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dmark wordmark

logo logo

턴테이블은 있고 밥솥은 없는 집

No rice but music

턴테이블은 있고 밥솥은 없는 집

Editor. Chanyong Park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문신애 / 40세

PD


Conditions

 

지역 서울시 마포구
구조 빌라 복층 쓰리룸
면적  66m2(20평)
전세 3억2000만 원

 

Room History

23세 동교동 원룸
30세 신사동 투룸
35세 연남동 빌라

문신애는 인터뷰 현장에서 앞은 막히고 뒤는 척추까지 파인 옷을 입고 있었다. 그 옷처럼 그는 내내 수줍은 듯하면서도 좋고 싫은 게 확실했다. 진공청소기는 최신형을 쓰지만 전자레인지는 쓰지 않는다. 밥솥은 없지만 커피포트는 발뮤다를 쓴다. 집 안 가운데에 LP와 턴테이블을 두었지만 사실은 손님맞이로만 쓴다. 이렇게 정리하면 튀어 보일 수도 있지만 실상은 정 반대. 문신애의 일상은 자기 자신의 규칙 안에서 즐겁고 조화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혼자 산 지 20년쯤 되었다고 했죠? 처음 혼자 살 때 집에서 제일 중요한 건 무엇이었나요?
그때는 학생이니까 예산과 위치가 중요했어요. 직장 생활하면서도 비슷했던 것 같고요.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신사동으로 이사 갔을 때는 가로수길이 인기였고, 연남동에 살았을 때는 또 그 동네가 시끄러워졌어요.

지금 이 집에 산 지는 얼마나 됐나요? 집을 고른 이유는 무엇이었어요?
산 지는 1년쯤 됐어요. 2년 전쯤 라이프스타일이 변했어요. 먹는 것도 조금 더 담백하게 먹으려 하고, 운동도 하기 시작하고. 그러고 나서 코로나19가 터졌죠. 그런 걸 종합해보니 집에서 할 게 많아졌어요. 원래 배달 음식을 안 시키니까 집에서 깨끗하게 해 먹을 수 있는 걸 먹고, 요가원 아니고 집에서도 운동하고 싶고, 잠을 잘 못 자니까 잠자는 환경이 좋아졌으면 싶고, 집에 식물도 많이 들이고 싶었고요. 그런데 연남동은 너무 시끄럽고, 회사는 상암동이었으니 마포구를 벗어날 순 없었어요. 부동산 앱으로 집을 오랫동안 알아봤어요. 바로 이사를 가지는 않아도 동네가 궁금해서 돌아다니다 이 집을 찾았지요. 2층을 넓게 쓰고 싶기도 했고, 테라스도 있고, 성미산과 홍제천이 근처에 있는 것도 좋았고요.

처음 자취할 때 구입한 가전이 기억나세요?
잘 안 나요. 방송 일을 하면서 TV도 없었어요. 세탁기랑 냉장고를 사기 싫어서 무조건 그런 걸 갖춘 집으로 이사를 다녔고요. 그래서 생각해보니 이 턴테이블이 저의 첫 가전이에요. 약 10년 됐어요. 가전제품은 덩치가 큰데 원룸에 두면 사실 예쁘지도 않고 답답하잖아요. 덩어리져 보이고. 그래서 제가 가전에 관심도 없지만 잘 들이려 하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TV도 그래서 안 들인 거예요?
그런 마음에 더해서 약간의 반항심? ‘나 방송국에서 일하는데 집에 TV 없어’ 같은 거 있잖아요. 회사에서 지겹게 모니터링하는데 ‘굳이 집에서까지?’라고 생각했어요. 영상을 좋아하지만 TV는 잘 안 봐요. 극장에서 영화 보는 거 제일 좋아하고, 요즘도 집에서는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봐요. 집에서 홈 트레이닝하면 유튜브를 틀고 따라 하는 식으로요.


저 발뮤다 커피포트 이야기를 해볼까요. 하필 저걸 산 이유가 있을까요?
저 커피포트 살 때 무슨 브랜드를 살지 고민하지 않고, 흰색을 살지 까만색을 살지만 고민했어요. 이 집을 봤을 때 까만색이 튈 것 같아서 흰색을 샀거든요. 제가 꼼꼼하지 않은 편이라 즉흥적으로 구입할 때가 많아요. 그리고 집에 전자레인지가 없거든요. 전자레인지 특유의 직육면체 디자인 있잖아요. 그런 덩어리를 별로 안 좋아해요. 이 집의 부엌 저쪽 공간이 전자레인지를 두라고 만든 것 같은데 저 안에 네모난 게 꽉 차 있겠다 생각하면 너무 싫은 거예요. 아니면 긴 싱크대에 올려야 하는데 거기 올리는 순간 경관이 망가질 것 같고.

