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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마을의 텃밭

My town is my garden

우리와 마을의 텃밭

Editor. Chanyong Park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오린지 / 31세

팜프라 기획자


Conditions

지역 경남 남해군 상주면
구조 원룸(펜션의 방 중 하나)
면적  19.83m2(6평)
월세 30만 원

Room History

책을 만드는 오린지는 자기 자신의 작은 집도 만들고 싶었다. 마침 남해에 집 짓기 워크숍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집을 지어본 적도, 남해에 가본 적도, 가족과 떨어져 살아본 적도 없는 채 경상남도 남해까지 갔다. 누군가에게 불모지인 시골이 오린지에게는 기회의 땅이었다. 오린지는 집 짓기 워크숍을 하는 팜프라의 일원이 되어 자기 세계를 쌓기 시작했다. 집을 짓고, 지역을 소재로 책을 만들고, 틈틈이 다 같이 텃밭을 가꿨다. 여기까지 적어두면 한가로운 전원생활 같지만 현실은 늘 상상을 뛰어넘는다. 오린지와 친구들은 계속 일하고, 그 과정에서 뭔가를 만들어나간다. 오린지는 정원의 낭만 대신 현실의 텃밭과 시골 마을을 겪으며 느낀 점을 이야기했다. 그 현실이 상상 속 낭만보다 아름다웠다.


독립 출판을 하다 남해로 오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어렸을 적에 지리산 자락 남원 할머니 외갓집에서 살았어요. 할머니는 포도 농장을 하셨는데, 수확 철에는 가족이 다 모여 일을 하곤 했어요. 그런 기억이 좋아서 자연과 가까운 삶을 살고 싶었어요. 나 혼자서 꾸릴 수 있는 작은 공간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작은 집을 찾아봤고요. 2019년 5월 팜프라에서 작은 집을 짓는 워크숍을 한다는 걸 보고 처음 남해에 왔어요. 남해여서 왔다기보다는 집을 지을 수 있는 곳이어서 팜프라 코부기 워크숍을 하러 왔죠. 서울이나 경기도에서 계속 출판 활동을 하면서도 콘텐츠는 계속 로컬에서 만들고 싶었어요. 실제 남해에서 지내다 보니 여기에 더 가능성이 많다고 느껴요. 노인 인구가 많고 사람 하나하나마다 스토리가 너무 풍부하고 깊이가 있어요.


무슨 결정이든 내리고 나면 생각과 다른 일이 생기는데, ‘이건 생각과 다른데’ 싶은 일도 있나요?
어르신들의 삶을 존중하지만 종종 선을 넘는 때가 있어요. 일을 하는데, 할아버지들이 여성 멤버에게 커피를 타 오라고 한다거나. 이 동네에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따로 밥을 먹어요. 그래서 저희는 일부러 할아버지들 사이로 들어가서 밥을 먹거나, 남성 대표인 지황이 설거지를 해요. 집을 지을 때는 위험한 도구를 쓰곤 하는데, 그때 여성들도 막 다 하고요. 무거운 것도 들고. 그러니까 할아버지들이 ‘여자도 다 할 수 있구나’ 이렇게 생각하세요. 보여드리면 관념이 바뀌는 순간이 되게 즐거워요.

그럼 그 집은 멈춰 있나요? 만들고 있는 집은?
다 만든 집도 있고 수리해야 하는 집도 있어요. 그 집을 지으려고 땅을 새로 샀어요.

(옆에 있던 유지황이 거들었다. 유지황은 팜프라 대표다. 둘의 경험과 의견이 상당히 비슷해 자연스럽게 인터뷰에 참여하게 되었다.)

지황 토지 변경을 하고 나서 집을 올리려 대기 중이에요. 지금은 건축 설계를 하고 있는 중이고요. 설계사도 확정을 해놨고 건축 설계 나오면 같이 해야죠. 지금 짓는 게 일곱 채 있고 앞으로 두세 채쯤 더 지을 거예요. 경량 목조 주택이에요. 그래서 토지 변경을 하고 집을 올릴 때까지는 마을의 펜션에서 살고 있어요. 마을에서 편의를 봐주셨죠.

