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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평짜리 나의 우주

My 6.6 Square Meters Universe

2평짜리 나의 우주

Editor.Hamin Kim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29세 / 김미희

여행 크리에이터 & 여행 작가


Conditions

지역 서울시 관악구
구조 다세대주택 빌라 원룸
면적  19㎡(6평)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30만 원(관리비 5만 원)

 

Room History

28세 서울시 신림동 고시원(무보증금, 월세 23만 원)

 

 

새로운 일에는 언제나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한다. 저마다 새로운 일을 대하는 방식이 다른데, 나는 두려움에 집착하는 편이다. 최대한 예측 가능한 변수를 내 테두리 안에 두는 게 내가 낯선 일을 대하는 방식이다. 여행자 메이는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주변에 소문을 낸다고 한다. 말의 무게가 하지 못하는 이유를 이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 여행을 가야겠다는 결심이 섰을 때도 메이가 가장 먼저 한 건 소문내기였다. 결국 말하는 대로 메이는 행동했고, 세계를 넘나들며 자신의 우주를 확인했다. 소문내기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걸까. 메이는 2평 남짓한 고시원의 삶을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다. 어설픈 시작이 결코 끝이 아님을 알기에, 고시원이라는 공간은 더 나아질 수 밖에 없는 완벽한 시작이었다. 메이에게 소문내기는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었지만, 이젠 설렘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자신만의 무기가 되었다.



2평짜리 고시원에서 6평 원룸으로 터를 옮겼어요. 처음 이 집에 발을 들일 때 느낌이 어땠을지 궁금해요.

이사 온 날 이불을 깔고 방바닥에 누웠는데, 그동안 고군분투하던 일이 하나씩 생각났어요. 캐리어 하나 끌고 고시원을 둘러보던 때부터 시작해 월세 낼 형편이 안 돼 지인한테 돈 빌린 일, 동기 친구들 승진하는 것 보며 괜한 부러움에 잠 못 이루던 숱한 밤까지. 여기까지 오는 게 쉽지 않았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이젠 마음껏 요리할 수 있는 개인 주방과 나만의 화장실이 생겼더라고요. 네 걸음이면 끝나던 방에서 사방으로 걸어 다닐 수 있는 집으로 이사 왔으니 나름 성공한 기분이 들었어요.

엄청 긍정적이시네요!

여행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저는 1000만 원 가지고 세계 여행을 했어요. 사실 5대륙을 여행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에요. 남들은 보통 2000~3000만 원 쓰거든요. 그러다 보니 여행 경비 아끼려고 밥을 굶기도 하고, 히치하이킹도 자주 했어요. 노숙할 수 있는 상황이면 역이나 공항에서 어떻게서든 노숙을 했고요. 한번은 여행하다가 만난 사람들에게 ‘만 원의 행복’을 찍는 중이라 말하고 하루 종일 뻥튀기만 먹은 적도 있어요.(웃음) 열악하게 여행한 덕분에 사소한 것에도 감사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훈련도 한 것 같고요.

처음 고시원에서 살게 된 계기가 궁금하네요.

1년간 세계 여행을 마치고 본가 집에 돌아왔는데, 부모님은 제가 다시 취업할 거라 생각하셨어요. 제가 빨리 자리를 잡아 경제적으로 도움을 줘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러니 ‘이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 거야’ 하며 귀를 닫는 게 어쩌면 이기적일 수 있는 거잖아요. 그리고 집에 있으면 계속 이런저런 이유로 자기 합리화를 할 것 같고, 여행 가기 전 모습으로 돌아갈 것만 같았어요. 결국 부모님께 딱 1년만 참아달라고 하고 짐을 싸서 집을 나왔죠. 가진 돈을 모아 서울에서 가장 집값이 싼 동네 부동산을 돌아다녔는데, 그 돈 가지고 얻을 수 있는 원룸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보증금 없는 고시원에 들어가게 된 거예요.

여자 혼자 고시원에 산다는 사실을 영상으로 공개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치안이나 안전 측면에서 겁이 나진 않았나요?

