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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제 가전을 이야기합시다

Let’s talk about electronics

우리 이제 가전을 이야기합시다

Editor.Chanyong Park / Photographer.Juyeon Lee Article / reportage

가전의 의미가 변하는 시대다. MZ세대는 지금의 가전제품에 대해 어떻게 느낄까? 앞으로의 가전은 어떻게 달라질 것이며,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디렉토리가 묻고 사람들이 답했으며 LG전자가 들었다.


가전제품은 개인이 아닌 한 가구가 일상용품으로 쓰는 물건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지금은 지난 시대의 눈으로 본 ‘한 가구’의 의미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MZ세대로 대표되는 1-2인 가구다. 변화는 가구의 의미에서 그치지 않는다. 개인의 취향과 사고방식, 즉 삶을 살아가는 방식부터 달라지고 있다. 그렇다면 가전제품을 만드는 입장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해볼 수도 있다. 오늘날의 집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떤지, 지난날 4인 가구를 이루던 사람들과는 어떻게 다르게 살고 있는지,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반영해 가전 개발에 어떻게 포함해야 할지. 그래서 LG전자가 디렉토리에게 워크숍을 청했다. 오늘날의 가전을 주제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 것이다. 디렉토리 역시 이 흥미로운 제안에 응했다.


그래서 지난 5월 어느 날 성수동에 10명의 사람들이 도착했다. 디렉토리의 각 호 인터뷰에 참여했던 사람들이었다. 이 사람들은 디렉토리에 나왔던 사람들 중에서도 가전제품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이었다. 각자자의 개성이 있었고, 각자 가전에 대한 입장과 생각이 달랐다. 쉐어하우스에 산다거나,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들은 본인의 상황과 개성에 따라 각자의 관점에서 가전과 생활 공간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을 모시고 나눈 워크숍의 주제는 크게 둘이었다. 하나는 집의 의미, 하나는 식생활. 이 둘은 모두 앞으로의 가전에 대해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는 주제이기 때문이었다.

오늘의 참가자

박찬빈: 커뮤니티 매니저. ‘어느 세입자의 그린라이트’ 출연
최고요: 공간 디렉터. ‘고요한 관찰로부터’ 출연
정우주: 회사원. ‘우리 집 리모델링 동시통역가’ 출연
정지민: 회사원. ‘우리 집 리모델링 동시통역가’ 출연
허유정: 크리에이터. ‘가책비 적은 집의 사뿐한 움직임’ 출연
김민지: 건축가. ‘집이 집다워지는 순간’ 출연
천휘재: 뮤지션. ‘집이 집다워지는 순간’ 출연
유현진: 콘텐츠 기획자. ‘유자네 와이파이 게스트 비밀번호’ 출연
한혜림: 멀티미디어 디자이너. ‘유자네 와이파이 게스트 비밀번호’ 출연
황지수: 요리사. ‘집이 익어가는 계절’ 출연



집의 의미


집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두 가지 키워드가 도드라졌다. 하나는 집의 의미가 늘었다는 것. 여기서의 변수는 명백히 코비드-19다. 사회적인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건 우리가 집 안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재택근무 환경이 가속화되는 등 집에서 해야 할 일이 늘어났다. 재택근무를 하지 않아도 식당이나 여가공간 등의 일들을 집 안에서 해야 할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집이 극단적으로 ‘잠만 자는 곳’이었다가 이제는 다시 극단적으로 ‘모든 것을 갖추어야 하는 곳’이 된 것이다. 또 하나는 취향 공간이라는 주제다. MZ세대는 생활 공간에 취향을 드러내고, 취향을 표출하는 일을 중요하게 여긴다. 오늘의 워크숍에서도 취향을 추구하는 MZ세대의 성향이 여실히 드러났다.

“2020년 기점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선택이 아닌 강제가 되었습니다. 집에서 보낸 시간이 늘었어요. 예전 집은 잠만 자는 곳이었을 수도 있지만, 이제는 일해야 하고 요리도 해야 합니다. (집의 의미가)삶의 터전에 본질적인 공간으로 다시 회귀하지 않았나 합니다.”  박찬빈

“(제게 집은)자아실현의 도구에요. 예전부터 쉐어하우스를 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대학 다닐 때부터 사람들과 살면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집에서 10시간 이상을 보내는데 내가 이 집에 있는 시간을 의미 있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요. 대학생활을 외국에서 해서 예쁘고 좋은 거 즐거운 경험을 하고 한국에 돌아오니 구할 수 있는 집이 너무 적더라고요. 그것에 좌절감을 느꼈고, 내가 이렇게밖에 살 수 없구나 라는 생각을 그때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내가 주어진대로 살지 않으리’ 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에쁘게 살 수 없을까 싶었어요.” 최고요

“집에서 실무를 할 일이 없어요. 집은 온전히 휴식공간입니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나서는 어쩔 수 없이 집에 있었는데, 그러자 집이 더 좋아졌어요. 바뀐 건 운동을 할 때입니다. 헬스장을 가기 힘드니까 집에 기구를 두고 운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우주

“집의 의미가 변하며 인공지능 스피커가 필요해졌어요. 혼자 일하기 심심할 때 화상채팅으로 이야기하면서 일하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보통 동물이 있기도 하고, 예전에는 라디오가 (심심함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요즘 라디오는 조금 답답해요. 라디오보다 더 진화한 것이었으면 좋겠어요.” 김민지