원래 전자레인지를 둘 법한 자리에 술이 있네요.
딱 보니 저기 술 넣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좋아 보여요. 믹서는 어떻게 하다가 두게 됐어요?
깨끗한 식단을 생각하다 보니 샀어요. 그러려면 채소와 과일을 갈아 먹는 게 좋겠더라고요. 드레싱이나 소스를 만들 때도 좋은 재료를 갈아서 사용해도 좋고요. 그러다 보니 믹서가 필수더라고요. 적당히 예쁘고 가격도 좋아서 샀는데 고장이 났어요. 믹서는 사고 싶은 게 있어요. 바이타믹스. 비싸지만 예쁘고 튼튼하고 그쪽의 에르메스라고 부르죠. 자기 합리화인 거죠. 평생 오래 쓸 수 있으니까.

에르메스보다는 싸니까요. 전자레인지 없는 게 신기해요. 없어도 사는 데 무리가 없는 거네요?
그렇게 삶을 맞춰갔죠. 남들은 쉽게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고 하더라고요. 피자 같은 거. 저는 그런 걸 안 먹죠. 전자레인지로 데워야 할 음식은 아예 구하지 않아요. 저는 오븐 사고 싶어요.


그러고 보니 에어프라이어도 없네요. 얘기 들어보니 이 부엌의 에어프라이어도 미관상 안 좋겠어요. 아까 보여준 진공청소기로 다이슨을 고른 계기도 디자인이었나요?
청소기도 마침 고장이 나서 새로 사야 했어요. 옛날에 산 일렉트로룩스를 오래 썼어요. 청소하러 2층으로 올라가려니 무겁고, 들고 가서 전선 꽂고···. 제가 일 때문에 다이슨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그때 다이슨의 기술을 상세히 알게 되었어요. 여의도 IFC에 다이슨 매장이 있어요. 친한 친구랑 거기 가서 한번 볼까 싶었는데, 매장에서 체험을 해보니 너무 편한 거예요. 가볍고 코드가 없으니까. 그래서 최신형으로 샀어요.

쓸모는 있을 것 같지만 안 예뻐서 들이지 않은 것도 있나요? 예를 들면 전자레인지?
저는 덩어리진 느낌이 싫어요. TV도 거치대를 두면 괜찮은데 ‘TV 다이’라고 하는 그 모양은 싫어요. 네모 위에 네모가 있는 그런 거요. 부엌도 넓지 않으면 전자레인지 위에 토스터 있는 식으로 많이 놓고 살잖아요. 당연히 집에 필요한 게 있고 어쩔 수 없는 걸 알아요. 다만 내가 그러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래서 전자레인지를 쓰지 않는 거예요.

저기 부엌에 꽂혀 있는 건 뭐예요?
벌레 퇴치기요. 벌레들이 싫어하는 고주파를 쏜다고 해요. 근처가 산이라 벌레가 좀 있더라고요.

요즘은 집에 가전제품이 여러 가지 있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PD님 댁은 없는 게 많으니까 없는 걸 물어볼게요. 정수기는 왜 없어요? 물을 사 먹으면 되니까요?
정수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저는 사 먹는 물이 더 맛있어요. (풀무원 물을 가리키며) 저는 삼다수보다 이 물이 나은 것 같아요. 삼다수 통은 네모에 패키지는 파란색이잖아요. 걔보다 얘가 더 산뜻해요.

밥솥도 안 쓰고요.
평상시에 쌀밥 자체를 거의 안 먹어요. 식단을 바꾸면서 거의 안 먹게 됐어요. 극단적인 저탄고지까지는 아니어도 설탕이나 탄수화물을 안 먹으려 해요. 전에도 밥을 아예 안 먹는 건 아니지만 잘 안 해 먹긴 했네요.

지금은 뭘로 식사하세요?
요즘은 샐러드, 요구르트, 오트밀, 고기나 생선을 구워서 먹어요. 빵 같은 걸 좀 먹을 때도 있는데, 기본적으로 밥+반찬+국 같은 구성의 식사를 안 해요. 그렇게 산 지 한 2년 됐어요. 먹으라면 먹죠. 예를 들어 녹화장 가면 나오는 도시락을 먹긴 하지만 평소에 찾아 먹지는 않아요. 짠 것도, 밀가루나 면 종류도 안 먹으려 해요. 라면과 떡볶이를 안 먹은 지는 1년 넘었어요. 옛날에는 라면 좋아했거든요. 술 먹은 다음 날엔 라면 끓이고. 이제 라면도 안 먹어요.

확실히 특정 가전의 유무가 생활 모습을 보여주네요. 저울은 어떤 용도로 쓰나요?
오트밀을 해 먹을 때 무게를 재는 용도로 써요.


