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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뿌리내린 홈 파밍

Farm in the house

일상에 뿌리내린 홈 파밍

Editor. Sun Hwangbo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김보미 / 34세

직장인


Conditions

 

지역 경기도 화성시 병점동
구조 아파트 꼭대기 층(12층)
면적  79m2(29평)
매매 약 2억4000만 원

 

Room History

22세 경기도 화성시 병점동 다세대빌라 2층 필로티 1.5룸
(전세 5000만 원)
27세 경기도 화성시 능동 다세대빌라 2층 필로티 투룸
(전세 1억2500만 원)

1년 전 김보미는 홈 파밍을 시작했다. 베란다의 빈 공간을 채우는 정도였던 소일거리가 점점 커졌다. 성실하게 자라는 채소를 보면서 그는 점차 재미를 느껴 장비를 하나둘 사고, 농부가 된 것처럼 잘 키우는 방법을 공부했다. 동물을 키우는 것도, 홈 파머가 되는 것도 모두 계획에 없던 일이라던 그는 베란다와 옥상 두 곳의 텃밭을 관리하고, 고양이 4마리와 함께 산다. 4년 전 삶이 흔들리던 그가 지금처럼 활동적으로 지낼 수 있는 건 아주 가까이에서 생명력을 관찰하고, 자신의 일상에 어울리는 뿌리를 내렸기 때문이다.


수경 재배기를 처음 봐요.
물에서 채소를 키우는 게 가능하더라고요. 지금 베란다에 있는 건 36구예요. 원래는 72구의 수경 재배기가 있었는데, 혼자 키우고 먹기에 감당이 안 돼서 많이 정리하고 소박해진 상태죠. 1~2인용으로 36구가 딱 좋아요. 베란다에서는 이렇게 수경 재배를 하고요, 세대 전용 옥상이 있어서 그곳에서는 토양 재배를 하고 있어요.

홈 파밍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1년 전 이 집으로 이사 오고 베란다에 햇빛이 잘 드는 걸 보면서 뭔가 키워볼까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포털에 ‘초보자도 잘 키우는 식물’을 검색해봤어요. 이사 오기 전에는 다육이도 선인장도 죽어서 관상용 식물에 관심이 안 가더라고요. 어차피 키울 거면 먹는 게 낫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죠. 혼자 살면 채소 한 봉지를 다 먹기 어려우니까 먹을 만큼만 키우고 싶기도 했고요.

어떤 채소들을 키우고 있어요?
베란다에서는 잎을 따 먹는 엽채류가 대부분이에요. 청상주·적상추·근대잎·쑥갓·겨잣잎·청경채·케일이 있고요, 옥상에는 청양고추·파프리카·오이·방울토마토 등이 있어요. 무턱대고 씨앗을 이것저것 사서 닥치는 대로 심어보면서 키우는 방법을 익혔어요. 잘 키우는 방법을 나중에 터특했죠. 그래서 많이 죽이기도 했고요. 일단 열매 맺는 건 못 크고 죽더라고요.

지금은 열매가 잘 달려 있는데요.
이렇게 한 지 꼬박 1년 됐는데, 사계절을 겪으니까 조금 알겠더라고요. 새로 심는 식물은 여전히 몰라서 공부를 해야 해요.


저기 인큐베이터처럼 작은 새싹들이 자라는 판이 있어요. 씨앗부터 키워서 모종을 만드는 거예요?
네, 제가 판매용 모종을 못 키우는지 잘 죽더라고요. 그래서 대부분 씨앗부터 키워요. 씨앗은 산 것도 있고 먹다가 씨를 그대로 심은 적도 있어요. 삼겹살을 구워 먹다가 청양고추씨를 보고 궁금해지더라고요. 보통 씨앗은 한 봉지에 1000원 정도고, 비싸야 몇천 원인데 청양고추씨는 한 봉지에 2만 원이나 해서 비싸요. 심고 싶지만 비싸서 못 샀다가 어차피 같은 거 아닌가 싶어서 씨를 모아서 왕창 심어봤는데 그중에 몇 개가 나긴 하더라고요. 걔가 지금 옥상에 있어요.(웃음)

집에 관상용 식물이 전혀 없어요. 채소를 잘 키우니 같이 키울 법도 한데요.
전에 식물을 다 죽인 경험이 있으니까 우리 집에는 살아 있는 식물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기로 했거든요. 집에 있는 관상용 식물은 다 조화예요. 벽에 걸어둔 담쟁이 식물까지 다 조화죠. 이제는 먹지도 못하는 걸 키울 필요가 있나 싶어요.(웃음)

