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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비행기를 타고

Love Gets on an Airplane

사랑은 비행기를 타고

Editor.Hyein Lee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이봄, 김동환

29세, 35세 / <어반라이크> 에디터, 영화 음악감독 겸 영상 스튜디오 ‘소공원’ PD


Conditions

지역 서울시 중구 필동3가
구조 다가구주택 투룸
면적 약 40㎡(12평)
보증금 1억3000만 원(전세)
비용 인테리어 약 300만 원

Room History

27세 서울시 동작구 본동 다세대주택 투룸, 보증금 500만 원, 월세 40만 원
28세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다세대주택 스리룸, 보증금 500만 원, 월세 45만 원
29세 서울시 중구 필동3가, 전세 1억 3천만 원

봄이는 내 친구의 친구다. 재작년 여름, 몽마르트르에 사는 봄이 집에 놀러 갔을 때 나는 그의 얼굴을 자주 봤다. 동글한 얼굴 위로 샴페인의 기포처럼 기분 좋은 들뜸이 느껴졌다. 멋진 곳에 살고 있어서가 아니라 봄이는 한국에 있는 애인 얘기를 자주 했다. 음악감독인데 너무 보고 싶다고. 그 이야기를 할 때의 봄이 표정이 좋았다. 나는 아직도 사랑에 빠진 여자의 얼굴을 떠올릴 때 봄이를 생각한다. 부드럽게 미소를 머금은 입가, 볼의 생기, 풍부한 제스처…. 아마도 사랑은 비행기도 탈 줄 아는가 보다.



먼저 두 분이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해줄래요?
(동환) 저는 얼마 전까지 음악감독을 하다가 친구와 ‘소공원’이라는 프로덕션을 차렸어요. 어릴 때부터 워낙 영화판에 있기도 했고 돈도 좀 벌 겸요.
(봄) 저는 현재 <어반라이크>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하고 있고요, 그 전엔 <슈어>와 <컨셉진>에서 일했어요.

충무로로 이사 온 지 얼마나 됐나요? 이곳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봄) 제가 다니는 사무실은 양재에 있고, 오빠 작업실은 을지로3가에 있어서 3호선 라인을 찾아보기로 했어요. 약수, 동대입구, 한남동 쪽을 둘러보다가 무심코 충무로 진양상가에 있는 부동산에 갔는데 이 집을 소개받았어요. 사실 충무로는 대한극장이 아니면 올 일이 없는 동네였거든요.
(동환) 원래 이 건물의 3층은 월세로 나왔는데, 1층에 전세로 살던 가족이 나가면서 1층 혹은 3층을 전세로 내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여기 올라오면서 느끼셨겠지만 계단이 엄청 가팔라요. 그래서 1층으로 할까 하다가 그래도 채광이 좀 나은 곳으로 가자고 해서 3층으로 정했지요. 작년 9월쯤에 이사 왔어요.

충무로가 넓긴 하지만 보통 출력소나 인쇄소가 많잖아요. 그런데 이 동네엔 식당이나 카페가 많네요.
(봄) 네, 여기는 대학교 근처여서 상권이 살아 있는 편이고 주택가도 많아요.
(동환) 맛집도 많고 술집도 많죠. 근처에 을지면옥도 있고, 오장동 함흥냉면도 있고.

이 집으로 이사오기 전에도 둘이 같이 살았나요?
(봄) 저희는 거의 사귀는 동시에 같이 살아서 횟수로 3년 됐어요. 처음엔 오빠가 노들 쪽에 살고 제가 서울대입구역 쪽에 살았는데, 너무 같이 붙어 있으니까 이럴 바에는 월세를 아끼자 해서 제가 집을 처분하고 오빠 집으로 들어갔어요. 그런데 그 집이 너무 추워서 금방 서교동 쪽으로 이사했지요. 마침 오빠가 서교동에 영화를 보여주는 ‘남국재견’이라는 술집을 운영하게 됐거든요. 그 동네에서 한 1년 살다가 이 집으로 온 거예요.

