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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진짜 편리입니까?

Is It Real Convenience?

이것이 진짜 편리입니까?

Writer. Chanyong Park / Illustrator. Subin Yang Article / essay


내가 매거진 <디렉토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원고 청탁에 응하긴 했지만 ‘진짜 편리함을 판단하는 눈’이라는 주제의 원고 첫 문장을 만드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나 자신이 이 원고에 적합한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 일상을 말할 때 그걸 편리하다고 볼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우선 O2O 서비스를 전혀 안 쓴다. O2O 서비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기반인 인터넷도 없었다. 집에 와이파이를 둔 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았다. 그 전에는 전자레인지도 없었고, 그보다 더 전에는 냉장고도 없었다. 부엌은 있지만 싱크대 수도꼭지를 쓰는 건 반년에 한 번쯤,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건 4개월에 한 번쯤. 청소와 빨래는 모두 내 손으로 한다. 전자레인지를 사고 와이파이를 설치한 이유도 내 의지가 아니다. 코로나19의 창궐 이후 외출하지 않는 풍토가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정수기도 없다. 물을 100통씩 사다 놓고 마셨다. 직접 최저가를 일일이 검색하면서 말이다.


불편한 건 전혀 없었다. 아침을 먹지 않는 편이고 야근이 많은 편이니까 점심과 저녁은 밖에서 먹으면 그만이었다. 혼자 사니까 세탁물은 내 것뿐이니 한 번씩 세탁기를 돌리면 끝. 집에 음식이 없으니까 음식물 쓰레기도 없었다. 음식물 쓰레기가 없으니까 원론적으로 냄새 나는 쓰레기도 생기지 않았다. 물론 음식물 냄새는 음식물 쓰레기에서만 나는 게 아니다. 양념치킨을 시키면 치킨을 감싼 포일에서도 냄새가 난다. 하지만 배달을 시키지 않으니 그런 쓰레기도 없었다. 결론적으로 내가 사는 집의 일반 쓰레기봉투에는 머리카락과 휴지만 들어가 있으니 냄새가 날 리 없다. 덕분에 나는 100L짜리 쓰레기봉투를 4년째 쓰고 있다. 나는 분리수거도 열심히 하니까.


어쩌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나는 자연인이다>나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오는 사람처럼 본다. 하지만 나는 기인도 반사회적인 사람도 아니다. 그냥 내 환경에 맞춰 대응하고 적응했을 뿐이다. 나는 몇 가지 이유로 마당이 있는 낡고 넓은 이층집의 2층에 저렴한 가격으로 세 들어 살고 있다. 이 집의 여러 가지 특징 중 하나는 구조적으로 부엌에 냄새가 잘 배게 생겼다는 점이다. 그 사실을 깨닫고 가내 조리를 모두 포기했다. 마당 있는 단독주택 2층에 사니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일도, 배달 음식을 받으러 가는 것도 다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결과적으로 얼핏 보면 <나는 자연인이다>처럼 사는 것 같지만, 이 과정에서 나름의 편리가 생겼을 뿐이다. 청소를 안 해도 별 냄새가 안 나고, 마당 있는 집의 운명과도 같은 벌레로부터도 조금 자유로워졌으니까.


‘편리’가 이슈이긴 한지 산 중턱 외딴집에 사는 나 같은 사람의 귀에까지 그 소리가 들려온다. 세간의 집중을 받는 창업 내용을 보면 대부분이 내세우는 가치가 편리다. 그리고 이 편리 서비스의 개요는 보편적으로 공식화돼 있다. “평소에 귀찮게 하던 일을 저희 OO서비스로 대신하세요. OO앱으로 간단하게, 오직 N원에.” 이 편리 서비스들 역시 구조는 흡사하고 제품만 조금씩 달라진다. 화장품, 욕실 청소, 와인, 팩, 고기, 쌀.




 편리 서비스는 결국 하나의 방정식으로 완성된다. 이때 주된 변수는 개개인의 시간과 노동력이다.




“여러분의 소중한 시간을 OO서비스가 지켜드립니다”, “OO하기 힘드시죠? OO서비스가 대신 해드립니다.” 고객이 서비스와 노동력을 모바일 기기로 간단하게 결제하는 동안 시간과 노동력을 절약한다. 그리고 그 반대편엔 그 시간과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자가 있다. 대부분의 편리 비즈니스는 이 같은 흐름에 있는 것 같다.