음악 가전 이야기를 해볼까요. 음악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중·고등학교 때부터 너무 좋아했고 열심히 들었어요. 그때는 새로 음악인을 알거나 CD를 사면 일기처럼 기록을 남겼어요. 이걸 샀는데 느낌이 어떻고 하는 식으로요. 그때 취향이 평생 가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음악은 달라지지만 음악을 듣는다는 건 계속하게 되네요. 친구도 음악 때문에 알았으니 인간관계도 거기서 비롯한 게 많은 것 같고. 그때는 록 음악 좋아했어요. 다들 너바나 같은 그런지 사운드를 좋아했지만, 저는 펑크나 하드코어가 좋았어요. 어릴 때는 그런 거 좋아하잖아요. 센 거 중에서도 더 센 거.

그때 듣던 걸 지금도 듣나요?
지금은 안 듣죠. 옛날에만 빠져 사는 거 싫어해요. 제 또래가 아직도 커트 코베인 어쩌고 하는 거 질색이에요. 음악은 계속 업데이트하는 게 좋고, 그런 음악이 저한테 잘 맞아요. 지금도 제가 좋아하는 DJ의 LP를 계속 사서 두고 있어요.

이 턴테이블로 좋아하는 음악을 많이 들으세요?
아니요, 많이 안 들어요.


진짜요? 이렇게 집 한가운데 멋있게 해놓고요?
상징적인 거죠. 이 턴테이블을 산 때가 2011년인데, 그때 한창 댄스 음악이나 한국의 클럽 신에 관심도 많고 거기 친구도 많았어요. 그때 남자 친구가 DJ였어요. 턴테이블은 사고 싶은데 기계적인 건 모르고, 전문가에게 맡기면 되겠다 싶었어요. 지금 집에 있는 것들이 죄다 단종된 모델이라 중고 거래를 해야 하는데 그럼 또 절차가 필요하잖아요. 그게 싫어서 부탁했어요. 턴테이블을 사고, 그냥 들을 수는 없다고 하니 앰프를 사고, 그렇게 구입한 거예요. 이거 샀을 때는 테크닉스를 잘 몰랐는데, 어쨌든 이런 건 잘 아는 애들 말 따르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샀어요. 테크닉스의 MK2를 DJ들이 많이 쓴다고 하더라고요. 일본 거니까 변압기가 있어야 하고, 옆에 있는 게 앰프고, 스피커는 야마하의 모니터 스피커예요.

그 이후로 고장은 안 났어요?
이 앰프가 약간 말썽이어서 앰프를 연결하면 스피커가 한쪽만 나오고 다른 쪽이 안 나와요. 그래서 앰프를 막 쳐요. 치다 보면 안에서 연결이 되는지 소리가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친구들 올 때 이걸 틀어요. 홈 엔터테인먼트 느낌으로. 제가 초대했으니까 오늘은 이런 거 들을까 하는 이벤트처럼. 그러면 LP를 틀 때 모션이 생기잖아요.

친구 환대의 이벤트 모션?
네. 그리고 이런 것(앰프)도 치고 그러면 “너 뭐 해?” 해요. “소리가 안 나온다고” 하면 웃기잖아요. 이런 거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그런 액션이 나오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혼자 있을 때는 귀찮아서 잘 안 듣고. 이것도 들으려면 여러 가지를 켜야 하거든요.

홈 엔터테인먼트 도구처럼 쓰는 거네요.
네, 맞아요. 그렇게 됐어요. 어쩌다 보니까.

남자 친구분과는 어떻게 되셨어요? 사랑은 가고 가전이 남은 걸까요?
네, 엄청 옛날에 헤어졌어요. 한 10년 전에. 사랑까지는 아니고 그때 만난 애죠.

그래도 턴테이블을 버릴 생각은 안 했네요.
지금 이걸 구하기가 쉬우려나요. 고장 나지 않는 이상 쭉 쓸 것 같아요. 이걸로 진지하게 음악 듣는 거 아니니까 더 좋은 걸로 바꿀 생각도 없지만. 다만 앰프 부분은 새로운 걸 장만해야 할 것 같아요. 언젠가 잘 아는 애한테 또 부탁을 해야겠죠.

그럼 실제로는 스트리밍을 많이 이용하나요?
네, 스마트폰에 이어폰 연결해서 애플 뮤직 제일 많이 들어요. 그래서 블루투스 스피커를 사고 싶기는 하더라고요. 그것도 뭐가 좋은지 몰라서 아직 생각만 하고 있어요.

그래도 LP와 턴테이블을 계속 쓸 거죠?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네, 저도 가끔씩 듣고. 어쨌든 여기 있는 거 이제 거의 안 듣는데. 제가 사놓고도 뭔지 모르는 것도 꽤 많아요.

재미있게 사네요.
재미있게 산다고요? 어떤 게 재미있는 거지? 뭘까?









Conditions

 

지역 서울시 마포구
구조 빌라 복층 쓰리룸
면적  66m2(20평)
전세 3억2000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