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dmark wordmark

logo logo

나의 집밥은 도로 위를 달린다

My Home Meal on the Road

나의 집밥은 도로 위를 달린다

Editor.Hyein Lee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23세 / 박상준

포토그래퍼


Conditions

지역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여수동
구조 분리형 오피스텔 5층
면적  29.75㎡(9평)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75만 원

 

Room History

 

18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복층 오피스텔 5층(보증금 1000만 원, 월세 70만 원)
19세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여수동 원룸 오피스텔 8층(보증금 1000만 원, 월세 70만 원)
22세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신축 오피스텔 9층(보증금 1000만 원, 월세 95만 원)

 

 

박상준은 열여덟 살에 자취를 시작하면서 배달 앱을 이용했다. 5년간 꾸준히 시켜 먹은 금액은 1200만 원. 피자, 치킨, 햄버거, 각종 반찬은 물론이고 여행 가서도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다. 끼니는 깜빡했다는 듯 밤늦게 챙겨 먹고 남은 음식은 변기통으로 흘려보낸다. 어릴 적 기억이 희미한 그에겐 음식에 대한 애정이나 향수가 없다. 어느 틈엔가 경계가 사라진 곳에 서 있었고, 그렇게 경계 없는 어른이 되었다. 자는 시간도, 먹는 시간도, 일하는 시간도 불분명하다.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고는 하지만, 6년의 끼니를 더 챙겨 먹은 사람으로서 조금은 걱정되었다. 서랍 안에 쌓여 있는 일회용 숟가락과 젓가락이 꼭 먹다 남은 처방 약처럼 보였다.





아침에 일어나느라 고생했어요. 전화로 깨워달라고 할 정도면 잠이 얼마나 많은 거예요?
학교 다닐 때도 잠이 많아서 결석하는 경우가 잦았어요. 이번에도 결석하면 졸업 못 한다고 전화로 닦달해주신 선생님들 덕분에 겨우 퇴학을 면할 수 있었죠.

잠은 많고 공부엔 흥미가 없던 그 시절, 재미있었던 게 뭐예요?
유일하게 사진이에요. 고등학교 때 사진 입시 학원에 다녔어요. 거기서 후배나 친구들 찍어서 포트폴리오 만들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는데, 막상 배우니까 왠지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중간에 그만뒀어요.

자취를 일찍 시작했다고요?
누군가 저한테 신경 쓰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열여덟 살 때 자취를 시작했어요. 집을 일찍 나온 이유는 엄마랑 저랑 잘 안 맞아서요. 이유 없는 싸움이 계속 이어졌거든요.

본가는 어디예요?
본가의 기준이 뭔데요?

가족과 사는 집이죠.
음··· 가장 오래 살았던 곳이라고 하면 분당인데, 지금은 다 따로 살고 있어요. 엄마는 위례 신도시에 살고, 아빠는 어디 사는지 잘 모르겠어요. 아, 김포 쪽인가···.



배달의민족 VIP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네, 그런데 이번 달엔 VIP가 아니에요. 한 단계 떨어졌어요.(웃음)

최근 배달의민족 총주문 금액으로 인터넷이 떠들썩했잖아요. 먹방으로 유명한 밴쯔는 1억이 넘었고, 개그우먼 이국주는 2200만 원이 나왔어요. 그런데 상준 씨가 1200만 원이 넘었다고요? 앞서 말한 두 분은 음식 콘텐츠를 만들고 있잖아요.
아무래도 혼자 살다 보니까 자주 시켜 먹은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또 점심때까지 커피나 빵 같은 군것질로 때우다가 저녁에 한 끼 먹는데 그때 2인분씩 시키거든요. 먹다가 모자라는 것보다 남는 게 나아서요.

저는 그 마케팅이 자극적이라고 생각했어요. 나 이만큼 썼어, 넌 얼마나 썼어? 은근한 경쟁을 부추기며 배달 시장의 입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여겼거든요.
저는 사실 검색어에 올랐는지도 몰랐어요. 누가 앱 업데이트를 하면 볼 수 있다고 해서 한번 해본 거예요. 처음엔 120만 원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0을 세어보니까 1200만 원이더라고요.(웃음)

그 많은 돈은 직접 벌어서 쓴 거예요?
아뇨, 저는 식비나 생활비는 엄마 카드로 긁어요.

