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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동네에 사냐면요

The Reason Why I Live in This Neighborhood

왜 이 동네에 사냐면요

Editor.Hamin Kim / Illustrator.Jiin Chung Article / opinion

살아보니 이제야 할 수 있는 우리 동네 품평. 그리고 훗날 살고 싶은 로망의 동네. 




“섬주민의 특권”

진혜은(27세, 홍보매니저, 잡화점 사장)
사는 곳: 부산시 영도구 신선동
구조: 3층 땅콩주택 / 30평
집세: 반전세 / 월세 30만 원
자취해본 동네: 경북 포항시 남구
살아보고 싶은 동네: 부산시 영도구 신선동

부산 영도에서 신혼살이를 시작한 지 7개월 됐어요. 투박하면서 매력적인 섬 생활에 정 붙이고 사는 이유는 집에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 바다 산책로가 있다는 점 때문이에요. 바다 산책로는 주로 손님이 놀러 오거나, 남편과 산책하고 싶을 때 가는 곳이에요. 산책로 근방에는 담백하면서 매력이 짙은 ‘손목서가’라는 서점이 있는데, 2층 창문 한쪽에 앉아 바라보는 풍경은 여느 예술 작품보다 근사해요. 반짝이는 바다 위에 떠다니는 선박들을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죠. 그러나 딱 하나 아쉬운 점, 약 90%가 오르막길이라는 사실. 덕분에 매일 하체가 튼튼해지는 것 같아요. 


“집에 누워만 있음 뭐해요”

임지혁(27세, 초등학교 교사)
사는 곳: 전남 목포시 상동
구조: 오피스텔 원룸 / 12평
집세: 전세 5000만 원
자취해본 동네: 없음
살아보고 싶은 동네: 전남 무안군 상향읍

워라밸이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른 지금, 퇴근 후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가 중요한 이슈가 되었어요. 근사한 식당에서 연인과 데이트를 하거나, 침대에 누워 넷플릭스를 보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그중 운동은 가장 건강하게 시간을 보내는 일이죠. 저는 요즘 집 근처 크로스핏에 다니고 있어요.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폭식으로 풀 때마다 저를 안심시키는 건 걸어서 3분이면 도착하는 체육관이 있다는 거예요. 물론 가는 날보다 안 가는 날이 더 많지만요. 그렇다고 운동 시설이 하나만 있다고 만족하진 않아요. 추레한 몰골로 운동하러 가다가 지인과 마주치기라도 하면 언제든 관두고 옮길 수 있는 헬스장이나 필라테스가 많으면 더욱 좋겠죠. 그런 의미에서 목포 근교 남악 신도시가 ‘헬세권’으로 제격이에요. 수영, 탁구, 테니스 등 다양한 운동을 할 수 있는 다목적 체육 시설이 있거든요.


“형편에 맞게 시작해야죠”

김진우(27세, 재무설계사 & 대학원생)
사는 곳: 서울시 관악구 신사동
구조: 오픈형 원룸 / 8평
집세: 보증금 300만 원 / 월세 37만 원
자취해본 동네: 없음
살아보고 싶은 동네: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저는 서울에서 가장 값싼 매물이 많은 신림동에 살고 있어요. 졸업과 동시에 비상금 500만 원을 가지고 서울에 올라와 방을 알아봤죠. 두 달 치 월세와 생활비를 제외하면 보증금 300만 원대 집을 찾아야 했어요. 물론 저도 출근 시간에 여유롭게 걸어서 지하철 타고, 퇴근 후 한적한 공원을 산책하고 싶죠. 하지만 지금은 조건에 맞춰 살아야 해요.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제가 산책을 좋아해 종종 동네를 돌아다니는데, 네온사인과 자동차 경적 소리 때문에 걷기에 집중할 수가 없어요. 사방에 높게 뻗은 건물들에 꽉 막혀 밤하늘의 별을 볼 수도 없죠. 언젠간 뻥 뚫린 경치를 보며 동네를 걸어 다닐 날이 오겠죠? 한강을 옆에 두고 거닐며, 서울숲 공원에 누워 풀 내음이나 꽃향기를 맡을 수 있는 성수동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고요.