귀촌 프로젝트라고 하면 사람들이 낭만적 이미지를 생각하기도 하는데, 굉장히 현실적이네요.
지황 그동안 구르고 다니면서 전략을 세웠어요. 낭만을 가지려면 그 현실을 다 채워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팜프라가 거의 없어지기 직전까지 갔다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남해를 선택했어요. ‘행정이란 조직은 밑에서부터 들어가면 절대 안 되는구나’라는 걸 몇 번이나 겪었죠. 브랜드 인지도를 쌓고 저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사회적 가치가 뭔지를 정확하게 계속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도와 군과 마을과 지역의 사람들이 더 잘 지내나 싶기도 해요. 서로 주고받는 것을 명확하게 생각해보고 그에 맞춰서 프로젝트를 하니까요.

그럼 팜프라는 여기서 뭘 얻나요?
지황 낭만요.(웃음) 일단은 여기에 사는 것 자체가 이상적인 거잖아요. 그게 첫 번째고. 그다음이 돈을 어떻게 버느냐는 건데, 그 자체가 쉽지 않죠.



이 방에서의 생활은 어때요? 공동 주거는 잘 맞는 편이에요?
린지 방에서의 생활은 거의 잠자고 각자 휴식하는 시간인 것 같아요. 휴식도 혼자 충전하는 시간을 빼면 다 밖에 나가서 같이 놀아요. 여기 앞에서 불멍도 많이 때리고, 어른들이랑 삼겹살을 구워 먹기도 해요. 일이 아닌 일상의 시간도 마을 안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네요. 동시에 각자 개인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팜프라를 공동체라 생각하고 오시는데, 저희는 공동체가 아니라 기업이거든요. 규칙 안에서 서로 존중하기 때문에 큰 무리없이 지내요. 같이 생활하니까 설거지는 물론 각자 담당이 생기더라고요. 주방은 누가 담당하고, 거실은 누가 담당하고.

밥을 같이 먹는 것도 규칙의 일부인가요?
린지 그런 건 아닌데, 그게 가장 효율적이에요.
지황 생활비 측면에서 가성비가 좋고요. 저희는 가족 같은 기업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저는 가족 같긴 해요. 같이 먹으니까. 가족이 뭘까, 라고 했을 때 식탁을 공유하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퇴근은 확실하고, 개인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없도록 해요.

신기한 파트너십이네요. 도시 젊은이의 사고방식을 가진 동시에 어떤 면에서는 전통적인 공동체 모델에서의 효율성을 찾아내려 한 것 같아요.
린지 맞아요. 사무장님은 이장님 와이프예요. 50대 초반이지만 마을에서 제일 젊으신 편이어서 사무장 역할을 하세요. 사무장님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면 친구가 많이 없어요. 마을 주민들이 다 70대 이상이니까요. 저희가 자식 같지만 친구 같기도 할 것 같아요.

요즘 도시 사람들은 예쁘장하게 사는 것도 좋아하고 취향도 중요하게 여기곤 해요. 도시에 있는 예쁘장한 물건 같은 게 생각나거나 필요하기도 한가요?
지황 일단 요즘 트렌드가 플랜테리어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창밖 숲을 가리키며) 있으니까 그런 욕구는 없어요.
린지 새로운 것이나 문화에 대한 갈증이 있어요. 그때 도시로 가죠. 호캉스 가고, 카페 들르고, 전시 보러 다니고요. 콘텐츠가 있는 공간을 경험하고픈 마음도 커요. 특히 코로나 시국에, 저희는 여기서 마스크 안 쓰고 살았어요. (모두가 마스크를 끼는) 그런 걸 경험 못 했던 거예요. 여기는 가게가 없으니까, 가게들이 문을 닫고 있다는 것도 전혀 못 느끼고요. 일반 대중이 느끼는 삶의 변화를 저희는 못 느끼니까. 사람들이 뭘 필요로 하고 뭘 느끼는지 알기 위해 좀 더 도시로 가게 돼요. 물건은 인터넷으로 구입하면 그다음 날 (도시랑) 똑같이 배송이 와요.