제가 살던 고시원은 혼성층이었어요. 저는 주로 배낭여행을 다녀서 그런지 혼성 게스트하우스가 익숙했어요. 최근에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는데, 순례길 숙소인 ‘알베르게’는 남녀가 한 공간에서 같이 자거든요. 심지어 노숙도 자주 해봤기 때문에 혼성층 자체가 큰 문젯거리는 아니었어요. 물론 여성 전용 고시원에 사는 게 더 안전할 수 있지만, 여성 전용은 혼성층보다 10만 원이나 비싸거든요. 넉넉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문 잠그고 살면 괜찮겠다 싶었어요.



여행 유튜버인데, 왜 고시원 영상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나요?

제 채널에 주로 여행 영상을 올리다 보니, 고시원도 여행의 연장선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실제로 일상을 여행처럼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요. 제가 작년에 《때때로 괜찮지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았어》라는 책을 낸 이유랑 비슷해요. 대부분의 여행책은 “이 책을 보는 당신, 지금 당장 떠나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여행 자체도 중요하지만 일상에 돌아와서도 여행에서 느낀 감정을 간직한 채 사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최대한 여행과 일상의 간격을 줄이는 게 핵심인 거죠. 그런데 다들 아시다시피 고시원의 삶과 여행 사이에는 접점을 찾기가 힘들잖아요. 그럼에도 고시원에서도 여행하는 것처럼 살 수 있다는 걸 직접 보여주고 싶었어요.

여행하면서 산다는 게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시나요?

여행은 낯선 것에 대한 즐거움과 동시에 결국 내가 있는 곳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줘요. 여행하면서 한곳에 오래 머물다 보면 그 삶에 익숙해질 수 있고, 반대로 일상 속에서도 새로운 것을 발견하다 보면 낯섦을 느낄 수 있는 거죠. 고시원에서의 삶 자체가 처음이라 여행처럼 낯선 것도 있었지만, 한국은 제게 조금 익숙한 환경이잖아요. 이 둘을 적절히 잘 조합하면 고시원에서도 충분히 여행하는 것처럼 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고시원에 살면서 목격한 사람들의 삶은 어땠나요?

제가 살던 고시원은 게스트하우스랑 느낌이 비슷했어요. 생활 리듬이 비슷해 주방에서 자주 마주치는 분들과 안면을 트기도 했고, 속 깊은 이야기까진 아니지만 종종 안부를 묻기도 했어요. 아빠뻘 되는 한 남성분은 요리하는 걸 정말 좋아했는데, 양념장과 식자재를 가져와 레스토랑에서 먹을 법한 음식을 자주 해 드시더라고요. 그 생활을 하면서 확실히 느낀 건 고시원이 인생에서 실패한 사람들의 집합소는 아니라는 거예요. 시험공부하는 학생부터 사회 초년생, 현장 노동하는 분까지 오히려 각자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사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어요.



고시원 생활이 쉽지 않은 건 사실이에요. 좁다란 공간에 살면 정신적 패배감에 빠지기 쉽잖아요.

시간이 지나니까 햇빛이 보고 싶더라고요. 제가 살던 방은 외창이 없다 보니 햇빛을 볼 수 없었고, 환기가 전혀 안 됐어요. 대안책으로 되도록 밖에 자주 나가려고 노력했어요. 밥 먹고 소화도 시킬 겸 동네를 한 바퀴 돌다 오곤 했죠. 사실 열악한 집 자체가 문제이기도 했지만, 당시 상황도 한몫한 것 같아요. 또래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혼란스러웠거든요. 누구는 승진했다, 누구는 연봉이 올랐다 하는데 저는 집세 내는 것도 버거운 상황이었으니까요. 제가 선택한 길이지만,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어요.

그럴 때마다 어떻게 스스로를 다잡았나요? 버틸 수 있었던 힘이 궁금해요.