봄 씨는 파리에서 친구와 살아봤는데, 동환 씨는 이전에 룸메이트가 있었나요?
(동환) 항상 룸메이트가 있었어요. 같이 영화 하는 친구 중 부산에서 올라온 애가 있었는데 집 구하기 힘들어해서 같이 살자고 했죠. 또 프로덕션 같이 하는 친구와 살기도 했고, 독일에서 몇 년 살았을 때도 룸메이트가 있었지요.

그럼 룸메이트와 살면서 발견하게 된 자신의 성격이 있나요?
(동환) 지금까지 다섯 명 정도의 룸메이트가 있었는데 큰 마찰은 없었어요. 이건 제 성격 때문인 것 같은데, 저는 스스로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남 일에 관심이 없어요. 그래서 단점이 눈에 잘 안 들어오고, 싸울 일도 없는 것 같아요.
(봄) 예전엔 잘 몰랐는데 애인과 함께 살면서 내가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스타일이라는 걸 처음 알았어요. 전에는 힘든 일이 있어도 주변에 말하지 않고 혼자 끙끙 앓았거든요. 친한 친구나 가족한테도 그랬어요. 오히려 그들이 제게 의지하는 쪽이었죠. 그런데 애인과 모든 걸 공유하다 보니 그만큼 의지하게 되더라고요.



룸메이트와 사는 것과 연인과 동거하는 건 확실히 다르긴 다르겠죠?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요.
(동환) 누구와 있든 제 삶을 살아나간다는 점에서는 기본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 보니 제 개인적 시간보다는 함께하는 시간에 좀 더 투자하는 편이에요.
(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는 게 가장 다른 점이겠죠. 그냥 룸메이트였다면 이해하기 어려웠을 부분도 사랑한다는 이유로 더 이해하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봄 씨 부모님은 그냥 동성 친구와 사는 걸로 알고 있다고요?
(봄) 맞아요. 일단 저희 집이 독실한 크리스천이거든요. 오빠랑 사귀는 것도 겨우 작년에 말했어요. 사실 오빠나 저나 결혼식을 꼭 올려야 한다는 생각은 없거든요. 뭐, 나중에야 할 수 있겠지만 일단 부모님이 알면 일이 빠르게 진척될 테니까 그걸 좀 방지하고자 말하지 않았어요.
(동환) 저희 부모님은 알고 계세요. 그런데 저희 어머니도 따지자면 반대하시는 편이에요. 동거할 바에는 빨리 결혼하라는 식. 그래도 워낙 어릴 때부터 따로 살기도 했고, 제가 말을 워낙 안 듣는 편이어서 손 놓으신 것 같아요.

당장은 결혼 생각이 없는 거네요?
(봄) 저는 한국식 결혼 특유의 허례허식이 싫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웨딩홀 아니면 호텔에서 결혼하는데 돈도 너무 많이 들고, 정신없이 끝나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냥 갈비탕집에서 좋아하는 사람들 모아놓고 소소하게 하고 싶어요. 그런데 부모님은 또 본인들의 사회적 위치도 있고 하니까 남들과 다르게 하는 걸 원치 않으시는 것 같아요. 이런 현실적인 것들이 조율되고 나서야 결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지금은 둘 다 하는 일이 바빠서 미루고 있는데, 때가 되면 부모님과 진지하게 대화하려고 해요. 결혼이라는 건 사실 저희 두 사람이 하는 일이잖아요. 그러니까 최대한 저희가 행복한 방식으로 하고 싶다고 말씀드리려고요.

동거를 해보니 연애할 때와 어떤 점이 다른가요? 저, 오늘 궁금한 거 엄청 많잖아요.
(봄) 이 질문은 정말 많은 친구한테 받는데, 사실 저도 동거하기 전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여자가 동거한다고 하면 주위 시선도 그렇고 말이 되게 많잖아요. 친구들도 그랬어요. 동거하면 여자가 불리하다, 그러다가 헤어지면 소문나서 시집 못 간다 등등. 물론 그들은 걱정해서 한 말이겠지만, 동거에 대한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혼자 사냐고 물어보면 아무렇지 않게 남자 친구랑 동거한다고 말하고 다녔어요. 굳이 숨길 이유도 없고, 숨기는 것도 웃기니까요. 물론 부모님은 예외지만요.(웃음) 그런데 살아보니까 동거는 진짜 꼭 필요한 것 같더라고요. 같이 살아야만 알 수 있는 게 너무 많고 또 좋은 점도 정말 많거든요.