결제할 때마다 어머니한테 알림이 갔을 텐데 매일 배달 음식만 먹는다고 뭐라 안 하셨나요?
일절 없었는데, 허지웅이 암에 걸린 뒤로 연락이 오더라고요. 어느 프로그램에 허지웅이 사는 모습이 나왔는데 맨날 볶음밥이나 인스턴트식품 먹고 하니까 저랑 비슷하게 보였나 봐요. 햄버거 좀 그만 먹으라고 연락 왔어요.

본인은 배달 음식 때문에 건강에 위기를 느껴본 적은 없나요?
허지웅 때문에 느꼈어요.

죽을까 봐 걱정은 되긴 하나 보죠?
아뇨, 죽는 건 괜찮은데 병드는 과정이 고통스럽잖아요. 그게 싫어요.

반조리 음식, 편의점 음식 등 다른 선택 사항도 있는데 하필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이유는 뭐예요?
가장 큰 이유는 편리함 때문이고, 메뉴가 다양하다는 장점도 있죠. 반조리 음식은 아무리 잘 나와도 손이 가게 마련인데 배달 음식은 클릭 몇 번만으로 오니까 헤어나올 수 없더라고요.



집밥에 대한 애착은 없는 편인가요?
집밥요? 음··· 저희 엄마가 요리를 못 하셔서 집밥이 그리운 적은 없던 것 같아요.

상준 씨가 정의하는 집밥은 뭔가요? 저는 자연스럽게 가족과 함께 먹는 식사를 집밥이라 여기거든요.
사실 저한텐 집밥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것 같아요. 저도 머릿속으로는 집에서 가족과 먹는 식사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몇 번 없다 보니까 상상 속 단어처럼 느껴져요. 익숙하지 않은 단어예요.

그럼 기억에 남는 음식도 없겠네요?
오히려 기억에 남죠. 계속 똑같은 음식만 해주니까. 김치볶음밥. 밍밍한데 희한하게 제 입맛에 맞았어요.

밍밍한 음식이 입맛에 맞으면 배달 음식이 자극적으로 느껴지진 않나요?
저는 엄청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적당히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일관되게 맛있다고 느껴요. 웬만해선 다 괜찮게 느끼는 것 같아요.

모든 사람에겐 각자 지킬 수 있는 ‘선(경계)’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상준 씨는 어떤 가치관으로 자신의 삶을 유지하나요?
눈에 보이거나 느끼는 직접적인 피해들 있잖아요. 저는 그게 제 삶으로 넘어오는지, 가까운 사람들 삶으로도 이어지는지 중요하게 생각해요. 하지만 그 외의 모든 도덕적 규범과 사회문제는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그 경계를 지키려던 어떤 사람은 떠오르지 않나요? 상준 씨가 생각하는 돌봄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진짜 많이 고민해봤는데 잘 모르겠어요. 누군가를 돌봐본 적이 없어요. 저 자신도요.

그냥 계속 걱정이 되는데, 건강검진은 받아봤나요?
아뇨, 저 그런 거 하기 싫어요. 무서워요. 에이즈도 그렇고 모든 병에 대해서 어떤 검진도 받고 싶지 않아요. 열아홉인가 스무 살 때인가 군대 신체검사할 때 1급 나왔거든요. 그럼 건강한 거 아닌가···.

건강을 유지하려고 해도 결국 음식이 필요해요. 아플 때 어떻게 대처하나요?
바로 병원에 갔다가 먹고 싶은 거 시켜 먹어요. 피자, 햄버거, 스파게티 가리지 않아요. 감기나 몸살 걸렸을 때 괜히 칼로리 높은 거 먹어야 할 것 같지 않아요? 아플 때일수록 먹고 싶은 거 먹어야 하는 것 같아요.

배달 음식 시켜 먹을 때 걱정이나 의심이 생기지 않나요? 제대로 조리한 음식인지, 양이 좀 적지 않은지 등. 여성분은 배달원에 대한 두려움도 있거든요. 워낙 위험한 사건이 많으니까.
저는 남자라서 그런지 그런 걱정은 없어요. 맨날 팬티 바람으로 나가거든요.

하, 팬티 바람!(웃음) 저 어릴 때 가만히 생각해보면 배달 음식이라고 하면 기껏해야 중국요리 정도였거든요. 숫기 없는 아이여서 종이에 인사말과 메뉴를 써놓고 주문했죠. 상준 씨는 어린 시절 배달 음식에 대한 기억은 없어요?
제가 병적으로 어릴 때 기억을 잘 못해요. 근데 뭘 막 시켜 먹진 않았던 것 같아요. 엄마가 김밥 같은 포장 음식은 자주 사 오셨어요.