일단 좋은 댓글을 자주 봤어요. 감사하게도 제가 자극적인 내용을 안 좋아하다 보니, 제가 운영하는 채널 구독자분들도 대부분 응원 섞인 댓글을 달아주시거든요. “메이 님 덕분에 용기를 얻어 떠나게 됐다”는 등의 진심 어린 글을 보며 불안한 마음을 다잡곤 했어요. 또 하나는 소문을 내는 거예요. 저는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주변에 소문을 내요. 사실 이리저리 따져보다 안 되겠다 싶으면 포기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주변에 소문을 내면 뱉은 말도 무게가 생기더라고요. 내뱉은 말을 지키려고 매달리게 되는 거죠. 제가 세계 일주를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도 주변 사람들한테 소문을 낸 덕분에 실행할 수 있었어요. 실제로 제가 소문을 낸 건 대부분 현실이 됐고요.

말한 대로 안 될까 봐 불안했던 적은 없어요?

제가 고시원에 산다는 걸 밝힌 이유는 2평에서 10평, 20평으로 넓혀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다는 일종의 선언이었어요. 사실 고시원 영상을 올렸더니, 엄마가 정말 속상해하셨어요. 고시원 사는 게 무슨 자랑이라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니냐고 하셨죠. 하지만 저는 제가 말하는 대로 될 거란 확신이 있어요. 지금은 고시원이지만 나중에 30평, 40평으로 넓혀가는 모습을 보면 엄마도 뿌듯할 거라고 안심시켜드렸죠. 어디서 오는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제가 소문을 낸 대로 이루어진 과거 덕분일지도 모르죠.(웃음)



메이 님께 고시원은 어떤 공간인가요?
고시원은 제가 처음으로 온전히 나답게 산 공간이었어요. 그 전까지는 저도 취업이나 승진 등 남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에 맞춰 살아왔거든요. 그런데 고시원 생활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제가 가진 꿈에 집중하게 됐어요. 당시는 형편이 넉넉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치열하게 살았어요. 물론 쉽지 않았죠. 책을 내려고 출판사에 제안서를 돌렸는데, 열 군데 넘게 거절당하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저는 이게 결코 끝이 아닐 거란 믿음이 있었어요. 결국 출판 계약을 따냈고, 경기콘텐츠진흥원에서 1인 크리에이터에 선정돼 여행 지원금을 받기도 했어요. 이게 모두 고시원에서 지내며 해낸 일이에요. 비록 2평밖에 안 되는 비좁은 공간이었지만, 저에게 고시원은 꿈을 길러준 바다이자 우주였어요.

여행 크리에이터 직업 특성상 집을 자주 비워야 하잖아요.

고시원을 나간 건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 장기간 방을 비워야 하는 사정 때문이었어요. 경기콘텐츠진흥원에서 여행 지원금을 받자마자 시베리아 횡단 열차 여행과 조지아 여행을 떠나야만 했거든요. 제가 여유가 있다면 고시원에 짐을 그대로 두었겠지만, 살지도 않는데 월세를 내는 게 아깝더라고요. 지금 사는 원룸으로 이사 온 지도 7개월이 넘었는데, 실제 머무른 건 고작 4개월뿐이에요. 해외에 나가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꼬박꼬박 월세 내는 게 아깝죠. 제가 지금 월세 30만 원에 관리비 5만 원 내고 있는데, 그 이상은 안 될 것 같아요.

<디렉토리> 4호 주제가 ‘빛과 조망’이에요. 메이 님이 생각하는 창문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창문 없는 고시원에서 살다가 창문 있는 집에 살아보니 그 소중함을 절실히 느껴요. 일단 햇빛이 들고 바람이 부니 정말 좋아요. 벽에 난 구멍 이상의 의미가 있더라고요. 무엇보다 시간과 계절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집 안에 편히 앉아서 푸릇푸릇한 풀과 나무를 보는 것만으로도 여행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오늘같이 비 오는 날에 빗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도 사실 감사한 일이에요.

우리는 밥벌이라는 현실을 마주하며 살아야 하잖아요. 메이 님은 어떤 식으로 경제활동을 하는지 궁금해요.

