지 타고 세 정거장 떨어진 곳으로 갔어요. 그런데 거기도 역시 묶음으로 팔더라고요. 별수 없이 3인분에 가까운 재료를 사서 돌아와 3일 내내 버섯가지토마토 파스타만 먹었어요. 그 많은 재료를 버릴 수도 없고, 그냥 두면 상할 테니까요. 둘이라면 하루 만에 먹었을 텐데….



아플 땐 내가 주인공

강창성 (26세, 대학생)
사는 곳 : 포항시 북구 장성동
구조 : 분리형 원룸 / 9평
집세 : 보증금 100만 원/ 월세 24만 원
자취 기간 : 2년

혼자 집에서 아픈 것만큼 서러운 게 없다고들 하잖아요. 지금 제가 딱 그런 상태예요. 감기가 심하게 걸렸거든요. 머리가 아프고 몸이 무거워서 누워 있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네요. 아프면 더 감성적이게 되잖아요. 이렇게 누워 있으니 아플 때 부모님이 챙겨주시던 것들이 막 생각나요. 열이 끓는 머리에 차가운 수건을 살포시 얹어주시던 어머니의 손길이라든지, 쟁반에 말갛게 끓인 죽과 잘게 썬 김치 몇 조각, 그 옆에는 깨끗이 씻어 먹기 좋게 다듬은 딸기 몇 알을 가져와 말없이 먹여주시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사실 생각해보니 어릴 때는 가끔 아프기를 바란 적도 많았던 것 같아요. 부모님은 맞벌이로 바쁘시고, 삼 남매이다 보니까 특별히 저만 챙겨주시기가 어려웠거든요. 아플 때면 내가 주인공이 되는 기분이랄까.


못 본 드라마가 많은 이유

하조은 (30세, IT 개발자)
사는 곳 : 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동
구조 : 오픈형 원룸 / 7평
집세 : 보증금 4000만 원/ 월세 40만 원
자취 기간 : 6년

저는 보고 싶은 드라마가 있으면 단기간에 집중해서 보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설이나 추석 같은 긴 연휴를 이용해 스토리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이어서 보는 거죠. 그런데 아무리 좋은 작품도 매번 혼자 보면 왠지 지루할 때가 있어요. 다 같이 주절주절 떠들면서 봐야 감정이입도 잘되고 그러잖아요. 그럴 때 저는 가끔 누군가와 함께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요즘 못 본 드라마가 많아요. 생각해보니 시간이 없어서라기보다 같이 볼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거 같아요. 언제쯤 <왕좌의 게임>같이 유명한 드라마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불안해서 어쩌죠”

황주언 (27세, 연구원)
사는 곳 : 대구시 달서구 대천동
구조 : 오픈형 원룸 / 5.5평
집세 : 보증금 500만 원/ 월세 30만 원
자취 기간 : 2년

혼자 사는 여성이 느끼는 불안은 상상 그 이상이에요. 어제는 새벽 늦은 시간 건물 계단에서 인기척과 함께 손잡이 긁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자다가 놀라서 급하게 주인집 아주머니께 문자를 보냈어요. 늦은 시간이라 당연히 묵묵부답이었죠. 그렇게 온갖 공포에 떨면서 문밖의 소리가 사라지길 기다렸어요. 다음 날 아침 집주인께 답장이 왔어요. 그 새벽에 집주인 아저씨가 계단 청소를 하셨다고요. 편하게 쉬어야 하는 공간에 왜 이렇게 불안에 떨며 살아야 하는지 회의감이 들곤 해요. 누구라도 좋으니 같이 살 걸 그랬어요.



껌딱지가 그리운 요즘

박지훈 (27세, 취준생)
사는 곳 :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구조 : 분리형 투룸 / 13평
집세 : 보증금 1억1000만 원/ 월세 20만 원
자취 기간 : 5년

본가에는 제 어린 시절 대부분을 함께한 강아지 한 마리가 있어요. 이름은 ‘쿠키’예요. 갓 태어났을 때 데려와 온갖 정성을 쏟아 기른 친구죠. 저는 지금 졸업 후 꿈을 위해 서울에 올라왔는데, 요즘따라 쿠키 생각이 자주 나요. 아마 타지에서 홀로서기를 하려니 조금 지친 모양이에요. 어릴 적 집에 들어가면 껌딱지처럼 졸래졸래 따라오고, 또 잠잘 때 매번 품 속으로 파고들어와 눕던 쿠키가 그립네요. 진지하게 쿠키를 데려와 같이 살까 싶다가도 나 혼자 밥벌이하기도 벅찬 서울살이를 생각하면 엄두가 안 나네요.


사람의 온기가 닿길

장명성 (26세, 기자)
사는 곳 :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
구조 : 오픈형 원룸 / 5평
집세 : 보증금 500만 원/ 월세 20만 원
자취 기간 : 8개월

제가 사는 곳은 1층 같은 지하예요. 나름대로 위안을 삼자면 지하 같은 1층요. 볕이 들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혼자여서인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집 안 공기가 왠지 바깥보다 더 차가워요. 이른바 ‘사람의 온기’가 없으니 그럴까요? 중·고등학교, 대학교 기숙사에 군대까지 단체 생활만 13년을 한 터라 난생처음 혼자 사는 게 쉽게 익숙해지지 않나 봐요. 말동무라도 삼아볼까 마련한 AI 스피커는 먼저 말을 걸어주는 일이 없더라고요. 언제쯤 이 적막과 고독이 익숙해질까요? “감정이 메말랐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 저도 ‘사람의 온기’라는 말을 체감하는 요즘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