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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숲

Each Person’s Forest

저마다의 숲

Editor.Hyein Lee Article / clinic

녹세권, 숲세권에 살고 싶지만 이사할 여건은 되지 않을 때, 집에 청량한 기운을 더하는 몇 가지 방법.


자연스러운 공간의 향기, 룸 프레이그런스 세트

챕터원, Wild Rose fragrance set Set
11만 원
www.chapterone.kr

이 향을 처음 맡았을 때 마치 울창한 나무 밑을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이끼 향이 스며든 알루미늄 홀더 위 현무암 때문인지 제주의 어느 숲이 떠오르기도 했다. 한마디로 시각과 후각을 모두 만족시키는 오브제. 나의 작업실에서도 사용하고 있는데, 향을 맡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무 냄새가 참 좋다”라고 말한다. 인센스 오일이라고 말하면 다들 의외라는 표정이 된다.



숲의 기분으로, 캔버스 그림

‘I found that leaf’, diameter 40cm, oil on canvas, 2017
www.chansongkim.com

식물을 가꾸는 게 자연과 가까워지는 직접적인 방법이라면, 식물 그림을 들이는 것은 숲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느끼는 방법이다. 김찬송 작가의 그림 속 자연은 여러 번 손길이 닿은 듯한 입체감과 색감을 통해 오묘한 얼굴을 보여준다. 그중 ‘I found that leaf’는 캔버스 크기가 작아서 집 안에 걸어두기에도 좋다. 벽에 작은 창이 하나 생긴 기분.



견고하고 아름다운, 토분

베란다레시피
이탈리아 디그리아 팔라디오 토분 화이트 2호 · 9500원 
www.verandarecipe.com

자연스러운 소재의 물건은 우리의 눈과 마음을 한결 편안하게 해준다. 이탈리아 제품인 디그리아 팔라디오 토분은 은은한 파스텔 톤으로, 꼭 식물을 심지 않고 여러 개 쌓아만 두어도 근사한 인테리어가 된다. 또 용도에 따라 연필꽂이나 주방용품 꽂이로 센스 있게 활용할 수 있어 실용적이다.



각자의 숲, 페이조아

더가드네스트
가격은 나무마다 다름
www.thegardenest.com

집에서 식물을 돌보다 보면 자연이 주는 즐거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처음엔 실패하더라도 나름의 교훈을 얻으면서 식물이 원하는 것을 점차 알게 된다. 그렇게 식물이 마음을 열면 이후엔 알아서 작은 숲을 이룰 것이다. 그중 베란다에서 돌보기 무난한 페이조아 feijoa는 소박한 잎을 뽐내며 일상에 활기를 더해준다. 여러 화분이 모여 있으면 마치 보태니컬 가든 한가운데에 있는 기분마저 든다.






식물의 풍경, 하바리움

스타일지음 · 피스오브타임 썸머베리(L) · 3만8000원 / www.stylejieum.com


유리병에 식물이 담겨 투병한 빛을 발산하는 모습을 본 적 있는지? 프리저브드 플라워(생화를 특수 보존 처리한 가공화)와 열매, 잎사귀 등이 담긴 작은 하바리움 herbarium을 보고 있으면 신비로운 세계로 빠져드는 기분이다. 내가 잘 안다고 생각한 식물도 여러 각도에서 보면 각각 달라 보이니까. 더군다나 창문 가까이에 두면 계절과 날씨에 따라 보이는 풍경이 달라지니 매번 볼 때마다 감탄할 수밖에 없다.








머릿속 작은 산책로, 블루투스 스피커

뱅앤올룹슨
BEOPLAY A1 · 250유로(한화로 약 33만3000원)
www.bang-olufsen.com


블루투스 스피커가 있으면 집 안 어디에서든 머리를 식힐 수 있다. 제주의 협재식물원에서 발견한 이 스피커는 카페 한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나무 위에 걸려 있었다. 그 작은 것이 20평 남짓한 공간을 채우는 게 기특했는데, 이후에 큰 나무를 마주할 때마다 그날의 스피커가 함께 떠올랐다. 마치 나무에 걸터앉은 팅커벨 같았다고 할까? 작은 크기의 베오플레이 A1은 집 안 어디에 두어도 좋다.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자세로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그곳이 곧 머릿속 작은 산책로가 될 것이다.