지금 텃밭에선 어떤 걸 키우고 있나요?
린지 이것저것 다 키워요. 저희 멤버들이 키워보고 싶다고 한 거랑, 이장님이 씨앗 있다고 준 거랑, 종류가 다양해요. 상추, 토마토, 호박, 바질, 가지, 참외, 파프리카, 부추, 당근, 파, 옥수수도 있고, 고추도 종류별로 있고, 상추는 제가 너무 많이 심어서 주말마다 마을 캠핑장에 판매하고 있어요. 한 열다섯 개 정도 되네요. 면적은 서른 평쯤 되는데, 그 정도면 넘쳐요.
지황 상추 좀 가져가세요. 바로 올라가시죠? 상추가 진짜 맛있어요.

텃밭 운영의 실무는 무엇이 있을까요? 텃밭은 매일 봐줘야 하나요?
린지 처음이 손이 많이 가요. 매일 봐야 하는데‧‧‧ 보면 어른들이 다 보고 계신 것 같아요. 매일 돌아가면서 “잡초 났더라” 하고 말씀해주세요. 할머니가 보기 전에 빨리 잡초를 뽑아야 해요. 할머니가 잡초가 난다고 뭐라고 하는 것 말고는 고달플 게 없어요. 잡초 작업은 또 다른 할머니가 해 주시기도 하고요. 그럼 명절에 또 선물 사야죠. 사실은 ‘사공이 많은 텃밭으로 가자’는 목적도 있어요. 마을 분들이랑 연결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거리를 만들려고.

그런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건가요? 지역에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
지황 저희에게는 어른들이 소중한 이웃이기도 하고 많은 걸 가르쳐주시는 분들이기도 해요. 이런 말, 그분들에게 드릴 순 없지만 살아 계신 동안 행복하게 지내셨으면 좋겠어요. 한 달에 몇 분씩 돌아가시거든요. 어른이 필요하죠
린지 여러모로 역할, 관계가 필요해요. 집도 필요하고, 어른도 필요하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필요하고 친구도 있어야 하고.

도시에서는 지금 말씀한 것이 쪼개지는 추세잖아요. 이건 어떤 서비스로 대체하고 저건 어떤 서비스가 하는데, 여기서는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역할을 하게 되네요.
지황 같은 세대끼리 있으면 문제가 많이 발생하거든요. 공감이 잘될 것 같지만 의외로 비슷하기 때문에 갖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비슷해서 의견이 부딪혀요. 그 중간에 할머니가 끼면 싸울 수가 없죠. 할머니가 왔는데 막 치고 박고 있을 순 없잖아요. 할머니들끼리 있을 때도 애기처럼 티격태격하지만 저희가 오면 또 그게 안 되잖아요. ‘얼라’ 앞에서 그럴 수 없으니까. 서로의 체면이라는 게 있으니까.


저는 도시에 살아서인지 아까 논에서 벼를 한참 봤어요. 너무 예뻐서. 여기 사시면 그런 식의 감흥은 많이 없겠네요.
지황 그래도 매일 볼 때마다 좋아요. 매일 다르고 매 계절마다 다르고 비오면 또 달라요. 오늘 유독 새가 많아요. 만날 여기 단골로 찾아오는 새들도 있거든요.
린지 색도 매일 다르고. 지금 나무 색들도 봄에 비해 지금이 더 진해요. 매일 다르죠. 그게 식물일 수도 있고, 새 소리나 개구리 소리일 수도 있고.

식물에 대해 예전보다 자세히 알게 되었다 싶으면, 내 생각이 좀 변하기도 하나요?
린지 전에는 식물에 대한 생각이 아예 없었던 것 같아요. 수동적으로 조경적으로만 보는 것, 아름다운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생명 안에서의 관계들을 느껴요. 저희는 사업적으로도 그런걸 풀어내잖아요? 이번에 하는 납품 사업 경우에도, “6월 둘째 주에 뭘 보내주세요”라고 하지만, 자연은 공장처럼 그 주에 맞춰주지 않아요. 그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서 계속 할 수밖에요. 비 오는 날은 쉬는 날이에요. 휴일이어도 오늘 날이 좋은데 내일 비가 올 거면 작업을 해야 하고요. 도시에서는 요일에 따라 사람들이 일을 하는데, 여기서는 계절 날씨에 따라서 일을 하죠.