“안 풀린다 싶으면 카페로”

이영건(31세, 프리랜서)

사는 곳: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구조: 분리형 투룸 / 11평
집세: 보증금 4000만 원 / 월세 50만 원
자취해본 동네: 서울시 관악구 낙성대동
살아보고 싶은 동네: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망원동의 가장 큰 매력을 꼽자면 골목마다 아기자기한 카페가 많다는 거예요. 사실 인스타로 유명한 맛집이 집 근처에 많다는 게 무조건 좋지만은 않아요. 오히려 밥 먹을 시간에 사람들이 북적거려 시끄럽죠. 저는 프리랜서라 집에서 작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분 전환으로 작업실을 옮기는 게 능률 향상엔 좋아요. 뭔가 잘 안 풀린다 싶을 땐 동네 카페 거리를 탐방하죠. 나만의 개인 사무실을 여러 개 갖춘 느낌이 들어요. 또 망원동 카페들은 프랜차이즈와 달리 개성이 강하고 각각의 시그너처 음료도 다양해요. 매일 다른 공간에서 색다른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죠. 기회가 된다면 과거와 현재가 버무려진 삼청동에서 살아보고 싶어요. 공간에 따라 아이디어의 결이 달라지곤 하는데, 세월이 깃든 전통에서 얻을 수 있는 영감이 꽤 많거든요.


“참을 수 없는 빵의 유혹”

김다엘(28세, 문화·예술계 종사자)

사는 곳: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
구조: 오픈형 원룸 / 9평
집세: 보증금 500만 원 / 월세 65만 원
자취해본 동네: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
살아보고 싶은 동네: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

연희동의 장점이자 단점은 맛있는 빵집이 너무 많다는 거예요. 저는 천생 빵순이라 출근길에 빵 굽는 냄새를 맡으면 절대 그냥 지나치지 못해요. 퇴근길에는 그냥 지나가리라 다짐을 해봐도 정신을 차려보면 빵 구경하고 있을 정도예요. 단골 빵집이 하나 있는데, 너무 자주 가서 사장님이 새로 꺼낸(산?) 바지를 알아본 적도 있어요. 저의 최애빵은 바게트, 치아바타, 앤티크, 크레존이에요. SNS 후기를 보면 이 빵집의 시그너처 메뉴가 소개되는데, 저한테는 ‘막 구워 나온 빵’이 가장 맛있어요. 좀 자제할 필요가 있어서 한동안 안 갔는데, 며칠 전 우연히 길에서 빵집 사장님과 마주쳤어요. 그러더니 “참새가 방앗간 못 지나가듯이···” 하고 가시는 거예요. 처음엔 그게 저를 보고 한 말인지 몰랐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들을 사람이 저뿐이더라고요.


“북적이는 게 낫더라고요”

김도연(27세, 회사원)

사는 곳: 울산시 남구 무거동
구조: 분리형 원룸 / 7평
집세: 보증금 2000만 원 / 월세 20만 원
자취해본 동네: 울산시 중구 성안동
살아보고 싶은 동네: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아무 연고도 없는 울산에서 첫 홀로서기를 했는데, 너무 외로웠어요. 출퇴근 시간을 줄이자는 생각 하나로 무작정 회사 근처에 집을 구했거든요. 막상 살아보니 올리브영, 다이소, 아트박스 등 구경할 곳도 전혀 없고, 버스도 8시면 끊겨서 홀로 고립된 것 같았어요. 안 되겠다 싶어서 1년 계약 기간이 끝날 즈음 사람 많은 곳으로 이사 가리라 결심했죠. 지금 제가 살고 있는 동네 집 앞에는 무거천이라는 하천이 흘러요. 천을 따라 조금 걷다 보면 대학가가 있어서 사람들이 북적이는 거리가 나와요. 친구들 만나 갈 데도 많고, 혼자 돌아다녀도 구경할 가게가 넘치죠. 특히 봄이 되면 무거천을 따라 벚꽃이 활짝 피는데, 그 풍경이 이곳에 자랑이기도 해요. 가끔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와 시끄럽기도 하지만, 하늘에 흩날리는 벚꽃을 보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적막한 곳에서 탈출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책방 하나만 있으면 좋겠어요”

