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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원으로 한 달 살기

Living a Month with 1 Million won

100만 원으로 한 달 살기

Editor.Hyuna Lee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황정하

35세 / 일러스트레이터


Conditions

지역 대전시 중구 유천동
구조 다세대 빌라 복층 원룸
면적 약 30㎡(9평)
보증금 100만 원
월세 20만 원

Room History

26세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 다세대빌라, 5~6평,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35만 원
28세 서울시 마포구 노고산동 다세대빌라, 5~6평,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40만 원
30세 서울시 광진구 화양동 다세대빌라 스리룸, 15평,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70만 원
32세 경기도 부천시 중동 다세대빌라, 5~6평,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35만 원
34세 대전시 중구 유천동 다세대빌라, 9평, 보증금 100만 원, 월세 20만 원

100만 원은 어떤 돈일까? 어떤 사람에게는 한 달 월세로 부족한 돈이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보증금을 해결하고 생활을 꾸릴 수 있는 돈이기도 하다. 일러스트레이터 황정하는 2년째 100만 원으로 한 달 살기를 실천하고 있다. 그 돈으로 고양이 두 마리를 먹이고, 저축도 하고, 월세와 공과금, 보험료를 낸다. 1년에 한 번은 해외여행도 간다. 그녀는 국민임대아파트에 네 번째 도전 중이다. 임대아파트에 당첨되면 혼자 사는 집에서 외로움보다 안도감을 먼저 느낄 수 있을까?



우선 이 집까지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블로그를 통해 정하 씨의 주거 이동을 살펴보니, 이런 말을 드리고 싶었어요.

네, 반지하 빼고 살 수 있는 곳은 다 살아보지 않았나 싶어요.

프랑스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다시 대전 부모님 댁으로, 그리고 이 집으로 오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프랑스에서 학교를 마친 후 바로 고향인 대전으로 돌아왔어요. 서울에서 취업을 하는 바람에 잠실에서 2년 살았고,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신촌에서 살았어요. 그곳에서 2년, 친구와 잠실에서 2년, 그리고 부천에서도 살았죠. 부천에 간 건 같은 돈으로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살고 싶어서였고요.
 

서울에서 10년 정도 살았는데, 탈서울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내가 낸 가격에 비해 삶의 질이 너무 떨어지더라고요. 한계에 이른 것 같았어요. 일이 잘되면 모르겠는데,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이 나한테 맞는 건가 싶기도 했고요. 부모님 댁에 가면 우선 당장 끼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니 대전으로 내려와 2년 정도 살았는데, 《오늘 내 기분은요》라는 책을 내면서 받은 계약금으로 이 집을 구했지요.

부모님 댁에서 독립 준비를 한 건가요?

사실 부모님과 같이 살면서 그런 생각이 완전히 멈추었죠. 누가 생활을 다 챙겨주고 있으니 돈도 안 모으고, 일도 안 하고요. 블로그에 ‘못 그린 일기’라는 이상한 일기만 쓰고. 그게 책으로 나와서 얼마나 다행인지.(웃음)

사실 부모님 댁에서 살면 경제적 부담이 별로 없잖아요. 그런데 왜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나요?

그림 작업을 하려고요. 혼자 있는 시간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누가 옆에 있으면 집중이 잘 안 돼요. 빨리 다음 작업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나온 거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직장 생활이나 더 많은 일을 하지 않고, 머리를 쓰지 않으며, 딱 월 100만 원가량 벌 수 있는 일을 한다고요. 그렇게 확보한 ‘작업용 시간’은 정하 씨에게 어떤 의미의 시간인가요?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웃음) 방해받지 않는 시간, 내가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유명한 소설가들은 출퇴근하듯 아침에 매일 글을 쓴다고 하지만, 무언가 그리거나 쓰기 위해 시동을 거는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저는 그런 시간이 엄청 길어요. 한 5시간?(웃음)

부모님 댁에서 고양이들을 데리고 독립할 때 가장 중요한 집의 조건은 무엇이었나요?

가격 대비 면적. 사실 저 혼자 살면 좁아도 상관없는데, 고양이들이 있으니까요.



한정된 예산 안에서 집을 구할 때 정하 씨는 무엇을 취하고 포기했나요? 제약이 없다면 가장 포기하고 싶지 않은 조건은 무엇인지도 궁금하네요.

