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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어도, 오케이

No Matter What Happens

무슨 일이 있어도, 오케이

Editor.Hyemin Lee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36세 / 오송민, 이지훈

쇼핑몰 ‘원파운드’ 운영


Conditions

지역 서울시 용산구 후암동
구조 다세대빌라 스리룸
면적 82㎡ (25평)
보증금  3억2000만 원(전세)

 

Room History

송민

27세 호주 앨리스스프링스 셰어하우스, 월세 40만
29세 서울시 강북구 미아동 투룸,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45만 원
31세 서울시 강북구 수유동 투룸,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55만 원
34세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 아파트 16평,전세 2억3000만 원
36세 서울시 용산구 후암동 빌라 25평, 전세 3억2000만 원

 

지훈

26세 서울시 광진구 아차산로 4평 옥탑방, 보증금 500만 원, 월세 30만 원
27세 서울시 강북구 미아동 투룸,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50만 원
28세 서울시 성북구 장위동 반지하 스리룸, 보증금 1500만 원, 월세 60만 원
30세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 오피스텔,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50만 원
34세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 아파트 16평, 전세 2억3000만 원
36세 서울시 용산구 후암동 빌라 25평, 전세 3억2000만 원

 

커플 룩 쇼핑몰 운영자의 계정을 이렇게 재미나게 염탐할 줄은 나도 몰랐다. 닉네임도 ‘오키부부’인 이들에겐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별일 아닌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고, 좋지 않은 상황은 대수롭지 않게 넘길 줄 아는 능력. 이를테면 부부가 운영하는 쇼룸에 수도가 터졌을 때도, 집에 직접 설치한 싱크대가 무너져 내렸을 때도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서로를 웃어버리게 만든다. 몇 달 전에는 두 사람이 새로 이사한 집을 보여주는 영상이 올라왔다. 주방 창문으로 쇼룸 건물이 바로 보였다. 집에서 사무실과 쇼룸까지 ‘1분 컷’이라며, 부엌 창문과 쇼룸 건물 옥상 사이에 집라인을 설치해 출근할 거라고 너스레를 떠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면서도 문득 궁금해졌다. 하루 종일 붙어서 일하는 부부에게 이런 유쾌함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일터와 1~2분이면 닿는 거리에 사는 부부에게 일과 생활의 경계는 어디쯤 있을까?



두 분은 고등학교 때 동네 친구로 만났죠?
(송민) 네, 고등학교 때 같은 지역에 살았어요.
(지훈) 정식 연인이 된 건 스물아홉 때였고요. 5년 연애하고 서른넷에 결혼했으니 지금 결혼 2주년 됐네요.

그러니까요. 이렇게 오래된 사이인데, 지훈 님 인스타그램(@onepoundboy)에서 자칭 ‘아내한테 관심 못 받으면 죽는 병’이라면서 보여주는 유머러스한 모습들을 보면 거의 연애 초기의 ‘사랑꾼들’ 같더라고요. 항상 그런 이벤트를 궁리하는 거예요?
(지훈) 다들 그 정도는 하지 않나요?(웃음) 사실 제가 막 골똘히 생각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그냥 습관 같은 거죠. 거창한 걸 하는 건 아니니까요.

근데 송민 님은 지훈 님의 그런 모습을 늘 봐왔을 텐데도 매번 놀라거나 약간 부끄러워하는 듯한 반응이더라고요.(웃음)
(송민) 사실 저는 지훈이의 그런 면을 좋아하고 저랑 잘 맞아서 결혼도 했어요. 근데 원래는 그 장난기가 더 심해요. 저한텐 익숙한 모습이지만, 처음 보는 분들은 그렇지 않으니까 제가 영상을 찍을 때 약간 싫은 내색을 하거나 자제시키려고 하죠. ‘많이 보시니까 거기까진 하지 말자~’ 그런 느낌으로요.(웃음)
(지훈) 근데 사실 제가 하는 표현이 크게 보여서 그렇지, 와이프도 자기 나름대로 표현을 또 하거든요.

송민 님의 표현 방식은 어떤 건가요?
(송민) 저는 편지를 자주 쓰는 편이에요. 긴 편지 말고, 메모지나 과자 봉지 같은 데다 짧은 쪽지 같은 걸 자주 써요.

그런 소소한 이벤트가 일상을 무뎌지지 않게 해주는 힘이 아닐까 싶어요.
(지훈) 맞는 말인 거 같아요. 매일 보는 부부 사이는 정말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뎌질 수 있거든요. 특히 저희는 둘이 같이 사업을 하다 보니까 아침부터 저녁까지 붙어 있잖아요. 그게 잘못하면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인데, 가끔이라도 이렇게 활기를 불어넣는 이벤트가 있으면 좋은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일하다 보면 부딪치는 경우도 많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송민) 지금은 저희가 서로의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아요. 그래서 부딪치는 일이 없는데 예전엔 정말 많이 싸웠죠. 딱 정답이 있지 않고 서로의 주관적인 의견을 내는 일들이기 때문에 더 부딪치는 것 같아요.
(지훈) 이렇게 되기까지 오래 걸렸어요. 이건 꼭 하고 싶은 말인데요, 연인이든 친구든 가족이든 부부든 함께 사업하는 분이 있다면 꼭 일을 나눠야 해요! 안 그러면 무조건 싸우게 돼 있습니다!(웃음) 저도 사실 코디나 디자인을 모르는 게 아니니까 자꾸 보이잖아요. 한마디씩 하면 그게 싸움이 되더라고요. 근데 이젠 전적으로 믿고 맡겨요. 그러니까 정말 싸울 일이 없어요.