아파트 단지 내에 배포되던 쿠폰 북을 보고 음식을 주문한 기억이 있는데, 시골에 살던 제 친구는 전화번호부를 이용했다고 해요. 저는 그런 아날로그 방식이 사라졌다는 아쉬움이 있어요. 상준 씨는 어느 날 패스트푸드점에 등장한 키오스크가 낯설게 느껴지진 않았나요? 날로 간소해지는 주문 방식에 어떤 생각을 하는지요?
그런 아쉬움은 없지만 키오스크처럼 새롭게 도입하는 방식에 대해선 저조차도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어요. 그래서 ‘어르신들은 어떻게 주문하지?’ 하는 생각도 들고요. 편의를 위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건 좋지만, 그로 인해 특정 계층이 어려움을 느낀다면 그 의도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마켓컬리 같은 오픈 마켓이나 반찬 가게가 늘었어요. 배달 음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끼니를 해결해보려고 한 적은 없나요?
반찬 가게는 가끔 이용해요. 근데 그 반찬마저 배달되더라고요. 걸어서 5~10분 걸리는데 왕복이면 20분이잖아요. 너무 귀찮아요. 차 사고 나서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아요.

보통 밥 먹을 때의 환경은 어때요? 예능 프로그램을 틀어놓는 사람이 있고, 오직 음식에만 집중하는 사람도 있죠.
저는 휴대폰으로 유튜브 보면서 먹어요. 최근에 느낀 건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멀티로 살고 싶더라고요. 이 일을 하는 동시에 저것도 하고 싶고. 예를 들면 유튜브 틀어놓고 채팅을 하는 식인 거예요. 그렇게 계속해서 편리의 편리를 찾는 것 같아요.

상준 씨는 한적한 자연 속에선 못 살겠네요.
아, 그런 거 싫어요. 그런 감성이랑 좀 안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외국 나가는 것도 싫어해요. 불편하잖아요. 한국이 진짜 좋은 것 같아요.

그게 상준 씨 또래의 특징일까요, 아니면 개인의 성향일까요?
제가 유독 그런 것 같긴 해요. 오히려 제 또래 친구들은 저랑 반대예요. 다들 다른 나라가 더 좋다 하고, 외국에 나가서 살고 싶어 하고, 당연히 한국보다 미국이 낫다고 생각하는 거요. 그런데 저는 살아보니까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미국 여행하면서 음식이 안 맞진 않았겠네요? 한국에서도 자주 먹었으니까요.
네, 전혀. 그리고 미국에서조차도 한국 음식을 배달해요. 우버이츠로 시켜 먹었어요.

그렇게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면 분리수거할 때 힘들지 않아요?
아, 말해도 되나? 사실 저, 분리수거 안 해요.

왜 안 하세요? 좀 해줄래요?(웃음)
귀찮아요. 제가 이번에 미국 여행 가서 느꼈어요. 미국인은 저렇게 아무렇게나 버리는데 우리나라에서 열심히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냐고. 원래도 안 하긴 했는데 더 안 하게 됐어요. 무조건 일반 쓰레기봉투에 넣어요. 아, 이거 나가면 안 될 것 같은데. 욕먹을 것 같은데.

욕 드셔야죠.(웃음) 그럼 배달 음식으로 상준 씨가 얻은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있나? 배달 음식 오는 데 오래 걸리기 때문에 시간이 절약되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냥 요리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어요.

30대, 40대··· 미래의 상준 씨가 어떤 식탁에 앉아 있으면 좋겠어요?
지금과 크게 안 달랐으면 좋겠어요. 지금이 만족스러운 건 아닌데 여기서 더 욕심내고 싶진 않아요. 누군가와 같이 밥을 먹는다거나 하는 짓에 지쳤어요. 혼자 살다 보면 주변에서 외롭지 않냐고 묻는데, 솔직히 외롭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하는 좀 더 행복한 식탁이라고 답변하는 것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 혼자 편하게 식사를 즐기고 싶어요.

그때에도 배달 음식을 먹을까요?
그러지 않을까요? 제가 정말 월수입이 1억 가까이 된다고 하더라도 비슷할 것 같아요.

Conditions

지역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여수동
구조 분리형 오피스텔 5층
면적  29.75㎡(9평)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75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