도시에 있는 사람들에게 키워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식물이 있을까요?
린지 상추. 너무 잘 자라요. 아, 그리고 버섯. 저희 이장님이 키우시는 것을 좀 가져다놨거든요. 나무에 포자 심어서요. 그 버섯을 저희 멤버였던 친구가 서울에 가면서 잘라 갔는데, 지금 오피스텔에서 너무 잘 자란다는 거예요. 대파랑 상추보다 더 잘 자라서 몇 시간마다 자라는 게 느껴질 정도래요. 수분은 그냥 화장실에 물 주고 잠깐 뒀다가 다시 꺼내주면 되고요. 버섯은 원래 그늘에서 자라니까 빛도 많이 안 필요해요.



대표님은 어떻게 보면 인생을 집어넣은 거네요. 땅을 사거나 집을 사는 건 큰 결심을 하는 거잖아요. 내 삶의 가능성을 어딘가에 묶는 거고요.
지황 맞아요. 땅을 샀다는 건 큰 수를 둔 거죠. 두려운 일이기도 하고. 돈 빌리는 게 어렵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꽤 오래 걸렸고. 1억4000만 원인가 하는 돈을 한 번에 이체하는데, 정말 덜덜 떨리더라고요. ‘이걸 어떻게 해’ 하면서. 앞으로 갚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싶고요. 이렇게 해왔으니까 믿고 해봐야죠. 소비가 엄청 작으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이 덜해지니까.

고기만 사면 되고 쌀이랑 채소는 있으니까.
지황 농사로 1인당 1년에 1000만 원 정도만 벌어도 나가는 돈이 없으면 절약할 수 있어요. 지금도 생활비를 2월인가에 20만 원씩 걷고 나서 아직 안 걷었어요. 월급을 못 버는 상황이 되어도 일단 공간을 유지할 수 있게끔 할 것 같고요. 일을 작게 하려면 소비를 줄인다는 방법이 있어요. 자기 집이 생기면 그것만으로도 안정감이 생기고요. 제일 좋은 건 기술을 익힌다는 거에요. 여기서도 자기가 농사를 짓고 판매를 해서 유지 가능하게 하면 돼요. 그게 50대든 60대든, 그 이후의 삶이든, 계속하면 되는 거니까요.

그건 돈을 넘어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거잖아요.
지황 네, 성취라고 볼 수도 있죠. 이곳이 잘 유지되고, 사람들이 저희 것을 사고, 그걸 보면서 지역이나 다음 세대에 대한 고민을 하고, 계속 선순환하며 작동되는 것을 만들고 싶어요. 비즈니스 마인드인가요?

아녜요, 굉장히 이해해요.
지황 사는 것은 어떻게든 될 것 같아요. 그것보다 이 팜프라라는 아이가 자립하는 걸 만들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지역은 창업의 불모지예요. 도시보다 창업 성공률이 낮고, 돈을 빌리기도 어렵고. 하지만 그럼에도 꽃을 피워보고 싶죠.

마지막 질문은 낭만적인 걸로 끝내고 싶네요. 가장 좋아하는 식물은 무엇인가요?
린지 당산나무예요. 집의 영역이 진짜 넓어진 것 같거든요. 당산나무가 있는 저 공간도 제 영역 같아요. 저 당산나무가 중심을 잡아주는 것 같고, 나를 품어주는 것 같아요. 안정감을 많이 느껴요.

동네가 내 정원 같기도 한가요?
린지 네, 맞아요. 그냥 뛰어놀 수 있는 곳. 자전거 타고 뺑뺑 돌기도 하고, 막내 친구랑 막 달리기를 하면 운동장 같기도 하고, 정원 같기도 하고, 공원 같기도 하고, 밖에서 밥 먹으면 거실 같기도 하고 식탁 같기도 해요.
지황 생산터이기도 하고.








Conditions

지역 경남 남해군 상주면
구조 원룸(펜션의 방 중 하나)
면적  19.83m2(6평)
월세 30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