마침 오늘 ‘여행 크리에이터는 어떻게 먹고 사나요’라는 주제로 춘천에서 강의가 있는데.(웃음)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첫 번째로 유튜브 조회 수 수익이 있어요. 자극적인 콘텐츠로 인기몰이를 하면 이걸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데, 저는 잔잔한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조회 수도 잔잔해요.(웃음) 그러다 보니 유튜브 수익은 용돈이나 보너스에 가깝죠. 주요 수익원은 브랜드 마케팅이에요. 관광청 같은 여행 관련 공공 기관에서 제작 의뢰를 받아 지원비를 보조받는 거예요. 그 외 PPL의뢰가 들어오기도 하고, 여행 관련 강의를 종종 하기도 하고요.

수익원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월급 꼬박꼬박 주는 회사에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진 않나요?

아뇨, 전혀 없어요. 자유로운 생활에 익숙해지다 보니 무언가에 얽매이는 생활은 이제 못 할 것 같아요.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요즘은 여행 크리에이터에 대한 수요가 생각보다 많아요. 실제로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친구들끼리 일을 종종 떠밀기도 해요.(웃음) 물론 수익원이 분산된 게 불안한 건 사실이지만, 저는 오히려 하나에만 집착하지 않아도 돼서 좀 더 자유로운 것 같아요. 유튜브 영상 외에 브랜드 마케팅, 작가 활동, 여행 투어, 강연 등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거든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있으니 아주 만족스러운 상태예요.



해외로 여행을 자주 다녀서 최근엔 한국에 일부러 머무르려 애쓴다고 들었어요.

최근 몽골 여행을 다녀온 뒤, 한 달 동안 한국에 머물기로 결심했어요. 떠나는 삶을 사느라 놓쳤던 머무르는 삶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싶었어요. 실제로 외국 출장 업무가 들어왔는데, 그걸 고사하기도 했어요. 한국에 있는 동안 집 근처를 자주 돌아다녔어요. 이건 여행 본능인 것 같아요.(웃음) 덕분에 단골 가게가 하나둘 생기더라고요. 목요일 저녁 10시마다 공연하는 와인 바부터 책과 간단한 술을 함께 파는 독립 서점, 강아지가 귀여워서 자주 들르는 수제맥줏집까지. 동네 근처에도 재밌는 게 많더라고요.

산책을 좋아하나 봐요.

여행을 가면 낯선 곳을 둘러보고 싶은 본능이 발동하잖아요. 저는 이게 장소와 상관없이 작동한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마다 어느 정도 자각하느냐 차이가 있을 뿐이죠. 해외여행을 가서 새로운 걸 보는 거랑 동네에서 맘에 드는 카페를 발견하는 거랑 다를 게 없거든요. 결국 마음먹기에 달린 건데, 동네 한 바퀴 둘러보고도 충분히 “오늘 여행 재밌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봐요.

여행과 일상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가장 큰 건 사람에 대한 인식 차이인 것 같아요. 여행을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설레는 일이긴 하지만, 어느 순간 내 사람에 대한 결핍이 생기기 마련이죠. 반대로 나한테 익숙한 공간에만 머물다 보면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떠나는 삶과 머무르는 삶을 어느 정도 공존시키면서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세계 여러 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방을 경험한 메이 님이 꿈꾸는 이상적인 집의 모습이 궁금해요.

저는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이 건네준 편지나 사진, 물건 같은 걸 되게 소중하게 생각해요. 그 사람들이 기억하는 내 모습을 떠올리며 슬럼프를 이겨내곤 하는데, 그런 추억이 깃든 물건들로 가득한 집이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지금 집보다는 넓어야겠죠. 전셋집이면 더 좋을 것 같고요. 사실 지금도 여기저기 쑤셔 넣어뒀거든요.(웃음)



Conditions

지역 서울시 관악구
구조 다세대주택 빌라 원룸
면적  19㎡(6평)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30만 원(관리비 5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