깨끗함, 햇빛, 조용함을 포기했죠. 창이 있긴 한데, 있으나 마나 해서 환기할 때만 열어요. 여건이 된다면 건물이 오래되지 않고, 내부 설비가 깔끔한 집에서 살고 싶죠. 곰팡이나 묵은 때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체감상 대전에서 버는 100만 원이 서울에서 버는 200만 원과 비슷하다고요. 생활의 어떤 측면에서 가장 큰 차이를 느끼나요? 

일단 집값이죠. 돈 쓸 일도 별로 없고요. 서울에 살면 친구도 만나야 하고, 눈에 보이는 것도 많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뭘 사야 하고…. 대전에 있으면 아무도 안 만나고, 안 나가요. 그러니 생활필수품 외에는 돈 쓸 일이 별로 없죠.

한 달 100만 원으로 살기를 2년째 하고 있는데, 지출 내역이 궁금해요. 

고양이에게 들어가는 비용과 카드값이 40만 원, 저축 20만 원, 월세와 공과금에 30만 원 정도 써요. 각종 연금과 보험료도 들어가고요. 지금은 건강하니 100만 원으로 살고 있지만, 아프면 문제가 생기니까요.


국민임대아파트에 세 번 도전했다고 들었어요.

세 번 떨어졌는데, 들어가려고 계속 신청하고 있어요. 사실 행복주택은 당첨됐어요.

행복주택도 당첨되기가 쉽지 않다고 들었는데, 포기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우선 행복주택은 본인이 집이 없다면, 부모님이 집이 있어도 신청할 수 있어요. 그런데 국민임대아파트나 오래된 아파트를 분양하는 공공임대아파트는 부모님에게 부동산이 있으면 자격 미달이라 세대주가 되거나, 무주택자가 되어야 해요. 행복주택은 당첨이 됐지만 너무 비싼 거예요. 보증금 3800만 원에 월세가 30만 원 정도, 관리비가 10만 원 정도였어요. 그럼 대도시랑 다를 바가 없잖아요. 계약 기간도 최대 6년이고, 좁고요. 그래서 국민임대아파트나 공공임대아파트를 노리는 거예요.
 

최근엔 어디에 지원했나요?

요즘 세종시에 국민임대아파트가 많이 나와서 지원했어요. 제가 2년 전에 지은 건물에 지원했으면 당첨될 텐데, 새 건물에 지원해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신청해놓고 기다리는 중이에요. 새 아파트는 보증금 1200만 원에 월세 20만 원 정도예요. 보증금을 최대 3200만 원까지 넣으면 월세가 8만 원으로 떨어지죠. 제가 서울 살 때 대출이라도 받아서 그걸 구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해요. 보증금이 어디 가지는 않잖아요. 차라리 은행 빚을 질걸….(웃음)

듣다 보니 결격 사유가 궁금해지네요.

유성구에 짓는 아파트에 지원했다가 순위를 잘못 기재해서 탈락한 적이 있어요. 당시 유성구가 1순위, 인접 지역인 서구, 계룡시, 공주시, 금산시가 2순위, 제가 사는 중구 등 나머지 지역이 3순위였어요. 저는 당연히 2순위라 생각하고 적었는데, 3순위더라고요. 결국 잘못 기입한 건데 주택공사에서 걸러지지 않았어요. 서류 대상자에 뽑혀 접수하러 갔다가 현장에서 결격 사유라는 걸 알게 됐죠. 담당 직원도 충분히 오해할 만하다고 앞으로 주의하겠다고 말해주셨어요.

혼자 사는 게 유리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부모나 형제 등 세대원으로 묶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선택할 수 있는 평수가 다양해진다고요.

요즘은 아파트에 소형 평수가 많지만, 오래된 아파트는 보통 20평이 넘어요. 그러니 중년층이나 노년층이 살 만한 평수는 지원자가 없어서 텅텅 비고, 20~30대가 혼자 살 만한 평수는 경쟁률이 심한 거죠.

안정적 주거가 이루어지면 정하 씨 삶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크게 변할까요?

물론 스트레스가 줄겠죠? 프랑스에서부터 이사를 정말 많이 다녔거든요. 28인치 캐리어에 모두 물건을 넣고 다닐 수 있게끔 살았어요. 그런데 서울에 와도 상황이 달라진 게 없더라고요. 어떤 물건을 사도 내 물건 같지가 않고, 계속 이사 다녀야 하니 좋은 물건을 살 수도 없고.


