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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묻고 싶어지는 집에 산다는 것

Living in a house that I keep curious

자꾸만 묻고 싶어지는 집에 산다는 것

Editor.Juhee Mun/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카일리 / 33세

액세서리 디자이너


Conditions

지역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구조 아파트
면적  112㎡(32평)

 

Room History

25세 인천시 서구 원룸
(보증금 500만 원, 월세 45만 원)

드라마에서 탄생한 말이긴 하지만 ‘손민수하다’의 역사를 파헤치면 ‘동경’과 맞닿아 있다. 유난히 남의 것이 탐나 그대로 따라 한다는 의미의 신조어. 신기하게도 요즘 MZ세대엔 손민수하는 게 어렵지 않다. 그들에겐 정보를 묻고 알려주는 것이 거리낌 없기 때문이다. 궁금한 제품이 있으면 간단한 초성으로 댓글을 남긴다. ㅈㅂㅈㅇ(정보좀요). 카일리는 그러한 글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이다. 그의 계정을 보면 정보를 묻는 댓글로 가득하다. 인플루언서가 아닌 나 또한 가끔 그런 요청을 받는데, 정말 아끼는 것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싶어진다. 그런데 카일리는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알고 있는 정보를 술술 말한다. 손민수하게끔 놓아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영향력을 인지하지 않은 채 많은 이에게 영향을 미친다. 나는 젠체하지 않는 그 유유자적함이 멋있게 느껴졌다. 그러니까 조금은 손민수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언제부터 이렇게 집을 꾸미기 시작했나요?
자취를 하면서 집을 꾸민 것 같아요. 혼자 살아보고 싶어서 가족들과 함께 사는 집 근처에서 2년간 자취를 했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집을 꾸미기 시작했는데, 다시 가족들과 5년을 더 살다가 작년부터 이 집에서 살면서 또 다른 분위기로 집을 꾸미고 있어요.


카일리 님은 특별히 좋아하는 집 분위기가 있나요?
좋아하는 게 많은 편이어서 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대체로 식물이 많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좋아해요. 완벽하게 각이 잡힌 집이나 미니멀한 집을 예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자연스러운 것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오진 않더라고요.


4만5000명의 팔로어가 왜 카일리 님을 관심 있게 보는 걸까요?
음, 글쎄요. 약간 유행에서 벗어난 느낌이라서? 찾아보면 유행하는 물건이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인 조화로움을 봤을 때 똑같아 보이지 않는 게 매력이지 않을까 싶어요.


소품과 가구가 조화로워 보이는 것도 큰 몫을 하는 것 같아요. 집에 무언가 들일 때 카일리 님만의 기준이 있나요?
첫눈에 볼 때 예쁘면 사요. 집에 어울릴지 아닐지 상관하지 않고요. 때로는 길을 가다가 버려진 걸 주워 오기도 하고요. 직접 손으로 고치고 수정하는 게 많은 편이에요. 그래서 인터넷 쇼핑에 실패한다고 해도 그리 두려워하지 않아요. 막상 집에 뒀을 때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르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다시 조립하거나 덧칠하는 등 내 집에 어울리게 바꾸는 편이에요. 제가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거든요.


이 집에서 그렇게 변경된 건 어떤 건가요?

부엌 아일랜드 테이블요. 원래는 저 다리가 필요하지 않았는데 제가 좋아하는 모양이라서 샀어요. 작업대나 일반 책상 테이블로 많이 쓰는데, 어디에 두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싱크대로 위치를 잡았어요. 다리를 조절해서 높이를 맞추고, 상판은 따로 주문 제작해 지금의 아일랜드 테이블을 만들었죠.


물건을 고를 때 굉장히 고심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집에 물건이 온 뒤부터 진짜 고민이 시작되네요.
사람들은 그 점을 모르니까 바로 살 수 있는 물건이라 생각해 소품이나 가구 정보를 요청하는 댓글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어디서 샀냐고 물으면 바로 정확하게 답할 수가 없어요.


평소에 정보 요청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나요?
그에 대해 크게 좋다 나쁘다 깊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에요. 궁금해서 물어보는구나 하죠. 알려드리면 그분도 좋고 저 역시 피해 보는 게 없으니까 정보 요청이 눈에 띄면 바로 알려드리려고 해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거든요.


한편으로는 내가 찾은 정보를 너무 손쉽게 달라고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는데 말이죠.
제가 답을 드리지 않는 경우는 딱 두 종류예요. 하나는 제가 놓치고 지나칠 경우고요, 또 다른 하나는 정말 예의 없는 댓글일 때예요. 인사도 없이 ‘ㅈㅂㅈㅇ’ 딱 이렇게만 덜렁 묻는 사람들이 있어요. 아니면 맡겨둔 걸 찾아가는 식으로 대뜸 “이거 뭐예요?” 하기도 하고요. 그럴 땐 저도 기분이 상하죠. 이런 경우가 아니고서야 최대한 답을 해드리고 있어요.


대부분의 물음에 답을 한다는 게 놀랍기도 하네요. 정보를 주는 게 꼭 의무는 아니잖아요.
저도 처음 자취하고 집을 꾸미려 했을 때 막막함이 있었거든요. 무엇부터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몰랐던 때를 생각하면 알려드리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대답을 못 해도 정말 정보가 필요한 분은 한 번 더 여쭤보거든요. 그럼 저도 놓치지 않고 알려드리죠.


이 집에서 유난히 ‘ㅈㅂㅈㅇ’가 많던 물건이나 가구가 있다면요?
부엌 아일랜드 위에 놓인 은색 스탠드나 아이보리색 유리장요.


왜 ‘손민수하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 말 들어본 적 있으세요?
작품은 안 봤지만 어떤 의미로 쓰는지는 알아요.