박윤아(28세, 회사원)

사는 곳: 서울시 동대문구 답십리동
구조: 분리형 투룸 / 10평
집세: 보증금 2000만 원 / 월세 40만 원
자취해본 동네: 서울시 동대문구 답십리동
살아보고 싶은 동네: 서울시 종로구 종로동

저는 꿈이 책방 사장님일 정도로 책 읽는 걸 좋아해요. 소설, 에세이, 잡지 등 장르 불문하고 읽는 걸 좋아하지요. 종이 냄새 가득한 책방에 앉아 사지도 않을 책을 그 자리에서 다 읽는 게 제 취미이기도 해요. 하지만 아쉽게도 집 근처에 서점이 없어서 책을 보려면 가장 가까운 광화문 교보문고에 버스 타고 가야 해요. 국내 최대 서점으로 불리는 광화문 교보문고는 도서관에서 빌릴 수 없는 책이 있을 정도로 책이 많아요. 편히 책 읽을 수 있는 테이블도 잘 정리돼 있고요. 요즘엔 겨우 주말에 짬을 내서 교보문고에 다녀오는데, 집 근처 가까운 곳에 서점이 있으면 정말 좋겠어요. 독립 서점이라도 상관없고요. 제가 사장님을 부자로 만들어드릴 텐데 말이에요.


“최저 시급과 맞바꾼 치안”

주영은(24세, 인턴생)

사는 곳: 서울시 마포구 노고산동
구조: 오픈형 원룸 / 10평
집세: 보증금 30만 원 / 월세 60만 원
자취해본 동네: 없음
살아보고 싶은 동네: 서울시 송파구 석촌동

얼마 전 저는 4개월 인턴 근무를 하려고 서울에 올라왔어요. 첫 자취 생활이다 보니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는데, 그중 가장 큰 걱정거리는 치안 문제였어요. 여자 혼자 살 집인데 대충 보면 되겠냐며 엄마는 4시간 버스를 타고 올라오셔서 집을 알아봐주셨죠. 처음엔 겨우 최저 시급에 준하는 월급을 받으면서 높은 월세를 내는 게 부담스러워 저렴한 집 위주로 둘러봤어요. 학생들로 북적이는 신촌이지만 싼 집은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 위치해 있어 괜히 무섭더라고요. 최근 뉴스에 나오는 범죄 소식들과 오버랩되면서요. 결국 큰 대로변에 위치하고 삼중 보안 시스템을 갖춘 집을 선택했어요. 월세를 내고 나면 남는 돈이 별로 없긴 하지만, 그래도 안전과 맞바꾼 월급이라고 생각해요.


“동네 따질 처지가 아니라···”

박시현(27세, 대학원생)

사는 곳: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구조: 분리형 투룸 / 14평
집세: 보증금 없음 / 월세 없음
자취해본 동네: 서울시 마포구 아현동
살아보고 싶은 동네: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저는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했던 고모 집에 살고 있어요. 당시 졸업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레 취업이 돼 부랴부랴 집을 알아봐야 했죠. 처음엔 회사 근처에 몸 뉘일 곳 하나만 있으면 되겠다는 생각에 고시원을 알아봤어요. 역세권, 숲세권 같은 건 생각해볼 겨를도 없었죠. 엄마는 서울살이가 처음인 딸이 괜스레 불안했는지, 연락도 자주 하지 않던 서울 고모에게 부탁했어요. 고모는 딸이 혼자 지내는 곳이 있으니, 거기서 같이 살아도 된다고 하셨죠. 물론 꽁짜로요. 그런데 이게 웬걸, 그 집이 회사에서 버스로 10분 거리밖에 안 걸리는 거예요. 이런 운수 대통이 있을 수 있나! 그렇게 피가 조금 섞였다는 이유로 3년을 비싼 홍대 근처에서 무일푼으로 살았어요. 하지만 언제까지 신세만 지고 살 수 없으니 서서히 독립을 하려고요. 망원동이 지금 사는 동네랑 멀지도 않아 익숙하기도 하고, 언제든 한강 뷰를 즐길 수 있으니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