욕실 속 신비로움, 샤워 커튼

윌리엄 모리스
FRUIT BIRD & POMEGRANATE charcoal/green shower curtain · 136.12달러(한화로 약 16만2000원)
www.etsy.com

샤워할 때마다 신비롭고 상쾌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커튼이다. 윌리엄 모리스의 패턴은 식물이나 열매의 디테일이 아름답게 표현되어 벽지로도 많이 사용하지만, 개인적으로 샤워 커튼과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욕실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커튼을 보고 있으면, 비 오는 날 나무 밑에서 잠시 쉬어 가는 기분이다.



집 안의 쾌적한 바람, 무풍 에어컨

삼성
AF19RX772BZRS · 372만 원
www.samsung.com


청량한 공기만큼 소중한 것이 없는 요즘이다. 맑은 공기, 선선한 바람, 적절한 온도를 느끼려면 숲으로 떠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터. 그러나 매번 자연을 찾아 나설 수는 없는 법. 무풍갤러리는 에어컨이지만 대용량 공기 청정 기능이 있고, 심플한 디자인이라 어떤 인테리어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


파리 공원 한가운데처럼, 라운지체어

이노메싸 · Hay Palissade lounge chair(low) · 55만 원 / www.innometsa.com

파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도시 이곳저곳에 아름다운 공원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어딜 가나 놓여 있던 초록색 벤치. 일상으로 돌아온 후 발코니에 앉아 그날을 구현해낼 수 있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의자! 마침 헤이에서 비슷한 의자를 선보였다. 부드러운 올리브 색감과 심플한 라인이 돋보이는 팔리사드 라운지체어. 조만간 프렌치 라벤더와 함께 발코니에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



나무의 기운, 원목 빨래 건조대

아카시아
원목 빨래 건조대 · 4만8600원
www.iacacia.com

집 안에서 가장 못생긴 물건이 되곤 하는 행어. 어쩌면 귀찮은 집안일 중 하나이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행어가 예쁘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고무나무 특유의 부드러운 느낌도 좋지만, 건조한 계절에 방 안에 두면 습도 조절이 가능하다고. 건조대 하나만 바꿔도 고독하고 지루한 집안일을 싱그러운 기분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가까운 자연을 발견하는 법

1. 낭만에 대하여


언젠가 본 인터뷰에서 가수 김광석은 “비가 내리면 음악을 끄고 오직 빗소리를 듣는다”라고 했다. 그 문장을 보고, 비가 내리는 날이면 하던 일을 멈추고 빗소리를 들었다. 좋아하는 음악도 그 순간엔 듣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바람 부는 날이면 창문을 열어 바람을 느끼고, 눈이 오는 날엔 추운 것도 잊고 눈을 맞이했다. 생각해보면 낭만이란 마음의 여유가 있는 상태가 아닌가 싶다. 자연을 옆에 두고도 집 안의 문을 꼭 닫으면 어떤 아름다운 풍경도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 주위에 공원이 없어도, 숲이 없어도 잠시 창가에 앉아 빗소리·새소리·바람 소리 등을 들어보는 건 어떨까? 머리가 맑아지는 순간을 우리 집 발코니에서 경험할지도 모른다.


2. 자연스러운 것을 찾아서


저녁 무렵 동네 산책로를 걷다가 코끝에 스미는 자연의 냄새에 새삼 감탄한 적이 있다. 그리고 집이나 업무 공간에 얼마만큼 자연스럽지 못한 소재나 모양의 물건들로 채워졌는지 둘러봤다. 오염을 낳는 물건, 인위적 향 등이 주는 스트레스는 평소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 생활에 차곡차곡 쌓인다. 이런 이유로 평소에 쓰는 물건―침구, 가구, 청소용품, 방향제 등―의 소재와 향기를 신경 써서 고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나는 되도록 자연에 가까운 향과 디자인의 물건을 곁에 두려고 한다. 나의 공간에서 저녁때 느낀 편안하고 청량한 기분을 기대하면서.


최고요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 TAN creative라는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에서 다섯 번의 이사를 거쳐 현재는 고양이 두 마리와 천장이 높은 전셋집에 사는 중이다.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라는 책을 썼고, 제목대로 살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다. 좋아하는 것만 남기고 집을 비워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좋아하는 것으로만 집을 채우는 데 더 열심인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좋아하는 곳에서 살고, 또 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