어떻게 수경 재배와 토양 재배를 동시에 할 생각을 했는지 궁금해요.
밭 작물은 대체로 햇빛이 많이 필요하더라고요. 이 집은 동남향인데요, 아침에 들어오는 햇빛만으로는 한참 부족해서 크기도 덜 크고, 열매가 맺히는 속도도 더뎠어요. 처음 파프리카를 키울 때 색이 안 들어서 농장하는 분 SNS 피드에 댓글을 달았더니, 바로 햇빛을 더 봐야 한다고 알려주시더라고요. 그래서 파프리카 화분 2개를 옥상에 올렸더니 바로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기는 거예요! 그때부터 하나씩 올리다가 일을 벌인 거죠. 위에는 토양 재배를 하고, 아래는 그동안 과부화였던 베란다를 정리해 간결하게 수경 재배로 바꿨어요.

두 곳을 관리하고 잘 키우려면 바쁘겠어요.
사실 옥상에는 수도가 없어서 안 올리려고 했는데 확 크는 걸 보니 안 올릴 수가 없더라고요. 하루에 한 번씩은 옥상에 올라가서 흙 마름 상태를 보고 물을 줘요. 옥상에는 물 호수가 없으니까 20L 큰 물뿌리개에 3분의 2 정도 물을 길어서 1.5L 작은 물뿌리개를 같이 들고 가요. 요즘은 더워서 자주 봐줘야 해요. 퇴근하고 집에 오면 물 준비해서 올라가는 거예요. 보통은 한 번만 가면 되는데 바짝 마르면 두 번은 오가야 해요. 농사가 정말 일이라는 걸 체감해요. 밭일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구나 싶죠.(웃음)

홈 파밍을 하면서 가장 큰 즐거움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먹을 때죠. 수확해서 먹을 때 가장 보람차고 뿌듯해요. 내가 이래서 밭일을 하는구나 싶어요.(웃음) 어서 키워서 가을까지 많이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요즘 마음이 급해요.

집에서 채소를 키우면서 식단의 변화도 생겼나요?
이전에는 샐러드를 잘 안 먹었어요.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밖에서 커피나 샐러드를 사 먹는 게 아깝다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집에서 채소를 키우니까 어떻게든 활용하기 바빠요. 매번 고기를 굽고 쌈으로 먹는 데도 한계가 있어 결국엔 샐러드를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베란다에서 키우는 잎채소는 햇빛을 약하게 받아서 짱짱하지 못하고 야들야들하게 커요. 샐러드용으로 딱 좋죠. 방울토마토도 샐러드를 먹으려고 키우기 시작했고요.

이제 채소는 자급자족으로 충분하겠네요?
그렇죠. 그런데 이제는 마트라도 가면 채소를 사지 않아도 매대에 가서 가격을 살펴봐요. 제가 키우는 채소가 지금 시장에서 얼마 정도 하는지 보는 게 재밌더라고요. 씨앗 때부터 먹기 좋게 클 때까지 자라는 과정을 보니까 마트에 나온 채소를 보면서 판매용은 이렇게 자라는데, 직접 키우면 이런 모양이 안 나오는구나 알기도 하고요.

왜 이렇게 즐거워 보이는 거죠?
(웃음)


주변에 홈 파밍을 많이 권하기도 해요?
오히려 거꾸로 저에게 많이 물어봐요. 주변에서 관심이 엄청 많더라고요. 그럼 저는 적극 추천해요. 죽더라도 일단 키워나 보라고요. 모종을 나눠주기도 하고요. 제 인스타그램에 키우는 과정을 사진으로 올려요. 홈 파밍을 시작할 때 달아둔 해시태그가 ‘#식물킬러의도전’이었어요. 그렇게 8개월이 지나고 잘 키우니까 이제는 그 태그를 뺐어요. 꾸준히 보여주니까 집에서 정말 되는구나, 잘 크는구나 알고 신기해하죠.

보미 씨는 나중에 귀농에도 관심이 있나요?
아뇨, 저는 귀농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요. 한다면 귀촌을 할 것 같아요. 해보니까 이 정도로 충분해요. 농사는 정말 일이거든요. 최근에 지인에게 농담으로 한 말이 있어요. “밭일하는 할머니들의 허리가 굽었잖아. 할머니라서 굽은 게 아니라 밭일을 해서 굽은 거야”라고요. 정말 허리를 펼 수가 없어요. 한편으로는 노년에 농사를 짓고 싶다는 사람들의 말이 이해가 되기도 해요.