그게 꼭 내 생활과 맞을까? 그게 정말 편리할까? 자동차의 자동변속기는 운전을 손쉽게 만드는 대신, 인간이 엔진 회전수를 조작하는 재미를 차단했다. 요즘은 자동변속기를 넘어 운전할 때 전자 장비가 주행과 제동에 개입하는 경우도 많다. 역설적이게도 운전 재미를 중요하게 여기는 고급 차는 그 전자 장비를 끄는 옵션이 따로 있다. 불편해지기 위해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 셈이다. 불편할수록 비싸지는 기계가 또 있다. 바로 카메라다. 전문가용 카메라는 셔터 스피드부터 ISO 감도에 이르는 사진 촬영의 모든 걸 조절할 수 있다. 그 ‘불편한 카메라’가 왜 비쌀까?



   

신기하게도 많은 사람이 자유라는 말을 좋아하지만, 선택이라는 행동은 싫어한다. 많은 선택지 위에서의 선택이야말로 자유의 상징인데도.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돈이 별로 없어서. 음식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면 수수료처럼 편리를 위해 돈을 써야 한다. 한국형 O2O 비즈니스는 엘리베이터와 택배함과 별도의 분리수거함과 쓰레기통이 있는 한국의 오피스텔과 아파트에 최적화되어 있다. 한국의 오피스텔과 아파트라는 한국형 집단 주택은 편리한 만큼 비쌌고, 나는 그런 곳에 내 얼마 안 되는 수입의 일부를 쓰고 싶지 않았다. 박찬용 씨 버전의 편리 방정식에서 박찬용 씨의 시간과 노동력은 별로 아깝지 않았다. 내 시간은 내가 죽지 않는 한 계속 내가 무료로 생산하는 것이다. 내 노동력도 마찬가지고. 거창하게 말하자면 나는 내 편리를 위한 방정식을 따로 만든 셈이다.


내겐 즐거움이 편리보다 더 앞선다. 나는 주변의 요소들을 조금이나마 더 자세히 알 때 즐겁다. 지불과 서비스 사이의 무엇인가, 내가 모르는 블랙박스 같은 걸 알 때 너무 재미있다. 독립을 시작할 때에도 생활용품의 세계를 틈틈이 알아보았다. 전자레인지의 가격 차이는 어디서 생기는지, 그 사이에서 어디에 돈을 써야 할지‧‧‧. 쾌적한 걸 선호하지만 살아보니 내 시급과 노동에 비해 내가 청소할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했다. 그래서 애초부터 최대한 냄새가 발생하지 않는 생활 환경을 꾸렸다. 어떤 가사 노동은 그냥 내가 좋아하기로 했다. 빨래는 내 일상에서 가장 즐거운 일 중 하나다. 더러웠던 게 깨끗해지고, 내가 좋아하는 섬유유연제를 사용하는 건 아주 즐거운 일이었다.


거창한 이야기 한 번 더 해도 될까? 삶이란 결국 변수를 넣었다 뺐다 하면서 나만의 맞춤형 방정식을 찾는 일이다. 잘만 찾으면 가격과 관계없는 가치를 즐길 수 있다. 못 찾아도 상관없다. 열심히 벌어서 시중의 양산형 방정식을 따라서 살아도 된다. 오피스텔에 살면서 다양한 O2O 서비스를 이용하는 당신 역시, 당신 나름의 소중한 것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니까.



다만 편리를 돌아보는 일은 나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기도 하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 귀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세상의 그 많은 것을 꼭 배달시켜 먹어야 하는지, 한 달에 2만 원씩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게 정말 ‘스마트’한 일인지‧‧‧. 한 번쯤은 그런 고민을 해봐도 좋을 거라 생각한다.








박찬용

에디터이자 인스타그래머. 인스타그램에 올린 긴 글을 모아 <우리가 이 도시의 주인공은 아닐지라도>를 출간했다. 최근 인스타그램 포스팅의 글자 제한이 2000자에서 1000자로 줄어들어 포스팅 플랫폼을 새로 생각하고 있다. “하나 마나 한 말은 하나 마나 한 말이니까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좋아한다.