그 좋은 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해줄래요?
(동환) 동거는 곧 생활이니까 좋은 모습만 보여줄 수 없잖아요. 그래서 파트너의 안 좋은 면을 봤을 때 용납 가능하면 같이 갈 수 있는 것 같고, 그게 아니라면 빨리 필터링할 수 있겠죠.

3년이면 정말 서로의 장단점을 다 지켜보았을 텐데, “생활 방식을 잘 맞추지 못하면 사랑도 흔들릴 수 있다”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동환) 생활 방식 때문에 사랑이 흔들린다는 건 결과적으로 언젠가는 흔들릴 수 있는 사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함께 지내면서 좀 더 빨리 드러나는 거죠. 그 사람의 생활 방식이 곧 그 사람인 거고, 그게 맞지 않는다면 결국 그 사람을 받아들일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봄) 저는 좀 다른데, 생활 방식이 다르면 사랑도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서로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거겠죠.


서로의 단점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알고 있던 장점을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같이 자고 같이 밥 먹고⋯. 일할 때 빼고 같이 있는 거잖아요.
(동환) 저는 봄이가 털털해서 좋아요. 과하게 깔끔하다고 해야 하나? 나중에 순화시켜주시겠지만 좀 지랄 맞은 애들이 있잖아요. 봄이는 대부분 쉽게 쉽게 넘어가는 타입이에요. 딱 제가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만 깔끔해서 좋은 것 같아요.
(봄) 저는 배려인 것 같아요. 보통 부부나 연인이 싸우는 이유 중 하나가 청소처럼 사소한 문제일 때가 많잖아요. 만약 제가 퇴근하고 집에 들어왔을 때 집이 엉망이면 화가 날 수 있는데, 오빠는 말하기 전에 바로바로 치우는 스타일이에요.

가사 분담은 어떻게 하나요?
(봄) 딱 정해둔 건 아닌데 자연스럽게 나누어졌어요. 오빠는 요리를 잘해서 거의 식사를 담당하고 저는 설거지를 해요. 오빠가 빨래를 하면 제가 개고, 오빠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면 저는 분리수거를 하는 식이에요.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되더라고요.

같이 살기 잘했다고 생각이 들 땐 언제예요? 그럼에도 가끔 혼자 있고 싶을 때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럴 땐 어떻게 하나요?
(동환) 저는 그냥 좋아하는 사람이랑 있는 것 자체가 좋은 것 같고요, 혼자 있고 싶을 땐 사무실이 있으니까 그곳에서 일을 합니다. 워낙 일을 좋아해서요.(웃음)
(봄) 오빠가 출장 가는 날이 많아서 그때 혼자 있는 편이에요. 그런데 하도 같이 있다 보니까 혼자 있으면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분명 혼자만의 시간이 되게 필요한 사람이었는데, 그걸 잊게 된 것 같아요. 좀 아쉽기도 하지만 아침에 눈떴을 때 오빠가 옆에 있으면 다시 안정감을 느껴요.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위로해줄 사람이 옆에 있다는 사실이 좋기도 하고요.

아, 그것도 궁금했어요. 같이 사니까 생활비가 줄었나요, 늘었나요? 생활비 분배는 어떻게 하는 편인가요?
(봄) 혼자 살 때보다 늘었어요. 저희는 따로 생활비 통장을 만들지 않고, 이번에 오빠가 장을 보면 다음엔 제가 본다거나 해요. 오빠는 프리랜서이고 저는 정기적 수입이 있으니까 오빠가 못 벌 때 제가 많이 내는 편이고, 오빠가 돈이 들어오면 더 많이 내는 편이고요.
(동환) 사실 이것도 집안일과 똑같은 것 같아요. 각자 알아서 눈치껏.

이 집을 꾸밀 때 싸운 적은 없나요? 취향이 비슷하다고 하더라도 사소한 부분에서 어긋날 때가 있잖아요.
(봄) 그래서 이 집은 90% 제 취향이고 오빠 지분은 10%예요.(웃음)
(동환) 정확히 말하면 거실은 제 취향대로 꾸몄고, 침실이나 디테일한 부분은 봄이 취향에 맞췄어요.