어떤 대상을 완전히 카피하는 것을 뜻하는 의미인데, 카일리 님의 집을 ‘손민수하려는’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완벽하게 그런 경우는 없지만,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다른 집 사진을 보면서 예전 내 공간과 비슷하다고 느낀 적은 몇 번 있어요.


그럴 때 내 라이프스타일이 복제되고 있는 것 같다고 느끼진 않나요?
그렇진 않아요. 만약 그렇다고 해도 기분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전 복제하고 따라 하는 게 시작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분들은 본인 자신도 나중에 알 거예요. 본인에게 무엇이 어울리고 안 어울리는지를. 그렇게 생각하면 ‘손민수하다’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돼요. 또 사실 생각해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도 하잖아요. 서로의 집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가 얼마나 많아졌어요. 저도 처음엔 여러 레퍼런스를 참고하면서 집을 꾸미곤 했으니까요.


정보를 묻고 댓글을 남기는 게 전보다 더 거리낌이 없어진 것 같아요. 전 아직 그게 어색하거든요.
아무래도 나이 어린 친구들이 정보를 쉽게 묻는 경우가 더 많아요.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SNS라는 오픈된 공간에 게시물을 올렸다는 것 자체가 궁금한 것을 물어도 된다는 약간의 허락을 염두에 두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예전과 달리 큰 부담을 갖지 않는 것 같고요.


MZ세대는 이전과 달리 제품 자체에 관심을 두기보다 어떤 사람이 어떤 제품을 사용하는지 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 자체에 관심이 크더라고요. 연예인과 같은 영향력을 더 많은 사람이 가졌다고 할까요.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아무래도 타인의 삶을 손쉽게 볼 수 있는 SNS 때문이겠죠. 실제 내 삶이 아니라 타인의 삶이기에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 같아요. 남의 떡이 커 보이듯 말이에요. 그 매력 덕에 크고 작은 영향력이 생기는 것 같고요.


카일리 님도 그 영향력을 가진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한데요, 사람들에게 정보를 알려주는 수고로움에도 불구하고 카일리 님이 얻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여러 물건을 써보는 건 저에게 좋은 경험이 돼요. 제가 실제로 써보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제 안목도 아울러 높아지는 것 같고요. 그리고 저로 인해 같은 물건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보면 개인적으로 기분이 좋아요. 내가 써봤을 때 좋았으니까 같이 알고 쓰면 좋잖아요. 저는 제가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기보다 사람들과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늘 생각해요. 그래서 그 영향력을 의식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그분들께 감동을 주기 때문에 지금처럼 지내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앞으로도 의식하지 않을 것 같아요.


딴지를 걸어볼게요. 아직 팔로어가 부족해서 그런가요?(웃음) 어느 정도면 내가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고 느낄 것 같아요?
아뇨,(웃음) 그건 제가 사실 겁내는 부분이에요. 내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주면 어쩌지? 이런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크게 체감을 못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지금 인터뷰를 하고 보니 이게 영향력인 것 같기도 하네요.


많은 분에게 정보 요청을 받을 만큼 심미안을 인정받은 건데 기분이 어때요?
사람들과 공통분모를 찾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 맞아, 나도 이런 게 좋았어!” 하고 공감하는 반응이라 생각하죠. 심미안을 인정받았다기보다 누구나 충분히 할 수 있는 걸 제가 먼저 한 거로 생각해요.


지켜보는 사람이 많은 만큼 때로는 새 제품이나 기존에 많이 보이지 않는 가구를 놓아야 한다는 부담도 있나요?
내가 좋아하면 그만이지 않나 생각해요. 내가 사는 공간마저 누군가에게 맞춰서 무언가를 살 필요는 없잖아요. 그래서 부담은 없고 재밌어요. 즐기고 있는 것 같아요. 내 취향에 맞는 새 물건 찾는 걸 좋아해서 항상 인터넷 스크랩북이 꽉 차 있거든요. 지금 당장 필요 없는 의자라도 언젠가는 필요한 날이 올 거라는 생각으로 내 마음에 들면 스크랩을 해둬요. 인테리어 앱은 매일 들어가서 보고요. 살 게 없어도 스토어에 어떤 제품이 많이 팔리는지, 유행하는지, 새로 나온 제품이 있는지 보는 데 시간을 할애해요. 그 시간에서 즐거움을 많이 느끼는 편인 것 같아요.


카일리 님도 영향을 받는 홈 크리에이터가 있어요?
최근에 예진 문 님의 집과 그분이 만드는 콘텐츠를 알게 됐는데 잘 보고 있어요. 집 자체도 좋지만 그분의 생각이 매력 있다고 느껴지더라고요. 자기 생각이 진한 분 같아요. 보기에 예쁘고 아름다운 것도 중요하지만, 요즘 들어 자기 생각이 뚜렷하고 색이 강한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봐요.


홈 크리에이터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계획이라기보다는 다짐 같은 건데요, 정신적인 것에 대해 생각하려고 해요. 집 꾸미고 공간 만드는 걸 즐기고 있지만, 최근에 느낀 건데 너무 이것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집과 관련 없는 활동을 많이 해보려고 해요. 다른 분야의 책을 읽거나, 노래에 깊이 빠져보거나 하면서요. 새로운 것으로부터 영감을 차곡차곡 쌓은 다음에 앞으로의 공간을 꾸미고 싶어요.


결국은 다시 좋은 공간을 꾸미고 싶은 게 마지막 목표네요?
네, 그렇죠. 집을 꾸미는 건 저에게 질리지 않을 그리고 끝나지 않을 취미거든요.









Conditions

지역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구조 아파트
면적  112㎡(32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