이사할 때 꼭 있어야 할 물건 목록에는 책상 냉장고, 전자레인지, 컵, 커피, 청소기, 거울, 선풍기, 인터넷 등이 있었고, 없어도 되는 물건 목록에는 옷, 화장품, 인테리어 소품, 잡다한 문구류, 주방 식기가 있었어요. 제 눈에는 ‘생활필수품’만 갖추겠다는 것으로 보였는데요, 이 물건들이 없어도 된다고 판단한 계기가 있나요?

부모님 댁에서 이 집으로 독립할 때 차로 이동하지 말고, 제가 들고 올 수 있고 필요한 것만 가지고 오자고 마음먹었어요. 그러려면 버려야 할 자질구레한 물건이 정말 많은데, 어느 순간 다 봉투에 모아서 태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보기 싫더라고요. 물론 친구들에게 받은 선물처럼 아끼는 물건도 있어요. 그런데 그 물건조차 이사를 자주 다니다 보니 상처가 많이 생기고, 짐이 되더라고요. 상대방에게도 미안하고요. 가끔 이런 물건이 저를 더 초라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보면서 ‘너무 궁상맞다’는 생각을 해요.

《오늘 내 기분은요》라는 책을 냈는데요, 카피 문구가 인상적이었어요. “프랑스 유학파, 일러스트레이터 경력 11년 차”이지만 “인스타그램 팔로어 175명, 블로그 하루 방문자 12명”이라고 출판사에서 작가를 소개하고 있는데, 이 대비가 정하 씨에게는 뭘 의미하나요?

출판사에서 써주신 건데, 그 소개가 그림일기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게 너무 적나라하니까 어떤 부분에서 저는 아프기도 해요. 책에 대한 반응도 극과 극이에요. 엄청 우울해서 싫다거나, 그런 거 없이 웃긴다거나.

기성세대나 사회 관습에 잘 적응한 이에게는 어쩌면 정하 씨의 삶이 낯설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반면 정하 씨에게 낯선 것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직장인요. 낯설고, 부럽기도 해요. 종일 사무실에서 어떤 일을 하잖아요. 한 가지 일을 오랫동안 하는 사람이 저는 낯설더라고요. 어머니가 어느 날 저에게 왜 그렇게 사냐고, 너 굉장히 이상하게 살고 있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평소에는 그런 말씀 잘 안 하시거든요. 제일 큰 건 남자 안 만나는 거겠죠. 친오빠는 부모님이 느끼기에 정상적으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 잘 살고 있으니까요.


이 집에서 가장 아늑하게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요?

그런 집은 없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도 없었고요. 왜 인간은 삼시 세끼 먹어야 하는지, 밥과 국을 먹어야 하는지, 왜 빚내서라도 집을 사야 하는지 등 가끔 모든 게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아파트에 살다가도 재개발 허가가 떨어지면 나갈 수 있고, 자연재해로 무너질 수도 있고, 보증금을 떼일 수도 있죠. 영원한 건 없어요. 제가 집에서 안정감을 못 느끼는 데는 세입자들이 주거 불안에 떨게 만드는 사회의 책임도 있다고 봐요.

정하 씨 공간과 생활은 ‘최소’에 맞춰져 있고, 그림일기에서 주된 화두는 ‘혼자’예요. 둘 다 제약이자 동시에 자유일 수 있는 요소죠. 

‘이 돈으로 해외여행도 가고 집도 구해서 살 수 있네!’ 기뻐하기도 하고 혹은 ‘진짜 궁상맞다!’ 싶을 때도 있고요. 하지만 제가 수용할 수 있는 집의 크기는 정해져 있는 것 같아요. 30평 이상 넘어가면 곤란해요.(웃음) 결론은 ‘혼자라서 다행이구나’. 이는 좋은 의미도 아니고, 나쁜 의미도 아니에요. 어딘가 아플 때 가만히 있는 것보다 막 소리 지르면서 발악이라도 하면 아픔이 분산되잖아요. 제 말도 어느 정도는 그런 표현 수단인 거죠. 뭐라도 하지 않으면 혼자라는 사실이 무겁고 부담스럽거든요. 어느 날은 혼자 사는 게 참 좋다가도, 어느 날은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는 마음도 들고. 그렇게 매번 마음이 달라지네요.

Conditions

지역 대전시 중구 유천동
구조 다세대 빌라 복층 원룸
면적 약 30㎡(9평)
보증금 100만 원
월세 20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