“20대엔(집이) 스트레스를 푸는 공간이었어요.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집을 꾸미고, 오늘의 집 같은 곳에 사진을 올리며 풀었죠. 직장이 너무 싫으니까 집이 새로운 세상이었으면 했던 거예요. 지금은 살림 콘텐츠를 제작하다 보니 재밌는 일터가 됐어요. 햇살이 좋으면 ‘오늘은 야채 관련 콘텐츠를 만들어볼까?’ 이런 식으로 영감을 얻게 되지요.” 허유정

“(집은)패션 같은 느낌이에요. 편하다는 조건 하나만으로 옷을 고르지는 않잖아요. 소재가 불편하더라도 예뻐 보이면 사기도 하듯, 저도 꾸몄을 때 예뻐 보이는 집을 선호하게 된 것 같아요. 사진 찍었을 때 만족스러운 곳, 취향을 잘 드러낼 수 있는 곳이요.” 유현진


식생활은 어떨까?


21세기 MZ세대의 식생활을 요약하면 ‘엄청나게 다양한 변수가 생겼다’ 정도가 되겠다. 어떤 사람은 마트에 가지 않은 지 1년이 넘었고, 어떤 사람은 거의 모든 음식을 밖에서 사 먹는다. 누군가는 마켓컬리 등의 쾌속 배송을 이용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더 의미 있는 소비를 생각하며 농부들의 SNS를 찾아 직거래를 한다. 가전제품은 가정 식생활과도 깊이 연결된다. 냉장고가 음식의 보관을 담당하고 식기세척기가 설거지를 해주는 등 생활가전이 가사와 깊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분야에서는 가전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새로 나온 비스포크 냉장고에 만족을 표하거나, 채소 재배기를 구입하고 싶다는 등의 의견을 들려주었다.

“음식물 분쇄기는 음식물 쓰레기를 미생물화시키는 것과 아닌 게 있는데, 미생물화되는 게 더 비싼데도 그걸 써요. 요즘은 택배도 별로 안 반가워요. 배달을 시켜도 수저는 안 받고요. 그런 관심이 점점 늘어나요. 주변에도 그런 걸 신경 쓰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빨대도 1회용품도 안 쓰고 고기도 안 먹어요. 요즘은 주변 사람들이 “나 고기 안 먹어” 라고 하면 ‘나도 하루쯤은 안 먹어볼까’ 해요.” 최고요

“평일에는 회사 근처에서 먹고 들어와요. 일주일에 한번 장 보고 재료 나눠서 냉동실에 소분해요. 설렁탕은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어둬요. 반찬도 거의 없어요. 어머니께서 김치 보내주시고, 그걸 꼭 계란과 먹어요. 맹그로브는 방 안의 냉동고가 작아서 제빙기 수요가 엄청 늘어났어요. 까페 제빙기 수요가 높아요. 얼음정수기가 늘어날 것 같고요. 맹그로브의 24명 중 반은 요리를 하고 반은 요리를 거의 안 해요. 공용 주방이 가장 친밀도가 높아지는 곳이에요. 나눠 먹는 행태가 보여요. 공용 냉장고의 냉동 보관이 가장 어렵습니다. 냉동 유통기한은 가늠이 덜 되어서요. 유통기한이나 방치된 것의 알림을 주면 개인 집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박찬빈

“컵라면, 반조리식품 같은 것들을 조금만 끓이거나 다른 재료를 첨가해요. 식재료를 다 사지는 않아요. 한두번 먹고 식재료를 버리게 되니까요. 집에서 먹는 시간이 많지 않고, 평일에 일하고 서로 힘드니까 음식을 배달하죠. 냉장고가 꽉 차 있지 않아요. 음료, 물, 과일, 그런 게 많아요. 그래서 실질적으로 큰 냉장고가 필요하지 않아요. 냉장고의 기능적인 걸 많이 안 보고, 예쁜 것, 인테리어 요소로 냉장고를 봤어요. 밖에 두지 않고 안에 뒀으면 더 예쁜 걸 샀을 것 같아요.” 정우주

“빌트인 된 부엌. 냉장고, 오븐 이런 게 참 비싸잖아요. 튼튼하고 오래 쓸 수 있는 빌트인 부엌을 갖고 싶어요. 아, 작은 와인냉장고! 좋은 와인을 선물 받아도 창고 같은 곳에 두고 있거든요. 요즘엔 조그마한 와인냉장고 나오지만 20평대엔 그 크기도 부담이에요.” 허유정




내가 원하는 꿈의 가전은?

이날의 만남에서는 ‘내가 원하는 가전을 자유롭게 말해본다’는 아이디어 나눔 시간도 있었다. 사람들이 상상하는 가전에 대해 자유롭게 들어볼 수 있어서 더욱 흥미로운 자리였다. 오늘의 참가자들은 단순히 새로운 기능뿐 아니라 서비스나 카테고리에서도 새로운 제안을 많이 들려주었다.

“각 가전의 전력소모량을 알려주었으면 좋겠어요.” (허유정)
“기존에 쓰던 가전제품을 다 쓰고 나면 수거까지 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천휘재)
“분리수거를 알아서 해 주는 기계는 왜 안 나올까요?” (정지민)
“빨래 접는 기계가 필요해요.”(허유정)
“기존 가전에 플러그인할 수 있는 프레임형 공기청정기가 있으면 유용할 것 같아요.”(김민지)
“위는 책장, 아래는 냉장고같은 식으로 가구 회사와 협업한 가전이 나오면 어떨까요?”(황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