그럼 봄 씨의 취향은 뭐라고 해야 하나요?
(봄) 저는 약간 파리를 좋아하니까.(웃음)
(동환) 그건 잘못된 파리야.(웃음) 저는 유행을 타지 않는 오래된 느낌을 좋아해요. 개화기 아시아 스타일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고 보니 이 집, 전세 대출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봄) 네, 이번에 처음 대출받았어요.

직업, 직장에 따라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도 달라지잖아요. 그런데 동환 씨는 프리랜서이고, 봄 씨도 회사 들어간 지 얼마 안 됐는데 어려운 부분은 없었나요?
(봄) 사실 예전부터 월세가 아깝기도 하고 전세 대출하면 이득이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런데 대출받기 위해선 서류가 정말 복잡하잖아요. 다행히 오빠가 그런 서류 준비를 잘하는 편이고, 또 오빠의 지인 중 시중은행에서 대출 업무 담당하시는 분이 있었거든요. 거의 그분이 빌려준 거나 다름없어요.(웃음) 덕분에 완전 수월하게 준비했지요.

혼인신고만 하지 않았을 뿐 신혼 생활을 앞당긴 거잖아요. 어때요, 결혼도 할 만할 것 같아요? 그런데 식 올리고 사는 건 또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봄) 맞아요. 그때는 시댁이라는 게 생기고 어른들 경조사 같은 것도 챙겨야 하니까요. 그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지금의 동거가 미래의 두 사람에게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아요?
(봄) 결혼하기 전 예행연습이지 않을까요?

제가 두 사랑꾼한테 짓궂은 질문을 해보려고 해요. 두 분은 끝을 생각해본 적이 없나요? 제 친구도 동거를 하다가 헤어졌는데 온통 애인과 함께한 기억 뿐이라 결국 이사까지 갔대요.
(봄) 우리의 끝은 결혼이라고 생각해요.(웃음)
(동환) 저는 닥치면 생각하는 타입이기 때문에 아직 생각 안 해봤어요.

정말 질리는 답변이네요.(웃음) 막 영화에서 이런 장면 나오잖아요. 이별하고 멀쩡히 살다가 어떤 물건 하나를 발견하고 와르르 무너지는 거. 두 분은 그 물건이 무엇일 것 같아요? 멀쩡히 잘 만나고 있는 사람들한테 별걸 다 물어보죠?
(봄) 음, 뭐가 있을까? 오빠는 나 파리에 있었을 때 뭐가 가장 그리웠어?
(동환) 나는 베개. 오브젝트가 있으면 항상 사용자가 있는데 그땐 없었으니까.
(봄) 저는 딱히 없는 것 같아요.
(동환) 장기 출장 한번 가야겠네.
(봄) 아, 저는 안경? 오빠가 눈이 나빠서 도수가 엄청 높은 안경을 쓰는데, 안경을 쓰면 눈이 너무 작아져서 되게 웃기거든요. 그래서 한동안 별명이 홍준표였어요. 임팩트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웃음)


이 집 계약은 누구 이름으로 했어요? 이거 중요하잖아요.
(봄) 제 이름으로요.(웃음) 대신 오빠가 혼수를 거의 다 해왔어요.

어쩌다 보니 우리가 설 연휴에 만나고 있네요. 연휴가 긴데 뭐 하고 지낼 거예요?
(봄) 오빠는 할머니 뵈러 잠시 인천에 다녀올 예정이고, 저는 부모님이 대전에서 오시기로 했는데, 부모님이 집에 방문하시는 상황을 막기 위해 같이 사는 친구가 집에 안 내려간다고 했거든요.(웃음) 그래서 부모님은 호텔에서 묵기로 했어요. 이 인터뷰 끝나면 모시고 서울 구경을 시켜드리려고요.



Conditions

지역 서울시 중구 필동3가
구조 다가구주택 투룸
면적 약 40㎡(12평)
보증금 1억3000만 원(전세)
비용 인테리어 약 300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