집에서는 어떤가요? 이렇게 오래 합을 맞춰온 파트너지만 함께 산다는 건 또 다른 문제잖아요.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을 새로 발견하진 않나요?
(송민) 너무 많아서 사실 기억이 잘 안 나요. 하여튼 정말 너무나 달랐어요. 꽤 오랜 기간 만났는데도 같이 살면서 새로운 게 보이더라고요. 예를 들어 이불 취향부터 서로 너무 확고한 거예요. 지훈이가 자기는 침낭류의 그런 바스락거리는 게 좋다면서 침대에서 침낭을 놓고 들어가서 자겠다는 거예요.(웃음)
(지훈) 어? 사실 저는 다 잘 맞는다고 얘기하려고 했는데.(웃음) 그게 그렇게 충격이었구나.
(송민) 지금은 서로의 취향을 가능하면 존중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어요.

이 집이 두 번째 집이죠? 두 분의 첫 신혼집은 어땠나요?
(송민) 그때는 아파트에 한번 살아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새 아파트보다는 좀 작고 복도식 같은 유의 오래된 아파트를 우선으로 좀 찾아봤죠. 그러다 보게 된 것이 서부이촌동의 아파트였는데, 한강이랑 가깝더라고요. 저희가 둘 다 지방에서 올라와서 그런지 걸어서 한강을 갈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서 결정했죠. 거기서 2년 동안 살았어요.

새 아파트보다 오래된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는 뭐예요?
(지훈) 저도 예전에는 새로 지은 아파트 분양받아 살아보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몇 번 보러 다니다 보니까 새 집보다는 오래된 데가 우리한테 맞겠다 싶더라고요.
(송민) 물론 돈이 안 되기도 했고요.(웃음) 근데 새 아파트 가보면 싱크대니 뭐니 너무 다 최신식이잖아요. 이미 다 완성된 느낌이랄까요? 내가 더 이상 할 게 없는 거죠. 그게 좀 매력이 없더라고요.

지금 집도 오래된 빌라예요. 직접 두 분의 손길이 닿은 곳이 많은 것 같아요.
(송민) 네, 싱크대는 지훈이가 직접 만들어서 칠했어요. 식탁이나 이런 건 디자인해서 맞췄고요.
(지훈) 아, 싱크대를 만든 게 사실 와이프가 원하는 게 있다고 하길래 서프라이즈로 해주고 싶어서 시작한 건데, 뭐가 잘못됐는지 갑자기 다 무너져버려서···. 그래서 지금 상부장이 없어요.(웃음) 그리고 와이프가 저렇게만 해놓으면 자기가 손잡이 구해온다고 했는데 아직도 손잡이가 없어서 젓가락 끼워서 열어요. 아, 우리 끈이라도 달자, 노끈이라도.
(송민) 오, 좋은 아이디어인데?


역시 쿵작이 잘 맞네요.(웃음) 인스타그램 보니까 송민 님이 ‘줍는 것’을 잘하더라고요. 지금 이 집에도 오래된 소품이 눈에 좀 띄어요. 이렇게 예쁜 가구 잘 줍는 노하우라도 있나요?
(송민) 저는 심플한 것보다는 물건에 이야기가 있고 복작복작한 것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동묘시장에도 자주 가고요. 그리고 평소에도 전봇대 밑이나 골목 담벼락 같은 곳을 항상 눈여겨보면서 다녀요. 그래서 제 눈에 잘 띄는 것 같아요. 또 예전에 살던 아파트가 오래된 곳이어서 그런지 할머니들이 뭘 많이 내다 놓으셨어요. 아마도 자녀분들이 새 걸로 바꿔주시나 봐요. 그래서 정말 멋진 옛날 가구를 많이 주워왔죠.
(지훈) 작은 방 테이블이랑 의자는 그때 주워온 거예요. 이 거실 테이블 다리랑 식탁 벤치 의자도 순댓국밥집에서 쓰던 거 주워왔고요. 잘 주워요.(웃음)

회사를 후암동으로 옮긴 후에 집도 이쪽으로 이사 오게 된 거죠? 후암동의 어떤 점이 좋았나요?
(송민) 원래는 저희 회사가 강북구 미아동에 있었어요. 근데 제가 어느 날 후암동에 놀러 왔는데 동네 느낌이 참 좋더라고요. 여기는 고도 제한이 있어서 아파트가 없고 낮은 건물이 대부분이거든요. 그런 분위기가 안정감 있게 느껴졌어요. 서울 같지가 않고, 저희 예전에 살던 대전 동네랑 비슷한 느낌도 있고요.