어떤 점에서요?
밭일의 성취감이 있어요. 계속 손이 가니까요. 시간이 많아서 그 시간을 채워야 한다면 이게 정말 효과적이라 느껴요. 하루가 금방 지나거든요.

이렇게 잘 키운 텃밭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내가 여기까지 왔을까 싶죠. 시작하면서 즐거움을 느끼지만 힘에 부치기도 하거든요. 코로나19 영향이 있지만, 사람들이 집 안에서 텃밭을 가꾸는 게 얼마 안 됐잖아요. 언제부터 홈 파밍이 시작됐나 궁금해서 옛날 자료들을 많이 찾아보기도 했는데요, 네이버 블로그를 보니 2002년부터 홈 파밍 관련 글들이 조금씩 보이더라고요. 보통은 농사짓는 분들이거나 특별히 텃밭 작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 홈 파밍법으로 커리큘럼을 짜서 강의하는 사람들의 포스팅이 대부분이에요. 2010년도 이후 자료부터 저처럼 도전하듯 홈 파밍을 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더라고요. 실패한 사례를 보면서 배우기도 했고요. 최근 자료까지 보면서 홈 파밍이 점차 트렌드가 되는 게 느껴졌어요.

홈 파밍이 트렌드가 될 정도로 사람들이 집 안에서 채소를 키우는 이유가 있겠죠. 보미 씨는 어떤 이유로 홈 파밍에 빠져든 것 같나요?
아무래도 코로나19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려는 마음이 생기거든요. 집에 내 손길이 닿은 것이 많을수록 애정도 더 생기더라고요. 제가 원하는 대로 리모델링해서 들어온 집이라 더 좋은데, 채소까지 키우니까 한층 풍요롭고 책임감이나 의무감이 들더라고요. 이것도 생명이잖아요. 하루가 다르게 크는 게 보이고요. 내가 하는 행동이 무언가를 자라게 한다는 것이 마음을 좋게 해요.

홈 파밍을 안 해본 저로서는 마음이 좋아지는 정도가 잘 가늠이 안 돼요. 그게 대체 어느 정도예요?
집 밖을 못 나가는 게 아니라 안 나가는 거예요. 어딜 가지 못해서 속상하긴 했어도 집에만 있어서 아쉽지는 않았어요. 집에서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으니까요. 그래서 코로나 블루가 생길 겨를이 없더라고요.


텃밭 식물은 보미 씨에게 무엇인가요?
고마운 존재죠. 저는 뭐든 노력형인데요, 4년 전에 우울증이 심하게 왔어요. 이러다 죽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죠. 어느 정도였냐면요, 정신과 치료를 고려하면서도 말을 하지 못해 병원에 가지를 못했어요. 제 얘기를 못 꺼내겠더라고요. 오랫동안 스스로 극복해내면서 힘든 1년을 보내고, 조금 나아진 2년을 지나서 괜찮다고 느끼는 3년을 보내고 나아지기까지 꼬박 4년이 걸렸어요. 그래도 불쑥불쑥 와요. 완전히 없어지진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요. 그런 순간순간이 덮칠 때 식물이 도움이 된다고요. 싱그럽잖아요. 요만한 새싹도 이렇게 살겠다고 하는데, 그 생명력을 보면서 위로나 위안을 받아요.

식물이 보미 씨를 살리고 있네요.
최근 어머니가 코로나19로 직장을 잃으셨어요. 수십 년 만에 종일 집에 있는 게 처음이신 거예요. 제게 먼저 물어보시더라고요. 본인이 키울 만한 게 있느냐 하고요. 어머니가 어떤 마음으로 묻는지 아니까 몇 가지를 챙겨서 집에 가져다 드렸어요. 즐거워하시더라고요. 밖에 나갈 일이 도통 없는데 물이라도 한 번 주려고 밖에 나가고, 비 오면 비 온다고 둘러보고요. 신경 쓸 소일거리라도 찾으니 그것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되신 것 같아요.

보미 씨는 나중에 꿈꾸는 텃밭이 있어요?
아뇨, 전혀 없어요. 지금처럼 제 일상을 덮치지 않을 정도로 조화로운 상태라면 충분할 것 같아요.








Conditions

 

지역 경기도 화성시 병점동
구조 아파트 꼭대기 층(12층)
면적  79m2(29평)
매매 약 2억4000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