보니까 예전 쇼룸이 있는 건물이 주방 창문에서 보이더라고요. 출근할 때 얼마나 걸려요?
(지훈) 한 1~2분?(웃음)

와, 이렇게 회사와 집이 가까우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요. 그전과 비교해 일상에서 체감하는 좋은 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지훈) 일단 가장 큰 건 차를 안 끌고 다녀도 된다는 거죠! 도시에서 차를 끌고 다닌다는 게 엄청난 스트레스거든요. 주차 공간 찾는 것도 늘 문제고요. 이젠 그냥 걸어서 출근하면 되니까 너무 좋아요. 두 번째는 기동력이죠. 아무래도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까, 혹시 회사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당장 가서 처리할 수 있어요. 큰 장점이자 변화죠.
(송민) 맞아요. 뭐든 빨리빨리 대처할 수 있다는 거. 그리고 좀 더 주인 의식 같은 게 생기는 거 같아요. 더 열심히 일하게 되고요.

근데 이렇게 가까우면 편리한 점도 있지만, 일과 생활의 경계가 없어져 힘든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지훈) 사실 집이 가깝지 않더라도 사업을 하다 보면 일과 자기 시간 사이의 경계가 없어지는 것 같아요. 저녁 먹고 또 일하고, 또 밤새우고. 사업을 키우려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해야 하는 시기가 있죠. 저희도 그렇게 몇 년을 했고요. 근데 이제는 저희도 점점 그 경계를 만들려고 노력 중인 단계인 것 같아요. ‘최대한 직원들과 똑같이 출근해서 똑같이 퇴근하자. 그 시간 이후로는 일을 하지 말자’ 이런 식으로 조금씩 원칙을 만들고 지키려고 노력하죠.
(송민) 일과 생활을 분리하는 것도 고민이지만, 그 일을 같이 하는 부부이다 보니 각자의 시간이 없는 것도 문제거든요. 그래서 요즘에는 일주일에 한 번은 무조건 각자의 시간을 갖기로 했어요. 지훈이는 직원들이랑 같이 춤을 배우러 다니고요. 저는 혼자 영화 보러 가거나, 책방에 가기도 해요. 주말에도 누군 쉬고 싶은데 누군 나가서 놀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는 각자 보내기도 하고요.

그렇게 시도한 게 언제부터예요?
(송민) 여기로 이사 온 뒤부터니까 한 6개월 됐네요.
(지훈) 일부러라도 쉴 필요가 있어요. 직장인만 워라밸이 필요한 게 아니라 사장도 필요하거든요.


근데 저도 이런 동네라면 빨리 퇴근해서 쉬고 싶을 것 같아요. 매일 오가는 출퇴근길에 가장 좋아하는 곳은 어디예요?
(송민) 집 바로 앞에 큰 나무가 있어요. 집을 나서면 그 나무를 보면서 기분 좋게 출근하죠.
(지훈) 저는 퇴근할 때 회사에서 집 방향으로 걸어오는 길이 좋더라고요. 건너편에 건물이 없고 나무들이 있거든요. 그게 여름에 엄청 상쾌해요.
(송민) 아, 퇴근길에 꼭 들르는 술집도 있죠. 집 바로 앞에 있는 이자카야인데, 정말 좋아해서 둘이 제철 식재료로 만든 안주에 한잔씩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하곤 해요. 거의 매일 가는 거 같은데요?

두 분의 닉네임이 ‘오키부부’잖아요. 송민 님이 쓴 에세이의 제목도 <오케이 라이프>고요. 그 키워드는 두 분에게 어떤 의미예요?
(지훈) 살다 보면 별의별 일이 다 있잖아요. 그럴 때마다 “오케이, 오케이!” 하면서 긍정적으로 이겨내려고 하는 편이거든요. 어떻게 보면 제일 간단한 이 말이 저에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팔에 ‘okayer’라고 타투까지 했어요.
(송민) 사실 같은 ‘오케이 라이프’지만 저희 둘이 생각하는 악센트가 좀 다른데요. 지훈이에겐 “오~케이!” 이런 파워 긍정의 느낌이라면, 저에겐 “음, 오케이” 이런 수더분한 느낌이거든요.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괜찮다, 좋다 하면서 좀 수더분하게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지훈) 그게 앞으로도 살아갈 때 늘 지니고 싶은 삶의 태도 같아요. 저희 브랜드의 기본 정신으로 삼고 있기도 하고요. 저희를 알고,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이런 에너지가 전달되었으면 좋겠어요.


Conditions

지역 서울시 용산구 후암동
구조 다세대빌라 스리룸
면적 82㎡ (25평)
보증금  3억2000만 원(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